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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377화


814화

10미터, 30미터, 50미터…………….

황녀의 비행고도가 자꾸자꾸만 높아간다. 그런데 비명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간다.

“오~ 목청 좋네. 가수하면 성공하겠어.”

이드는 손을 들어 햇볕을 가리고는 황녀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황녀가 처음 나는 연습을 하는 아기 새처럼 미친 듯이 두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안타깝게도 비행과는 전혀 관계없이 진화한 두 팔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제법 높이 올라가네.”

최대한 무섭게 던져 보겠다더니, 정말 온힘을 다한 것 같다. 그냥 공을 던져도 저만큼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어어억!”

여기저기서 숨넘어가는 소리들이 들렸다. 가슴을 부여잡은 기사가 한둘이 아니다.

무슨 집단 심장 발작이라도 일어난 것 같지만, 이해는 갔다.

자신들이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결과 황실 넘버 3가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저대로 떨어져 황녀의 귀한 옥체 어딘가가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차마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지하 감옥행이 아닐까?

기사들은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

그러나 곧 그들은 어떤 무형의 힘이 자신들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리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마치 철갑 안에 갇힌 듯 몸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부, 부단장님!”

당황한 기사들은 이 이변을 해결해 줄 보호자를 애타게 찾았다.

그러나 스폴의 상황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못했다.

“화, 황녀 전하?”

스폴도 정점을 찍고 추락을 시작하는 황녀의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지고, 오금이 저렸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드 님, 이것 좀 풀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대로 두면 황녀 전하께서 크게 다치실지 모릅니다.”

스폴은 일리나와 그녀 사이에 연기처럼 솟아 오른 이드에게 눈동자만 돌려 사정했다. 자신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이드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보자, 대략 70미터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네요. 떨어지면 팔다리 하나는 부러지겠네.”

“팔다리 하나라뇨.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높이입니다.”

한시가 급한 스폴의 말이 래퍼 저리가라 할 정도의 속도로 쏘아져 나왔다.

“설마요. 그래도 수련한 게 있는데. 거기다 긴급 상황을 대비한 호신용 아티팩트도 있을 테고. 크게 다치는 일은 없어요.”

스폴은 태평한 이드의 태도에 질끈 눈을 감았다.

왜 부상의 정도 이전에 다치는 것 자체가 문제임을 모르는 것일까? 이드와 일리나가 황녀를 대함에 거침이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황녀가 떨어지는 것을 방조할 줄이야!

“도대체 왜 저희까지 막고서…………….”

입술이 타들어 갔다. 현재 황녀의 높이는 50미터를 지나고 있었다.

“황녀 전하의 스위치를 바꿔야 하니까요. 대련을 하는 감각으로 실전은 위험하죠. 순간의 방심으로 팔다리는 기본으로 부러질 수 있다는 위기감 정도는 가져야 해요. 수련장에 검을 들고 오셨다는 건 그런 각오가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거기다 올라가고 떨어지는 시간을 합하면 제법 마음을 다듬고, 대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적의 검은 그 시간의 백분의 일밖에 주지 않는다. 그것과 비교하면 사치스러울 정도다.

‘그래도 그간 본 황녀를 생각하면……………’

이드는 기대감을 품고 황녀를 보았다.

그리고 황녀가 40미터 지점을 지나는 순간 이드가 기대하던 모습이 나타났다.

휘!

황녀는 우선 들고 있던 검을 던졌다. 그 후 제정신을 찾은 팔다리를 움직여 몸의 중심을 잡아 몸을 수평으로 회전시키며 힘을 모았다.

그리고 지면 15미터 높이가 되었을 때,

“이야압!”

퍼퍼퍼펑!

정돈된 기합 소리와 함께 회전으로 모아진 힘이 지면을 향한 황녀의 손바닥을 통해 쏘아졌다. 그것도 반의반으로 쪼개진 찰나의 호흡 안에서 다섯 번이나.

“중첩장!”

이드는 갑작 튀어나온 고급 무리 한 조각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권장술은 기본만 익혔을 텐데, 갑자기 중첩장이라니. 검후의 피가 이어진 덕분인가. 뛰어난 재능이다.

그 사이 중첩장의 반동으로 추락 속도를 영으로 만든 황녀가 안전하게 착지에 성공했다.

“휴우~”

짝짝짝.

그리고 황녀가 안도의 한숨을 쉴 때 이드가 박수를 치며 다가갔다.

“멋진 착지였습니다, 황녀 전하. 위기 대처 능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역시 이거 명예 후작님의 짓이었군요.”

“검을 가져오시기에 최대한 실전과 비슷한 경험을 원하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분명 방심하지 말라고 주의도 드렸습니다.” 쐐애액.

그리고 이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황녀는 자신이 바닥으로 던졌던 검을 이드를 향해 냅다 차 버렸다.

“실전에서 검을 버리는 것은 대체할 무기가 있을 때만 하십시오. 무기를 빼앗기면 반항도 힘들어지니까요.”

이드는 검지 끝으로 검을 받아 손 위에서 회전시키며 말했다.

위험하게 무슨 짓이냐는 말없이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실전에의 주의 사항을 말하는 이드에 황녀가 이빨을 갈았다.

“으드득…… 너무하시네요, 아야야.”

그러다 긴장이 풀리며 느껴진 통증에 어깨를 잡았다. 추락의 충격을 중화시킨 반동이 어깨에 온 것이다.

그 모습에 이드가 기사들을 제압하고 있던 것을 풀며 말했다.

“스폴 경은 황녀 전하의 부상을 살피고, 기사들은 다시 정렬하도록.”

기사들이 복장을 정돈하고 다시 정렬하는 사이 황녀의 부상을 살핀 스폴이 다가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근육에 상당한 충격이 생기면서 작은 출혈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작은 출혈. 말은 어렵게 하지만 간단히 말해 멍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럼 당장 움직이는 것에 큰 불편은 없겠네요.”

“네. 하지만 통증이 있을 것이라,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기사라면 운기조식하고 하룻밤 자고 나면 끝날 일.

이드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황녀에게 다가갔다.

“통증이 심하신가요?”

“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불편할 뿐이죠. 수련하다 베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통증 대신 새로 깨달은 것도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황녀가 장력을 뿜어낸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방금 전 이드에게 검을 차 날렸던 건 잊은 모습이다. 그녀의 말대로 순간의 분노는 새로 얻은 것들로

깨끗이 사라진 것 같다.

“그럼 아직 더 하실 수 있겠군요.”

“네?”

이드는 의아한 표정을 한 황녀를 두고 정렬한 기사들 앞 단상에 올랐다.

이드 앞에 선 기사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었다. 비록 일리나가 강자라고 하지만, 너무 형편없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던 이드가 입을 열었다.

“좋다. 표정을 보니 최소한 자신들의 패배는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군. 너희들은 약하다. 당연히 너희들이 소속된 아이넬 기사단도 약하다. 동료와 손발도 맞지 않고, 지켜야 할 황녀 전하는 부상을 당했다. 너희들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대로 토벌에 나가 강자를 만나게 된다면 결과는 같겠지? 너희는 황녀 전하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

아픈 곳을 제대로 후벼 파는 팩폭의 진수를 보이는 이드다. 기사들은 이를 악물었지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모두 사실이니까.

“좋다. 모두 인정하는 것 같군. 그럼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훈련입니다!”

“정확하다. 마침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신 황제께서 귀관들이 훈련에 피땀을 흘릴 수 있는 귀한 이틀의 시간을 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

보통 출정은 출정 파티 다음날로 잡혀 있는 것이 보통이다. 덕분에 전날 질펀하게 놀고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출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출정은 파티 이틀 후로 잡혔다.

철저한 준비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황녀를 호위하기 위해 급조된 호위 기사단이 손발이라도 미리 맞춰 볼 시간을 준 것이다.

이런 기회조차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사들을 뽑아 꾸린 호위 기사단이라 할지라도 오합지졸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틀은 조금이라도 낭비했다가는 없는 것과 같이 무의미해질 시간이다.

이드로서는 호위 기사단처럼 중요한 기사단을 급조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이런 급조된 기사단에 덜컥 황녀의 안전을 맡기는 황제의 대담함에도 고개를 젓게 된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꾸려진 기사단인데. 이제 와서 해산시킬 수도 없고.’

그랬다가는 황제와 황녀, 거기에 이드의 체면까지 구겨질 수 있다.

이드야 득이 많다면 아이넬 기사단을 버리고 제대로 된 기사단에 황녀의 호위를 맡기겠지만, 어디 황제와 황녀가 그럴 수 있겠는가. 거기에 실수도 아니고, 아예 노리고 급조해서 이드에게 맡긴 기사단인데 말이다.

이드는 내심 혀를 차고는 이어 말했다.

“그럼 황제께서 내려주신 금쪽같은 시간으로 예정된 불행을 막아 보자. 앞으로 이틀, 죽을 준비는 되었는가!”

쿵!

“충!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사들이 외침과 함께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수련장을 울렸다.

“좋다. 그럼 아까와 같은 호위 대형을 다시 짜라. 내가 직접 모자란 점을 알려 주겠다.”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뛰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일리나의 공격에 크고 작은 부상이 있을 텐데, 누구 하나 신음을 흘리는 사람도 없었다. “더 할 수 있냐고 물으셨던 게 이거였군요.”

이드가 황녀에게 다가가자 기사들을 바라보던 황녀가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참고로, 전장은 다쳤다고, 아프다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힘들다고 쉴 수 있는 곳도 아니지요. 이번 기회에 고통을 참는 방법은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참지 못하시겠다면 궁으로 돌아가셔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차분하게 자존심을 긁어 대는 이드의 말에 황녀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정말…… 명예 후작・・・・・・ 아니, 단장님이 이렇게 사악하신 분인 줄 몰랐던 것이 아쉽네요.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하시고는 이런 일을 꾸미실 줄 몰랐어요.”

“이것도 황녀님의 부탁을 들어드리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어디까지나 포기는 황녀님의 선택이지요.”

“…..정말 아쉽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단장을 해서 단장님을 부려 먹었을 텐데.”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단장 자리는 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무 미련 없다는 표정으로 이드가 말하자 황녀가 고개를 숙이고서 호위 대형 안, 그녀가 있었던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이드는 일리나를 잠시 쉬게 하고는 스틸하트를 들고 일리나가 섰던 자리로 갔다.

“자, 그럼 우선 가장 먼저 귀관들이 무엇을 실수했는지…….”

이드는 느릿한 말과 함께 검을 들어 훈련을 시작했다.

일리나와 이드는 번갈아 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넬 기사단을 철저하게 부수기를 반복했다.

훈련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시간이 모자라면 질로 승부하는 수밖에. 두 달 같은 이틀로 만들어 주겠어.”

이드는 파김치로 수련장에 쓰러진 기사들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소집한 기사들과 다시 종일 훈련에 들어갔다.

그 속에는 황녀도 당연하다는 듯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기사들은 황녀에 대한 깊은 동질감과 함께 충성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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