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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36화


여관 식당에 서넛의 남자들이 모여 앉아 식사 중이었다.

그들 앞에는 오리구이, 파이, 돼지구이, 스테이크, 맥주들이 놓여 있었다.

“안 됐다. 이드 녀석 아직까지 끌려다니나 보네.”

“글쎄 말이야. 우리들이 끌려갔을 땐 일찍 왔는데… 뭐, 그 뒤로 분위기가 조금 안 좋았지만 이드는 만만해서 지금까지 끌려다니는 모양이야.”

타키난과 모리라스드가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여관에서 뒹굴다가 저녁때가 되어서야 식사 중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고통스러운 쇼핑에 끌려간 이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얘네들 왜 이렇게 늦는 거지? 여기 구경할 게 뭐 있다고…”

“…아! 있다. 저번에 들었는데 여기 백화점이라는 데가 생겼다더군.”

“그게 뭔데요?”

“그게 뭐냐 하면…… (위에 지아의 설명과 동문)… 이라고 하더군.” ^^;;;;;

“재밌겠는데… 빨리 이야기 해주시죠. 저도 가보게.”

“임마, 네가 가서 뭐 할 건데? 거기 가격이 엄청 비싸다는데 살 게 뭐 있어서?”

“그래도 구경 삼아…”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세 개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

“우리 왔어요. ^^”

“잘 놀다 왔습니다. ^^”

아주 즐거운 목소리였다. 아는 목소리이긴 했으나, 최소한 그중 하나는 자신들의 생각으로는 아주 지쳐 있어야 했는데…

각각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시선을 돌린 곳에는 오전에 나갔던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얼굴을 활짝 펴고 웃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쟤네들 상당히 즐거워 보이는데…”

“글쎄…”

“잘 놀다 온 건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 했다. 원래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던 반응과 꽤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상당히 빗나간 사람은 역시 이드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어디 갔다 온 거야?”

타키난이 테이블로 다가오는 세 사람에게 물었다. 다른 이들 역시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쇼핑 좀 했지, 백화점도 가보고 살 것도 사고…”

“그랬냐…?”

“좋겠네. 여기 와서 식사해.”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라일이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아니, 됐어. 우리는 백화점에서 잘 먹고 왔거든? 거기 진짜 맛있더라… 살살 녹는 샤베트, 연하고 부드러운 고기, 싱싱한 생선, 고기가 많이 든 타베시트… 거기다 와인도 엄청 맛있더라…”

지아가 거의 놀리듯이 음식을 앞에 둔 사람들에게 말했다. 게다가 그녀가 말한 것은 거의 다 고급 요리였다.

“야, 지아 너… 설마 우리 돈을 다 쓴 건 아니겠지…?”

지아의 일행인 모리라스드가 불안하게 물었다. 그들 일행의 돈을 모두 지아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급. 거기다 들은 바로는 백화점이라는 곳이 상당히 고급이라고 했으니 의심할 만한 일이었다.

“무슨… 그 돈엔 손도 대지 않았는데.”

“그럼 설마 누나가 낸 거야?”

나르노와 타키난 역시 일행의 돈을 관리하고 있는 가이스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한 남자들, 여자들에게 꽉 잡혀 있는 두 파티의 남자들… 묵념 ^^

“나르노… 너 누나를 어떻게 보고? 내가 너나 타키난 같은 줄 아니?”

“그럼 무슨 돈으로?”

“한 명 더 있잖아. 여기, 이드.”

지아의 말이었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었는지, 테이블의 사람들 모두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왜?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눈빛이야? 내 말 맞잖아? 가이스, 이드.”

그녀가 가이스와 이드를 바라보며 말했고, 두 사람은 같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드, 그 말 진짜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냐?”

“제가 우연히 얻은 보석을 처분한 돈이거든요. 그래서 좀 가지고 있었죠.”

이드가 돈이 있다는 말은 물론 돈의 출처까지 밝혀 버렸다.

그때 가이스가 손에 든 것 중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 음식이 맛있어서 술하고 몇 가지 싸올 수 있는 음식을 싸왔어. 맛이라도 봐. 참, 그 와인은 오래된 거야. 20년 이상은 묵은 거야.”

가이스가 말을 남겨두고 나머지 두 사람과 같이 위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밑에 있던 남자들은 그녀가 들고 온 음식과 와인을 맛보고, 같이 가지 않은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었다. 과연 맛이 기가 막혔다.

게다가 와인… 비싼 만큼 맛있는 와인이었다… 콜과 나르노가 물주일 수 있는 이드를 끌고 백화점으로 향하려는 걸 라일과 칸이 내일 일을 상기시켜 줌으로 막을 수 있었다.

일찍 식사를 마친 용병들이 모두 식당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들의 옆으로 각자의 짐이 놓여 있었다.

바로 오늘이 출발 일이었기에 모두 일찍 나와 있는 것이다.

이드 역시 일행들과 같이 (여기서 한데 모여 있는 이드들의 인원이 가장 많다) 앉아서 자신의 앞에 놓인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있었다.

‘이거 상당히 맛있단 말이야…’

그때 문이 열리며 벨레포씨가 들어왔다. 그는 저번에 왔을 때처럼 간편한 차림이 아니라 가벼운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하고 있었다.

모두들 그런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모두 모여 있었군. 그럼 준비는 다 된 건가?”

“물론이요.”

“언제든 출발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출발이다. 모두 나오도록.”

그리고 그가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여관의 1층에 앉아 있던 용병들 역시 모두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밖에는 20여 마리의 말과 그 말들을 붙잡고 있는 말구종으로 보이는 여러 명의 사내가 있었다.

“이 말은 수도까지 이동을 위한 것이다. 모두 한 마리씩 골라 타도록.”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갈색 갈기를 가진 말에 올라탔다.

용병들 역시 자신에게 맞는 말을 골라 타기도 하고, 그냥 잡히는 말을 타기도 하며 말에 올랐다.

이드 역시 푸르른 빛을 띠고 있는 순해 보이는 말에 올라탔다.

용병들이 모두 말에 오르자 벨레포가 말없이 앞장서서 말을 몰았다. 아직 도시 안이었기에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을 타서인지 확실히 얼마 가지 않아 이드들이 들어왔던 성문과는 거의 반대쪽의 문으로 빠져나왔다.

일행은 성문 앞에서 일단의 인물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들은 벨레포를 제외하고 17명 정도였으며 모두 벨레포와 같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한 대의 튼튼하고 커 보이는 마차가 서 있었다. 마차는 창문이 있었으나 막혀 있어 안을 볼 수는 없지만 대충 누가 타고 있을지는 예상되었다.

“자세한 것은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 마차에 타고 계신 분이 바로 우리들이 호위해야 하는 분으로 레냐님일세. 그리고 이들은 내 밑에 있는 사람들로 레냐님을 직접 경호할 사람들이네. 그리고 이쪽은 우리와 같이 움직일 용병대다.”

서로 얼굴만 확인하는 정도의 가벼운 인사가 끝나고 곧바로 마차가 출발했다.

우선 마차의 앞에 3명이 서고 마차의 양옆으로 각각 3명이 섰다. 그리고 그 뒤로 나머지 벨레포씨의 부하들이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용병들은 거의가 앞에 서고 5명 정도가 앞으로 나가 갈 길을 확인했다.

그리고 10여 명의 용병이 뒤에 있는 벨레포씨의 부하들과 합류했다.

그 중 이드와 지아, 라일 등의 일행은 용병들의 뒤, 그러니까 마차의 앞에 있는 3명의 벨레포의 부하들과 같이 서게 되었다. 벨레포씨는 마차 옆에서 말을 몰며 전체를 지휘했다.

모두 자리가 잡히고 안정되자 서로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드들 역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그러나 이드가 알지도 못하는 지명들이 난무하는 이야기에 낄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드는 조금 뒤쪽에 말을 하고 있는 3명의 병사(그렇게 보이기에^^ 편하게~)를 보며 말의 속도를 멈췄다.

“안녕하세요.”

이드가 먼저 누구랄 것도 없이 세 명에게 인사했다.

“음… 만나 반갑군요.”

세 명 역시 별 거부감 없이 이드에게 인사해왔다.

“제 이름은 이드라고 합니다.”

“그래요? 나는 도트, 그리고 여기는 봅, 저그라고 합니다.”

“에이, 말 낮추세요. 나이도 저보다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이드의 말에 조금 발랄해서 지아와 비슷한 분위기의 인물이 말했다.

“그렇게는 안되지. 어떻게 레이디에게 그럴 수 있겠어? 안 그래?”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말을 몰고 있는 두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이드는 그 말에 오해는 빨리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말했다.

“저… 저는 남자입니다만…”

“…어… 그… 그래? …이런 내가 실수를…”

“아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절 보고 그렇게 실수하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험! 그런가?”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대화의 초점을 잡았다.

“그런데 저 안에 계신 분이 누구길래 이렇게 호위까지 하면서 가는 거죠?”

이드가 대답은 기대치 않고 슬쩍 물었다.

“그게… 정확한 신분은 말하기가 좀 그래. 아마 얼마간 있다가 벨레포 님이 말씀하실 거야.”

“에? 그럼 숨기실 필요 없잖아요. 저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살짝만 이야기해줘요.”

이드가 친근하게 말하고 나오자, 어차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듯 이드에게 조용히 말했다.

“실은 저분은 공작가의 자제 분이셔. 정확한 성함은 메이라 세이드 루 케이사라고 하시지. 너도 들어봤겠지?”

‘역시 귀족이라 그런가? 이름 한번 되게 길다니까…’

“아니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너 진짜 케이사 공작가를 모르냐?”

“예, 제가 세상일에 좀 무관심하다 보니… 그런데 저분 아가씨가 유명해요?”

“그래, 너도 좀 알고 다녀라. 저분은 마법사로 꽤 놓은 클래스까지 익히셨다더라. 거기다가 엄청나게 미인이라는 말도 있다구.”

“…그럼 직접 본 건 아니겠네요?”

“야, 넌 공작 가의 영애를 함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냐? 뭐… 나하고 여기 몇 명은 멀리서지만 본 적이 있지. 멀리서 보긴 했지만 소문대로 아름다웠어…”

그의 성격이 지아와 비슷한 것인 듯 처음 보는 이드에게도 엄청 친근하게 대해왔다.

“체, 그래도 가까이서 본 건 아니네요.”

“야! 그런 걸 꼭 가까이서 봐야 아냐? 그냥 필이란 게 있잖아! 필!!”

“임마 필은 무슨 필이야?”

옆에 있던 봅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떠드는 저그를 한 대 치며 무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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