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44화
“그러니까…..5년쯤 전이던가? 그때 내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숲인 칼리의 숲에 갔을 때였 는데 물론 난 우연히 들른 거지….. 그런데 거기서 채이나를 본 거야 그런데 그때가 그녀가 작은 호수에서 목욕 중일 때였거든…그때 서로를 보고 경황스러워 하다 보니 그녀에게 물뱀이 다가가는 줄 몰랐지 그러다가 채이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쓰러지더군, 그 다음에 서야 채이나 뒤로 물러가는 뱀이 보이더라고 당황해서 물 속에 잠긴 채이나를 끌어올려서는 대충 치료했지만 깨어나지 않더라고…. 알다시피 물뱀의 독이 독하잖냐… 그래서 그때부터 그녀를 간호하기 시작했지… 힘들더라 독이 조금씩 피부를 통해 나오니까 목욕시켜야지 땀 닦아야지… 거기다 정신 없는데도 묽은 죽이라도 먹여야 했거든…. 그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한 줄 알아? 무려 한 달이야 한 달…… 그 동안 음식하고 빨래하고…….그리고 깨어나서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한다는 소리가 뭔지 알아? 책임지란다. 책임. 세상에 황당해서…. 거절? 해봤지 소용없더라 돌아오는 말이 만약에 도망가면 다크 엘프 족에 가서 날잡아오라고 하겠다는 거야….. 진짜 황당해서……”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까지 귀를 귀울여 듣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스가 나머지를 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잡혀 있어야 하냐는 생각에 그냥 나왔지…… 그런데 채 숲도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앞에 나타난 여러 명의 남자 다크 엘프들에게 잡혀버렸어…. 알고 보니 그녀가 마법도 할 줄 알더군…. 내가 가니까 곧바로 자신의 마을로 장로에게 말해버린 모양이야….. 덕분에 같이 살게 됐고 지금까지 이렇게 붙잡혀 살고 있지….”
“그런데 도대체 부인께서 아저씨를 잡은 이유가 뭡니까?”
타키난이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물었다.
“그거? 그거야 치료하는 한 달 동안 내가 온몸을 주물러댔거든….. 거기다 들어보니 내가 맘에도 들었다더군.. 험… 흠험..”
보크로도 그 말을 하는 데는 좀 부끄러웠는지 헛기침을 해댔다.
“가이스! 엘프의 미의 기준은 다른 거야? 어떻게 저런 아저씨가 마음에 들 수가…. 엘프들은 보면 전부 다 아름답게 생겼던데…..”
옆에서 지아가 가이스에게 중얼거리자 가이스가 조금 당황되는 듯 말했다.
“애는…… 아마….. 보크로씨의 마음이….”
“그게 말이 돼? 자신에게서 달아나고자 한 사람에게….”
“이것 봐 왜 이래? 이래 뵈도 그때는 꽤 됐다고..”
보크로가 지아의 말에 속이 끓는다는 듯이 말했다.
“흥!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사람이 5년 사이에 그렇게 상할 수 있을까요?”
“지아야… 그만해…”
“언닌…”
그렇게 지아가 놀리고 보크로는 열 받아 말대답하는 것을 보며 웃고 있던 이드는 바람을 통해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치 늪과 같은 느낌과 불투명한 색과 같은 느낌…..
“제길….. 요번엔 힘들지도……”
가만히 기운을 느끼고 있던 이드는 손을 들어 크게 외쳤다.
“전원정지…!!!”
이드의 커다란 외침에 일행들은 의아해하며 멈춰 섰다. 그러면서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알기로는 절대로 이드에게 저렇게 명령할 만한 권한이 없었다. 말을 멈춰 세운 이드는 자신에게 말을 몰아오는 벨레포를 보며 그쪽으로 말을 몰아갔다.
“벨레포씨…”
“이드 군, 왜 그러나… 갑자기 정지하라니…”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두러보았다. 주위는 평야였다. 주위에 나무는 몇 그루 군데군데 있기는 했으나 숲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 앞으로 작은 언덕이 보였다. 그리고 벨레포가 그 언덕을 보았을 때였다. 언덕 위에 꽤 커 보이는 나무가 두 세 그루 정도 서 있었고 그 아래로 언뜻 인형의 그림자가 비치는 듯도 했다. 어떻게 보면 편안해 보이는 듯한 광경이었다. 로맨스에 빠져 있는 소녀들이 본다면 좋아할 그런 풍경, 그러나 벨레포는 그런 광경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답답하게 막히는 듯한 불쾌감? 그런 감각이었다.
“저것 때문인가?”
“느껴지세요?”
“음…. 자네보다는 늦은 듯 하지만…… 간단해 보이진 않는군….”
“제 생각도 같아요. 그것도 상당히….”
벨레포는 잠시 그 언덕을 바라보더니 뒤를 돌아보며 명령했다.
“전 병사들은 마차를 네 방향에서 철저히 감싸고 용병들은 소수를 남겨두고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전투준비를 하도록..”
적의 모습도 보지 못한 병사들이었지만 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마나의 움직임을 감지한 마법사 두 명과 몇몇의 소드 마스터들은 시선을 언덕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기분 나쁜데…….”
“확실히….. 이 느낌은 왠지 안 좋아…..”
타키논과 라일의 중얼거림에 가이스가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너무 과민 반응이 아닐까? 우릴 공격하려는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
그녀의 말에 칸이 답했다.
“아니…. 저 기운은 우릴 향한 거야….. 한마디로 우릴 노린다는 거지 마법사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느낄 수 있거든 지금 느껴지는 기운이 우릴 향하고 있는데….”
“이거 이렇게까지 자신의 마나를 퍼트릴 수 있다는 건….. 소드 마스터 중급 그 이상이란 말인데….”
그때 벨레포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원 주위를 경계하며 앞으로 천천히 전진한다.”
그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병사가 의아한 듯 물어왔다.
“벨레포님 앞에 적이 있는데…. 마차를 여기 두고 보호하면서 앞쪽으로 가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아니. 혹시나 녀석들이 저쪽으로 관심을 끈 후 뒤쪽에서 쳐온다면 당할 수도 있다. 차라리 같이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일행은 조용히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물론 철저히 준비하고 말이다. 그리고 다가갈수록 언덕의 형상과 그 언덕의 위에 나무들 아래 앉아 있는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두 사람이었다. 아직 거리가 좀 있고 그늘이라 확실한 모습은 볼 수는 없었으나 한 사람은 꽤 큰 체격의 남자로 보였고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작은 인형이었다. 그 모습에 지아와 가이스는 다시 물어왔다.
“진짜 저 사람들이 적이 맞아? 잘못 생각한 거 아냐?”
“맞아 다만 저 사람들이 아니라 저 남자지만 말이야….”
일행은 그 남자를 경계하며 천천히 전진해 나갔다. 언덕과의 거리가 200m정도로 가까워지자 자리에 앉아있던 어른으로 보이는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일어서자 그의 모습과 그가 안고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갈색의 머리에 20대로 꽤 젊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 나이 정도의 남자의 보통체격이랄까….게다가 얼굴은 꽤 잘생겨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별로 생동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녀를 쓰다듬으며 보는 눈에는 따뜻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상반된 느낌이었다. 그 아이는 10살이 되지 않은 듯 보이는 여자 아이였는데 그녀의 머리 역시 남자와 같은 갈색이었다. 예쁘게 머리를 따아 뒤로 넘겨두고 있는 아이는 어딘지 모르게 약해 보였다. 또한 안색 역시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 소녀는 지금 잠들어 있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다가온 일행들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더니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녀를 나무그늘아래 눕혀놓았다. 이어서 그가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그 소녀의 주위를 그녀를 보호하는 은은한 회색 빛의 막이 생겨났다.
“마법사인가?”
“아니…..나는 용병생활을 꽤했지만 저렇게 마나를 발하는 마법사가 있다는 소린 들은 적 없어….”
“그럼 마검사란 말이 예요? 말도 안돼….저기 봐요. 저 마법은 꽤 고위급으로 보인다구요…”
“야! 너희들 그만하고 싸울 준비나 해… 저기 다가오는 거 안보여?”
지아와 칸이 서로 맞다고 투덜거리다가 모리라스의 호통에 고개를 돌려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는 그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봐….. 검도 안 들고 오잖아…..확실히 마법사야…”
“그게 말이 되냐? 마법사가 멀리서 마법을 사용하지 왜 가가이 와?…..자기한테 불리한 데…..”
“이것들이 그래도….”
그러나 지아와 칸의 말다툼은 잠시 후 저절로 그쳐버렸다. 이유는 그 남자가 다가오면서 오른손을 허공으로 들자 그의 손을 따라 회색의 빛이 나타난 흘렀고 잠시 후 그것은 그 흐름을 멈추고 기형의 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 나타난 검은 보통의 검과는 다른 것이었다. 전체적인 색은 회색이었고 검날의 폭은 약 10s(10cm), 길이는 1m50s정도의 긴 검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손잡이였다. 그것은 검 신과 손잡이 부분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보통 검이 가지는 폼멜 역시 없었다. 손잡이 부분 또한 검이 이어지는 연장선에 검신 중앙 부분 가까이에 손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어 잡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헛! 녀석 특이한 검이네….”
“놀라지 말고 자신의 검이나 들어. 저기 검 들고 오는 거 안보여?”
그렇게 말하며 지아가 자신의 소검을 뽑아 들었고 그녀 옆에 칸 역시 검을 들었다. 그는 일행들의 앞 몇 미터까지 다가오더니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매우 건조한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벨레포라는 인물이 있는가…..”
그의 조용한 물음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 벨레포가 그의 물음에 답했다.
“내가 벨레포가고 하는 사람이요. 무슨 용건이요…”
“난별로 피를 보고싶지는 않아….. 당신들이 저 마차를 두고 그냥 물러나 줬으면 하는 데…..”
“음….당신도 예상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힘들듯 하군…”
벨레포의 말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어쩔 수 없지….나는 프로카스라고 한다…”
그의 말에 용병들이 놀라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은 벨레포도 같은 상황이었다.
“자네가 용병 회색 빛의 절망이라 불리는 자……”
“그렇게들 부르더군…”
그의 대답에 벨레포는 자신이 들은 프로카스라는 자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회색 빛의 절망이라 불리는 그자는 용병 중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으며 특이하게도 보수는 희귀한 약초나 포션 등을 받았다 또한 희귀한 보석 역시도 받았다. 그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있어야 했다. 왜 그런 것을 원하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추측에는 항상 그의 품에 안긴 소녀의 약을 구하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어찌했든 그가 원하는 것이 희귀한 만큼 그의 실력 역시 확실했다. 그런 만큼 움직이기가 어려운 그가 바로 자신들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제길……”
“어쩐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콜과 차노스들이 투덜거렸다. 그 프로카스가 다시 한마디를 던지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럼 서로의 목적을 수행해야겠지…”
그는 그렇게 말한 다음 손에 든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그 검은 곧장 제일 앞에 있는 용병에게 다가갔다. 제일 앞에 있던 그는 갑자기 날아오는 검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들고 있던 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막아갔다.
쾅!!
마치 쇳덩이를 해머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검을 막았던 용병은 그 자리에서 5미터 가량을 날아가 버렸다.
“히익~! 뭐 저런 괴물단지가……”
지아가 헛 바람을 들이키고 있을 때 프로카스는 다시 앞에 있는 용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그 용병 역시 버티지 못하고 퉁겨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타키난, 모리라스, 라일 등이 앞으로 달려나갔고 이어서 벨레포의 외침이 들렸다.
“소드 마스터 급인 사람들만 앞으로 나가도록, 나머지 인원은 뒤로 물러나 마차를 보호한다.”
보통의 용병들로는 사상자만 늘 것이라는 생각에 명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제일 앞으로 용병들 중에 소드 마스터에 든 사람들 7명이 앞으로 나가 프로카스를 견제하고 있었다.
“젠장…..저 자식 마음에 안 들어 왜 7명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가 앞에 있는데 긴장도 안 하는 거야….”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소리 아니겠어?”
차이노가 투덜거리자 옆에 있던 라일이 답했고 뒤에 있던 타키난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
“임마…그만큼 더 우리목숨 부지하기 어렵다는 소리야…”
우우우웅~
각자 투덜거리던 일행들은 앞에서 들리는 익숙한 기성에 긴장하며 프로카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프로카스가 검을 들고 서 있었는데 그의 회색 기형 검에 회색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젠장, 진짜 여기서 죽는 것 아냐?”
타키난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자신의 검에도 마나를 주입시켰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푸른색 빛… 검기가 일렁였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검에 일렁이는 마나의 색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이번에도 프로카스가 먼저 공격을 해왔다. 그의 검은 아까와 같이 앞에 있는 중년의 용병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 공격을 받는 사람은 소드 마스터…
츠츠츳…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검기와 검기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한번의 검의 나눔으로 중년의 용병 타킬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뒤로 밀려나 다시 자세를 잡은 타킬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이봐… 혼자선 안 돼…. 누가 붙어….”
“제가 하죠. 아저씨.”
그의 말에 차노이가 대답하고 프로카스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그 모습을 보며 타킬도 다시 검으로 그의 다리를 향해 검을 쓸어갔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공격이었다. 보통의 기사라면 절대 피할 수 없을 만큼의…. 그러나 상대는 보통이 아니었는지 둘의 공격을 막아갔다. 프로카스의 손에 들린 검에 회색 빛이 증가하더니 그 검으로 차노이의 검을 막아갔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직 맞닿아 있는 검으로 상대의 검을 속박해 버린 프로카스는 차노이의 검과 그를 같이 휘둘러 자신의 다리를 향해 다가오는 타킬에게 날려버렸다. 한편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차노이의 덩치에 앞으로 향해 있던 검을 급히 뒤로 돌리고 차오이를 받아 둘러버렸다. 차노이와 타킬의 공격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이 황당한 대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했다.
그러나 프로카스와 대치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냥 멍히 있을 수 없었다. 곧바로 나머지 오인 중 타키난, 라일, 모리라스가 앞으로 달려갔고 뒤이어 칸과 타스케가 뒤를 따랐다.
“5명 이서 공격하는데도 끄덕 없으면 진짜 괴물이다….”
타키난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푸른색의 검기가 발출되었고 그 검기의 뒤로 라일과 모리라스가 각자 오른쪽과 왼쪽으로 검을 쓸어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칸과 타스케가 검기를 날려 프로카스의 머리와 몸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상당히 짜임세 있는 공격이었다.
프로카스는 그 화려한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작이었다. 그 동작의 뒤로 프로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루젼 블레이드….”
그의 말에 이어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세 가닥의 검기와 두 사람의 검 앞으로 프로카스가 들고 있는 검과 같은 것이 하나씩 나타나 모든 공격을 막아 버린 것이었다.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검에 공격을 차단 당해 프로카스의 양옆으로 물러선 두 사람의 황당함이란…
“….. 저거 마법사 아냐?”
“마검사 같은데…….”
“저 녀석 마족아냐?”
결국 마족이라는 극단적일 만한 생각이 나오고서야 말이 멈추었다. 그리고 뒤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도 프로카스의 기술에 할 말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벨레포는 프로카스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상급….. 아니면 그 이상…..”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꽤 실력이 좋은 벨레포는 그가 만들어낸 검들이 순수한 마나의 결집체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은 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류고수 수준이네….. 어느 정도 여력을 남겨두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도로도 일류고수라….. 대단하네…. 거기다가 검강(劍剛)류의 검기를 사용하는데…. 이거 대책을 강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지금 현재 몸 상태로는 조금 곤란한지라 고민에 싸인 이드였다. 저 정도 실력의 인물이라면 벨레포와 그의 밑에 있는 병사들 중의 소드 마스터까지 합세한다 하더라도 시간은 끌 수 있어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젠장, 뭐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이 다 있어…. 씨… 좋다! 끝까지 해보자…. 하아압! 라이트 오브 블레이드..”
타키난은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러자 타키난의 검에 흐르던 푸른색의 빛이 검 주위로 형상을 갖추었다. 푸르게 빛나는 검으로 말이다. 크기 역시 길이도 더 길어졌고 넓이 역시 두 배로 늘어났다.
“저 자식은 왜 저렇게 흥분을 잘하는 거야?”
라일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 역시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타키난과는 다르게 마나를 자신의 다리와 팔에 집중시켰다. 아마 속도 중시형인 듯 하다.
“자~ 이건 어떻게 하실려나… 대지 멸참(大地滅斬, 작가의 영어 실력이 딸린 관계상…^^;;;)”
타키난은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히며 검을 수평으로 프로카스의 허리를 쓸어갔다. 가히 돌기둥이라도 베어버릴 듯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프로카스는 그의 힘에 빠르기로 대응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생각도 않는 듯 타키난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그 모습에 타키난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프로카스의 검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뒤에서 마나를 끌어올리고 있던 라일은 타키난이 물러나자 곧바로 달려들었다. 마나를 다리와 팔에 돌렸기 때문에 라일의 움직임은 가히 전광석화였다.
“보스텔로우스 덴스(난무,亂舞)!!”
라일이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바람에 프로카스의 주위로 엄청난 양의 검영이 펼쳐졌다. 프로카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영에 검을 수직으로 들었다.
“좋은데….. 나에게도 자네와 같은 검식이 있지….. 광혼무(狂魂舞). 조심하는 게 좋아..”
그의 말과 함께 공중에서 라일의 폭포수처럼 내려쳐지는 수많은 검영과 프로카스의 올려쳐지는 수많은 검 봉이 충돌했다. 검들이 부딪히며 주위로 여파가 이는 듯 작은 모래 바람까지 일 정도였다.
잠시 동안 계속되던 검끼리의 난무는 라일의 신음성과 함께 그쳐졌다.
“크윽….. 제길..”
신음성과 함께 뒤로 물러서며 나타난 라일은 한 손으로 검을 든 오른팔을 누르고 있었다.
그런 라일의 팔에는 중상은 아니지만 검 상이 나있는 듯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 아저씨….봐주는 듯한데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드와 함께 관전하고 있던 벨레포가 이드의 말에 동의했다.
“저대로 가다간 힘들 것 같은데……”
그 사이에도 타키난과 모리라스 등의 공격이 이어졌으나 마치 벽에라도 막힌 듯 프로카스에게 먹히는 것은 없었다.
“후~이거 아무래도 나도 나가봐야 할 것 같으이….”
벨레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에 걸린 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때 그런 그를 향해 이드가 말했다.
“잠시만요. 제게 어떤 방법이 있거든요. 잠시만 있어보세요…”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싸울 방법을 찾던 이드는 방금 전에 떠오른 것을 실천해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