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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99화


“지금부터 본인이 하는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에도 거짓이 없을 것이며, 잠시 후 그대들이 직접 확인해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도중에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주길 바란다.”

그렇게 외치고 잠시 말을 멈춘 차레브는 카논의 진영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카논의 진영은 쥐죽은 듯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레브의 신분을 그들의 지휘관들이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휘관들이 차레브의 신분을 확인했다는 것은 방금 전 차레브가 입에 올렸던 카논의 존망이 걸렸다는 말 역시 사실이라는 것이었기에 저절로 귀가 기울여진 것이다.

어느 누가 자신의 조국에 대한 일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그런 말을 하는 차레브가 적 진영에 있으니…

카논의 진영에서는 차레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아나크렌의 진영이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차레브에 대한 일은 샤벤더 백작과 화염의 기사단 단장과 아프르 등의 소수의 중요 인물들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의 앞으로 나선 인물이 당당히 카논의 공작임을 밝혔고 카논에서 인정했으니, 더구나 차레브가 말할 내용이 자신들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는 카논의 존망이 걸린 것이라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우선 첫째로 그대들이 알아야 할 것은 지금 그대들과 대치 중인 아나크렌이 본국의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레브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지만 아까처럼 웅성거리거나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차레브가 아나크렌 측에 서 있는 모습을 볼 때부터 자신들도 모르게 짐작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둘째, 그대들의 진정한 적은 외부의 타국이 아닌 우리들 내부의 적이라는 것이다. 그 내부의 적은 본 제국의 수많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나크렌 제국과 라일론 제국을 기만했다. 셋째, 내부의 적의 중심 인물인 반도 게르만, 궁정 대마법사는 본국의 수많은 기사들을 희생시켰으며, 본 제국의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황제 폐하를 현혹시켜 전쟁을 일으켰다. 물론 이외에도 그가 저지른 일은 많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들이 인식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세 가지 일 것이다.”

이드는 차레브가 그렇게 말을 끝맺는 것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카논 쪽으로 돌렸다.

이드가 고개를 돌렸을 때의 카논 진영은 꽤나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차레브가 아나크렌이 적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던 말이었지만 이어지는 내부의 적, 그것도 카논 제국의 궁정 대마법사인 게르만이 내부의 진정한 적이라는 말은 카논의 진영에 상당한 술렁임을 가져다주었다.

더구나 그 내부의 적이라는 게르만 궁정 대마법사가 제국의 국민들을 기만했을 뿐 아니라 기사들을 희생시키고, 전쟁을 부추겼다니…

그것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지 못한 제국의 기사들을 소드 마스터로 다시 태어나게 한 위대한 마법사라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 그렇게 말한 인물이 카논 제국의 공작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의 병사와 기사들에 해당되는 일일 뿐이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말씀… 너무 심하십니다. 공작 각하… 아무리 각하라 하시지만 아무런 증거조차 없이…”

“그렇습니다. 그분께서는 오랜 연구 끝에 저희와 같이 소드 마스터에 들지 못한 저희들을 소드 마스터로 이끄신 분입니다. 또한 저희들을 소드 마스터로 이끄시어 제국의 승리에 힘쓰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그런데… 그러한 분이 기사들을 희생시키다니요.”

보통의 병사나 기사들과는 달리, 게르만과 관계된 인물, 마법사와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사가 차레브의 말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드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이야기했던 그대로구만… 게르만 밑에 있는 황궁의 마법사들과, 게르만에 의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든 기사들…’

그들은 전날 아프르에게 이번 계획을 듣고 난 후 오가던 중에 예상되었던 이들이었다. 바로 차레브의 말에 제일 먼저 항변할 인물들 1순위로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기사들의 경우에서 보자면 게르만은 자신들이 꿈에도 그리는 경지에 들게 해준 일대 은인인 것이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일이 중원에서 일어난다 해도 지금과 같은 반응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할지도 모른다.

무공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는 무인들에게… 자신들이 바라는 높은 경지를 보여준 인물은 거의 생명의 은인과 같은 비중일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정한 경지에 들었을 때 이야기… 게르만이 사용한 방법과 같은 것일 때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지…’

이드가 그렇게 생각하고 차레브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과 함께 차레브의 조각같이 딱딱한 얼굴의 입 부분이 열렸다.

“훗, 그대들에게는 게르만 놈만이 보이고… 그대들 앞의 나, 제국의 공작위에 있는 나의 명예는 보이지 않는가? 그대들은 내가 이 자리에서 내 명예를 걸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말이다.”

“……”

“….. 그… 그것은…”

차레브의 명예라는 말에 마법사와 기사의 입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리 그들이 게르만을 믿는다 하더라도 차레브가 공작으로서의 명예를 말하고 나온다면 아무런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상대는 왕의 기사 중의 기사인 공작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제국의 제일 기사가 기사도를 내세운다면… 그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물론 그대들이 원하는 증거 역시 가지고 있다. 아니, 이미 그대들이 그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야 바른 말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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