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4권 24화 – 하르마게돈 18 : 무너진 지하실 밖에서 (4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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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말세편 4권 24화 – 하르마게돈 18 : 무너진 지하실 밖에서


무너진 지하실 밖에서

한편, 출구가 무너지자 서로 싸우고 있던 성당 기사단원들과 다른 사람들이 돌연 행동을 멈추었다. 랍비 안나스가 발파 장치 를 작동시킨 후 그것을 던져 버리자 모두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 당신은 어째서!”

윌리엄스 신부가 소리쳤다.

상황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앞에 나가서 싸우고 있 던 성난큰곰은 몸을 훌쩍 날려 윌리엄스 신부 쪽으로 돌아왔다. 이반 교수와 바이올렛, 성당 기사단원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기만 할 뿐, 모두 손을 멈춘 상태였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 던 아하스 페르츠도, 키건도 보이지 않았고, 상황이 이상하게 흘 러간다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그들이 일단 뒤로 물러서자, 가디언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프 란체스코 주교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랍비 가야바와 율리아, 카르나도 랍비 안나스를 에워싸고 용화교의 세 노승도 그쪽으로 가자 네 무리의 많고 적은 사람들이 서로 갈라서게 되었다.

그러자 성당 기사단원들은 더 이상 싸우려 하지 않고 피하려 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자기편의 우두머리가 없어졌으니 승산이 없었다.

그때 안나스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 썩 없어져요. 추적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성당 기사단원들은 분분히 사방으 로 흩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그들을 추격하려 하지 않았다.

프란체스코 주교가 랍비 안나스를 의혹에 가득 찬 눈으로 보며 말했다.

“당신,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요?”

“무엇 말인가요? 성당 기사단원들을 쫓아 보낸 것 말인가요? 지금 시간이 없는데, 그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하겠어요?” 

“그것 말고 말이오! 왜 출구를…………!”

프란체스코 주교가 말끝을 흐리자 안나스가 태연히 되받았다.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당신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해요.”

“무슨 소리를……………!”

아우구스티노 수사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노해서 소리쳤다. 아 우구스티노 수사는 조금 단순하지만 한편으로는 성격이 곧았다. 그는 퇴마사들과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그들이 갇혔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채고 화를 낸 것이다.

안나스가 담담히 말했다.

“아하스 페르츠가 튀어나오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죠. 고반 다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들을 가둬 우리가 도망칠 수 있게 되 었는데, 당신들은 나에게 감사하지 않나요?”

그 말을 듣고 윌리엄스 신부가 노해서 소리쳤다.

“안에 우리 편이 있단 말이오!”

“할 수 없지요. 그들이 시간을 끌어 주지 않으면, 우리도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니까요.”

너무도 태연하게 말하는 안나스를 보며 윌리엄스 신부는 화가 치밀어 몸을 부르르 떨며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프란체스코 주교가 급히 사태를 수습하 려는 듯 말했다.

“당신은 아까 예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당신, 그래 서 그들을 아하스 페르츠와 같이 가둔 거요? 그 세 사람이면 아 하스 페르츠를 물리칠 수 있기 때문에.”

프란체스코 주교의 말에 안나스가 깔깔 웃었다.

“내가 죄를 지었군요. 그런 소리를 했던가요? 저런 아하스 페 르츠 같은 자가 앞에 있어 내 정신이 조금 오락가락했던 모양이 군요.”

“그렇다면 그 말이 거짓이었단 말이오?”

이번에는 이반 교수가 노해서 언성을 높였다.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안나스가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아하스 페르츠는 거리낌 없이 달 려들었을 테고, 그러면 우리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었겠지요. 성 당 기사단이 출구를 막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프란체스코 주교가 좋지 않은 안색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고반다를 기절시켰소? 당신 말 한마디로고 반다는 기절했는데…………. 당신은 그의 비밀을 안다고 했잖소?”

“나는 물론 그의 비밀도 알지요. 그래서 그가 분노해서 기절한거랍니다.”

“그의 비밀은 뭐요?”

“누구도 그를 해칠 수 없지만, 반대로 그 역시 아무도 해칠 수 없거든요. 그러니 그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지요. 고반 다와 아하스 페르츠, 그리고 네 명의 한국인들 모두가 강적이었 는데, 한순간에 저만치 가 버리고 말았어요. 행운이죠. 정말 행 운이에요. 아, 내가 말이 많은 덕에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게 되 니 말이 더 많아지는군요.”

“그들을 한데 가두다니, 당신은 정말 악랄한…………!

윌리엄스 신부가 분통을 터뜨렸으나 안나스는 태연했다.

“그 방법 말고는 아하스 페르츠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아마 지금쯤 모두가 한데 엉켜 죽자 살자 싸울 테죠. 우리는 그사이 훌훌 벗어나 버리면 그만이고요.”

프란체스코 주교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지만 뭐라 말을 하지 는 않았다. 오히려 곁에 있던 아우구스티노 수사가 화를 내며 소 리쳤다.

“그건 너무도 지독하오! 제아무리 아하스 페르츠가 무섭다지 만,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그를 죽이지는 못해도 막아 내어 피할 수는 있소! 그런데 왜 무고한 사람들까지 함께 희생시킨다는 거요?”

그 말에 안나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파문당한 쓰레기 같은 신부와 악마와 한편인 청년, 거기다가 여자까지 거리낌 없이 죽이려는 아이놈 따위에게 이 정도 무덤 이면 족하죠.”

안나스의 말에 이단 심판소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사 실 이단 심판소 사람들은 퇴마사들을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 그 들 입장에서 박 신부는 파문당한 배교자였고, 아우구스티노 수 사의 눈을 통해 현암은 악마와 소통하는 자로 낙인찍힌 지 오래 였으며, 후는 베드로 수사를 해친 용의자인데다 아녜스 수녀 를 거침없이 죽이려 한 장본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노 수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저 안에는 아직도 아이들과 여자들도 있소! 그들까지 생매장해 버리다니…………!”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답니다. 어차피 그들은 그 쓰레 기신부 편이잖아요? 당신들이 왜 그들을 아쉬워하는 거죠?”

안나스가 집요하게 묻자 아우구스티노 수사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윌리엄스 신부와 이반 교수, 바이올렛 등은 모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오직 성난큰곰만이 겉으로 내색하 지 않고 있었다.

안나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더욱더 기막힌 소리를 했다.

“당신들, 어서 타보트를 내려놓아요. 그건 당신들이 어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 모두는 기가 막혀 저마다 분통을 터뜨렸다. 이단심판소 사람들마저도 안나스에게 아무래도 지나치지 않느 냐는 말을 했다.

그러나 안나스는 모두의 입막음을 하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당신들은 타보트가 필요하지 않나요? 그걸 저들의 손에 놓아 둘 건가요? 저들은 우리에게 원수를 갚으려 할 텐데?” 

“우리는 그들에게 죄를 짓지 않았소.”

프란체스코 주교의 말에 안나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아니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타보트를 원하고, 그것을 얻으려면 저들에게 죄를 짓게 될 텐데요? 저들이 그걸 과연 순순 히 내리라고 보나요?”

그 말에 이단심판소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들은 퇴마사 일행을 절대로 같은 편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하스 페르츠라는 무서운 강적이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 지만, 그들 또한 타보트를 얻고 싶었던 것이다.

루카 수사가 귓속말로 다른 가디언들에게 속삭였다.

“안나스는 확실히 지나치지만, 어차피 그들은 강적이오. 이렇 게 된 것이 잘된지도 모르오.”

“하지만 안나스도 믿을 수 없어요.”

시므온 수사가 말하자 루카 수사가 다시 말했다.

“아무리 그래 봤자 안나스 일당은 셋뿐이오. 우리는 그들을 어 쩔 수 있어도, 만에 하나 동양인들 그룹이 뛰쳐나온다면 당해 낼 수 없을 거요. 그러니 지금은 안나스의 편을 들어야 합니다. 서 둘러 타보트를 얻고 안나스를 따돌리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최선 입니다.”

곁에서 그 말을 듣던 프란체스코 주교가 침울한 안색으로 고 개를 끄덕여 보였다. 다른 가디언들도 그 말에 따랐다.

가브리엘 수사는 이반 교수를 흘깃 쳐다보았다. 지난날 잠깐 그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네스 수녀는 잠시 박 신부를 떠올렸고, 아우구스티노 수사는 이상하게도 미워할 수 없는 현암을 잠시 생각했다.

그들의 마음을 눈치챈 듯, 프란체스코 주교가 입을 열었다. “사사로운 생각은 이제 접어 두십시다. 지금 우리는 주님의 무기요, 방패입니다.”

그 말에 모두는 각각의 생각을 떨쳐 내고 마음을 다잡았다.

프란체스코 주교가 안나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타보트를 우리에게 넘겨줄 수 있소, 랍비 안나스?”

고개를 끄덕이며 안나스가 대꾸했다.

“그들이 순순히 내놓는다면요.”

“당신은 욕심내지 않겠다는 뜻이오?”

그 말에 안나스가 씩 웃었다.

“욕심나긴 하지만, 내가 그것을 얻기에는 힘이 부족한 듯하군 요. 내 부하들도 모두 쓰러졌고.”

“그렇다면 타보트는 우리가 갖겠소. 방해하지 마시오.”

“방해라뇨? 당신들이 그걸 갖는 게 저들 손에 있는 것보다 낫 지요. 조약은 아직 유효합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은 타보트 를 잠시 보는 것뿐입니다.”

그 말을 듣자 프란체스코 주교는 조금 망설이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성난큰곰을 향해 말했다.

“타보트를 이리 주시오. 그것은 우리의 성물이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윌리엄스 신부가 나섰다.

“진정 당신들이 성직자요? 힘을 써서 그것을 강탈하겠다는 거요?”

“강탈이 아니오. 그건 우리 종교의 성물이지, 당신들이 사사로 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오.”

윌리엄스 신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반 교수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걸 얻으려 한 건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기 위해서 였어요. 저들이 이걸 가져간다면 아하스 페르츠를 반드시 상대 하게 되겠지요?”

이반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여기서 굳이 이단 심판소 사람들과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저 안나스라는 자는 용서할 수 없지만 말이오.”

“할 수 없군요…………. 그걸 내줍시다.”

그때 성난큰곰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성난큰곰을 쳐다보며 바이올렛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왜죠? 그건 어차피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기 위해 얻으려 한 거고, 우리 역시 그걸 사용하지 못했잖아요. 더구나 지금 상 황에서…….”

성난큰곰은 묵묵히 고개를 저으며 세 사람의 마음속으로 의사 를 전해 왔다.

여기에는 더 큰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려고 이단심판소나 검은 편지 결사가 모두 몰려왔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엔 뭔가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더구나 안나스는 타보트를 보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방금 안나스의 말에 비추어 보면 확실히 타보트에 엄청난 비 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윌리엄스 신부나 이반 교수 등은 심히 비관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하실이 무너졌지만, 친구들은 아직 죽지 않았을 거요. 우리는 어떻게든 그들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 판에 이길 확률도 거의 없는 싸움을 여기서 벌일 수 없소.”

그 말에 성난큰곰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길 확률이 없다고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자는 건가?

돌연 이반 교수는 성난큰곰과 이야기하다 말고 앞으로 나서면 서 프란체스코 주교에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이 타보트를 얻으려 한 것은 아하스 페르츠를 상 대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당신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걸 얻 으려 하는 거요? 내가 보기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프란체스코 주교가 한숨을 쉬며 되물었다.

“그 물건이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의 하나라는 것을 당 신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그렇다면 당신들이 이것을 지금 빼앗으려는 이유가 뭐요? 어 차피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고 난 후의 타보트는 우리에게 쓸 모가 없는 물건이오. 당신들에게 돌려줄 수 있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내주시오.”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군그래?”

그때 안나스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이유가 있지요.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지요.”

다급한 목소리로 프란체스코 주교가 외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안나스?”

윌리엄스 신부는 프란체스코 주교의 말을 무시하듯 안나스를 쳐다보며 재촉했다.

“그 이유가 뭐요? 솔직히 말해 보십시오. 그 이유가 정당하다 면 싸우지 않고 그냥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정말인가요?”

안나스가 빙글거리며 웃으며 묻자 윌리엄스 신부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뜸 프란체스코 주교가 화를 내며 외쳤다.

“말도 안 되오! 당신, 조용히 하시오!”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안나스가 프란체스코 주교에게 물었다.

“당신,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당신은 마치 알고 있는 것 같군요? 당신, 타보트를 본 적이 있나요?”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왜 그러는 거죠? 나도 타보트에 적힌 내용은 모릅니 다만, 그 내용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프란체스코 주교가 거칠게 외쳤다.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겠지!”

프란체스코의 말에 안나스는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지배하다니요? 그건 그렇죠. 타보트에 새겨진 것은 십계명 이니까요. 십계명은 세상을 지배해야만 하는 원칙이 아닌가요? 하지만 나는 지금 타보트의 뒷면에 새겨진 글자들을 말하는 거 예요.”

안나스가 빙빙 말을 돌리자 프란체스코 주교는 몹시 화를 내는 것 같았으나 대꾸할 말을 금방 찾지 못했다. 이단 심판소 사람들 이나 윌리엄스 신부 일행들은 안나스가 타보트에 숨겨진, 알려지 지 않은 비밀을 미끼로 양자 사이에 싸움을 붙이려는 의도를 눈 치챌 수 있었지만, 양쪽 모두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윌리엄스 신부 일행은 그 내용이 너무도 궁금했고, 프란체스 코 주교는 숨겨 둔 비밀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했다.

안나스는 교묘한 수작이 먹혀들어 가자 전혀 주저하지 않고 이반 교수를 향해 말했다.

“타보트의 유래를 생각해 보세요. 그걸 누가 만들게 했는지 말이죠.”

“그건 물론……..”

이반 교수는 무심코 모세라고 말하려 했으나 더 이상 말을 이 을 수가 없었다. 프란체스코 주교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기 때문 이다.

“안나스!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시오? 당신은 세 상을 종말로 몰아넣고야 말 생각이오?”

그 말에 안나스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의 느물거리던 표정은 갑자기 심각해졌다.

“당신・・・・・・ 당신 정말 알고 있었군! 당신이 어떻게 알지?”

프란체스코 주교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당신도 알고 있었군…….”

두 사람은 몹시 놀란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길이 부딪혀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프란체스코 주 교가 먼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안나스! 한마디라도 더 떠든다면 우리의 협약은 이것으로 끝이오!”

그러자 안나스는 열에 들뜬 듯, 지지 않고 맞섰다.

“우리는 세상을 지배할 것이지만, 세상을 망하게 할 생각은 없소! 당신이야말로 세상의 종말을 바라는 것 아닌가? 이제 보 니 ・・・・・・ 당신이야말로……………!”

순간 프란체스코 주교가 아녜스 수녀를 위시한 가디언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어서 저것을 되찾으시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한명도 살려 두어선 안 되오!”

바야흐로 하르마게돈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5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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