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2권 18화 – 아라크노이드 3 : 거미의 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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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2권 18화 – 아라크노이드 3 : 거미의 증식


거미의 증식

정혜영이라는 유학생은 연희와 함께 먹을 것을 잔뜩 사 가지 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 혜영은 약간 기분 나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초대했지만 꼬마가 자신의 컴퓨터를 가지고 장난하다가 엉망을 만든 것까지 반가울 순 없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신종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하자 호기심이 생겼는지 박 신부 일행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혜영은 컴퓨터를 만져 보더니 이상한 증상에 대해 굉장한 호 기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역시 혜영도 프로그래머로서의 ‘끼’라 고나 할까. 그런 것이 있는 듯했다. 혜영은 곧 바이러스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을 잊은 듯 한동안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며 땀을 흘 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지독하네요! 어떤 사람이 이런 걸 만들었을까?”

승희가 물었다.

“왜요?”

“도대체 복구가 안 되는군요. 부트 섹터, FAT, 루트 디렉토리 가다 날아갔어요! 어디서 이런 게 묻어 왔죠?”

“준후야!”

승희가 부르자 준후는 벌레 씹은 얼굴이 되어 쭈뼛거리며 들 어왔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박 신부와 현암은 잠자코 뒷전에 물러서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예, 누나!”

“도대체 아까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된 거야!”

“글쎄요…………. 난 통신 프로그램 같은 게 보여서 거기에 있는 전화번호를 몇 번 쳐 본 것밖에 없어요. 통신 접속한 것밖에 없는데………….”

승희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혜영에게 물었다.

“접속만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할 수 있나요?”

“아뇨. 그건 어렵겠죠. 일부러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모르지만, BBS 운영 체제를 그렇게 만든다는 건 좀………….”

“그러면 파일을 다운받거나 해야 바이러스가 묻어 올 수 있다는 말이군요.”

“아마 그럴 거예요.’

“준후야, 너 혹시 파일을 다운로드한 적이 있니?”

“아뇨. 접속하자마자 이렇게 되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이상하군요. 원래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있었 다는 말인가? 바이러스 검색 프로그램에도 걸린 것 같지 않던데.” 혜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노트 북에 있는 바이러스 체크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았다.

“이 노트북에 있는 프로그램도 저 데스크톱에 있던 것과 마찬 가지예요. 그런데 별로 이상한 점은 없는데, 이상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렇게 된 것일까?”

혜영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준후에게 물었다.

“준후 맞지? 그래, 준후야, 프로그램 접속을 몇 번이나 해 봤지?”

준후가 머리를 살짝 긁었다.

“네다섯 번 정도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잔뜩 나와서 다른 데 걸어 보고 또 걸어 보고 여러 번 했어요. 혹시 한글은 안 나오나 해서요. 헤헤……”

“아, 그랬군. 그런데 거기에 있는 전화번호는 다 정상적인 번 호들인데 어쩌다가 바이러스가 묻었지?”

“글쎄요……. 아, 맞아요. 중간에 전화번호를 손으로 친 적이 있는데 잘못 쳤는지 이상한 비비에 접속된 적이 있었어요.” “전화번호를 기억해?”

“글쎄요,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끝자리를 하나 잘못 쳤을 거 예요. 아, 맞아요. 이걸 보고 치다가 틀렸어요.”

준후는 리스트에 있는 전화번호 중 하나를 가리켰고 혜영은 끝자리를 0부터 하나하나 접속을 시도해 보았다. 처음엔 가정집 이 나오거나 부재 신호 따위만 나오다가 여섯 번째 순서가 되었 을 때 BBS에 접속이 되었다. 준후가 말했다.

“그래요. 아! 여기에요.”

화면에 떠오른 로고에는 이상한 안시(ANSI) 문자를 쓴 그림 들과 정신병자의 비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장난기의 메시지가 씌어 있었다.

“이거 원 참 사이코들의 BBS?”

혜영이 엔터키를 쳤다. 그러자 화면은 갑자기 먹통이 되었고 한참이나 하드 디스크가 빙빙 돌아가는 것 같더니 간신히 초기 화면이 떴다.

“이게 뭐지? 이상한데…………….”

혜영은 초기 화면에서 몇 군데 가입 신청 메뉴를 돌아다녔으나 하드 디스크의 입출력이 잦아졌으며 무엇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 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후가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맞아요. 아까도 이랬던 것 같아요. 아까는 노드가 안 좋아서 이렇게 된 줄 알았었는데…… 그런데………….”

혜영이 엔터키를 누르자 화면에 거미 그림이 나타났다.

“앗! 이게 뭐야?”

혜영이 소리를 치자 승희가 재빨리 노트북을 껐다. 거미가 액 정 화면에서 뛰쳐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전원 을 끌 때 역시 몇 가닥의 목소리가 승희의 마음속에 들려왔다. 비록 곧 놈은 죽겠지만…… .

승희는 긴장된 얼굴로 준후를 돌아보았고 준후도 고개를 끄 덕였다. 준후 또한 세크메트의 눈을 손에 들고 있어서 그 의미를 알아들은 것이었다. 승희는 재빨리 투시를 해서 방금 눈앞을 스 쳐간 다른 영상을 보았다.

“눈과 입술, 그 두 개 가지고는 얼굴 전체를 투시하기는 어려 운데 좀 더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투시요? 그게 뭐예요?”

“음……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요. 좌우간 이 번호로 주소를 알아낼 수 없을까요?”

혜영이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듯하더니 승희에게 말했다.

“이것은 일반 가정집 전화번호예요. 이 BBS는 틀림없는 사 비비라 할 수 있겠지요. 금방 주소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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