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3권 1화 – 왈라키아의 밤 1 : 드라큘라 성
드라큘라 성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 지방, 그중에서도 갈슈 산은 카르 파티아 산맥이 알제시 강에 면하는 지점이다. 그 갈슈산 일대의 황량한 고지 위를 걷는 두 사람이 있었다. 윌리엄스 신부와 이반 교수였다. 그들은 신중하게 좌우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 겼다. 마음이 급해 황급히 온 길이었지만 걸음을 서두른다고 해 결될 일은 아니었다. 해는 이미 산 너머로 져 버려서 저녁노을만 이 아스라이 남아 주변을 희미하게 비춰 주었다. 붉은 커튼이 치 워지고 푸른 커튼이 드리워지는 듯,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밤 을 예고하는 옅은 남색으로 물들어 갔다. 황량한 바람이 고지를 휩쓸었다. 띄엄띄엄 인가가 보이는 고지의 풍경은 쓸쓸하기 이를데 없었다.
말없이 걸어가던 윌리엄스 신부가 앞쪽의 이반 교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정말 흡혈귀의 짓이라고 단정하십니까? 요즘 일어난 사건들 모두?”
윌리엄스 신부 앞에 가던 남자는 반백의 머리에 깡마른 체구 와 커다란 키, 그리고 회색이다 못해 푸른빛마저 감도는 창백한 얼굴을 한 초로의 남자였다. 이마에는 깊은 주름살이 도랑처럼 새겨져 있었고 양쪽 볼이 움푹 꺼져 있었다. 영화에서 나옴 직한 흡혈귀 같은 인상의 남자에게 윌리엄스 신부가 흡혈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는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웃음을 터뜨 릴 만한 광경이었다.
이반 교수라 불린 남자는 윌리엄스 신부의 말에 대답 대신 고 개만 끄덕거렸다. 그리고 불안한지 어깨에 걸머진 헝겊 가방에 손을 넣어 습관적으로 뭔가를 확인했다. 윌리엄스 신부는 걸음 을 옮기면서 다시 말했다.
“물론 교수님이 흡혈귀학의 전문가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만이 먼 루마니아까지 그들의 자취를 추적해 온다는 것은 용이 한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고생스럽지 않았소.”
이반 교수는 냉랭하고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흡혈귀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오. 루마니아는 애당초 흡혈귀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한 곳이오. 물론 터무니없는 전설이라고 일소에 부칠 수도 있지 만, 그러한 전설이 민간에까지 확산되어 있다는 것은 그냥 넘겨 서는 안 되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요 근래에 일어났던 이십여 명의 변사 사 건은・・・・・・ 믿는 사람은 극히 적겠지만 흡혈귀와 연관성을 가지 고 본다면 상당히 그럴듯한 가설이 세워지거든.”
이반 교수의 말에 윌리엄스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에 난 두 개의 이빨 자국. 그리고 전신의 피가 모두 없어져 서 하얀 대리석처럼 변한 시체를 보았을 때 윌리엄스 신부도 치 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검시를 한다는 명목하에 암암리 그들의 시체가 흡혈귀로 변하지 않도록 마늘과 십자가를 이용해서 모 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도 이반 교수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일은 공개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윌리엄스 신부가 좋지 않은 기억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흔들 다가 다시 이반 교수에게 말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의 근거지가 드라큘라 성일까요?”
“물론 드라큘라 이야기 자체는 소설에 불과하오. 그러나 브람 스토커도 그냥 창작을 한 것만은 아니오. 이 동구 발칸 지방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흡혈귀의 전설이 있었소. 당시 부다페스트 대학의 교수 알미니우스가 전문가였는데, 스토커도 그로부터 흡 혈귀 신앙에 대한 자료를 받아서 이용해 소설을 썼지. 허나 허구로만 치부할 순 없소.”
“보통 사람은 그런 가정조차 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근래 여러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지도상에 표시해 보면, 그들의 근거 지는 이 근방으로 모아지더군요.”
“맞소. 솔직히 나도 단정 지을 수는 없소. 허나 흡혈귀가 정 말 나온다면, 이 근방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 또는 흡혈귀가 있 을 만한 곳은 드라큘라 성뿐이오.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최근에 는 이상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 사람들의 접근을 금하고 있소. 더군다나 저 드라큘라 성의 내부에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이상한 방이나 기타 고문 시설이 있다고도 하고.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거요.”
이반 교수는 말을 끊었다가 잠시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잘 아시리라 믿지만 전설로만 치부하지 않는다면 흡혈귀란 것은 전염병이 번진 환자들 무리와 흡사하오. 드러난 놈들만을 잡는 것은 별 효과가 없소.”
“흡혈귀가 정말 번식한다면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에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자들도 있는데요.”
“그 가정은 흡혈귀가 아무 지능이 없는 멍청이일 때만 유효하 오. 흡혈귀는 그렇지 않소. 무분별한 확산을 가장 꺼리는 자가 바로 흡혈귀 자신일 거요. 더구나 흡혈귀는 피를 빨지만, 그건 양분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오.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고, 효과도 성분도 없는 뭔가를 얻는 거요. 그런 것을 인간과 비슷하다는 전제로 영양소처럼 판단하는 게 그 논리의 우요.”
“그럼 흡혈귀가 피를 통해 얻는 것은 뭐죠?”
“글쎄. 흡혈귀에게 있어 피는 일종의 단순한 저주고, 금제요. 아무것도 없어도 존재하고 활동 가능한데 피가 없으면 죽는다. 이건 그들의 한계 제약이오. 그것을 잘 알기에 가공할 힘을 가 졌음에도 흡혈귀는 절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원치 않지. 아주 깊숙이 숨어서 그들의 짓을 드러나지 않게 은폐하오. 전에 흡혈귀에 대해 말하는 자들을 비웃고 우스갯거리로 만들던 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자가 흡혈귀였던 적도 있소.”
“흠. 그러나 그 논리대로라면 흡혈귀가 이렇게 드러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의아하지 않습니까?”
“그건 이유가 있겠지요. 어찌 되었든 드러난 이상 근원이 되 는 흡혈귀를 잡아야 하오.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흡혈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놈을 잡지 않는다면 다른 시시한 놈들을 잡는 것은 별 의미가 없소. 논리적인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내 감성과 두 뇌와 감각은 전부 그놈이 존재하고, 그것도 안전한 곳, 드라큘라 성 쪽에 있을 거라 외쳐 대고 있소이다.”
윌리엄스 신부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 고 보니 눈앞에 피어나기 시작한 안개처럼 두려움이 희미하게 짙어져 갔다.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와도 모자랄 판에 두 사람만 나선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반 교수는 떠들썩한 것을 싫 어하는 사람이었다. 윌리엄스 신부뿐이기에 동행이 가능했을지도 몰랐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이반 교수는 해가 완전히 저문 깜 깜한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해가 졌으니까 꺼림칙하시다면 오늘은 저 앞까지만 조사합 시다. 흡혈귀의 자취가 있는지 살핀 다음, 돌아가기로 하겠소. 나머지는 내일 밝은 낮에 와서 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윌리엄스 신부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고 개를 끄덕이는 윌리엄스 신부의 코로 이상한 냄새가 밀려들었다.
“잠깐만요. 이게 무슨 냄새지요?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한데.”
이반 교수는 윌리엄스 신부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코를 씰룩거리다가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이반 교수가 안 그래도 퀭 한 눈을 무섭게 뜨는 것을 보고 윌리엄스 신부는 더욱 놀랐다.
“조심하십시오. 이건 분명 !”
이반 교수가 말하기도 전에 주변 갈대밭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휙휙 나타났다 사라지며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윌리엄스 신부는 외침과 동시에 허리춤에 찬 작은 십자가를 꺼냈다. 윌리엄스 신부의 손에서 푸른색 오라가 뻗어 나왔다. 이 반 교수도 재빨리 윌리엄스 신부와 등을 마주 대고 대적할 자세를 취하면서 어깨에 진 배낭 안에 들어 있는 것을 꺼냈다. 이반교수가 꺼내 든 것은 번쩍거리는 큼지막한 십자가 하나와 작은 병 여러 개였다. 성수를 담아 쓰기 좋도록 여러 개 포장해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야릇한 냄새가 주변을 메워 가고 있었다. 윌리엄스 신부와 이 반 교수는 등을 마주 댄 채 약속이라도 한 듯 번갈아 가며 좌우사 방을 살폈으나, 언뜻 보았다고 느꼈던 이상한 물체는 시야에 들 어오지 않았다. 이곳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갈대나 잡초들이 무성해서 누군가 바짝 엎드리고 있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숨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둘은 주변을 살피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흡혈귀 냄새인가요?”
“틀림없소. 조심하시오. 내 짐작이 맞았나보군.”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요?”
“글쎄올시다.”
두 사람은 식은땀을 흘리며 사방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풀숲 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며 풀들이 눕는 기척이 들렸다. 이반 교수 가 재빨리 성수병 하나를 집어 던졌지만 쨍하고 깨지는 소리 외 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방에서 부스럭부 스럭하는 소리가 나며 뭔가가 접근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수가 많습니다. 무슨 방법을 생각해야겠어요!”
당황한 윌리엄스 신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반 교수도 사방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너무 많이 들리자 긴장한 듯 약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 자세로 서서히 잡초 지대를 빠져나갑시다. 눈에 보여야 싸 우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오.”
두 사람은 등을 붙인 채 돌면서 온 길을 되짚어서 잡초 지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방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크 게 들려왔고 흡혈귀 특유의 냄새인 곰팡이 썩은 내도 더 짙어졌 다. 초조한 듯 걸음을 옮기던 중 윌리엄스 신부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흡혈귀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반 교수는 손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나도 이런 경우는…….”
이반 교수가 말을 이으려는데 풀숲에서 시커먼 것이 휙 하고 이반 교수에게로 뛰어올랐다.
헉하며 놀란 이반 교수가 손에 들고 있는 십자가를 앞으로 쭉 내뻗었다. 무심코 내민 십자가가 검은 물체와 정통으로 부딪혔 다. 날아오는 물체는 십자가에 부딪히자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 서 허공에서 발버둥 치고는 아래로 떨어졌다. 이반 교수의 소매가 찢어지고 팔뚝에서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윌리엄스 신부가 외쳤다.
“늑대!”
이반 교수가 검은 형체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면서 힐끗 쳐다 보았다. 틀림없는 늑대였다. 그러나 보통 늑대가 아니었다. 몸의 반쯤이 썩었고 이빨은 보통 늑대보다 세 배 이상 길게 빼드러져 나왔다. 더욱이 이반 교수의 십자가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는데 도 늑대의 목 부분에 시커멓게 탄 십자가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 져 있었다.
“흡혈 늑대요! 사람만 흡혈귀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반 교수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방 풀숲에서 와삭와삭 하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그림자들이 휙휙거리며 뛰어들었다. 윌리엄스 신부와 이반 교수는 여태까지의 경계 태세마저도 모두 잊고, 미친 듯 뒷걸음치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한두 마리도 아니 고 저렇게 많은 늑대, 그것도 보통 늑대가 아닌 흡혈 늑대를 상 대로 싸우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 뒷걸 음질하던 이반 교수가 가방에서 자동 연발 권총을 꺼냈다. 그리 고 몸을 돌리자마자 자신에게 덮쳐들던 늑대 한 마리를 쏘았다. 총소리가 울리면서 늑대는 뒤로 털썩 나자빠졌으나 명중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쓰러진 늑대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 뒤에는 여러 마리의 늑대들이 이젠 무릎에도 차지 않 은 잡초 사이로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고 달려들었다.
이반 교수가 총을 쏘는 동안, 윌리엄스 신부는 뒤돌아서 도망가다가 멈춰 섰다. 그곳에는 하나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분명히 늑대가 아닌 사람의 모습이었다. 얼굴은 납빛처럼 창백하고 두 눈이 붉게 타오르는 키가 큰 남자 그 남자의 입가에는 두 개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삐져나와 있었고, 손에는 억센 채찍이 쥐어 져 있었다. 옷차림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었으나, 흙이 많이 묻어 있었고 몹시 낡고 오래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얼굴은 이상 하게 일그러져 마치 백치 같았다. 윌리엄스 신부는 저것이 바로 흡혈귀일 거라고 생각했다.
놈이 늑대들을 조종하는 것이 분명했다. 윌리엄스 신부가 증 오 어린 눈빛으로 십자가를 꺼내 들자 흡혈귀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채찍을 허공에 뿌려 댔다. 기도를 읊고 있는 윌리엄스 신부에게 이반 교수가 총을 쏘아 대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어서 피하시오! 그놈까지 상대할 시간이 없어요!”
이반 교수의 말을 듣고 몸을 빼려는데 윌리엄스 신부의 발에 흡혈귀가 휘두른 채찍이 감겼다. 넘어진 윌리엄스 신부의 눈에 자신의 몸 위로 흡혈귀가 상체를 굽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반 교수는 당혹한 나머지 흡혈귀를 향해 남은 총탄을 쏘아댔지만 대부분 빗나가 버렸다.
늑대들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윌리엄스 신부가 무슨 수를 썼는지 위에 올라타서 윌리엄스 신부의 목을 조르던 흡혈귀가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윌리엄스 신부가 헐떡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빠져나오려는데, 늑대 한 마리가 신부의 바짓가랑이 한쪽을 물고 늘어졌다. 윌리엄스 신부가 오라가 깃든 손으로 늑 대의 머리를 내려치자 늑대는 캥 소리를 내며 쓰러져 버렸다. 일 단 한숨을 돌리고 나니 이번에는 다른 늑대 세 마리가 윌리엄스 신부의 옷자락을 물고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이반 교수는 늑대 들을 겨냥했지만 총알이 떨어져 철컥철컥 금속 소리만 날 뿐이 었다. 윌리엄스 신부가 이반 교수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반 교수님, 어서 가세요. 내 걱정은 말구요.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오세요! 돌아오셔서…………. 한국으로! 한국의 그들에게 연락을…….”
윌리엄스 신부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또 다른 늑대가 이반 교 수에게 덮쳐들었다. 이반 교수가 십자가로 양미간을 힘껏 찌르 자 늑대는 길게 끄는 울음소리와 함께 이반 교수의 앞가슴을 발 톱으로 움켜쥐면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반 교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윌리엄스 신부를 놔둔 채 초원 지대를 벗어나 기 위해 줄달음쳤다. 숨이 턱에 닿을 듯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돌 볼 때가 아니었다. 뒤에서 늑대 몇 마리가 따라오는 듯했으나 휘 파람 비슷한 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이반 교수를 쫓지 않았다. 이반 교수는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숨을 돌렸다. 너무도 숨이 차 고 멍해서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흡혈귀를 추적하던 자신이 도리어 흡혈귀에게 이렇게 쫓긴 적은 처음이었다. 한동안 호흡을 고르던 중 윌리엄스 신부가 떠올랐다. 이반 교수는 벌떡 일어나 지금 자기가 달려온 초원 지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초원에는 더 이상 흡혈귀도 늑대들의 자취도 남지 않았다. 다만 드라큘라 성만이 을씨년스러운 자태를 밤하늘에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