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3권 22화 – 그들은 모두를 미워하라 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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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3권 22화 – 그들은 모두를 미워하라 했다 8


그들은 모두를 미워하라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현암은 눈을 떴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무얼 하고 있었는지도 잠시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왼손에 있는 월향검이 우는 것을 느끼고 현암은 정신을 차렸다. 

‘아, 그래. 그랬지…….’

현암은 자신의 앞에 떨어져 있는 길쭉한 것을 보았다. 번쩍거 리던 은색의 빛을 잃고 시커멓게 되어 버린 히루바바의 창. 현암은 고개를 들어서 히루바바를 쳐다보았다. 더 이상 고통은 느껴 지지 않았다. 도곤족의 고통의 음파도 들리지 않았다. 도곤족이 슬프고 지친 듯한 걸음걸이로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탱크가 공격하든지 말든지 상관을 하지 않는 듯, 그들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하염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개중에는 울고 있는 자도 보였다.

‘이겼구나. 그들은 약속을 지켰군. 모든 걸 포기하고 물러가고 있어.”

몸은 아직도 잘 움직여지지 않았고 숨이 몹시 찼다. 현암은 왼 손에 쥐고 있던 월향검을 오른손으로 옮겨 들어 가볍게 왼쪽 손 목의 검집에 꽂았다. 그리고 앞쪽을 쳐다보았다.

히루바바는 피와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으나 중상을 입은 사람 같지 않게 몸을 일으켜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히루바바가 곧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현암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세크메트의 눈 하나를 히루바바에게 쥐어 주었다.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도곤족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었고, 현암의 다 른 일행들도 멀리 떨어져 탱크 위에서 이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승희를 통해서 정황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오히려 이럴 때 끼어들지 않고 현암을 믿고 침묵을 지켜 주는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현암은 숨을 가다듬고는 다른 하나의 세 크메트의 눈을 통해서 히루바바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히루바바 당신은 졌다. 당신이 결과에 승복하는 것 같아 나도 후련하다.

히루바바는 과연 도곤족의 대주술사답게 세크메트의 눈이 무 엇인지 한눈에 알아차렸다. 히루바바가 태연한 듯. 그러나 힘겨 운 듯 고개를 끄덕해 보였고, 곧이어 히루바바의 생각이 현암의 마음속으로 전달되었다.

너는 고통에 지지 않았다. 너는 고통을 이겨 낼 줄 알았고, 그러니 네가 이길 수밖에….

당신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히루바바가 움찔했다.

나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를 미워하라 했다. 모두를 미워하라고…………….

누가? 블랙서클이?

히루바바는 고개를 끄덕했다. 현암은 슬픈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도 미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당신을 이긴 것은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서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결국은 내가 졌을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모두를, 백인뿐 아니라 모두를 미워했다.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현암은 안타까웠다.

당신은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사람인 듯한데 어쩌다 블랙서클 같은 곳에 몸을 맡기게 되었지? 당신도 다른 자들처럼 힘이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였나?

내 민족의 고통을 없애 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나는 힘을 필요로 한 것이지, 고통을 이용하여 나의 힘을 증가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 는 고통의 힘을 이용했지만 그건 나 하나로 족했다.

무슨 말이지? 민족을 위해서라고? 당신은 민족을 전쟁으로 몰고 가려고 하지 않았나?

히루바바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눈을 감은 채 생각 을 전달해 왔는데 무척 나직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한 번의 싸움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우리를 지배하고, 평화롭게 살 고 있던 부족을 국가라는 개념으로 억압하고, 군대를 만들어 우리를 억 눌렀다. 그들의 얼굴은 나와 같이 검지만 속은 백인과 마찬가지였다. 증 오스러운 백인들….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러기 위해서 힘이 필요했다. 내가 블랙서클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런 목적에서였다. 당신은 왜 백인을 그토록 증오하는가?

백인 자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백인이 한 짓, 백인이 만들어 낸 것들을 미워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민족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백인들이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하는 번쩍거리는 장난감 같은 것으로 우리를 유혹했고 곧이어 편리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우리를 현혹했다. 조금 뒤에는 종교를, 그리고 술을, 군대와 무기를, 법률과 문명이란 것을 가지고 왔지. 그러나 그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그러나 당신들의 생활은 그것 때문에 편리해지지 않았는가?

하하하.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른 법이다. 백 인에게는 그것들이 정말로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 다. 도대체 어떤 면에서 백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비행 기나 땅을 달리는 자동차를 말하는 것인가? 인간이 왜 하늘을 날아야 하고 땅을 빠른 속력으로 달려야 하지? 걸어도 목적지에는 도달할 수가 있다. 오히려 걸어가는 것이 빠를지 모르지. 자동차라는 것을 사거나 만 들기 위해서는 걸어서 다니는 것보다 수십 배나 큰 노력을 들이고, 수백 배나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이곳에서 저곳까지 빨리 갈 수 있다고 하 지만 그 거리를 빨리 감으로써 얻는 시간보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 노 력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내 말이 틀렸나?

음!

우리는 행복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 는가? 문명이라는 것이 들어온 이후, 사람들은 조급해졌고 욕심꾸러기 가 되었다. 우리는 돈이라는 것을 몰랐고 그런 것을 만들 필요도 없었 다. 그러나 백인들이 그런 사악한 지혜를 가르쳐 주었고, 그러한 지혜는 언뜻 보기에 우리를 편리하게 해 주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노 예로 만드는 도구였을 뿐이다. 우리는 단지 사냥하고 농사를 지어서 먹을 것을 얻기만 하면 행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쓸데없는 것들 때문에 서로 경쟁을 하고 그런 것들을 사기 위해서 흉악한 짓까지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 백인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 다고 말할 수가 있는가?

현암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것은 선택에 의한 것이고 사람이 그것을 어 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좋은 것이 될 수도,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

글쎄, 나는 네 말이 위선처럼 들린다. 너는 네가 살고 배워 온 것들에 타성이 박혀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히루바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가?

다만 과거로,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백인들의 자취를 없애 버리 고 마을과 도시를 평평한 평야로 되돌려 우리가 자유롭게 사냥을 하고 맨발로 디딜 수 있는 땅으로 만들기를…………. 백인은 이런 것이야말로 필 요한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기름진 평야와 짐승들이 뛰어놀던 땅을 딱 딱한 돌로 뒤덮어 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안하고 나지막한 집을 거 대하고 차가운 돌덩어리로 바꾸어 버렸고, 항상 편안하게 걸어다니고 마음대로 치장을 할 수 있었던 우리의 차림까지 바꿔 버렸다. 그러나 백 인의 가장 큰 죄는 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농사를 지어서 충분 히 모든 사람이 먹고 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TV를 사기 위해서, 아니면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 쓸모도 없는 화 려한 가구나 장식품을 들여놓기 위해서 스스로의 양심을 팔아먹고 있 다. 그런 것이 일상처럼 바뀌고 아무것도 모르고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 던 사람들은 점차 남보다 나아져야 되겠다는 생각, 남을 짓밟고서라도 자기가 조금 더 나아지겠다는 욕심에만 휘말려 갔다. 백인은 말한다. 문 명이란 것을 받아들이면 풍요가 온다고. 그러나 과연 우리는 예전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을까? 흉년이 한 번 들면 몇 명씩이나 죽는지 아는가? 너는 지나오면서 이 비옥했던 땅이 어떻게 바뀌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지 못했는가? 말라비틀어지고 굶어서 쓰러진 송장 무더기 들을 보지 못했나? 그것이 과연 백인들이 우리에게 약속했던 풍요란 말 인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혜택이라는 것인가? 천만에! 블랙서클, 너희 는 블랙서클을 악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블랙서클보다 도 백인들의 문명이 더 악한 존재다. 그래서 나는 백인의 문명을 없애기 위해서 블랙서클을 이용하려 한 것이고, 지금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히루바바는 생각을 멈추었다가 온화한 태도로 현암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당신은 적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종족은 적이라 할지라도 미워하지 는 않는다. 내가 잔혹한 주술로 적의 군대들을 해치웠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전사이고 이 싸움은 전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은 다른 것이 다. 우리는 싸웠지만 당신은 당당히 이겼기에 떳떳하고, 후회 없이 싸웠 기에 나 또한 자랑스럽다. 당신은 훌륭하게 싸웠고 나보다 강했다. 나는 훌륭한 적인 당신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히루바바 당신도 훌륭했다.

고맙다. 당신은 문명의 물을 먹었지만 그 문명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것 같군.

사실이다. 히루바바 당신의 생각이 틀리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속한 종족, 그리고 당신이 볼 수 있었던 땅, 당 신이 생각할 수 있었던 크기 안에서만 옳은 것이다. 온 세상으로 눈을 돌려 모든 민족과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문명은 필요한 것이라는 게 내 견해다. 당신은 억울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나도 그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거를 뒤엎거나 부 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과거에 의해서 현재가 태어났고 이 현재에 속해 있는 나는 현재에 대한 책임이 있다. 당신은 문명을 비판했지만 그 문명이 없다면 수십억에 달하는 세상 사람들은 반, 아니, 십분의 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은 고민 없이 살던 과거를 이야기했 지만 세상에 이곳처럼 풍요하고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사람들이 살 수 있 는 땅은 많지 않다. 문명이나 국가의 힘으로 힘과 기술을 합치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수는 늘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 당신은 당신 종족에 대해서 말을 했고 모든 백인들을 그것 때문에 미워한다고 했다. 분명히 동정은 간다. 그러나 백인도 백인 스스로의 종족을 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만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라 그런 사악한 술수로 우리를 물들인 것에는 도저히 찬성을 표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말했다. 모두를 미워하라고. 우리가 아닌 다른 모두를 미워하라고…………. 그리고 나는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라 여겼다.

그들도 우리다…..

히루바바는 생각에 잠겼다. 현암은 히루바바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당신들 종족도 물론이지만 나 역시 백인이 아니다. 나의 민족도 어쩌 면 백인에 의해 당신들 도곤족과 같은 길을 걸어왔을지 모른다.

현암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만약에 나나 당신이 과거에 백인의 힘을 받 아들여야 할지 말지 선택을 내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한다면 지금의 이런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그렇지 않게 흘러갔고, 그렇지 않은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그러한 세상을 위해서 애 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한 세상이나마 말이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파괴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것 이 과연 옳은 것일까? 히루바바, 만약 다른 종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 너의 종족을 모조리 죽이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해 준다고 한다 면, 그 일을 기꺼이 따르고 너의 종족을 희생시키겠는가?

모두가 모두에게 적이 될 수밖에 없도록 세상이 사람들을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두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현암은 쓸쓸히 고개를 저었다. 현암은 더 이상 마음속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암은 박 신부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 고 그동안 마음속에만 묻어 두고 있었던 현아의 얼굴도 떠올렸 다. 현암이 지금껏 겪어 온 모든 일들이 주마등같이 마음속에 떠 오르기 시작했고, 현암의 마음속에 떠오른 일들이 히루바바에 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현암은 가만히 있다가 히루바바에게 물 었다.

당신은 정말로 모두를, 정말 모두를 미워할 수가 있었던가, 히루바바?

아. 아!

히루바바는 탄식을 내뱉었다. 생각이 아닌 현암의 느낌, 그리 고 과거의 기억에서 히루바바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현암도 알 수 없었다. 히루바바는 아직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나는 모르겠다. 내가 정말 잘못했단 말인가!

히루바바는 계속 중얼거렸다. 현암은 그런 히루바바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말했다.

잘못이었다. 너도 잘못이었고 블랙서클도 잘못이다.

정말 잘못인가?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블랙서클을 상대하려는 것이다. 블랙서클은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피해를 입었다. 블랙서클에 속한 사람들까지도…………….

현암은 블랙서클과의 싸움들을 돌이켜보다가 생각을 이어갔다.

물론 그곳에는 악인도 많이 있었지만 선량한 곳으로 이끌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영혼까지도…………. 다른 악행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당신도 영혼은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나 하나의 영혼으로 부족이 구원받기를 바랐는데……………. 후후후. 모든게 잘못이었나 보군.

히루바바는 착잡한 듯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 내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현암은 차분하게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히루바바를 구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가르쳐 다오. 블랙서클의 비밀을…………….

히루바바는 생각에 잠겼다. 현암은 그런 히루바바를 내버려 두었고 히루바바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입고 고통을 받아 몸에서 생명력이 거의 빠져나간 듯, 얼마 더 숨을 이어 가지 못할 것 같 았다. 히루바바는 천천히 호흡을 이어 가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호흡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헐떡거리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모든 것을 알려 주겠다. 블랙서클의 총수와 마스 터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에 대해서 아는 데까지 기억을 되 려 보겠다.

히루바바의 기억들이 쏟아지듯 현암의 마음속으로 들어왔고 현암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행여나 현암이 기억 못하는 것이 있어도 분명 뒤에서 승희가 정신을 집중하고 있 을 테니. 그리고 히루바바의 기억이 어느 순간엔가 끊어진 것을 느끼고 현암이 눈을 뜨자 히루바바는 앉은 채로 숨을 거둔 뒤였 다. 의연한 자세만은 죽은 뒤에도 꼿꼿했다. 조금 있으면 블랙서 클이 나타나서 히루바바의 몸을 흡수해 버리겠지. 그 광경은 보고 싶지 않았다.

“잘 가라. 히루바바. 편안히………….”

현암은 몸을 돌려서 박 신부와 준후 그리고 백호가 기다리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히루바바는 마지막 순간에 모두를 미워하지 않고 죽을 수 있었을까?’

현암은 자신의 말재주가 짧은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은 정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던 바를 말한 것일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왼손에는 월향 이 조용히 울고 있었고, 아프리카의 붉은 태양이 핏빛 낙조를 지 으며 저쪽 평원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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