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3 : 천기의 수호자 : 3화 – 완벽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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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3 : 천기의 수호자 : 3화 – 완벽한 실패


완벽한 실패

준후는 옥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애초부터 성공할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완벽하게 실패할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 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죽은 상태라는 것도 새삼 충격을 주었다.

‘저……………는 완전히 실패한 겁니까?”

준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옥결은 서슴없이 냉혹하게 말했다.

“응.”

옥결은 준후에게 잔소리라도 하듯 말했다.

“애초부터 너는 시간 여행이라는 개념을 잘못 잡았어. 시간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냐.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질 불합리에 대해 서도 나름 신경을 썼다지만, 그런 알량한 준비로 메워질 만한 게 아니었다고.”

준후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옥결은 그런 준후를 놔두고 뒷짐을 진 채 주변을 돌면서 말했다.

“애초에 너는 영혼 상태로 과거로 가면 나머지 일들은 양자 복 원 원리로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지? 그것부터 틀렸어. 양자 복 원 원리는 그렇게 뒤치다꺼리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고. 그건 네 가 과거로 가서 불합리를 발생시키는 순간, 그 즉시 너와 그에 관 련된 모든 것을 기억 한 줄기까지 지워 버리고 합리화하는 거야. 너희가 기댈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중요하게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다고.”

준후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준후를 옥결은 매정하리만치 몰아붙였다.

“그것뿐만이 아냐. 너는 팔자 좋게 어떻게든 과거로 가서 상황 을 바꾸면 현재도 알아서 바뀔 거라 믿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어. 지금 나조차도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올지는 정 확히 모른다고! 왜냐면 해 본 적도 없고 할 수도 없으니까! 너의 존재가 양자 복원 원리이건 섭리에 의해서 지워지거나 투명해질 수도 있고, 차원이 갈라져서 사고의 개념에 의해 우주가 분화 될 수도 있지. 그런 가설도 있다고! 그런데 그럴 경우 양 우주는 절대로 만나지 못해 만나는 순간 같은 차원으로 개념적으로 합해 지기 때문이지! 네 철없는 생각대로만 될 것 같았어? 차원이 다르 다는 건 서로 왕래할 수 없기에 다른 것이고 개념이란 건 확증된 지식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거라고 지식도 없이 자기 멋대로 개념 을 정한다고 그게 진짜 개념이 되고 현실이 될 줄 알았어?”

후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슬픔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그 럼에도 옥결의 비난은 계속됐다.

“더구나 그렇다고 한들 준비도 형편없어. 네 멋대로 육체를 남 겨 두고 돌아와 안착되기를 바랐다고? 나머지는 팔자 좋게 양자 복원 원리에 맡기고? 네가 한 건 갓난아기가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떼만 쓴다고 섭리가 그에 맞춰 달래 줄 것 같아?”

그러더니 옥결은 마치 준후를 대놓고 비난하듯 얼굴을 바싹 들 이밀며 말했다.

“그 육체, 내가 이미 없애 버렸어! 그러니 넌 실제로 죽은 거야. 그리고 남은 네 영혼도 처벌해야 해. 안 할 수가 없어! 너는 너무도 무모하게 질서를 무시하는 짓을 저질렀어! 더구나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기억에도 양자 복원 원리가 작용해야 한다는 것도 까맣게 무시하고 말이야. 아까 내가 엔트로피 이야기했지?” 

준후는 여전히 대답을 못 했지만 옥결은 다시 한번 강하게 말했다.

“했어? 안 했어?”

“했어요.”

“그리고 내 아버지조차도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는 없다고 했잖아?”

“네.”

“이 답답한 놈아! 그런 불합리를 메우려고 뭔가 하다 보면 엔트 로피가 계속 늘어나서 세상이 점점 불합리에 삼켜지게 된다고! 그 리고 그걸 메우려면 엔트로피는 더 많이 증가하고! 그건 우주 전 체의 수명을 깎아 먹는 짓이라고! 자칫하면 그것을 메우려고 전 우주가 희생돼 버리는 결과도 나올 수 있었어! 물론 그 전에 나나 섭리가 모든 걸 지워서 막을 수야 있겠지만, 그런 철없는 짓을 불 확실한 생각만 가지고 함부로 한다고? 그게 될 줄 알았냐고! 네가 막아낸 지구의 위기보다 몇 배는 더 큰 위기를 네 스스로 만든 셈 인데, 그걸 어떻게 그냥 두냐고!”

그리고 옥결은 한숨을 쉬고는 힘없이 말했다.

“그래서 널 잡아 온 거야. 체포라고 하는 게 맞겠지. 그냥 뒀다 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때까지 준후는 너무도 낙담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방금 옥결의 발언에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잡아 온 걸까? 내 육신처럼 그냥 소멸시켜 버리는 게 편했을 텐데.’

그러자 자연스레 다음 생각이 이어졌다.

‘옥결 씨는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했어. 그러니 진작 말릴 수 도 있었을… 아니, 자유 의지를 중시하기에 간섭하진 않았겠지.’ 

그래도 의문은 끊이지 않았다.

‘정작 내게 권능에 대해 알려 준 건 옥결 씨였잖아? 내게 굳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을 텐데.’ 

권능에 생각이 미치자 돌연 준후의 머리가 밝아지는 것 같았다. 

‘옥결 씨는 내 계획이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했어. 그러나 옥결 씨는 나에게 많은 호의를 보여 주고 있지. 옥결 씨가 신에 가까운 천기의 수호자인 걸 생각하면 부담스럽고 놀라울 정도로….?

준후는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단 옥결은 엄청난 위치에 있 는 천기의 수호자였다. 비록 아이 행색을 하고 철없어 보이는 언 행을 하고 있지만 그의 위치와 힘을 감안하면 절대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결국 옥결 씨는 시간 역행의 인과에 대해 나에게 경고한 거야. 그런데 그걸 제쳐 두고 생각해 보면 ・・・・・・ 인과에 대해 그렇게 까다 로운 옥결 씨가 자신의 언행을 함부로 할 리 없어!’

그러자 준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옥결이 진정 자신에게 주려는 것, 아니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옥결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준후는 돌연 소리를 냈다. 

“제 권능은 아직 유효한가요?”

옥결은 하던 말을 멈추고 준후를 돌아보았다. 자못 근엄한 표정 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결코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와 호의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역시 말투는 냉랭하게, 일부러 지어서 한 것처럼 티를 낼 정도로 건조했다.

“그래. 그게 골칫거리지. 넌 협박만 했지 아직 쓰지 않았잖아.” 

“제가 그걸 왜 안 썼을까요?”

옥결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모를 것 같아? 넌 날 협박한 거야. 사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너와 가까운 누구도 네가 정말 그럴 거라곤 생각지 않았 어. 그런데도 계속 그런 척한 것은 아마도 나 혹은 그와 비슷한 섭 리에 대해 반항한 거겠지? 건방지게도 말이야.”

준후 자체도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그런 구석이 있었기에, 준후는 순순히 대답했다.

“예.”

“네 계획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너 스스로도 알았지?”

“예. 그래서 혹시라도 제 시도가 잘못되면 그것을 내세워 억지 로라도, 한 번이라도 허용되게끔 무마해 달라고 할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네 계획은 완벽하게 엉터리였어. 그리고 그런 불합리를 껴안은 요구는 승낙할 수 없어.”

그러자 준후는 말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라면요? 시간 여행 말고요.”

“아, 온전한 부활을 말하는 거라면 그것도 안 돼. 차라리 시간 역행이 나을 정도로 부활은 금지된 일이라서.”

“그것도 아닙니다. 다만 실패를 인정하고 나니, 또 다른 생각이 떠올라서요. 아직 제 권능이 유효하다면 말이죠.”

옥결도 흥미가 가는지 살짝 곁눈질로 준후를 보며 물었다.

“그게 뭔데?”

그러자 준후는 방금 생각난 것을 말했다.

“차라리 지구를 하나 더 만들어 주세요. 그래서 제가 하려던 일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세요. 그게 제 소망이자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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