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1권 15화 – 프랑켄슈타인의 후예 3 : 수수께끼의 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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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혼세편 1권 15화 – 프랑켄슈타인의 후예 3 : 수수께끼의 주술


수수께끼의 주술

장박사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 신부’라고 불린 덩치 큰 신부가 검은 사제복 차림으로 연구소에 도착했다. 들어오다 가문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홍형사의 고함 한 번으로 신부는 무난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신부는 먼저 사건 현장부터 보자면서 전혀 꺼리는 기색 없이 홍형사의 안내를 받아 현장으로 갔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가만 히 눈을 감고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런 다음 뭐라고 중 얼거리더니 이번에는 대강의 이야기는 듣고 왔으니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 박사와 염 박사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신부는 준승과 염 박사 앞에 마주 앉고서도 박 신부라고 신분 을 밝힌 것 외에는 별다른 말도 없이 준승을 온화한 얼굴로 바라 보았다.

홍 형사는 그런 신부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키가 백 팔십오 센티미터는 거뜬히 될 것 같아 보였고 체구도 보통 사람 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인자 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침착함을 느끼 게 하는 인상이었다. 나이도 꽤 들었는지 머리가 희끗희끗해서 반은 백발이었지만 몸놀림은 젊은이 뺨치게 활기차 보였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희 미하나마 신부의 몸 주위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것 같았다. 염 박 사도 홍 형사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느꼈는지 박 신부를 빤히 쳐 다보았다. 가까이서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 로 희미한 빛이었지만, 염 박사와 홍 형사 두 사람은 신기하기도 하고 잘못본건 아닌가 싶어 계속 쳐다보았다.

그러나 박 신부는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랫동안 준승의 얼굴을 온화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만 보고 계십니까, 신부님?”

준승이 뭔가 불안하다는 듯 말을 꺼냈으나 박 신부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준승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딱딱하 게 굳어져 갔다. 그렇게 이삼 분이나 지났을까? 박 신부가 갑자 기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뭔가가 느껴집니다. 이 박사님.

준승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입술을 꼭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오 히려 염 박사와 홍 형사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 신부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이런 좋지 않은 흑마술을 누구에게 배우셨습니까? 아멘……”

이번에는 염 박사와 홍 형사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흑마 술? 저 신부가 지금 흑마술이라고 했나? 준승은 붉고 푸르게 변 하는 얼굴로 지지 않으려는 듯이 기를 쓰면서 박 신부를 노려보 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신부님?”

“아, 거짓말을 하실 필요 없어요.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박 신부는 여전히 온화한 태도로, 그러나 준승에게 딱 잘라 말하고는 옆에 있는 염 박사와 홍 형사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들은 오늘 이후로 잊어버리십시오. 그러시는 편이 나을겁니다.”

박신부가 준승에게 말했다.

“얼마나 되었습니까? 일 년? 일 년 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요. 도대체 신부님은 지금…..”

“흠!”

박 신부는 얼굴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잠시 후 고개를 들었다.

“이 박사님은 뭔가 좋지 못한 물건을 지니고 계시는 것 같습니 다. 아닙니까?”

박 신부의 거침없는 말을 들은 준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박신부는 그런 준승을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죽음과 관계된 주술적 물건이군요. 어째서 그런 것을…….” 

박 신부가 말을 이으려는데 준승이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염 박사가 무슨 영문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홍 형사가 재빨리 준승을 붙잡았다. 준승은 저항하 려고 했지만 홍 형사가 우악스럽게 잡아 의자에 앉혔다. 소란에 놀란 두어 명의 형사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홍 형사가 손짓 을 하자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어딜 가려는 거야? 뭔가 꺼리는 게 있기는 있는 게로군!”

홍 형사는 돌아가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기를 꺾으려는 듯 큰 소리를 치면서 준승을 단단히 잡았다. 준승은 헐 떡거리면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뒤틀었지만 홍 형사가 단단히 잡 고 있는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박 신부는 두어 차례 고 개를 흔들더니 준승에게 다가갔다. 박 신부가 다가서자 준승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

“그래! 내가 그랬어. 내가. 그러니… 으흐흐…….”

준승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고만 있던 염 박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홍 형사도 잠시 멍하니 있다 가 정신을 차리고 거칠게 소리쳤다.

“뭐야? 말 잘했다. 지금 네가 경비원 신 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거지?”

준승은 흐느끼면서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박신부에게 소리를 질렀다.

“제발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아! 제발!”

“왜 그러는 겁니까? 뭘 더 두려워하는 거죠?”

“내가 그랬어, 내가. 그러니 제발 더 이상은…………….”

준승은 악을 쓰다가 자신을 잡고 있는 홍 형사에게 애원하듯 간절하게 말했다.

“제발 저 신부를 나가게 해 줘요. 제발…………. 그러면 다 말할게요. 모두 다. 그러니 ………….”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준승의 얼굴은 너무도 서글퍼 보였 다. 홍 형사는 어안이 벙벙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그런 준승을 바 라보았다. 그때 갑자기 염 박사가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뭔가, 이 박사!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주술적 물건 은 또 뭐고? 이 박사 자네가 진짜 사람을 죽였다는 건가, 엉?” “그래요. 내가… 아니, 난 아닌데…………… 그러니 아니, 내 가…………….”

준승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박 신부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같은 사람!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지금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박신부가 손을 뻗자 준숭이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러 댔다. 

“안 돼! 안 돼! 이것만은!”

준승은 소리를 지르면서 무서운 힘으로 자신을 잡고 있던 홍 형사를 밀어냈다. 준승의 이상한 태도에 넋이 나가 있던 홍형사 는 중심을 잃고 그만 준승을 놓쳐 버렸고, 박 신부가 황급히 잡 으려고 했지만 준승은 그대로 책상을 엎고 문으로 달려갔다. 박 신부는 멈칫했다. 얼이 빠진 것같이 앉아 있던 염 박사가 책상과 함께 고꾸라져서 옆에 있던 옷걸이에 머리를 호되게 부딪히는 순간 준승이 번개같이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바깥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나더니 곧 “잡아라!” 하는 외침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아 준승은 도망친 것 같았다. 박 신부는 금방 준승을 잡기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연구소 안에서 빠져나갈 수도 없으 리라 생각하고 쓰러진 홍 형사와 염 박사를 일으켰다.

염 박사는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듯 뒤통수에 피를 흘리고 있 었는데,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홍 형사가 몸을 일으키자 마자 머리를 한 번 세차게 흔들고는 바깥으로 달려 나갔고 박신 부도 뒤를 따랐다. 뛰면서 홍 형사가 소리쳤다.

“신부님! 도대체 뭡니까. 예?”

“이 박사는 죽음에 관련된 주술적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죽음과 관련된 것이라고요? 주술은 또 뭡니까?”

“어두운 기운! 들어오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어요. 이 박사에 게서 뭔가가 느껴졌고요.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만…………….” 

박신부와 홍 형사가 헐떡거리면서 달리는 동안 앞쪽 복도에 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두 형사가 굳게 닫힌 철문을 두들기고 있었고, 저만치에서는 겁먹은 표정을 한 연구원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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