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15화
예배당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세실은 자신의 어깨를 힘껏 부여잡았다. 하지만 어깨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 았다. 세실은 주먹을 힘껏 깨물었다. 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세실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이후, 그녀의 눈앞에서 대마법사 하이낙스가 쓰러지던 날 이후 처음으로.
‘하이낙스. 당신이 여기 있었다면. 하이낙스, 난 너무 무서워요!’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하이낙스가 쓰러진 이후, 테리얼레이드에 숨어 살면서 세실은 자신이 모든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언제 죽 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았기에 세실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도 일부러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살고 싶었다. 그날, 하이낙스의 죽음을 보면서 달아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세실은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상에 도래한 지옥 앞에 희망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세실은 얼굴을 파묻으며 오열했다.
그러나 그 순간, 교회 바깥에서는 세실의 예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자식들! ‘죽어라!’라는 기합을 사용할 수 없는 놈들이라고 내가 살살 대해 줄 줄 알아?”
라이온은 앞으로 다가오는 시체의 목을 향해 검을 뻗었다. 칼날은 시체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었지만 라이온은 검신을 타고 전해져 오는 감각에 진저리쳤다. 마치 딱딱한 나무토막을 찌르는 듯한 느낌은 그가 무엇을 상대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알려주고 있었다. 라이온은 이를 악물며 검을 비틀어 당 겼고, 그러자 피가 솟구치는 대신 시체의 목이 박살났다. 그러나 라이온은 그 모습을 보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시체들이 거침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라이온은 비극적으로 외쳤다.
“불공평하군! 저녀석들은 날 죽일 수 있지만 난 저녀석들을 죽일 수 없잖아?”
하리야는 라이온보다는 훨씬 낙관적이었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에 아무런 구애됨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하리야는 주위의 해적들마저 다가설 엄두 를 못 낼 만큼 난폭하게 행동했다.
“나의 주여, 내 형제를 그대의 품으로 돌려보냅니다!”
차라리 악마의 외침 같은 기도성이었다. 하리야가 뿜어대는 칼날은 어김없이 시체의 사지를 절단해 놓았다. 돌탄은 그 모습을 보며 히죽 웃었다.
“저 친쿠, 많이 쌓였었나퐈.”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는 말 한 마디 없이 선장들을 이끄는 오닉스가 있었다. 거대한 도낏날이 춤출 때마다 달려들던 시체들은 조각나며 흩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적들에게는 어떤 자각이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노스윈드의 해적들이었고, 그들 앞에는 태어날 때 어머니의 뱃속에 두려움을 흘리고 나온 것 같은 선장들이 가진 기술과 용기를 모두 펼쳐보이며 달려드는 시체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다. 언제나 가졌던 죄의식을 이번만큼은 뿌리칠 수 있었던 하리야의 용맹은 눈부실 지경이었고 말 한 마디 없이 시체들을 조각내는 오닉스의 모습은 그대로 지옥의 광경이었다. 라이온의 검은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시체 사이를 누비고 다녔고 돌탄의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최고속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해적들의 함성은, 그 크기만 제외한다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와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