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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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3장 : 악마의 밤 – 7화


“법황이야.”

모닥불 옆에 앉아 있던 키는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모닥불을 감시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던 라이온은 갑자기 들려온 키의 목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렸 다.

“예? 무슨 말입니까? 법황이라니?”

“그 애져버드 놈들의 의뢰인.”

라이온은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적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고 깨어 있는 것은 그들 둘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라이온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퓨아리스 4세가 애져버드를 사주해서 카밀카르의 전령들을 살해했다는 말씀입니까? 법황이 왜 율리아나 공주의 납치 사실을 은폐하려 든단 말이죠?”

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폐가 아냐. 이런 종류의 사건은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종류의 사건은 아니니까.”

“그럼?”

“생각해 봐. 라이온. 그리고 그런 종류의 추리라면 자네에겐 상당한 소질이 있을 텐데.”

라이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얼굴을 노려보던 키는 모닥불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좀 더 조심하게. 아까 낮에는 위험했어.”

“주의하겠습니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가느다란 모닥불을 쳐다보며 고요히 앉아 있었다. 키는 장작 하나를 들어올려 부러뜨리며 말했다.

“그래. 어쨌든 추리해 보세. 그 습격이 없었고 카밀카르의 전령들이 무사히 필마온에 도착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이온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키는 모닥불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카밀카르의 전령들이 무사히 필마온에 도착하게 되면, 카밀카르의 공식적인 협조 요청이 필마온에 도착하는 거야. 그러면 필마온이 취할 행동은 “어떻게 되나?”

“모르겠는데요. 신부를 빼앗겼다고 울음을 터뜨립니까?”

“얼간이. 필마온의 갈가마귀들이 페리나스 해협 바깥으로 기어나오는 거야.”

라이온은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라이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합니다. 필마온 기사단은 페리나스 해협 바깥으로 1마일도 나올 수 없어요. 빼앗긴 신부의 수색이라는 명분은 다른 모든 이들에겐 사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필마온 기사단에게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페리나스 해협 바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뿐이잖습니까. 법황과 교회의 적을 상대로 싸워야 할 때.”

“지금이 바로 그 경우야. 제길! 그걸 생각 못했군.”

라이온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키는 짓씹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 봐. 혼인은 성사(聖事)야. 그렇지? 법황은 신앙의 수호자이며 성사의 수호자. 혼인 같은 성스러운 일은 말할 것도 없지. 그래서 모든 결혼식 에서는 신부의 확인이 필요하지.”

이 당연한 이야기에 잠시 당혹해하던 라이온은 조금 늦게서야 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경악하는 라이언의 얼굴을 향해 키는 차분한 어조로 설 명했다.

“필마온 기사단은 자신의 신부를 빼앗긴 것 때문이 아니라 법황의 축복을 받아 마땅한 성스러운 혼례를 수호하기 위해 페리나스 해협 바깥으로 뛰 쳐나올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그 경우 법황은 그들을 제재하기는커녕 축복을 내려야 되는 입장이 되는 것이고.”

“이런 젠장! 그렇다면?”

“필마온 기사단은 카밀카르의 요청서를 명분 삼아 그들의 금제를 풀고 페리나스 해협 바깥으로 출동할 수 있게 된다. 신부를 빼앗긴 신랑으로서가 아니라 성사의 수호자인 교회 기사단의 자격으로, 법황은 바로 그걸 막고 싶었던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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