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4장 : 철탑의 인슬레이버 enslaver –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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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4장 : 철탑의 인슬레이버 enslaver – 5화


칸나의 더듬거리는 제국어를 들으며 키는 대사의 모습을 꽤 사실감 있게 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칸나는 힘들게 생각한 다음 그것을 말했다.

“아피르, 사람 먹는다.”

“그건 알아! 제기랄.”

“아피르 어떻게 사람 먹는가? 제국 사람, 사람 먹지 않는다. 그러나 아피르, 사람 먹는다.”

“왜 아피르 족이 식인하냐고? 지금 너희 부족의 관습을 내게 설명해 달라는 건가?”

“제국 사람 싫어하는데, 아피르 사람 먹는다. 어떻게?”

키는 칸나의 말에 집중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에서는 퍽 힘든 일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왜 아직까지도 아피르 족이 식인종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

칸나의 얼굴이 환해졌다. 키는 어이없었지만 계속 자신의 짐작을 말해 보았다.

“그래. 제국뿐이라면 모르겠지만, 법황청이 그렇게도 싫어하는데 아피르 족은 아직껏 식인종으로 남아 있지. 왜 그렇냐고? 보통 때라면 그거야 아피 르 족이 그것을 원하니까라고 대답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이 아닌 것 같군. 네 질문은…… 어떻게 아피르 족이 아직껏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냐? 저 제국이나 법황청이 싫어하는데도?”

“그렇다. 그렇다.”

“제국이 아피르 족을 건드릴 수 없는 이유가 그 대사 때문이라고 말하려는 거냐?”

“그래. 그거다.”

“그 대사는 너희들의 수호신이냐?”

“아니. 그렇잖다. 대사, 대사 외에 아무도 통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사 외에 아무도 대사 통치하지 않는다. 대사, 아피르, 관계없다. 하지만 대사, 이 땅에 있다. 그래서 아무도 아피르 건드리지 못한다.”

키는 이 새로이 알게 된 사실에 자신을 적응시켜 보았다. 당연히 거부감이 먼저 찾아들었다. 키는 아피르 족이 식인종인 것은 그 누구도 이 외진 땅 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건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동시에 누구에게라도 아피르 족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어왔 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국민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무서운 아피르 족, 사람 잡아먹는 아피르 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일 칸나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면 키는 별 의심 없이 상대방이 술주정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칸나 그 자신이 아피르 족이지 않은가.

“그래, 좋아. 그 빌어먹을 대사인지 뭔지가 이 검은 황야에 있고, 그녀를 건드리는 것은 너무도 무서운 일이라서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 리고 그녀 때문에 이 땅에 사는 아피르 역시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사람을 잡아먹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그렇다.”

“그걸 나더러 믿으라는 거냐?”

“믿어라.”

“제기랄, 대관절 그녀가 뭐기에!”

“뱀이다.”

“뭐라고?”

“그녀 뱀 둔갑한 것이다. 젠장. 원래 모습, 길이 1마일 넘고, 굵기 집채만하다. 그래서 대사라 한다. 만일 그녀 원하면

그 순간부터 키는 칸나의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았고, 허무한 기분 속에서 칸나가 앞에 했던 말 또한 깨끗이 잊기로 했다. 키는 이 야만인이 겁내고 있 는 것은 그들 부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터부나 전설 같은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더 이상 화낼 기분도 들지 않았다. 대사의 그 특기할 만한 모습과 놀라운 행동 양식에 관한 칸나의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키는 땅을 내려다보며 칸나를 돌려보내는 것에 대해 골몰했다.

그러나 키는 칸나가 무심결에 말한 한마디에 갑자기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라고 했나?”

“뭐?”

“조금 전에 이어졌다고 했는데, 뭐가 이어졌다는 건가?”

“아아. 과거 현재 이어진 뱀.”

“응?”

“과거에서, 그래. 과거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뱀?”

“그렇다.”

키는 속으로 칸나의 말을 반복해 보았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긴 뱀이라.

그 이름을 되뇌이는 순간 키는 섬뜩함을 느꼈다. 그 설명은 왠지 그 본질과 유리된, 어쩔 수 없이 사용되는 근사치처럼 느껴졌다. 키는 그 미지의 두 려움을 증오했고, 그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칸나는 다시 말했다.

“대사 때문에, 모이지 않는다.”

“모이지 않는다니, 뭐가?”

칸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입술을 악문 채 초조함을 다스리던 키는, 잠시 후 그 초조함을 까맣게 잊어버릴 말을 듣게 되었다.

“오 왕자의 검 모이지 않는다.”

“오 왕자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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