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4장 : 철탑의 인슬레이버 enslaver –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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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4장 : 철탑의 인슬레이버 enslaver – 8화


세실은 잠에서 깨어났다. 희푸른 안개가 절벽 위의 사물을 휘감아돌고 있었고 그 사이로 알싸한 숲내가 은은히 흘렀다. 100여 명이나 되는 해적들 사이에서 여자 혼자 자는 것 치곤 너무 평온한 밤이었다고 생각하며 세실은 싱긋 웃었다. 무서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해적들이지만, 마법사는 무 서워할 줄 아는 것이다.

세실은 크게 기지개를 켠 다음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해적들은 아직도 단잠에 취해 있었다. 세실은 이리저리 쓰러진 거구들을 피해서 트로포스에게 다가갔다. 트로포스의 곁에는 질풍호의 젊은 해적 하 나가 졸린 눈을 한 채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인기척을 느낀 해적은 흠칫하며 세실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린 다음에도 여전히 불신감을 지우지 않은 채 세실을 노려보았다.

“아, 좋은 아침. 자네 대장 좀 볼까 해서 왔는데, 밤새 뭐 이상한 거 없었나?”

“선장이오.”

“좋아좋아. 그래. 자네 선장님에게 뭐 변화가 있었나?”

젊은 해적은 아무 대답도 없이 세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할 것인지를 설명하려던 세실은 문득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하는 설명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세실은 그냥 트로포스의 옆에 앉았다. 과연 그녀가 두 손을 펼치자마자 해 적은 경련하듯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세실은 멈칫거리거나 하지 않았고 해적 역시 칼자루를 움켜쥔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트로포스는 파리한 얼굴을 한 채 정물처럼 누워 있었다. 세실은 트로포스의 안대에 묻은 이슬을 좀 훑어낸 다음 트로포스의 주위를 감도는 마법장에 접촉해 갔다.

마법사에겐 그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마법장만큼 안온한 곳은 없다. 따라서 트로포스가 치료되기 위해선 그는 먼저 주위의 마법장을 지배해야 할 것 이다. 하지만 주위의 마법장을 지배하기 위해선 트로포스가 치료되어야 한다. 이 딜레마를 해소시키기 위해 세실이 선택한 행동은 비근한 예가 용 서될 수 있다면 펌프를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펌프의 레버를 당기면 펌프 내부에 생긴 진공은 지하의 물을 퍼올린다. 마찬가지로 세실은 트로포스 주위의 마법장을 희박하게, 그러니까 시공 연속 체상의 ‘밀도가 낮은 상태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그녀에 의해 야기된 마법장의 진공 상태는 트로포스의 몸으로부터 마법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 다. 그것은 마법사 자신의 내부 마법장이긴 하지만 그 효능에선 마법사가 지배하는 외부 마법장과 같다. 따라서 사소한 문제점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세실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트로포스 주변의 마법장이 약화되지 않았다.

세실이 얼굴에 당혹감을 떠올리지 않은 것은 순전히 그녀의 오랜 훈련 덕분이다. 비록 다른 목적 때문이지만, 세실은 오랜 세월 동안 속마음을 숨기 는 연습을 계속해 왔다. 만일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의 미약한 흔적이라도 떠올랐다면 자신의 선장을 끔찍히 사랑하는 젊은 해적은 주저없이 검을 뽑 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반복 연습은 자연스레 그녀의 감정 분출을 가로막았고 그래서 세실은 천연덕스럽게 트로포스를 바라보며 속으 로만 경악했다. 그녀가 느낀 경악은 첫 삽을 뜬 후에야 자신이 파내려는 것이 산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의 경악이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세실이 트로포스의 마법장을 약화시킬 수 없다면, 그것은 그 마법장이 트로포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실은 이미 그런 경우를 체 험했다. 교회의 대결에서 세실과 트로포스는 서로 상대방의 마법장을 잠식할 수 없었다. 물론 마법사의 수준이라는 것이 마법장을 얼마나 잘 다루느 냐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법장에 대한 순간 지배력만 놓고 본다면 그들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트 로포스는 현재 혼수 상태에 빠져 있으므로 세실에 대항하여 마법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

‘장기 지배력? 설마. 혼수 상태에서도 계속되는 장기 지배력이 이렇게 강하다면, 순간 지배력은 더욱 대단하겠지. 그런 강력한 순간 지배력이 있다 면 구울의 왕자를 불러들이거나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나를 가지고 놀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왜 이 자식 주위의 마법장이 나를 거부하는 거지?”

“어흠. 지금 트로포스를 치료하는 거요?”

세실과 젊은 해적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안개 사이로 바다사자호의 두캉가 선장의 동그란 얼굴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캉가는 하품을 하 며 귀를 후비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젊은 해적은 그만 웃고 말았다.

“두캉가 선장님. 귓구멍 늘어나겠습니다.”

“음?”

두캉가는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됨직한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더니 역시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젊은 해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껄껄.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세실은 잠시 젊은 해적의 목뼈가 부러지지 않나 걱정했다. 두캉가 선장이 손을 들어올렸을 때 세실은 젊은 해적의 시뻘게진 얼굴을 보고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트로포스의 상태는 좀 어떠하오?”

“뭐라 말할 수 없군.”

“어라, 그건 불길한 의미인 거요?”

“불길? 글쎄. 판데모니엄의 하이마스터를 불러낸 녀석이 불길하냐고?”

“난 그 판데모니엄 어쩌고 하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걸.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겠소?”

“간단한 문제 한 가지. 내가 자네의 교사가 되는 것이 낫겠나, 트로포스의 의사가 되는 것이 낫겠나?” 멍한 얼굴로 세실을 바라보던 두캉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이런 미안하오. 트로포스를 봐주셔야지. 내가 방해를 했나 보군요. 귀찮게 하지 않으리다.”

두캉가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고, 세실은 싱긋 웃었다. 물러나던 두캉가가 갑자기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세실에게 물었다. 

“근데 아가씨 몇 살이슈?”

“무례한 해적 녀석. 하하하! 내 나이? 자네 같은 늙은이를 하대해도 억울해할 건 하나도 없는 나이야.”

두캉가는 벌쭉 웃고는 세실의 곁을 떠났다. 갑자기 할일이 없게 된 두캉가는 제자리에 선 채 크게 하품을 해보았다. 아침 안개를 흠뻑 들여마시던 두 캉가는 그 축축함을 느끼자 물통을 찾아 목을 축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서 두캉가는 느릿한 걸음걸이로 물통을 찾기 시작했다. 하 지만 두캉가 선장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고, 그래서 이른 아침의 절벽은 해적들의 비명으로 얼룩지게 되었다.

“사, 살려주시오, 두캉가 선장!”

“어라? 킬리인가?”

“킬리는 맞는데 지금은 납작해진 킬리요! 아, 아침 인사는 내 배 위에서 내려와서 나눕시다!”

“아, 미안. 안개가 심해서 뭐가 보여야지.”

“크어억! 주여, 내 손!”

“목소리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하리야일 것 같군. 좋은 아침이지?”

두캉가 선장은 320파운드쯤 나가는 체구였고, 거기에 덧붙여, 근시였다.

얼빠진 얼굴로 안개 저편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을 듣고 있던 세실은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젊은 해적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 만, 세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개와 비명 사이를 더듬던 세실은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렸고,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절벽 끄트머리로 걸어갔다. 그 곳에 앉아 있는 키 드레이번을 보았을 때 세실은 못 말리겠다는 심정이 되었다.

키 드레이번은 땅바닥에 웅크려 앉은 채 절벽 저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안개 속에서 부드러운 노란빛으로 바뀐 일출은 그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늘어진 코트 자락은 이슬을 머금어 축 늘어져 있었지만 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잘 잤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꼴이 별로 그렇지 못하군. 한 가지 말해 줄까? 난 속눈썹에 이슬 맺힌 남자에게 항상 끌렸지.”

“그 항상은 언젯적의 항상이오?”

“아아, 약점 찌르는군. 이 할머니를 무안하게 만드는 것이 재미있나.”

“용건은?”

“밤새 뭐했어?”

그제서야 고개를 돌린 키는 세실의 얼굴을 흘끔 바라보았다. 간지럽히는 듯한 시선이었다. 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절벽 너머로 떠도는 안개를 바라 보며 말했다.

“용건은?”

“밤새 뭐했어?”

“꺼져.”

세실은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은 세실은 목소리를 힘껏 내리누르며 말했다. 그래도 비명 같았다.

“만약 조금 전 당신이 나로 하여금 당신에겐 두번 다시 말도 걸고 싶지 않게 만들려 한 거라면, 그것이 성공할 뻔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결국 실패 야. 난 지금 당신에게 내가 아는 모든 욕지거리를 다 퍼부어주고 싶은 기분이니까. 욕설을 들어야 또 하나의 증오에 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타입인 건가,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제길, 난 세상에 흠집낸 다음 거기에 몸 비비며 아파하는 녀석은 취미 없는데. 역시 내 생각이 틀린 걸까? 세실은 양쪽 관자놀이를 힘껏 눌렀다가 뗐 다.

“후우,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세실은 자신이 참기 어려운 국면을 잘 참아넘겼다고 생각했고, 키는 자신이 점점 더 참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실은 말했다.

“난 당신이 노총각 히스테리를 부려도 바다 사나이의 터프함이라고 착각하며 매료될 것이 뻔한 당신의 졸개와는 틀린 사람이야. 키 노스윈드 드레 이번, 여기는 육지고,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 나는 세실리아다. 명심해 둬. 이젠 그짓 그만해! 절벽 위에 앉아서 세상의 생긴 모습에 대해 복수할 듯이 으르릉거리지 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어?”

“모르겠어.”

“평범해지라는 거야! 당신이 진짜 내가 생각하곤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그럼 나를 착각하게 만들지 마. 알았어?”

“그걸 설명이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나를 이해시킬 생각이 별로 없는 건가.”

“제기랄! 그 칼이나 내놔봐!”

키는 의아한 얼굴이 되어 세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손은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복수의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복수를? 이걸 쥐고 싶다고 말했나?”

“내가 미쳤냐? 그걸 쥐었다가 내 손으로 내 목을 베라고? 난 내 머리에 그렇게까지 염증내본 적 없어. 어느 쪽이냐면, 사실 좋아하는 쪽이지.” “스스로 좋아하는 그 머리로 생각해 낸 이유라는 게 있겠군.”

“물론 있지. 트로포스의 치료에 그게 필요하다. 그 무서운 칼 들고 나 따라와. 모든 마법장을 오금 저리게 만드는 그 얼빠진 칼 말이야!”

젊은 해적은 씩씩거리며 돌아오는 세실을 보자 조금 전 묻지 못했던 것을 물어보려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등 너머로 다가오는 거 무튀튀한 그림자를 본 순간 해적의 입은 굳었고, 잠시 후 키 드레이번의 얼굴이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게 되었을 때 젊은 해적은 파랗게 질려버렸 다. 하지만 세실은 다시 한번 그를 무시하며 트로포스의 곁에 앉았다.

“복수를 뽑아.”

키는 찌푸린 얼굴로 세실을 내려다보다가 잠자코 검을 뽑았다. 복수의 빛나는 검신이 드러나자 주위를 휘감아돌고 있던 안개마저도 뒤로 물러나는 듯했다. 이 광경에서 데자뷰를 느끼던 키는 미노 만에서의 일을 떠올리곤 이를 깨물었다. 세실에게 질문하는 키의 목소리는 그래서 무시무시하기 짝 이 없었다.

“이젠 어쩔까?”

“들고 있으면 돼.”

“그럼 당신은 어떻게 마법을 쓸 생각인가?”

세실은 넌더리를 내며 쏘아붙였다.

“간단한 문제 한 가지. 내가 자네의 교사가 되는 것이 낫겠나, 트로포스의 의사가 되는 것이 낫겠나?”

만들다 팽개쳐둔 동상 비슷한 모양으로 굳어 있던 젊은 해적은 세실의 말에 하마터면 실소할 뻔했다. 그러나 키는 복수로 땅을 짚으며 찌푸린 얼굴 로 대답했다.

“당신이 내 교사가 될 수 없다면, 그건 당신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란 말이겠지.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도 힘들어하는 의사라면 반갑지 않은데. 그리고 어느 쪽이냐면, 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편을 믿겠어.”

세실은 한방 맞은 표정으로 키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런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는 거지?”

“아, 미안해.”

세실은 힘들게 고개를 도로 내렸고, 그 순간 트로포스나 그녀의 지배를 거부하는 이상한 마법장에 대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 녀석, 너무 예리 한데. 내가 항상 나 스스로에게 나를 설명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어떻게 눈치 챘지? 세실은 더듬거리며 설명했다.

“환자는…………… 편안하게 해줘야 하지. 그 점에선 보통 환자든………… 마법병 환자든 마찬가지야. 그래서 난 트로포스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거야. 그러니 까…………” 세실은 자신의 설명을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난 트로포스 주변의 마법장을 위축시켜,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까………… 일단 복수로 그의 주변의 마법장을 위축시켜………… 그 스스로에게서 마법장을 끌어내려는…………… 알겠지? 으음.”

키 드레이번은 설명할 의지가 별로 없는 사람에게서 설명을 듣는 것에 대해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세실은 그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녀 는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만든 그녀의 느낌, 그러나 스스로 계속 의심하고 있던 느낌에 다시 매달렸다.

키 드레이번은 정말 그녀가 생각하던 열쇠인 것인가?

잠시 후 키 드레이번은 세실로부터 일이 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키였지만 세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트로포스는 눈을 꼭 감은 채 히죽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괴상하게까지 보였지만 주위로 몰려든 질풍호의 선원들은 미칠 듯이 좋아했 다. 그러나 키는 세실에게 질문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확실히 좋아진 것 같군. 그런데 왜 일어나지 않는 거지? 이렇게 히죽거리고 있으니 그냥 깨우면 되는 거 아닌가?”

키의 질문에 질풍호의 선원들 전부의 눈이 세실에게 집중되었고, 세실이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을 보곤 크게 실망했다.

“그건 아냐. 그는 확실히 기분좋은 상태지. 그 복수 때문에 그의 마법장은 위축되었고 난 그 틈을 이용하여 그 자신의 내부 마법장을 이끌어내었거 든. 자신의 반려에게 안겨 있는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보도록. 하물며 지금 트로포스가 안겨 있는 것은 마법사에게라면 그 반려보다도 더 가까운 자 신의 마법장이니까 기분좋을밖에. 이젠 그 칼 꽂아넣어도 돼.”

키는 복수를 검집에 꽂아넣으며 질문했다.

“그런데?”

“기분좋다는 것뿐이니까. 일어날 준비는 안 되었어. 사실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어째서지?”

“이 친구는 그 기분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 들 테니까. 이번엔 사랑을 나누고 있는 두 남녀를 억지로 떼어놓는 일에 대해 생각해 봐.”

“흐음.”

키 드레이번과 더불어 해적들 모두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세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쉽게 설명해 줄 수만 있다면, 사람들로 하 여금 그 자신이 마법사나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간단하다. 세실은 간단히 마무리했다.

“일단 편안한 상태에서 그 스스로 회복하게 하고…………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그 기분좋은 꿈속에서 그를 일깨워야겠지. 깨어나지 않으려 반항할 테니 조심스럽게 말이야.”

키 드레이번은 몇 마디 더 질문하려 했다. 예를 들자면 그것은 언제쯤이면 완료될 것인가라든지, 내가 알고 있어야 할 특별한 위험 같은 것은 없냐는 질문 같은 것. 하지만 사나운 몰골의 애꾸눈 해적이 눈을 꼭 감은 채 방싯방싯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키는 정나미가 다 떨어져나가는 기분을 느 꼈고, 그래서 간단하게 말했다.

“수고했어.”

그리고 키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역시나 키가 뭔가 더 질문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세실은, 그래서 꺼내려던 말을 꺼내지 못한 채 키 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아직은 오후의 나른함보다는 오전의 활력이 남아 있을 무렵, 그러니까, 정오 조금 못 미쳐, 몇몇의 부하와 함께 수색을 펼친 라이온이 절벽을 내려가 는 길을 찾아내었다. 키 드레이번은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전진 명령을 내려 칸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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