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252화
“베르니카!?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그 유치원 선생은 베르니카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베르니카 역시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베르니카는 즉시 무릎을 꿇고 그 선생에게 예를 갖추었다.
“미네리아나 마마! 왕궁 호위단장 베르니카·페이셔트, 뒤늦게 인사를 올립니다!!”
그 말을 들은 주위의 어린아이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베르니카에게 말했다.
“무, 무슨 소리에요 아줌마! 우리 선생님 성함은 **<미네아>**라고요! 그런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 그리고 선생님은 마마가 아니세요!!”
아이들의 거친 반응에 놀란 베르니카는 선생– 미네아를 바라보았다. 미네아는 자신의 가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후에 얘기하자는 신호를 보내었다. 베르니카는 고개를 끄덕인 후 미네아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베르니카, 당신을 여기에서 만나니 정말 다행이군요. 이제 아이들과 함께 일을 당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미네아의 반가움이 섞인 말에 베르니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마마를 찾았었습니다. 수도에서 그냥 계셔도 괜찮으실 분이 왜 이 변방의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나요?”
그 말에 미네아는 쓸쓸히 웃으며 나지막이 답해주었다.
“제 언니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거든요. 린스의 일도 그렇고… 그리고 전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아, 라세츠 후작은 어떻게 지내나요? 아무 일 없으신가요?”
라세츠란 이름을 들은 베르니카는 인상을 흐리며 미네아에게 말했다.
“…잘… 계십니다 그분은. 하지만 마마완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의 일은 제발 잊으시는 게….”
“예? 후작께서 무슨 일이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미네아의 표정을 본 베르니카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일도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마마는 여기에 어쩌다가 오셨나요? 전 마마를 찾으러 이곳에 왔지만….”
미네아는 자신의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아이들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아이들과 성역 근처로 자주 놀러오곤 한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이곳으로 오기 직전에 어떤 나무꾼을 만났는데요, 꽃이 아주 많은 장소가 숲 안쪽에 있다는 말을 하더군요. 약간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아이들이 더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 숲 안쪽으로 들어서고 말았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도착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고 결국엔… 이렇게 되고 말았죠.”
베르니카는 한숨을 후우 쉬며 자신과 아이들, 그리고 미네아가 갇혀있는 감방을 둘러보았다. 마치 함정과 같은 감방이었고 외벽이 천정을 중심으로 사다리꼴 모양의 경사를 가지고 있어 기어 올라 탈출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탈출할 방법은 한 가지뿐이군요. 그 괴물들이 우리들을 제물로 쓰려고 이 감방에서 꺼내었을 때 탈출하는 것입니다. 그 외엔….”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베르니카는 가고일에게 충격조차 입히지 못했기 때문에 가고일로부터 도망칠 확률은 극히 저조했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을까요?”
“예?”
미네아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베르니카에게 말했고 베르니카는 자신과 함께 성역까지 왔던 ‘건달’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할 거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였고 그 건달의 존재는 이내 지워졌다.
“…어떻게든 해봐야죠. 그럼, 아이들에게 잘 말씀해주세요 마마.”
미네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어 눈만 초롱초롱 뜨고 있는 아이들에게 얘기를 시작했다.
○
어쩔 수 없이 마을로 돌아온 지크는 여관 문을 발로 걷어차는 등의 화풀이를 해대며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어? 저 녀석 벌써 왔잖아?”
창가에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던 마키는 방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서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간 지 약 두 시간 정도 되어서 행방불명된 아이들 찾는 일을 끝마쳤다는 건 조금 이상해서였다. 게다가 발소리도 심상치가 않았다.
“젠장–!!”
지크는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리고 나서 침대에 몸을 날려 신경질적으로 누운 뒤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마키는 그냥 바라보며 속으로 꿍얼댈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뭐야? 무슨 일이야 오빠?”
소리를 듣고 달려온 루이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몸을 휙 돌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크의 그런 행동에 화가 난 루이체는 침대에 털퍼덕 앉고서 지크의 몸을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말을 해봐 오빠!! 혼자서 앓는다고 처리되는 일이 어디 있어!”
“…으이휴….”
지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섰고 루이체는 곁의 의자에 옮겨 앉아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자신의 머리를 슬슬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 마을 장로나 촌장을 찾아 뵈야 하겠어. 유치원 꼬맹이들 몇 명이 없어졌으니 찾으면 끝이다 할 시시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루이체는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지크에게 다시 물었다.
“뭐? 그럼 더 큰 문제란 말이야?”
지크는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그래, 둘 중에 한 명 날 좀 따라와. 나 혼자선 좀 어려울 것 같으니까.”
“응? 왜 둘 중에 한 명이야?”
마키의 물음에, 지크는 짜증이 난다는 듯 눈살을 약간 찡그리며 대답했다.
“여관하고 카루펠을 지켜야 할 거 아니야. 아, 잘됐다. 네가 남아줘, 알았지? 그럼 난 간다.”
지크와 루이체는 재빨리 여관을 나섰고 마키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다시 창문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물어물어 촌장의 집에 도착한 지크와 루이체는 예상 밖의 손님에 놀란 촌장을 집 안으로 거의 끌고 들어가다시피 하며 자신의 자초지종과 여신의 성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관한 얘기를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촌장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지크가 그의 어깨를 건드릴 때까지 아무 말도 못 하였다.
“어이, 촌장님? 왜 그러세요?”
“아, 자네들 지금 분명히 여신의 성전에서 들려온 음성은 **<바위의 몰킨>**일 것이네.”
지크는 상상 외로 전개된 이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루이체는 루이체대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루이체는 지크의 팔을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빠. 잠깐 나와봐…!”
지크와 루이체는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엔 이 대목만 알려져 있지. 그러나, 아래를 천천히 보면 알겠지만, 세 여신, 새벽의 여신 **<이오스>**를 제외한 <마그엘>, <요이르>, **<이스말>**의 아래엔 한 여신당 네 명씩의 신장(神將)이 존재한다네. 네 여신들이 신벌을 받을 때 그 12신장은 육체를 완전히 분해당해 영혼만이 존재하게 되었지. 그 영혼들은 여신의 성전이라 불리는 곳에 또 갇히게 되었는데… 아마 자네가 들은 **<목소리>**란 것은 그 12신장 중 한 명, 고대의 여신 요이르의 부하인 **<바위의 몰킨>**일 것이네.”
지크는 상상 외로 전개된 이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루이체는 루이체대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루이체는 지크의 팔을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빠. 잠깐 나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