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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51화


퉁퉁–

강철이 무언가에 충돌하여 나는 공명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주먹으로 숲 안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철문을 몇 번 두드려 보던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젠장, 이 안에 들어있는 녀석은 여자와 아이를 좋아하는 모양이군. 이상한 녀석.”

몇 번 밀어봤어도 문은 꿈쩍이지 않았다. 지크의 힘으로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마법에 의한 결계 내지는 엄청난 잠금쇠가 문을 버티고 있다는 말이었다. 지크는 문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대한 언덕 밑에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외부에서 그 문을 찾기란 꽤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주위는 햇빛조차 거의 들어오지 않는 빽빽한 숲으로 둘러쳐져 있어 보통 사람이 이 문 앞까지 왔다면 아마도 울면서 탈출구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크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깨버리지 뭐.”

씨익 웃어 보인 지크는 오른팔에만 기전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팔 전체에 스파크가 흐를 무렵, 지크는 이를 악물고 굳게 닫힌 철문을 쏘아보았다.

“침입자 등장이다앗–!!!”

쿠우웅–!!!

지크가 기전력이 담긴 오른손 주먹으로 철문을 과감하게 후려치자,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거대한 문은 타격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금이 가며 이내 부서져 내렸다. 먼지가 꽤 끼어있던 문이라 지크는 먼지 지옥을 감수해야만 했다. 콜록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선 지크는 문 안에 펼쳐진 이상한 공간을 보고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뭐야 이건…? 이게 성역의 진짜 모습인가?”

까마득히 보이는 천장에 매달린 괴물 모양의 석상들, 그리고 방 중앙에 우뚝 솟은 거대한 제단. 아무리 보아도 좋은 쪽으로 사용하던 장소가 아닌 듯싶었다. 지크는 빠르게, 그리고 조용히 제단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문 비슷한 건 보이지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보았어도 찾은 것이 없자 지크는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었다.

“휴우… 빌어먹을. 어딘가에 나가고 들어오는 구멍이 있을 텐데… 어이! 누구 사람 없나?”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철문 하나 빼고는 사방이 돌벽으로 막혀있어 그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누가 성스러운 제단에서 행패를 부리느냐!」

그때, 음침한 목소리가 다른 곳에서 울려 퍼졌고 그 괴성을 들은 지크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하! 역시 있었군 친구. 거두절미하고, 여기에 애꾸눈 누나 한 명 들어왔었지? 솔직히 말하면 정상을 참작해 줄 테니까 어서 불어봐.”

지크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질린 듯, 목소리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을 땐, 소리뿐만 아니고 천장에 매달려 있는 석상들까지 지크에게 날아오는 것이었다.

「넌 제물로 바쳐질 가치도 없는 인간이구나! 저 녀석을 단숨에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라 가고일!!!」

지크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가고일 둘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귀를 후비고 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흐음~ 꽤 화가 난 모양이군 친구. 좋아, 장난을 받아주지!”

양손의 관절을 풀며 자세를 취한 지크는 가고일의 날카로운 손톱을 이리저리 피하며 주먹으로 한쪽 가고일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러나, 가고일들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듯 계속해서 지크에게 달려들었고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서 가고일들과 거리를 벌렸다.

“뭐야? 보통 공격이 안 통한다는 말이야? 그럼 진작 말을 해줘야지 친구!!”

말을 마치자마자, 지크는 온몸에 기전력을 끌어올리고 역으로 가고일들에게 달려들었다. 가고일의 손톱은 이번에도 거침없이 지크의 급소들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지크도 이번엔 피하지만은 않았다.

“먹어랏–!!”

지크는 기합성과 함께 가고일의 휘둘러진 오른팔을 강렬한 레프트로 받아쳤고 카운터에 맞은 가고일의 오른팔은 석상이 깨어지듯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떨어졌다. 지크는 연속적으로 오른팔이 부서진 가고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른손 훅으로 가슴과 복부를 연타당한 가고일은 완전히 박살나 순식간에 파편 덩어리로 변하였다.

『키이이이잇–!!!』

또 다른 가고일의 초음파 공격이 날아든 건 지크가 라이트 훅 연타로 가고일 하나를 박살낸 직후였다. 가까스로 초음파 공격을 피한 지크는 자신의 재킷 끝이 초음파 공격에 의해 약간 삭아버린 것을 보고 인상을 구기며 가고일에게 파고들었다.

“감히 하나밖에 없는 재킷을! 가랏–!! 외식, 통천포(痛穿砲)!!!”

한 손을 가고일의 머리 근처에 가져간 지크는 자신의 팔에 모여진 기를 순간적으로 폭발하였고 푸른색 불꽃을 정면으로 맞아버린 가고일의 머리는 중앙이 뻥 뚫려 제 기능을 못하게 되었다. 무방비 상태가 된 가고일의 몸체에 연속으로 무릎 차기와 발차기를 날린 지크는 그 가고일마저 돌무더기로 변해 사라지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풀었다.

“헤헷, 어떠냐!! 조각상 따위론 날 어찌하지 못하니 순순히 정체를 밝혀봐!!! 참고로 난 인내심이 별로 없다!!”

「…후훗, 실력만은 칭찬해 주마. 상상 외로 강한 녀석에게 걸렸군. 그러나 넌 머리가 나쁜 것 같아, 아이들과 두 여자는 아직 내 손에 있다는 걸 모르느냐? 섣불리 행동하면 그들을 황천길로 보내버리겠다. 잠자코 돌아가라!!」

그 말을 들은 지크의 이마엔 푸른 힘줄이 솟았다.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그 목소리를 향해 말했다.

“쳇, 좋아… 돌아가 주지. 대신 할 말이 있다.”

「뭐냐?」

지크는 돌아선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강철문과 가고일들의 파편을 가리켰다.

“널 결단코 저렇게 만들어 주지… 뒤를 조심하는 게 좋아 친구.”

「…!」

말을 마친 지크는 자신이 들어온 문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그가 사라지자 목소리는 마력으로 지크에 의해 부서진 문 대신 불투명의 결계막을 설치하였다.

「무서운 녀석… 끝까지 날 긴장시키는군. 어쨌든 가고일을 맨손으로 쓰러뜨리는 녀석은 오늘이 처음이야…. 만약 제물을 인질로 쓰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목소리엔 제법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그 후 목소리는 의식 준비가 될 때까지 들려오지 않았다.

“으음…! 여기는…?”

베르니카는 복부를 쓰다듬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희미한 눈엔 공포에 질려있는 일곱 아이들과 깨끗한 얼굴의 유치원 선생의 모습이 곧바로 들어왔다.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 유치원 선생은 베르니카가 눈을 뜨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어… 아프신 곳은 없으신가요? 가고일들에게 이곳으로 끌려오셨을 땐 꽤 고통스러워하시는 것 같던데….”

그러나, 베르니카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유치원 선생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역력했다.

“저, 절 못 알아보시겠습니까!?”

베르니카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그 유치원 선생은 깜짝 놀라며 베르니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얼굴에도 놀라운 표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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