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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298화


“언니‥고향에선 이러지 않았던 내가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럴까‥?”

레이는 자신과 몸을 공유하고 있는 자신의 언니 케이에게 물었고 그녀의 안에서 케이는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당연히‥리오씨가 네 맘에 들기 때문 아닐까? 호호홋, 쌍둥이라 나이도 똑같은데 넌 나보다 어린 것 같구나. 하지만 이건 사실이야, 리오씨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남자라는 건 말이지. 그리고 난 네 안에 있기 때문에 네 마음을 잘 안다는걸 잘알지? 후훗‥나 같으면 어제 리오씨가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같이 갔겠다.’

레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지만‥난‥.”

‘‥나도 네가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리오씨가 그런 사람도 아니잖니. 오히려 싫어할걸? 한번 믿어 봐 레이야. 난 네가 리오씨의 마음속에 있는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생각해.’

그러나 케이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나에겐 중요한 일이야 언니. 나중에 다시 얘기해‥.”

‘‥알았어 레이야.’

케이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휴식에 들어갔고 레이는 살며시 눈을 뜨며 여전히 아래에서 하늘을 보고 있는 리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 어머?”

어떻게 느꼈는지, 리오는 하늘에 시선을 둔 채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고 레이가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하자 리오는 그녀를 돌아보며 빙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떻게‥?”

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리오는 다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명상에 잠겨갔다.

아침 식사 시간에도 린스와 노엘이 내려오지 않자 리오는 약간 걱정이 되는 듯 케톤에게 물었다.

“어이 케톤, 공주님이나 노엘 선생님이 아침에 뭐 말한 것 있어? 왜 아직도 안 내려오지?”

케톤도 리오의 말을 듣고서 그러고 보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요, 근데 정말 이상하네요, 공주님이 식사 시간을 어긴 일은 없었는데‥?”

“‥설마?”

리오는 스프를 뜨던 숟가락을 놓고서 식당을 나섰고 조용히 식사를 하던 레이는 리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누가 습격했나? 아니야, 내가 아무리 수면 마법에 걸렸어도 살기만은 느낄 수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똑똑–

방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반응이 없자,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문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의외로 방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리오는 방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기척은 느끼지 못했다.

“‥납치인가?”

계속 방을 둘러보던 리오는 린스의 조그만 가방과 노엘의 배낭이 없어진 것을 알 수 있었고 침대 위에 놓인 작은 쪽지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뭐야‥설마?”

리오는 쪽지를 곧바로 펴 들어 읽기 시작했고 곧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길게 쉬어 보였다.

“젠장할‥나이가 몇인데‥.”

<난 노엘이랑 함께 먼저 수도로 떠날 거야. 그리고‥리오 너와는 이별이야!!>

케톤에게서 린스의 필적을 확인한 리오는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아이들도 마침 식사를 끝냈기에 가는 데엔 무리가 없었다. 여관을 일행과 함께 나선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중얼거렸다.

“흐음‥이불 안의 온도를 보아하니 새벽 세시쯤 나간 것 같아. 마침 나도 그때 잠이 푹 든 상태였고. 여기서 수도까진 반나절 걸리니 지금쯤이면 도착했을지 모르겠군. 천천히 가보자구 모두들.”

케톤은 리오의 그 말을 듣고서 펄쩍 뛰었다.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리오씨! 중도에 그분들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어떻게 알아요!”

리오는 천천히 일어서며 대답했다.

“여기서 반나절이면 그리 먼 거린 아니야. 그리고 상당히 시간이 흘러있어. 지금이 오전 열 시니까 약 일곱 시간이 흘렀지? 그 안에 무슨 일이 생겼다 해도 우리가 어쩔 수는 없어. 아무리 나라도 말이지. 그리고 노엘 선생님이 그리 약하다고는 생각 안 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진 마.”

리오는 빙긋 웃으며 케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케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자, 모두 가보자구. 레이씨도 같이 가실 거죠?”

레이는 굳게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이 마을에서 리오 일행과 헤어지겠다고‥.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쓰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출발하세요 리오씨.”

“예? 아 예‥.”

리오는 레이의 말을 들은 순간 뭔가 이상하다 느꼈다. 레이가 「당연하죠」란 말은 지금까지 전혀 안 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간다고 하니 리오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왜 그랬어 언니! 이러면 어떻게 해!!’

레이는 인상을 가볍게 쓴 채 자신의 안에 있는 케이에게 마음속으로 소리쳤으나 정작 케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리오는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 레이가 약간 인상을 쓰고 입을 중얼거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이에게 물었다.

“여관에 뭐 두고 오셨나요 레이씨? 왜 그러세요?”

레이는 아차 하며 곧 빙긋 웃어 보였고 리오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뒤를 따르던 여자 아이들은 음흉한 웃음을 띄운 채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거봐, 역시 좋아하는 사이라니까.”

“맞어 맞어‥.”

16장 [맞수]

“아휴‥힘들어.”

병사들의 입을 막으며 수도의 성문을 통과한 린스는 공사용 판자 위에 걸터앉아 쉬기 시작했고 그녀의 옆에 서있던 노엘은 공사가 쉬는 날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웃어 보였다.

“많이 상했어‥수도가. 그렇지 노엘?”

노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문 주위의 파손된 건물들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복구 작업이 한창이라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었다.

린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구 노엘. 이제부턴 천천히 걸어도 되겠지.”

계속 길을 걷던 린스와 노엘은 곧 여관가를 통과하게 되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오고 가는 활기찬 모습을 본 린스는 자신의 몸에도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음음‥어? 노엘, 저것 좀 봐!”

노엘은 뭘까 생각하며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쓴 후 린스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 어머? 저 말은?”

다른 말에 비해 1.5배는 커 보이는 거마가 여관 앞에 묶여 있었다. 린스는 웃음을 띄운 채 그 말에게 다가갔고 노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말은‥설마 벨로크 공국 제2대장군 가르발의 말, [카루펠]!?”

린스는 카루펠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반짝이며 구경하기 시작했고 카루펠은 흘끗 린스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자신의 앞에 놓인 풀을 먹기 시작했다. 린스가 카루펠을 만져보기 위하여 접근을 시도하자 노엘이 급히 그녀를 말렸다.

“자, 잠깐만요 공주님! 말엔 주인 아닌 사람이 함부로 다가가면 큰일이 나요!”

린스는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살짝 쳤다.

“그, 그래?”

“당연하지, 이 녀석은 또 상당히 사납거든. 헤헤헷‥.”

린스와 노엘은 목소리가 들려온 여관 위층을 바라보았다. 약간 말라 보이는 듯한 청년이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이, 키 작은 아가씨! 말 구경하고 싶으면 나에게 말해, 태워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어차피 애꾸가 부르지도 않으니 시간 때울 겸 뭐‥.”

린스는 청년의 상당히 건방진 말투에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거기 마른 녀석! 말 따위는 내 집에 가면 얼마든지 있다구!! 잘난 척 하지 마!!!”

린스의 말을 들은 그 청년은 황당한 눈으로 린스를 바라보다가 결국 화가 난 듯 창문에서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녀서억!? 거기 가만히 있어 이 말괄량이!! 이 지크님이 손수 혼을 내 줄테니!!!”

린스는 노엘이 말릴 틈도 주지 않고 혀를 내밀며 맞받아쳤다.

“헹! 어디 뛰어내려 보시지 말라깽이!! 뛰어내리면 내가 니 동생이다!!”

“‥호오‥그래?”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노엘은 설마 하며 그 청년에게 대신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우리 아가씨께서 실례를 범했군요. 제가 대신 사과를‥.”

그러나 그 청년은 즉시 창문에서 몸을 날렸고 린스와 노엘의 얼굴은 순간 사색이 되고 말았다.

“사, 삼 층인데‥!?”

그러나 그 청년은 동물처럼 가볍게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아 안전하게 착지를 했고 린스는 으윽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청년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노엘을 슬쩍 지나쳐 린스의 앞에 다가와 그녀의 턱에 손을 대며 씨익 웃어 보였다.

“헤헷, 잘 부탁해 동생? 하하하하핫–!!”

린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지만 자신이 말한 내용이라 어쩔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고 그 청년은 인상을 쓰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너구리 같으니! 거기서 뭐하는 거야!! 어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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