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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55화


“예!? 웨드의 부품들이 도난을 당했다고요!!”

장로에게서 그런 말을 전해 들은 리오는 깜짝 놀라며 장로에게 되물었다. 장로는 그늘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웨드 한 대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양의 부품들이 도난을 당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운동 장치들과 파워 제너레이터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몸체와 팔, 다리, 머리의 파츠와 프레임 부분 등등…. 양산형 기체를 만들기 위해 제작해 둔 부품들 중 한 개씩만 사라졌답니다. 아, 그리고 에너지용으로 정제된 오리하르콘 결정도 일곱 개나 사라졌습니다.”

“…오리하르콘 결정까지…?”

웨드용 부품이 도난당했다는 말까진 그냥 ‘놀란’ 리오였지만, 오리하르콘 결정까지 도난당했다는 말을 들은 리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 차원계에서 가장 신비한 물질이라 불리우는 오리하르콘. 그 금속의 정체에 대해선 주신도 답변을 거부할 정도로 신비에 싸인 물질이었다. 용도도 다양해서, 상당히 오래 전까진 검이나 부적, 갑옷 등을 만드는 데 사용했지만, 서룡족의 과학자들이 이 금속을 절대 영도 상태에서 1000시간 정도 방치를 해 두면 금속 자체가 압축이 되며 파랗고 투명한 색의 결정이 생성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 오리하르콘은 서룡족의 초대형 전함이나 드래고니스를 움직이는 데 쓰는 거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제된 오리하르콘 결정의 크기는 성인 남자의 주먹만했고, 강도로 따진다면 금속일 때의 오리하르콘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그 결정에서 낼 수 있는 에너지는 막강한 것으로, 두 개를 직렬로 연결했을 때 주거 지역과 전투 지역을 결합한 상태의 드래고니스(이때 크기는 제주도보다 큼)를 일곱 번 이상 차원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리오가 그렇게 놀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일곱 개라면, 이 행성은 물론 이 태양계의 웬만한 행성은 모두 분해시킬 수 있는 막대한 양인데…!! 그런데, 범인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리오의 다급한 질문에, 장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들어온 흔적도 없고, 그런 커다란 부품들을 가지고 이동한 흔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오리하르콘마저도 분명 제가 직접 새로 정제된 것을 옮겨 저장 캡슐에 넣어 두었는데….”

리오는 큰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정제된 오리하르콘과 같이 도난당한 웨드의 부품들…. 그리고 그것들을 너무도 간단히 훔쳐낸 수수께끼의 존재. 하지만 지금 같은 짧은 시간엔 아무리 그라고 해도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은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바이칼에겐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날 부품 창고를 지켰던 병사들의 입도 잘 막아 주시길.”

“…예.”

※※※

나이로 볼 때, 릭은 전룡단 단장 중에서도 상당히 젊은 축에 드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검술은 단장들 중에선 최고였고, 판단력과 지휘력도 최상급이어서 상당히 빠르게 제1 단장이라는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가끔씩 일어나는 국지전에서도 상당한 용맹을 떨친 탓에 동룡족 장군들도 상당히 염두에 두는 인물이었다. 특히, 예전에 그와 명승부를 펼쳤던 란바랄에 경우엔 더했다.

“아직 힘이 남으셨습니까!!”

파앙–!!

“꼬마를 상대하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파앙–!!

일진일퇴, 둘의 검술 실력은 거의 막상막하였다. 릭은 릭대로 란바랄의 실력이 상당히 좋아진 것에 놀라고 있었고, 란바랄은 란바랄대로 릭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둘의 격돌을 중심으로, 서룡족 전룡단과 란바랄이 이끄는 동룡족 부대들의 전투는 열기를 더해갔다. 그러나 전황은 차츰 근접 전투에 강한 전룡단에게로 기울었고, 결국 란바랄은 후방에서 전해진 후퇴 명령을 받고 릭과의 대결을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란바랄은 불만을 표출하며 인상을 잔뜩 쓴 채 중얼거렸다.

“…흥, 노인들 같으니라고…! 좋아, 오늘은 내가 먼저 물러가마 릭·발레트!! 하지만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다!! 철수!! 철수하라!!!”

결국, 동룡족의 방어 부대는 급히 전장을 빠져나갔고, 전룡단들은 승리의 포효를 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기술을 단 한 번밖에 전개하지 못하고 후방으로 물러나야 했던 지크는 불만 어린 얼굴로 멀리 후퇴하고 있는 동룡족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흥, 버릇없는 것들…! 감히 이 지크님과의 승부를 뒤로 미루다니…!!”

그러나 지크의 속은 아직도 울렁거리고 있었다.

…………………………. . . . . . . .

작전이 끝난 뒤, 슈렌은 지크와 전룡단 단장들, 그리고 BSP 대원을 대표한 헤이그를 기함에 불렀고 즉시 작전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 작전의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특히 전룡단의 상상을 초월한 사격 실력을 보여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케빈은 지금까지 웨드들에 대해 별다른 신뢰감을 가지지 못했던 전룡단 단장들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옥도를 사용해서 전장을 릭에게 맡겼던 지크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좋소. 적들은 이제 모스크바 시내 안쪽과 시 외곽까지 물러났소. 수고해준 전룡단 제1, 9, 30대대 장병들과 단장들에게 경의를 표하오. 그럼, 이제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겠소. 먼저 단장 여러분들께 의견을 듣겠소.”

단장들의 의견은 대충 두 가지로 갈렸다. 모스크바시를 네 곳에서 동시에 포위해 적을 섬멸하자는 의견과, 적이 집중해 있는 모스크바시의 동쪽에 전력을 집중시켜 힘의 대결을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작전 모두 슈렌에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되지 않은 작전인 탓이었다.

“…여러분들의 의견 모두 적을 섬멸하는 데엔 좋은 작전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 임무는 동룡족의 전멸이 아니라 모스크바시 탈환이오. 두 작전 중 하나를 실행하게 된다면 분명 우리들의 손이나 흥분한 동룡족의 손에 시민들이 다칠 우려가 있소. 다른 작전을 말씀해 주시기 바라오.”

결국, 회의실엔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고 시간이 상당히 지나자 지크는 탁자 위에 팔을 펴고 엎드리며 지루함을 나타냈다. 그때, 정적을 깨며 헤이그가 슈렌에게 말했다.

“…게릴라 전법을 응용한 작전은 어떻소?”

그러자, 슈렌을 비롯한 모두는 헤이그에게 시선을 돌렸고,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헤이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의 작전은 이렇습니다. 적의 후방에 우선 소수 정예의 대원들을 파견합니다. 그리고 그 정예 대원들은 적을 후방부터 철저히 교란하고, 적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서 전군이 공격을 퍼붓는 것입니다. 적이 혼란스러워지면 그만큼 시민들이 대피하는 건 쉬워질 테고, 아군의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헤이그의 의견에, 슈렌과 다른 전룡단 단장들은 생각보다 좋은 작전이라 판단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슈렌이 다시 헤이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헤이그 대위님이 말씀하신 작전은 그 ‘소수 정예’ 부대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습니다. 그 정예 부대는 어떻게 뽑으실 생각이십니까.”

그 질문에, 헤이그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지금 이 작전을 위해 파견된 웨드의 파일럿들은 BSP 사이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입니다. 그리고 팀 플레이 역시 거의 2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호흡을 맞춰온 이상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웨드 역시 모두 전용 기체 아닙니까. 한 번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러자, 전룡단 단장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웨드들의 첫 출격이니만큼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제1 전룡단 단장 릭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전 찬성입니다. 아까 케빈이란 분의 가공할 만큼 정교한 사격 솜씨…. 그것은 우리 전룡단 단장 사이에서도 완벽하게 조정된 록 온 사이트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실력 또한 리오님을 비롯한 가즈 나이트 분들이 인정하실 정도입니다. 물론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맨몸으론 전룡단 단원들도 이길 수 없는 분들이시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원래 이 세상의 어떤 종족보다 더 도구를 잘 사용하는 종족입니다. 도구를 사용할 때의 인간은 저희들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지요. 능력이 높은 인간의 경우 철로 만든 검 하나만으로 마룡들과 싸울 수 있을 정도니까요. 전 이런 생각으로 찬성을 하는 것입니다.”

“…예, 저도 찬성입니다.”

그 다음으로 헤이그의 의견을 지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슈렌의 부관 레소드였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예전에 장로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인간이란 종족은 우리 용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 중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른 종족입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리고 저분들이 탑승하고 사용하실 웨드는 우리가 만든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과, 우리의 능력을 믿어보는 것입니다.”

전룡단 사이에서도 상당한 파워를 지닌 둘의 찬성에, 전룡단 단장들은 결국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슈렌은 곧 모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반대 의견 있으십니까. …없으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럼, 작전은 내일 새벽에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헤이그 대위, 정확한 웨드 부대의 투입 시기를 정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

“여보세요? 엄마? 아아, 저 잘 있어요. 날씨요? 엄청 춥죠. 먹고 싶은 거요? 떡볶이요. 아유, 괜찮아요 엄마. 여기가 어딘데…. 아하하핫….”

티베, 사이키와 함께 방을 쓰고 있는 리진은 현재 유일한 개인 통신 수단인 이리듐 위성 전화를 통해 집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가격은 무료였다. 와카루 박사의 **’오퍼레이션 메테오’**에 원래 전화 회사에서 띄웠던 이리듐 위성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위성은 서룡족들이 개인 연락용으로 띄운 것이었다. 전룡단 단장들과 단원들 역시 대부분 드래고니스에 가족이 있는 탓에 띄운 것이지만 BSP 대원들 역시 그 덕을 보고 있었다.

“예예, 알았어요 엄마. 아빠 들어오시면 저 잘 있다고 전해주세요. 예, 끊어요 엄마.”

전화를 끊은 리진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전화기를 배낭에 집어넣었고, 침대 위에 누워 티베와 사이키를 바라보았다. 책을 읽고 있는 사이키와는 달리, 티베는 그리 좋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어, 왜 그래 티베?”

“…아냐. 넌 전화할 가족이라도 있어서 좋겠다.”

“…?”

“…난 가족이 없잖아. 만약에 죽는다 해도…울어줄 가족이 없어.”

티베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이키는 책으로부터 시선을 떼었고 리진 역시 말문을 닫고 말았다. 티베는 아무 말 없이 간이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럴지도 몰라 티베. 널 위해 울어줄 가족은 분명 없으니까.”

“….”

“…하지만 네가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릴 동료들은 있어. 더 이상 죽는다는 바보 같은 말은 하지 마.”

리진의 그 말에, 티베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고 리진은 티베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묻으며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부벼주었다.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리는 한 팀이잖아.”

“…으응.”

“…으악!! 내 티에 이 입술 자국은 뭐야!!! 당장 빨아와 티베!!!”

“뭐, 뭐라!? 맘대로 날 안아놓고 뭐가 어째!!!”

아까의 일을 잊고 다시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사이키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읽던 책에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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