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54화
향긋하게 밀려오는 담배의 연기. 케빈은 이 냄새를 맡아야만 정신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 케빈 자신은 나타샤가 말한 그대로 자신이 니코틴 중독 증상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지만 그가 담배를 처음 물게 된 10대 후반에도 사격하기 전에 담배를 피우면 그의 실력은 기가 막히게 향상이 되었다.
케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정신과 **’코알라’**의 TDS CPU를 트랜스 시켰고, 그 자신은 곧 웨드가 되었다. 그는 코알라의 백팩에 장비된 프로톤 라이플을 꺼낸 뒤 길게 펼쳐 사격 준비를 했고, 탄환을 장전한 뒤 조준을 하기 시작했다.
“흠흠~ 중력 오차 계산… 0.0000001… Ok, 장애물 계산… 좋아. 타겟 록 온… 으음?”
순간, 코알라가 갑자기 프로톤 라이플의 조준 장치에서 시선을 떼자, 슈렌은 약간 움찔하며 통신기를 통해 케빈에게 상태를 물었다.
“…이상이라도 있습니까.”
「음… 이상이라면 이상입니다. 록 온 사이트의 각도가 0.6도 정도 빗나가 있군요. 아아, 뭐 걱정하지 마시오. 록 온 사이트를 끄고 하면 되니까.」
통신기에서 들려온 그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전룡단들은 다시금 긴장을 했고, 역시 그 말을 들은 슈렌의 부관 레소드는 슈렌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명령의 철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안됩니다 슈렌님! 록 온 사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70km 밖의 목표를 맞춘다는 것은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것입니다!! 제발 명령을 철회해 주십시오!!”
그러나, 슈렌의 의지는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케빈 중위는 당신들보다 총기류를 더 오래 다뤄본 사람이오. 그리고,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나 혼자 가서라도 그 슈퍼 컴퓨터를 부술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결국, 레소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그로부터 조금 후 케빈에게서 다시 통신이 들어왔다.
「Ok! 전방에 있는 지크에게 명령을 내리시오!」
“알겠소.”
………………… . . . . . .
전룡단 제1, 9, 30대대를 맡고 있는 지크는 참호 안에서 몸을 풀며 슈렌에게 연락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임무는 **’작전’**이 성공하여 적의 전방에 포진해 있는 바이오 버그들의 움직임이 잠시 정지하면 그 틈을 타 돌격을 하는 것으로 솔직히 상당히 초조한 임무이기도 했다.
“젠장, 케빈 녀석은 왜 이리 늦는 거야. 담배 연기에 질식이라도 한 건가….”
지크는 자신의 귀에 꽂고 있는 마이크폰을 매만지며 투덜거렸고, 지크의 뒤에 서 있는 릭 역시 상당히 초조한 듯 자신의 검 자루를 손가락으로 끝없이 매만졌다.
「지크, 지크 들리나.」
그때, 슈렌의 낮은 목소리가 지크의 귀에 들려왔고 지크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릭에게 손짓을 했고, 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전룡단과 다른 단장들에게 바쁘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좋아, 들린다 슈렌! 신호나 보내줘!!”
「으음… 지금이다.」
지크는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릭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고, 릭 역시 전룡단 전체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그러자, 열을 지어 서 있는 전룡단의 중앙 부분이 양 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양쪽으로 분단된 전룡단의 사이 거리는 약 30m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길을 만든 전룡단들은 곧바로 절연 물체가 코팅된 특수 방패를 옆에 들어 자신들의 몸을 보호했고, 준비가 완벽히 끝나자 지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준비 끝이다!”
……………………. . . . . .
“음… 시작하시오.”
지크에게서 신호를 받은 슈렌은 곧바로 케빈에게 발사 신호를 보냈고, 코알라 안에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케빈은 즉시 프로톤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좋아, 날아랏–!!”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프로톤 라이플의 총구에선 적황색의 광선이 무서운 스피드로 동룡족의 본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룡단이 미리 준비한 길을 무사히 통과한 광선은 폐허가 되어버린 전장을 빠르게 통과했고, 이윽고 동룡족의 진형을 급습하기에 이르렀다.
“쿠에에에에에에에엑–!!!!!!”
전방에, 정확히 말해 프로톤 라이플의 광선이 통과하는 길에 위치해 있던 대형 바이오 버그들은 일시에 몸을 관통당하며 즉사를 했고, 뒤에 있던 동룡족 병사 몇 명도 관통한 광선은 동룡족이 설치해 둔 두께 80cm의 강철 바리케이드에 직격을 했다. 그러나, 그 바리케이드마저도 손쉽게 관통한 광선은 동룡족의 본진까지 들어갔고 본진 중앙에 설치되어 있던 바이오 버그 통제용 슈퍼 컴퓨터의 중앙을 꿰뚫는 데에 성공하고 말았다.
한편, 서룡족의 본진에선 임시로 띄워둔 위성에서 연락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케빈의 웨드는 프로톤 라이플을 놓고 편히 앉아 공기 흡입구에 끼워진 담배의 연기를 콕핏 내부로 공급하고 있었다. 전룡단 단장들은 그리 미덥지 못하다는 눈으로 **’코알라’**를 바라보았으나, 조금 후 들려온 오퍼레이터의 목소리는 그들의 눈을 둥글게 만들고 말았다.
「전해드리겠습니다!! 적의 바이오 버그 통제 컴퓨터 소멸! 현재 적의 전방에 위치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 아니…!?”
레소드를 비롯한 전룡단 단장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만든 웨드에 타고 있다지만 인간이, 그것도 70킬로미터 밖에 있는 목표물을 록 온 사이트도 사용하지 않고 맞추었다는 것은 믿지 못할 일이었다. 레소드는 자신들을 비웃듯이 연기를 내뿜고 있는 케빈의 웨드를 바라보며 예전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이것이 장로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잠재 능력’**이란 말인가…! 설마 인간이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질 정도로 진화했을 줄은…!!’
그때, 슈렌이 레소드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렸고 기함을 가리키며 모든 전룡단 단장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시가전에 대비한 작전을 짜도록 하겠소. 모두 기함에 들어와 주시길.”
곧, 슈렌은 다른 전룡단 단장들과 함께 기함 안으로 들어갔고, 레소드는 자신의 상관 슈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남겼다.
‘…그래, 저분들도 한때는 보통의 인간들이셨지. 그걸 잊었군….’
※※※
“자자자!!! Let’s do it!!! 지금 저 녀석들을 박살 내지 못하면 언제 박살 내겠나!! 돌격이다!!!!”
오퍼레이터로부터 확인 신호를 받은 지크는 무명도를 높이 들어 올리며 전룡단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고,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에 상당히 사기가 오른 전룡단들은 각자 고함을 지르며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돌격을 하는 도중, 릭은 각 부대에 포함되어 있는 대공 방어 부대에게 무전기로 급히 명령을 내렸다.
“원거리 사격을 주의해라!! 각 부대의 방어병들은 날아오는 거 확실히 떨어트려!!!”
「예!!」
바이오 버그들의 처리를 맡은 전룡단들은 모두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뒤 지크를 따라 급속으로 적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고, 컴퓨터에 의해 통제를 받지 못한 바이오 버그들은 전룡단의 브레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다. 후방에서 보다 못한 동룡족의 전함들이 사격을 하긴 했으나, 방어병들의 확실한 처리 능력에 막혀 원거리 사격도 빛을 보지 못했다. 수천의 바이오 버그들이 거의 다 학살을 당했을 무렵, 후방에서 동룡족들의 부대가 밀려오기 시작했고 지크는 급히 전룡단에게 대열 정비를 지시했다.
“지렁이들이 몰려온다!! 전 부대는 **’포지션 8’**을 유지하고 박살 낼 준비를 해!!”
지크의 지시에 따라, 모든 전룡단은 지크의 뒷쪽으로 물러선 뒤 세 개의 화살촉 모양으로 대열을 정비했고, 지크는 곧바로 자신의 기를 끌어올리며 동룡족들의 부대가 근접하기를 기다렸다. 그때, 지크의 뒤에 있던 릭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지크님! 적진 중앙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양쪽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헷, 쓸데없어!!! 정면 돌파한다!!! 1대대는 날 따르고 9, 30대대는 후방에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어!!! 세 부대 간의 거리는 일정하게 유지해라!!!”
「알겠습니다!!」
지크의 지시에 따라, 세 개의 화살촉 진형 중 두 개는 방향을 바꾼 뒤 위치를 후방으로 돌렸고, 나머지 하나는 위치를 바꾸지 않고 지크를 따랐다. 그렇게 진형을 바꾼 전룡단은 지크와 함께 계속 전진해 들어갔고, 곧 지크는 옆으로 넓게 퍼진 동룡족의 부대와 맞부딪혔다.
“좋아, 첫 테이프는 내가 끊는다!! 음(陰), 구백구십구식 지옥도(地獄圖)!!! 지옥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크의 몸은 전룡단의 맨 앞에서 사라졌고, 그 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릭은 전진 속도를 늦춘 뒤 다시 지크가 나타나길 기다려 보았다.
이윽고, 서룡족의 전방 300m 안에 들어있던 동룡족들은 일순간 고깃덩어리로 변하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고, 그와 함께 지크는 모습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지크가 나타난 곳은 동룡족 장군의 코앞이었고, 지크가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스피드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에 놀란 동룡족 장군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크는 인상을 굳힌 채 동룡족 장군을 쏘아보았고, 지크의 살기 어린 눈을 바라보던 동룡족 장군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며 잔뜩 긴장을 했다.
‘어, 어떻게 우리 병사들을 범위 단위로 몰살시킬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이 살기 등등한 녀석의 모습은…!! 틀림없다, 가즈 나이트다!!’
“자, 잘 만났다 가즈 나이트!! 내 이름은 ‘란바랄’!! 동룡족 장군 서열 제15위의 남자다!!!”
“…우우웩…!!!!”
그러나, 지크는 란바랄의 말을 들을 사이도 없이 몸을 숙이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지크의 그런 모습에 순간 당황한 란바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 지크님!! 무사하십니까!!!”
그때, 지크의 뒤에서 릭이 급속으로 다가왔고 지크는 손을 까딱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릭은 지크를 부축한 뒤 검을 꺼낸 후 자신의 앞에 있는 란바랄을 바라보았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후, 또 만났군요 란바랄 장군. 용족 전쟁 이후 처음이죠?”
릭의 목소리와 얼굴을 본 란바랄은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고, 곧 그 역시 미소를 지으며 릭에게 말했다.
“…이건 릭·발레트님 아니신가. 후훗….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릭은 곧 자신을 따라온 전룡단원 두 명에게 지크를 맡긴 뒤 검술 자세를 취하며 란바랄에게 말했다.
“그때 난 당신 때문에 명예 실추를 하고 말았죠. 전룡단 최강의 검술 실력자인 내가 동룡족 서열 15위인 당신과 실력이 비슷하다는 결론이 전 용족 전쟁 때 나고 말았으니까요. 당신으로선 행운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어린 것 같군 릭·발레트. 그럼 여기서 완전히 눌러주겠다!!”
릭과 란바랄은 다시 서로의 검을 부딪히며 실력 대결을 시작했다. 한편, 전룡단원에게 이끌려 컨디션이 회복될 때까지 후방에 있기로 한 지크는 힘없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주인공은 나란 말이야…우우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