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4화
“청동 요원님.”
“예.”
대기 중이던 류재관은 고개를 들었다.
“안내하겠습니다.”
‘화면 속 남자’ 사태가 정리된 지 겨우 하루가 지난 시점. 아직도 뒷수습으로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본관은 약간 뒤숭숭했다.
당일 근무팀인 현무 1팀뿐만 아니라 비번이던 현무 3팀까지 호출될 만큼 동시다발적인 사태.
그리고 하필 방송국과 연루되어 대형 사망사고로 번질 만한 것을 간신히 공권력의 힘으로 억제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개가 수상쩍었다.
‘지나고 보니 신고 타이밍이 절묘했지.’
보통 초자연 재난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초자연 재난관리국에 연락하기 어렵다.
일반 사람은 애초에 그 번호 자체를 잘 모르며, 첫 발생 시에는 재난관리국에서 번호를 선 배치해 놓는 게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곧바로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전화를 줬다니.
‘이상할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PD를 심문한 결과.
‘가면 쓴 정장 차림의 전문가’들이 와서 편집실을 건드렸으며, 이후에 초자연 재난관리국 번호를 그쪽 ‘업체’에서 소개해 줬다고 증언했다.
아무리 봐도 과거 자연 종결된 초자연 재난을 백일몽에서 수집하겠답시고 건들다가 문제가 커지자 재난관리국에 떠넘긴 듯했다.
공식적으로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청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눈 밑을 눌렀다.
‘쓰레기 같은 회사.’
그리하여 백일몽 직원 하나를 이송해 온 것은 추가 정보 수집을 위해 참 좋은 판단이었다며 칭찬을 들었었다.
…사실, 그것만을 위한 건 아니었는데.
게다가 정예팀으로 보였던 한 사람은 순식간에 아이템을 사용해서 내뺀 덕에 간발의 차로 놓쳤다.
아쉬운 일이다.
“저, 그래도 수습이 잘 돼서 다행입니다.”
“…예.”
일을 안내해 주던 사무직 요원이 일상적으로 말을 붙여왔다.
“일단 6화라는 명칭을 안 쓰는 걸로 했다고 들었는데, 맞지요?”
“예. 바로 7화로 넘어간다고 들었습니다.”
수습법은 이렇게 나왔다.
‘화면 속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6화라는 명칭 자체를 한동안 쓰지 않는 것.
그리고 방송국에서는 선수 쳐서 ‘화면 속 남자’ 괴담을 바이럴로 이용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6화 스킵 마케팅을 뿌린다.
눈치 없고 실패한 마케팅이라고 욕먹을지언정, 미스터리한 스산함은 깔끔히 몰아내는 방식.
두 명의 사망자는 조용히 과로나 사고사로 처리될 것이며, 이후 사건 관계자의 전체적 기억 소각을 통해 방송국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그 스케일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기시감이 든다.
언젠가, 파괴왕이라는 별명이 정감 있게 붙었던 신입 요원이 백호팀에서 했던 방식과 유사했기 때문에.
“……저, 요원님? 도착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청동은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존재감 같은 것.
반년 전에 꾹꾹 눌러쓴 편지와 아이템 더미만 남기고 사라진, 그의 직속 후배가 떠오르는 것 말이다.
포도 요원.
…김솔음.
여기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징조처럼 느껴진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는 안내받은 곳으로 입장했다.
초자연 재난의 경험자들을 확인하는 구역에서 좀 떨어진 곳. 바로 그중에서도 ‘진술상 위험인물’을 임시 격리하는 구금실.
보호실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유리 감옥의 전 단계.
“이야, 반갑습니다. 요원님!”
청동 요원은 보호실에서도 아직 웃음을 잃지 않은 자를 본다.
조랑말 가면을 쓰고 있던 현장탐사팀의 직원.
“짜장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여기 밥이 참 잘 나오네요. 하하, 공짜기도 하고.”
본명은 대지 않으나, 그 특성은 이미 파악했다.
“그러니까, 금액만 맞춰주시면 제가 싹 말씀드리겠습니다.”
극단적인 물질주의자.
“다만 그날 제 업무와 직접 연관된 건… 아니, 회사에서 징계를 받을 수도, 모가지 잘릴 수도 있잖습니까. ‘작은 성의’로는 힘들죠.”
“…….”
그리고 청동 요원은 이런 자들이 익숙했다.
이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지만.
“시민님. 이건 거래가 아닙니다.”
청동 요원은 가라앉은 눈으로 고지했다.
“저희가 제공하는 작은 성의는 정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제공되는 답례품이며, 묵비권의 행사는 초자연 재난관리국에서 안전상 불가한 행위입니다.”
“…….”
“그리고 끝까지 진술을 회피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으로 판정됩니다.”
청동 요원은 그 상황까지 가도 전혀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보호가 아닌 다른 처치가 들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백일몽 직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이후엔 제가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고려해서 더 큰 금액을 부르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죠!”
“…….”
“물론 거기까지 가는 대신 저희가 원활한 합의하에 금액을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기가 막힌 종자였다.
청동 요원은 눈앞의 전형적이고 이기적인 백일몽 저연차 직원을 보다가 한숨을 참았다.
판정상 악인이나, 아직 악행을 그리 많이 저지르지 않은 존재.
아직 악의 저울이 완전히 기울지 않기에, 초자연 재난관리국에서도 이 자를 희생이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지 않을 것이다.
거짓을 진술하지 못하도록 유리 감옥에 수감하고 심문을 진행하는 게 보통의 진행 단계겠으나….
‘…그냥 보낼까.’
흉몽미로로.
일단 한번 경험하고 나면 태도가 바뀔 것이다.
당장 자리를 알아볼까 고민할 때였다.
달칵.
보호실의 문이 열리고 다른 인물이 안으로 들어온다.
“…요원님.”
“아이고, 빡세다.”
자신에게 씩 웃으며 손을 흔들고, 백일몽 직원에게도 흔든 뒤 의자를 끌고 와 앉는 최 요원을 보며 청동 요원은 한숨을 참았다.
“일 끝내고 들렀습니다. 아니, 나도 이송에 한몫했는데 대화 몇 번은 해야 정이 있지. 안 그렇습니까, 직원님?”
“정은 됐고 금으로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하하하, 아주 확실하시네!”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자세를 낮춘 최 요원이 목소리를 굳힌다.
“근데 금을 주고 싶어도 말이야. 뭐 쓸 만한 걸 알려줘야 교환이 되지.”
“…….”
“현장탐사팀에서 2년도 안 채운 주임이 알려줄 정보에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
강이학은 하하 웃었다.
“있으니까 잡아 오신 것 아닙니까?”
“확률에 배팅한 거지.”
최 요원은 마치 고민하는 듯, 턱에 손을 괴고 있다가 마치 졌다는 듯이 양손을 들었다.
“좋아! 일단 아는 대로 전부 정보를 쭉 풀어보라고. 금액은 최대한 맞춰줄게.”
“오!”
“선수금으로 금 어때? 옥도 있고.”
“이야, 최고죠!”
청동 요원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최 요원을 보았으나, 최 요원은 약간 곤란한 듯 유들유들한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
그리고 정말로 금과 옥으로 만든 장신구 하나를 보호실 내부로 반입해 가져온다.
“…!”
강이학은 자신의 손에 떨어지는 그것을 잡아든다.
촉감으로 안다.
‘순금.’
무게로 안다.
‘최소 열 돈.’
세공 값이나 역사적 가치 같은 걸 빼고 담백하게 금만 거래해도 오백 이상.
옥까지 고려하면… 이건!
“멋지지? 앞으로 질의응답만 제대로 진행되면 나갈 때 네가 들고 나가. 우린 안 잡을게.”
“요원님.”
“그리고 정보가 쓸 만하면… 모르지? 실수로 한두 개 더 흘릴지도.”
“요원님, 저는 알았습니다. 재난관리국이 시민을 위해 힘쓰는 정의롭고 멋진 기관이면서 동시에 융통성을 발휘해 효율적 일 처리를 하실 줄 아는 곳이라는 걸…!”
“그럼, 당연하지.”
“궁금한 거 다 물어봐 주십시오. 저희 아부지 납골당 번호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이쿠, 그건 됐고.”
최 요원은 강이학이 냉큼 장신구를 챙기는 걸 말리지 않았다.
그저 대수롭지 않은 듯 묻는다.
“그럼 시험 삼아서 그쪽한테도 이 질문부터 해볼까….”
그건.
“노루에 대해서 아나?”
청동 요원은 동작을 멈췄다.
동시에 긴장으로 주먹이 쥐어지는 것을 간신히 참는다.
노루.
…포도 요원.
반년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스파이 의심군이었던 고영은 역시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진술을 반복했으며, 그것은 진실이었다.
분명 편지에서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소원권을 위해 회사로 간다고 했는데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상황.
그리고 어제, 급박히 전화를 걸어 백일몽 직원의 이송을 부탁하던 최 요원의 약간 떨리던 목소리.
-포도… 소원권, 탔대.
-…….
애초에 그들은 소원권의 효력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상황을 선해하여 김솔음이 소원을 이뤄 무사히 퇴사했다면, 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의문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지치도록 들었던 대답이 돌아온다.
“아, 동기였죠. 그리고 실종됐고. 이미 아시는 사실 아닙니까? 근데 소원권을 탄 줄은 저도 몰랐는데 말이죠.”
“…….”
“100%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앞으로의 신뢰를 위해서요.”
신뢰 같은 소리를 하다니.
초자연 재난관리국이 거짓을 진술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걸 짐작했을 텐데, 입은 살았다.
청동 요원은 눈살을 찌푸렸으나, 최 요원은 왠지 깊이 침묵하다가 질문을 바꾼다.
“그럼 보안팀에 대해서는 얼마나 아는데?”
“보안팀이요?”
“그래. 한 명 같이 다니기도 했잖아? 현장탐사팀은 보통 보안팀이랑 다닐 일이 없을 텐데… 특수 임무였던 거지?”
“…….”
이 이야기는 청동 요원도 들었었다.
‘그 보안팀이 소원권에 대해서 진술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쪽으로 더 파보려는 건가 했는데, 최 요원은 기묘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틀었다.
“혹시 이런 보안팀에 대해서 알고 있나?”
묘한 직원에 관한 서술.
“검은 연기가 주변을 따라다니고, 머리엔 거대한 뿔 더미가 달렸어. 방독면을 쓰고… 눈은… 노랬지.”
…….
“요원님 그건….”
최 요원은 청동 요원을 책상 아래에서 발로 한번 툭 친 후, 조용해진 후에 말을 잇는다.
“너랑 같이 있던 보안팀도 그 직원과 안면이 있어 보였는데….”
“엥?”
강이학이 눈을 깜박였다.
“요원님도 그 자리에서 만나셨지 않습니까. 그 ‘직원님’을.”
“…….”
지독한 침묵이 깔렸다.
“지금 무슨.”
“알고 물어보시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강이학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동장 말입니다. 그 보안팀 손에 들려 있던 거.”
…….
“이동장.”
“예!”
가로 35㎝, 세로 50㎝, 높이 36㎝.
성인 남성 두 뼘밖에 안 되는 철창 입구 크기.
휴대용 물건.
“그게 직원님입니다.”
기이한 소름이 공기를 타고 올라온다.
“그 안에 들어 있어요.”
* * *
나는 이동장에서 나왔다.
손안에는 해금 요원에게 받은 방울을 감춘 채로.
딸랑.
[오, 친구. 오늘도 참 박진감 넘치는 하루였습니다. 그렇죠?]
그래.
아니, 그러니까….
만일 내가 원래의 몸이었다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을 거다.
‘미치겠네.’
나는 격리실 침대에 누워, 방금 일어난 일들을 회상했다.
해금 요원은 방울만 준 후 관대하게 우리를 보내주었고, 나와 경비반장은 무사히 회사에 복귀했다.
‘이성해 대리님도 무사히 와서 USB를 제출했다고 들었지.’
성공으로 처리된 것 같은데, 아마 내일 근로 시간이 되어야 정식으로 정산될 듯하다.
어쨌든 경비반장도 새로 지정된 내 격리 법칙에 따라 이동장만 격리실에 두고 본인의 생활 구역으로 돌아갔다.
딸랑.
‘박민성 주임님을 만나고 있으려나.’
나도 이제 쉬는 시간이고 말이다.
아무튼 무사히 해결되어서 다행이긴 했다…. 재난관리국에 떠넘기는 방향이라 입맛이 썼지만 말이다.
‘백일몽이 백일몽 했다고 봐야 하나….’
거기 한몫했으면서 해금 요원님께 답례라고 뭘 받아오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긴 하다.
…리조트의 주인인 정체성은 내게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기이한 감명을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기쁜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CCTV에 보이지 않도록 각도를 조정해, 방울을 손으로 들어 올려 살짝 흔들었다.
딸랑.
이동장에서부터 들었지만, 맑고 청아한 울림이었다.
기분 좋게 찌꺼기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
‘…혹시 요원들이 방울을 달고 다니는 게 이것 때문인가.’
최 요원이 작두에 단 것처럼 말이다.
중요…하지 않긴 했다.
아마 오염을 몰아내 주는 게 아닐까 싶긴 한데… 나한테 소용이 있을지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딸랑.
그래도 소리는 좋긴 했다.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되고,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딸랑.
묘하게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혹시 브라운에게도 들릴지 궁금했다.
[노루 씨.]
혹시 들려?
[물론 잘 들리지요! 오, 그리고 나도 친애하는 친구에게 질문이 있군요.]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어떠냐고? 심란하다.
내가 사람이 아닌 걸 깨닫고, 이 수트 없으면 몸이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기분이 좋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일몽에 삶이 저당 잡히는 노동법 위반 근로계약서에 사인한 것도 한몫….
…….
딸랑.
잠깐.
[오, 드디어.]
나는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게 뭐지?’
왜.
생각할 수 있지?
사고가 뭉개진 듯, 흘러내린 듯, 안개에 잠식된 듯 가라앉지 않는다.
역동성.
자연스러움.
분명한 감정이 느껴지진 않으나, 본래 내가 하던 것들이, 관성적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던 사고의 방향이…….
된다.
딸랑.
‘……!’
[리조트에서 본 손해가 이렇게 돌아오다니, 정말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군요.]
[축하합니다. 친구!]
내가, 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