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3화
방울 소리.
딸랑.
청명한 소리는 존재의 증명이다.
삿된 것을 물리치는 어떤 신령한 기운의 증거.
딸랑.
그다음으로 들린 것은, 발소리.
빠르고 지체 없는 경보로 걸어서 올곧게 목적지를 향하는 걸음.
경쾌하나 경박하지 않다.
그 발소리는 오피스텔로 점점 더 가까워져 오다가 열린 문 앞에서 그림자를 드리우며 잠시 멈춘다.
그리고….
“어디 보자, 먼저 오신 시민님이… 아니.”
재난관리국 요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목을 가로지르는 긴 흉터.
미소.
현무 1팀.
한때 나의 상사였던 자.
“사이비 회사가 있네.”
최 요원.
말하는 입은 웃고 있었으나, 사태를 파악하듯 돌리는 눈은 웃음기 하나 없다.
최 요원은 가라앉은 눈으로 피범벅이 된 거실과, 두 눈을 스스로 뽑아 절명한 시신을 훑었다.
그리고 말한다.
“우연은 아니겠지?”
“…!”
딸랑.
최 요원은 등 뒤로 손을 가리듯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있을 것을 안다.
거대한 작두.
검신에서 푸른빛이 도는 듯한 환각이 올라온다.
최 요원이 팔을 움직인다….
“그럼….”
“투항하겠습니다!”
강이학이 양손을 들며 바닥에 화끈하게 무릎을 꿇었다.
“…?!”
[오, 무릎은 염가로 판매하나 보군요!]
그러나 최 요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더 좋지.”
“잠시만! 잠시만!”
필사적으로 작두 세례를 막은 강 이학이 더 빨리 입을 턴다.
“에헤이, 요원님, 저 기억나시죠? 저희 그 비싼 소라고둥 주는 어둠에서 만나지 않았습니까!”
“암, 기억나지.”
최 요원이 빙긋 웃는다.
“다친 아이들 인질 삼아서 도망치려던 사이비 회사 직원분이시지?”
“그건 제가 아니라 나비 대리님 단독행동이었지요!”
경비반장은 이게 뭔지 싶은 멍한 눈으로 그 티키타카를 보고 있다.
“안 그래도 저흰 쓸 만한 어둠 있나 찾아와봤다가 아무리 봐도 저희가 낄 깜냥이 아니라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오~ 그럼 이 사태와 전혀 연관이 없고?”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한 건 말입니다.”
강이학이 재빨리 고개를 돌리더니 경비반장에게 엄숙히 질문한다.
“청 이사님 거기 계십니까?”
“이미… 끊겼는데.”
“오케이.”
강이학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다시 최 요원을 본다.
“저희가 알아낸 어둠 관련 정보를 최저가에 사 가실 수 있다는 겁니다!”
강이학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붙이며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맙소사.]
“에이, 최저가는 무슨. 물건값을 제대로 치러야 착한 공무원이지. 시민님. 값으로….”
최 요원이 웃으며 등 뒤에서 손을 빼낸다.
한 발 앞으로.
“사식 잘 넣어줄게.”
작두가 날아온다.
쿵.
그러나 짐승의 검은 앞발 형상이 작두를 막았다.
“…!”
경비반장의 변이한 왼팔.
그러나 거대하고 흉악한 발톱의 사이, 작두는 거의 그것을 잘라낼 듯 파고들어 있다.
치이이익.
맞닿은 면이 타오른다.
덜렁거리는 그 앞발의 몰골을 보기만 해도 엄청난 통증이 있을 듯한데도 경비반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단지 작두를 사이에 두고 최 요원을 보고 있다.
“저기… 우리 그냥, 돌아갈 거거든…. 허튼짓 안 할 거니까… 보내줘… 협조…할게…….”
“어허이, 보내주면 어떻게 협조를 받….”
웃으며 대답하던 최 요원의 말이 멈춘다.
경비반장을 다시 보는 눈.
표정이 변했다.
“…당신.”
실루엣과 생김새를 거의 가리는 보안팀 낮 근무용 제복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던 상대의 정체를, 지금의 변이로 깨달은 것처럼.
…호 이사가 제약을 걸던 날 밤.
내가 최 요원에게 스파이로 적발당했던, 그 꿈 배양실에서 만났던 경비반장을.
“…….”
순간 최 요원의 얼굴 위로 어마어마한 갈등과 충동이 울컥 치밀어 지나간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기색은 억눌린 듯 사라졌다.
우선순위를 되찾은 건조한 말투에서 다시 사무적인 유들함이 자리를 되찾는다.
“…보안팀까지 있네? 이야, 보통 일이 아닌가 봐. 진술은 다 들어야겠는데. 최대한 빨리.”
“오해가 있으십니다. 저희는 그냥 부가 수익 좀 얻어 보려고 여기 있던 거라, 예, 그 부분만 보장해 주시면….”
“그냥 다 알려 드릴게여.”
“…!”
이성해가 오른손을 들며 앞으로 나왔다.
“대, 대리님?!”
“그래요?”
“네넵.”
강이학을 보지도 않으며 이성해가 해맑게 말한다.
“시민 구조에 힘쓰시는 요원님은 도와야져.”
“…….”
“그러니까 작두 치워주시면 안 될까여? 보안팀 직원분이 너무 아파 보이셔서요!”
잠시 가늠해 보듯 이성해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최 요원은, 곧 작두를 회수하며 버릇처럼 웃었다.
“그럼 그럴까?”
그리고 빠르게 이성해의 브리핑을 들었다.
이성해는 정말 고스란히 ‘화면 속 남자’의 행위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게 분명해 보이는 위기 상황까지 진술했다.
USB가 자기 손에 있다는 것까지 말하려는 건 아닌가 싶었으나, 경비반장과 내가 들어 있는 이동장을 힐끗 번갈아 보더니 그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피해가 올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오케이.”
…그리고 그동안, 작두날은 이동장 철장 앞에 계속 있었다.
나는 숨을 참았다.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상대가, 아무것도 알 수 없도록.
이성해의 증언을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기억해 놓듯 듣던 최 요원은, 이야기 끝까지 긴장을 놓진 않았다.
마지막에 마지막에서야 작두를 거두었다.
“어이쿠, 협조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착한 사람을 돕는 건 좋은 일이니까여!”
“이야~ 진짜? 나도 그게 일상인데. 일로 자아실현 제대로 하고 있잖아. 선량한 시민 돕기. 근데….”
최 요원이 이성해의 가면 속 황금 마크를 본다.
정예팀 돌고래 대리를.
“그쪽은 왜 백일몽에 다녀?”
“…….”
“그 회사가 하는 일 때문에 착한 사람 여럿 죽는 건 이미 알지?”
이성해가 빙긋 웃었다.
“일단 눈에 띄는 대로 나쁜 짓 못 하게 만들고는 있어여!”
“그래? 그냥 퇴사하는 건 어때?”
“…….”
이성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 요원도 거기서 대화를 멈추었다.
[오, 슬슬 여기서 떠나려나 봅니다.]
그렇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방송 편집자에게 일어난 사태다. 아마 요원들은 함께 추동해 각자 자리를 분배받아서 왔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알아낼 것은 다 알아냈으니, 시체 등의 뒷정리는 주작팀에게 맡기고 최 요원도 다른 현무팀을 도우러 갈 것이다….
알고 있다.
나도, 한때 했었으니까.
[…친구, 기분이 좋지 않아진 것 같군요. 이런, 괜찮습니까?]
괜찮다.
아니, 괜찮다기보다는… 어차피 둔탁한 뇌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동장의 창살 너머에서, 익숙한 인영이 오피스텔 문을 나서는 것을 보았….
“그쪽 말이야.”
문을 잡던 최 요원이 참지 못한 듯 돌아서 가까이 붙어 낮게 속삭인다.
경비반장에게.
“나 알지?”
“…….”
“노루라는 별칭을 쓰는 직원도, 알지.”
경비반장이 최 요원과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 됐지? 열차 괴담에서 실종 후 사망 처리됐다는 말은 의미 없으니까 하지 말고. 그 후의 행방.”
“…….”
“…소원권을, 진짜로 탔어?”
경비반장은 느릿하게 대답했다.
“소원권…… 탔어.”
“…….”
최 요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그리고?”
“…….”
“그리고 어떻게 됐지?”
경비반장이 내 이동장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더니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
“안 되지.”
작두날이 철장을 쳤다.
“초자연 재난 사용 금지.”
철장 너머에서 그리운 빛이 튄다.
“에이, 선생님. 갑자기 그런 수상쩍은 이동장을 현장에 들고 나타나면 누가 봐도 초자연 재난 이동식 격리용 같잖아요.”
“…….”
“반 갈라서 확인해 볼까? 어디 쓰는 건지.”
“그런 거… 아닌데.”
“그럼 답변 부탁드립니다.”
“…….”
경비반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침묵이 몇 초가 지속되자, 당장 수습하고 민간인 구조에 합류해야 할 초자연 재난이 있는 최 요원은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다가… 포기한 듯했다.
이 자리에서 바로 답을 듣는 방식을.
“그래. 뭐… 말하기 안 내킬 수도 있나. 개인 자유지.”
대신 다른 쪽을 골랐다.
“근데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 하면서 쉬다 보면 말씀하고 싶으실 수도 있고.”
최 요원이 품 안에 손을 넣으며 씩 웃는 순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수상쩍단 말이지. 이 상황 자체가.”
“……!”
“백일몽에서도 그냥 소문 듣고 어둠 잡으러 왔다라… 신고 타이밍이 참 공교롭다, 공교로워. 그렇지요?”
소름 돋도록 정확한 감.
“재난 현장에서 발견된 관계자분들, 이런 목격자 진술은 원래 시간 두고 천천히 고민하다 보면 더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품에서 나오는….
유리 감옥 이송 장치.
“쉬시면서 대기할 장소는 관리국에서 제공하겠습니다.”
요원은 겸사겸사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들을 한 번에 이송해 놓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안 돼.’
업무를 끝내고 USB와 함께 복귀해야 한다.
나는 연기를 풀었다.
그렇게 이동장 밖으로 빠져나오려던 순간.
“거기.”
냉정한 목소리가 오피스텔을 울렸다.
어느새 문 안으로 들어온 새로운 사람이 최 요원의 팔을 잡았다.
“머리 좀 식혀라.”
“…!”
사인참사검을 패용한, 장신의 여성.
현무 3팀 해금 팀장.
유쾌 테마파크에서 마주쳤던 요원이 그곳에 서 있었다.
[아, 과연. 당신의 리조트 경영을 도왔던 직원이로군요!]
맞다.
“사이비 회사 대응 같은 업무는 팀장이 있을 땐 팀장이 하는 거지. 요원 애송이는 이만 방송국에나 가보도록.”
“…….”
“아직 젊어서 그런가, 혈기가 왕성해. 편법도 쓰려고 하고.”
“에이 누님. 나야 이팔청춘이나 다름없지.”
최 요원은 빙긋 웃었으나 어딘가 조급한 기색의 말이 따라붙는다.
“근데 나 할 말이 더 있…….”
“가 보라고 했습니다. 요원님.”
“…….”
“난리 난 건은 다 구조해 놨어. 이젠 방송국 가서 국장을 구워삶아야 한다. 네가 적임자야.”
최 요원은 잠시 자리에 붙박인 듯 멈춰서 있었으나, 결국 몸을 돌리며 다리를 옮겼다.
문을 뛰어나간 발소리가 멀어진다.
…….
“후.”
해금 팀장이 몸을 일으키더니, 가면 쓴 두 사람을 훑어보며 말한다.
“자, 현장탐사팀 두 사람은 더 말할 것 없으면 이만 가보는 게 어때.”
“…!”
“넵, 감사합니다!”
“잠시만여. 보안팀 직원분들도 가도 되나여?”
“아, 이쪽은 나랑 할 이야기가 있거든. 깜빵 넣겠다는 건 아니니 걱정 말고.”
“앗, 그럼 기다릴….”
“옙. 감사합니다!”
부리나케 자리를 뜨는 강이학을 잠시 고민하다가 이성해가 따라간다. 그렇게 현장탐사팀 두 사람은 오피스텔에서 나갔다.
해금 요원은 그 백일몽 직원들의 뒷모습을 다소 씁쓸한 표정으로 보더니, 경비반장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시선을 내렸다.
내게로.
“골든 마스코트.”
…!!
“아니, 리조트 주인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해금 요원이 쓰게 웃는다.
“뭘 그렇게 놀라나. 리조트 직원으로 고용까지 해놓고.”
아.
“그 정도로 존재에 변화를 끼치는 일은 상흔을 남기는 법이지. 가령… 예전 고용주를 알아본다는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상흔이라고 표현한 것치고 요원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도리어 이동장으로 몸을 굽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
…감사?
“리조트에 휘말리는 시민들을 무사히 귀가시켜 줘서 고맙다.”
…….
“지불할 주화가 없어도 어른들은 고용하고, 아이들은 체험권을 줘서 하룻밤 묵게 해주지.”
[맙소사. 친구, 땅 파서 장사합니까?]
“빨간 구역이 있을 때였다면 분명 초자연 재난 파형 이상이었을 텐데, 그쪽 덕에 현상으로 일단 등록돼 있어.”
이유 모를 이상한 충격 속에서, 나는 해금 요원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건… 분명 내가 예전에 했던 결정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리조트의 주인이었다.
그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도 변함없이.
“그래서 말인데….”
…….
“리조트 주인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백일몽 주식회사랑 성향이 맞는 것 같지 않단 말이지.”
아.
“계약으로 잡혔나?”
…!
“백일몽 주식회사가 기어코 해낸 모양이야. 초자연 현상을 부리는 법을 말이지.”
…….
“본래 청렴한 존재가 그런 삿된 약속에 속아 넘어가기 쉽지. 인간의 악의를 잘 모르기 때문이야.”
부정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기운이 달라졌는데.”
해금 요원이 이동장을 두드린다. 경비반장이 제지하려고 하자 양손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많이 지친 것 같군.”
…….
“이전에 리조트에 봤던 그 생명력 넘치던 모습이 아닌걸. 무언가… 혼탁해. 그 매직버니인가 하는, 빨간 마스코트의 속 모습이 떠오르지.”
…나는 떠올렸다.
탈에 먹혀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다 녹아버린 기괴한 빨간 마스코트의 형체.
그리고 탈을 벗은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던 블루 마스코트를.
“도망치고 싶나? 더 잃기 전에.”
…….
불가
“음… 그런가.”
마치 안타깝다는 듯이 살짝 좁혀졌던 미간을 꾹꾹 누른 해금 요원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럼 지금 가장 원하는 게 뭐지?”
…….
인간 비슷한 모습이라도 하고 싶다.
그렇게 대답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게 내 중간 목표였으니.
그러나… 나는 나도 모르게 연기를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되찾는 것
모호하고 실리에 맞지 않는 소리다.
나는 나를 잃은 게 아니라, 원래 이 모습이었을 뿐이다. 그저 진실을 깨달은 것뿐이지.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흠.”
놀랍게도 해금 요원이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홍 팀장은 등불에 비교하던데… 자네처럼 검은 안개가 늘 자욱한 자는 내가 쓰던 게 낫겠지.”
그리고 무언가를 이동장 앞으로 내민다.
작은 물건.
옥과 은으로 만들어진 동그란….
“보이지 않더라도, 소리는 들을 수 있을 테니.”
방울.
“나를 잃어버렸을 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혼몽과 번뇌로 세상이 흐려질 때.”
“그 소리를 듣고 따라오지.”
딸랑.
“깨닫게. 원래 내가 어떤 자였는지.”
청량한 소리가 방울에서 울렸다.
해금 팀장은 그것을 내게 주었다.
“도움이 될 거야.”
…….
나는 연기 속에서 손을 만들어, 그 방울을 잡았다.
* * *
같은 시각.
오피스텔 바깥, 서울의 골목.
“후우.”
강이학은 한숨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선 한 푼도 못 건졌네.’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템이라도 하나 챙길 수 있는 판이었는데.
그녀는 어느새 자신과 좀 떨어진 뒤편에서 걷고 있는 이성해를 보며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배팅을 안 하시는구만.’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이 상사의 사용법을 알아내서 부가 소득을 창출해야지!
물론 기왕 정예팀과 일한다면 다른 상사와 일했으면 좋겠고 말이다.
‘진나솔 대리님이 돈은 더 화끈하게 쓰시는데 말이야!’
그걸 맘대로 고르는 게 되면 회사가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본전은 챙겼다.’
앞으로 더 정진하자. 강이학은 내심으로만 어깨를 으쓱한 뒤, 서글서글하게 이성해에게 말을 붙였다.
“대리님, 저희 본사 돌아가는 길도 택시비 지원되는….”
이성해가 걸음을 멈췄다.
……?
“역시.”
그 순간.
강이학은 골목 너머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을 보며 강렬한 예감이 뒷골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X 됐다’의 감각.
“이쪽으로 왔군.”
또 다른 요원이었다.
본인의 구조 업무를 끝내고, 방송국으로 차출되지 않는 대신 관리국으로 복귀해 정보를 보고할 예정이었던 자.
최 요원이 방송국으로 뛰어가며 호출을 남긴 요원.
청동.
“고지합니다. 초자연 재난의 경험자는 재난관리국에서 청취 및 보호 목적으로 최소 반나절에서 최대 무기한의 격리 조치를 받습니다.”
강이학은 즉각 뒤를 돌아 뛰려고 했다. 아이템의 사용도 판단을 내린 순간.
보았다.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이성해가 다급히 손을 드는 모습을.
‘…!’
마치 무언가 장비나 능력을 쓰려는 듯한 동작에, 반사적으로 강이학이 멈칫거린 그 순간이었다.
…….
‘아.’
뒤에 선 이성해는.
들어 올린 손을 웃으며 강이학에게 흔들어 보였다.
작별 인사.
“이송하겠습니다.”
암전 전, 강이학은 자신을 덮는 거대한 유리 장막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