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95화
진나솔은 인상을 찌푸리며 가게 문 안을 보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형태. 대형 룸을 완비한 고깃집이 보통 그렇듯이 직장인들로 적당히 북적거린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회식 장소다.
호 이사는 어둠에서 나온 직원들을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타이밍에 호출했으나, 최소한 쉴 시간은 주었다.
덕분에 이들은 점심때까지 부족한 잠을 채운 뒤 호 이사가 지정한 회식 장소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곳이 점심 때도 영업을 하네여.”
“아무래도 식사류 위주로 판매하시겠죠.”
“오오.”
저 인간.
진나솔은 이성해와 대화를 나누는 자를 쓴 직원을 꿰뚫어 보듯 응시했다.
“들어갈까요?”
고양잇과의 검은 가면을 쓴 남성.
-이번 회식 자리에서는 가면을 필수적으로 착용해 주세요^^
보통 다들 가면을 벗고 오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 회식 자리인데, 이번엔 이상한 규칙으로 모두 가면을 쓰고 있기에 그 맨얼굴은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자는 계속 정중한 존댓말을 쓰고 있으나… 묘하게 친근하고 부드럽게 말을 건다.
“대리님, A조의 다른 분들도 오십니까?”
“그걸 네가 왜 궁금해하는데?”
“아, 프로젝트에서는 A조 분들을 뵌 적이 없어서. 호기심이 들었나 봐요. 죄송합니다.”
자신에게도.
심지어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온화하게 굽힌다.
이 회사에서 보기 힘든 인간상인데, 심지어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놀라웠다.
‘뭐 하는 인간이지?’
서열, 강자와 약자를 판명하는 날카로운 진나솔의 본능이 가르듯이 상대를 판정한다.
강한 것.
굳이 탈출 시간이 정해진 어둠을 변칙적으로 클리어 낸 사실을 알지 못했어도, 그 태도와 기세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스럽도록 예민한 그녀의 감각이 감지한다.
응시.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그 감각이 제대로 말하기 전에, 그들은 예약룸으로 안내되었다.
“아, 이 방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
고양이 가면의 남성을 본 몇몇 인간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거나 움찔거리는 것이 아닌가. 기쁨과 놀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태도….
‘뭐야.’
저건 거의 회사 회장이라도 봤을 때 해야 할 태도 아닌가.
‘이 프로젝트에서 뭘 하는 거야?’
진나솔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양이 가면의 위치 평가를 더 올려두었다.
“저 왔습니다.”
고양이 가면은 웃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그쪽 테이블로 자연스럽게 다가가 앉으려고 했다.
마침 그 근방에 A조 두 사람도 있기에 진나솔도 그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테이블 인원의 대다수는 처음 보는 인간들이다.
확실히 알아보는 건 둘 정도.
송골매 가면과 도마뱀 가면.
“그….”
“고양이 님이세여!”
“아. 고양이… 그래.”
송골매가 고양이 가면을 보고 씩 웃는다.
“오늘 많이 먹고 많이 쉬고 가라. …과장님께 이야기 들었어.”
“예.”
고양이 가면은 친근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마뱀 과장 옆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
저 둘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나비 대리, 오늘 밤샘 어둠 뛰고 온 거지?”
“아. 예.”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진나솔은 자신의 조에 합류해 앉으며 일단 모든 것에 신경을 끄려고 했다. 피곤하고 짜증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갑자기 등장한 호 이사가 건배 같은 소리를 하기 시작했을 때야 겨우, 상사에게 마땅히 그래야 하기에 경청했을 뿐이다.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여러분.”
아마 이 회식은 회사에 프로젝트팀의 말도 안 되는 성과가 공식적으로 보고되면서 잡힌 것이리라.
-사망 없이 B등급 이상 꿈결 수집 가능하다는데 진짜일까요?
-진짜래요 아직까지 사망자 안 나왔다던데 혹시 자세한 소식 아는 분…
-호 이사님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싶으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개인톡 주시면 답례하겠습니다.
-혹시 프로젝트 들어간 분들 포인트 적립 부분은 아직 미정인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
진나솔 대리는 이미 일찌감치 알람을 꺼둔 회사 단톡방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랐으니, 축하해야 마땅할 것 같아서요…. 서로 처음 얼굴 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모두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고 계셨답니다.”
호 이사는 강박적으로 프로젝트 참여 인원들이 파트별로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건 이미 참여자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진나솔 역시 다른 인원의 면면은 처음 보았다.
애초에 호유원은 A조를 일종의 대기반으로 쓰기만 했고.
-A조 여러분은 제 호출이 오면 해당 어둠에 진입만 해주시면 된답니다.
그리하여, 지금 테이블 맞은편 대각선에 앉은 자들도 처음 보는 인간들이었다.
두 명의 남성.
정장 차림인 건 현장탐사팀과 동일했으나, 쓴 가면이 다르다.
“서로 인사 나누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저건 뭐야.’
하회탈?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 진나솔은 시퍼런 시선으로 그것을 보았다.
빙글빙글 웃는 가면을 쓴 그들은 저편의 고양이 가면을 쓴 자를 보고 있다가, 이내 시선을 느낀 건지 진나솔을 본다.
그리고 기이한 기세가 나온다.
사냥감을 보는 듯 날카로운 적대감.
“…….”
하지만 곧 갈무리되더니, 쾌활한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정예팀이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진나솔은 상대가 청하는 악수를 받는 대신 고개만 까닥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짜증 나네.’
상하관계가 불분명한 만남은 질색이었다.
하지만 돌린 시선에서 마찬가지로 짜증 나는 광경을 본다.
“돌고래 씨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넵. 고양이님과 맛집 가려고 했는데, 이사님이 호출하셔서 못 가고 왔거든여.”
“그래요? 어떤 맛집일까요?”
“앗. 알려드리기 싫은데요!”
‘저건 여전히 저러네.’
미쳤나? 저 돌고래는 왜 매번 상사 심기를 긁는지 몰랐다.
“다음에 같이 가면 되죠, 돌고래 님. 그때는 제가 사겠습니다.”
“에이, 괜찮아요. 고양이 님. 제가 쏠게여!”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익숙하다는 듯이 다독이는 고양이 가면의 태도였다.
“정말 너무하시네요….”
“네네.”
이사를 저렇게 대한다고?
아니, 하극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그러므로서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저건 일반 직원이 아니다.
프로젝트 인원들의 기묘한 반응, 태연자약하고 이상한 태도.
호 이사와 동등한 관계, 프로젝트를 위해 섭외한 자.
‘…타부서 이사?’
그 와중에 그 대화에 불쑥 끼어든 자도 보인다.
“잠깐만요. 고양이 님이라고요?”
조랑말 가면을 쓴 자였다.
진나솔은 몰랐으나, 여우상담실에서 ‘황금 카노푸스 단지’ 오염을 겨우 회복한 이 황금만능주의 직원은 회식 소리를 주워듣고 눈을 빛내며 어떻게든 빌어 붙은 상황이었다.
공짜 밥을 놓치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왠지 느낌이 좋은 직원을 만났다.
묘하게.
정말로 고양이 님을 생각나게 하는.
“고양이 님이라니, 굉장히 좋은 호칭을 쓰시는데요? 하하하, 동서고금 막론하고 고양이는 황금이나 부유함 같은 요소와 큰 연관이 있죠!”
“…네. 그렇군요.”
고양이 가면의 남성은 부드럽게 대응하며 성의껏 대화했다.
하지만 진나솔은 직후 그 남성이 쥔 물잔이 구겨지는 것을 보았다.
“…!”
그리고 시선이 없는 틈을 타서 천천히 잔을 펴 돌려놓는 것까지.
‘…….’
그렇게 확정되었다.
‘윗사람이다.’
그리고 참을성이 있을 뿐, 성격은 그다지 좋지 않은 자.
진나솔은 차갑게 판단했다.
참고로 진실은.
‘으아아악.’
그냥 힘 조절을 못 할 뿐이다!
* * *
‘아 제발!’
나는 물잔을 두고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까지 젓가락을 실수로 씹어 삼킬 뻔한 게 세 번, 다리 고치다가 테이블 탁자 부술 뻔하고 모골이 송연해진 게 한 다섯 번은 되는 것 같다.
‘아니 이게….’
미치겠네.
하지만….
“그래그래. 고양이님. 이것도 드셔 봐. 갈비가 아주 살살 녹네.”
“…감사합니다.”
나는 은하제 대리님이 얹어주는 갈빗살을 조심스럽게 잡아서 입에 넣었다.
“맛있어?”
“예…!”
맛있다.
숯불에 잘 익은 고기의 기름지고 파삭한 식감과 그 속의 육즙이 터지며 입안을 채우는 감칠맛.
이게 바로 사람 사는 거지.
‘사실 사람이 아니라 도마뱀이지만.’
비록 젓가락까지 씹어먹을 뻔한 불상사가 있었지만 말이다.
‘…어렵다!’
한우를 집어먹는 도마뱀 먹방을 신기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내가 그 도마뱀 머리를 쓰게 되다니….
‘정말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실수로 우그러트렸던 물잔의 형태가 제대로 돌아왔는지 슬쩍 다시 한번 점검한 후, 도로 탁자에 돌려놓았다.
…탁자를 부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말이다.
‘흡.’
이자헌 과장이 그 모든 과정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도마뱀 과장님.”
“예.”
“혹시 힘 조절에 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까?”
“예.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물체가 순두부라고 생각하십시오.”
사레들릴 뻔했다.
“수, 순두부 말입니까?”
“? 예.”
어디서 그런 비유를… 아니, 됐다.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긴 했다.
“감사합니다.”
“예.”
그리고 하얀 도마뱀 머리가 미소 지었다.
‘…묘하게 덜 무서운 것 같기도.’
이제 거울에서도 비슷한 얼굴이 보여서 그런가.
어쨌든 오늘, 어둠과 고깃집에서 겪은 일만으로도 깨달은 게 있다.
“처음 여기 오셨을 때 난항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예.”
“왜 오신 겁니까?”
“답변할 수 없습니다.”
“혹시 제가 ‘우리’와 연결되면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까?”
도마뱀의 시뻘건 세로 동공이 나를 보았다.
“그 경우엔 답변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
고기나 먹자.
“젓가락을 먹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예….
깨달았는데, 젓가락도 맛이 나쁘지 않다. 그냥 짭짤하고 자극적인 철맛이 어딘가 고기와 닮았다.
‘이게… 이자헌 과장의 세계인가.’
굳이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나는 대형 룸을 둘러보았다.
나를 자꾸 돌아보는 하회탈을 쓴 요원들과, 함께 세광시에 들어갔던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있는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보안팀 사람들은 없네.’
J3도, 오염으로 격리 중인 민성 주임님도 없다.
그리고 대신 낯선 자들이 자리를 더 많이 채우고 있었다.
아마 호유원이 프로젝트에서 세광특별시에 직접 들어가는 것 외에 다른 부분에 쓰던 인력들이겠지.
가령 이 사람처럼 말이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현장탐사팀이야?”
A조의 백석주 조장님.
대각선 너머 테이블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청둥오리 가면의 정예팀 조장님은 여전히 윗사람 같은 느낌을 풍겼다.
“이자헌 과장과 친한 모양인데.”
“…친척입니다.”
“어머. 그래.”
여전히 이자헌 과장님을 질색하는 것 같고 말이다…….
“말씀 편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지금 현장탐사팀이 아니지만, 이 회사에 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야.”
정말 회식 자리 같다….
-여기서 나가면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자고.
“…….”
하지만 세광특별시에서 말했던 ‘식사’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게, 묘한 아쉬움을 남겼다.
인원도 그렇고.
요원들은 거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참석한 느낌이기까지 했으니.
[오, 친구…. 원래 모임이란 주최자가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역병이 주최하는 식사 모임이라니, 듣기만 해도 끔찍하군요. 상사라면 더 최악입니다!]
그,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만.
나는 저 너머 테이블에 앉은 호 이사를 보았다.
마치 쉬는 날 눈치 없는 상사가 직원들 밥 먹는 자리를 억지로 만들고선 계속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세요.”
“가, 감사합니다.”
아니 그냥 그게 맞네.
‘…약간은, 동의.’
[현명한 판단입니다, 친구!]
고기나 더 먹자.
나는 새롭게 얻은 사람 신체로 사람들과 대화하며, 음식을 먹고 끼어 있을 수 있는 이 현실을 최대한 즐겼다.
그리고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왜 호유원이 이런 짓을 한 건지 깨닫게 되었다.
“편리한 몸을 얻으셨네요. 그럼 기념으로…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홀로 자리에 남은 나에게 호유원은 웬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던 직원들의 명단이랍니다.”
“…이걸 왜 저한테 보여주십니까?”
“아. 간단한데.”
호유원이 활짝 웃었다.
“앞으로 탐사를 갈 때, 필요하면 차출하시면 어떨까 해서.”
“…!”
“탐사가 끝나는 대로 꿈결 물약만 회수하고 기억을 지우면 된답니다.”
이런 미친.
“일종의 일용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떨까요. 유용하겠죠?”
깨달았다.
이래서 오늘 회식을 했구나.
누가 있는지, 어떤 자들인지 탐사대 후보자들을 소개하는 거였다.
‘그래서 세광특별시를 지속적으로 탐사하는 인원들은 꼭 모아놓고….’
굳이 요원들까지 부른 이유도 깨달았다.
논의를 쉽게 진행하기 위해서.
“…일단은 필요 없습니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서류철을 도로 덮었다.
‘이건… 일단 옵션의 하나라고 생각해두고.’
당장은 필요 없다.
다음에 들어가는 목표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밤역에 다시 들어갈 겁니다.”
잊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으니까.
틈이 날 때마다 생각하고 머릿속에 되새겼다.
-저 열차예요. G1572번 열차, 저것만 타면, 저것만….
그래.
“거기서 다시 열차를 타겠습니다.”
영은 씨가 말한 열차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들어간 세광특별시의 그 역에서,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을 마주한다.
* * *
“……!!”
본래 세광특별시의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올가미 숲이든, 신체 카지노든, 기이한 도서관이든.
괴담에 잡아먹힌 역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모든 세광특별시의 역에서 그랬다.
그리고 이번 역, 한밤역에서는 계단 위에서 본래 책장으로 이루어진 한빛도서관의 통로가 보여야 한다.
세광공업고등학교를 품고 있는 그곳이 말이다.
하지만.
“…잠깐만.”
계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본래 도서관이 있어야 할 자리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대신 계단 오른쪽 벽면에 쪽지 한 장만 붙어 있었다.
휴관
-코너 재정비 중-
“…재정비?”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노루 님. 저기 보세여.”
사라진 통로 대신 그곳에 자리한 시커먼 어둠이 눈에 익숙해지자, 그 정체가 단순한 ‘없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희끄무레한 형체.
그리고 분간되는 표지.
역무실
“…!!”
계단 위.
한밤역의 온전한 지하철 역사가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