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94화
나는 걸었다.
“터널에서 사고가 났어요.”
계속 걸었다.
“하얀 마텍스 경차예요. 운전석 문 안에서 누가 손을 흔들고 있어요. 저기, 그쪽 바로 뒤에.”
툭툭.
오른쪽 어깨를 계속 두드리는 촉감.
“돌아보라고.”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는 내 바로 옆에 딱 붙은 채 똑같은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기척.
아주 가까운.
“뺑소니 사고가 난 것 같아요.”
나는 앞을 계속 보았다.
…하얀 마텍스 경차의 망가진 전조등 불빛이 뒤에서부터 비춘다. 그 때문에 내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차 속에서….
휙… 휙….
손을 흔드는, 누군가의 그림자.
“봤지?”
어깨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오며 심장이 쿵쿵 뛴다. 내 옆에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고양이님. 무서운 이야기 시작해 주세여!”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방금 그게 무서운 이야기 아니야? 자기 옆에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누가 있다고 하잖아.”
“아하. 그런가여?”
…!
나는 간신히 메마른 입을 열어서 대답했다.
“…맞습니다. 무서운 이야기.”
그래.
절대로 뒤돌아 뛰거나 단독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이 인원이면 그럴 리가 없지만, 솔직하게 내 옆에 누가 있다고 제발 어떻게든 해달라고 대처하는 건 바보짓이다.
‘무시한다.’
동요를 참아야 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무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서운 이야기’인 척해야 한다.
“그럼 이야기 계속해. 네 옆에 누가 있는데.”
하.
“…아마도 이 터널에서 실종되거나 죽은 사람 중에 하나가, 일행인 척 가장 오른쪽에서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제 옆에.”
“그걸 왜 말해? 왜 말해? 왜 말해? 왜 말해? 왜”
얼굴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이상한 기척과 숨소리와 목소리와 차가운 숨결 이상한 냄새.
“돌고래님이 말씀해 주셨었죠. 이 터널에서 사고가 났었다고.”
“오, 그랬져.”
“그게 뭔데.”
“일가족이 탄 경차를, 역주행하던 차량이 친 뺑소니 사건 말입니다. 일가족은 모두 실종됐고요.”
“오, 그럼 그 일가족 분들 중에 누군가가 지금 고양이님 옆에서 걷고 있는 건가여?”
“…글쎄요. 일단 확실한 건…… 나비 대리님의 사라진 일행분인 척 하면서 따라붙은 것 같네요.”
“히히히.”
나는 간신히 주먹을 쥐지 않고 참았다. 손발에서 식은땀이 베어나오는 듯했으나, 파충류의 차가운 심장이 땀샘을 억제한다.
“그래서 대체 그 이야기 끝이 뭔데요.”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일부러 백사헌을 휙 돌아보았다.
상대가 움찔 떤다.
고맙다. 덕분에 귀신한테서 조금 멀어졌다.
“정도면 무섭지 않을까요?”
…….
“시시한데.”
“하하하. 죄송합니다.”
지금 제 옆에 진짜 귀신으로 판명되는 무언가가 붙어 있지만 않았어도 더 그럴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니 애초에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진나솔 대리님 일행인 척 섞여들 거면 차라리 대리님 본인한테 하면 얼마나 좋았냔 말이다.
‘저 사람은 눈도 꿈쩍 안 했을 텐데!’
설마 귀신도 사람 봐가면서 고르는 건가? 내가 쫄보인 걸 눈치채고 이러는 거냔 말이다.
혼자 남은 사람한테도 안 하고 굳이 나한테…….
…….
“자, 그럼 한 바퀴 다 돌았으니까 다시 저부터 해볼….”
“잠시만요.”
“넵?”
나는 천천히, 고개를 좀 더 돌렸다.
그리고 내 정 반대편에서 걷고 있는 사람을 힐끗 보았다.
왼쪽 끝에 서 있는 사람.
“……나비 대리님.”
“왜.”
“아까, 일행분이 놀라서는 뒤로 도망치며 사라졌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뭐.”
“두 분만 들어오셨던 겁니까?”
“아니면 내가 뭐 하러 거기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귀찮게.”
“…….”
“…….”
“그러니까, 두 분만 들어오신 상태에서… 한 분이 도망쳐서 사라지신 거군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여기서 혼자 남으면 안 되는 걸로 압니다만.”
절대로 뒤돌아 뛰거나 단독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혼자 남으셨군요.”
“…….”
“…그 상황을 용인하셨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다른 방법을 쓰신 것도 아니고…… 그냥 가만히 서서, 다음에 들어올 사람을 기다리고 계셨다고요?”
“…….”
“…….”
“네. 하얀 마텍스 경차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얼어붙었다.
“왜냐하면 저기 운전석에 분명 사람이 있어요. 손을 흔들고 있어요.”
“저기요. 뒤 좀 보세요. 아직 보여요. 하얀 마텍스 경차가 사고를 당했어요. 사람이 있어요.”
나는 다급히 고개를 돌려서 앞을 향했다.
왼쪽도 오른쪽도 쳐다보지 않기 위해.
‘망할.’
망할망할망할!!
차라리 모를걸!
왜 물어봤을까! 공포 영화에서 연쇄살인마 정체를 짐작해 놓고 본인에게 물어보는 꼴이 따로 없다.
아니 물론 확인을 해야 대처를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에이, 둘 다 귀신이었네여.”
“하.”
옆에서 혀 차는 소리와 발랄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린다.
진나솔 대리, 아니 대리를 흉내 내던 무언가가 있던 자리에서 이성해 대리의 어깨를 툭툭 치는 소리가 난다.
내 어깨를 두드리는 ‘오른쪽 누군가’와 번갈아가며 울리는 소리.
툭, 툭.
투툭,
“사고 차량이 뒤에 있어요.”
“뒤를 보면 사고 현장을 볼 수 있어요. 터널의 비밀을 알 수 있어요.”
“어쩔 수 없져. 그럼 저희 셋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까여!”
…이렇게 넘길 수 있다고?
지금 일행 양옆에서 귀신이 어깨에 붙어서 뒤 보라고 속삭이고 있는데 저 반응이 끝이라고??
이 미친 현장탐사팀 사람들은 정말 간이 얼마나 부은 거지? 이러고 탈출할 수 있다고? 아니….
“계속 걷져!”
그 순간.
터널에 불이 들어왔다.
탕, 타타탕.
소리에 따라서 허공으로 튀어 오를 뻔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걸음걸이에는 변함이 없다.
“오, 시야가 트였다. 걷기 좋아졌어여.”
“네, 뭐.”
그리고 또 걷는다. 아니…!
“그럼 다시 저부터 이야기해 볼게여!”
왜 불이 켜진 거지?
그리고 나는 다음 순간 깨달았다.
“사고 난 차를 볼 수 있어요.”
그 역주행 사고가 난 당시에는, 터널이 운영 중이라 불이 켜져 있었을 테니까.
“…….”
끼기긱.
뒤에서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난다.
“사고가 났어요.”
망가진 엔진에 시동이 걸리며, 이상한 굉음과 함께 끼긱거리며 망가진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에 갈리는 소리가 난다.
전조등의 불빛이.
나를 따라온다.
망가진 자동차의 불빛이 우리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내 오른쪽에 이상한 실루엣.
사람의 형상이 기괴하게 박수를 치며 신나게 춤을 추듯 걷고 있다. 풍선 인형이 떠오르기도 하고, 관절이 잘못 조립된 인형 같기도 한 이상한 형상이 미친 듯이 움직인다.
툭.
팔이 닿는다.
짝짝.
귓가에 손뼉 소리가 들린다.
무섭다. 무섭… 아니, 아냐. 참아.
“아, 터널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여? 경차를 치고 달아난 차에 대한 소문인데여.”
아 제발.
“생각해 보면 그것도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
“차끼리 정면으로 부딪쳤는데, 아무리 경차가 상대라도… 상대 차도 무사할까?”
드르르르… 끽.
“사실 그쪽도 크게 다치든, 차량이 망가지든 했어야 정상이니까여. 그런데 대체 어떻게 흔적도 없을까? 혹시….”
“…….”
“차랑 부딪힌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랑 부딪힌 거 아닌가?”
나는 침을 삼켰다.
“사고가 났나 봐요.”
우리의 뒤로 망가진 차가 터널 도로를 느리게 주행하며 따라오고 있다.
훅 속도를 내려는 듯하다가, 브레이크를 밟는다.
마치 칠 것처럼.
끽, 끽.
금방이라도 속도를 내서 우리를 덮칠 듯이.
“…….”
미치겠다. 진짜 미치겠다.
‘아냐.’
하지만 이건 다 가짜다. 무시하고 무서운 이야기만 계속하면 된다. 버티면 된다.
드르르르… 끽.
“그래서 차량 간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추측이죠. 사실은….”
“…….”
“그 경차가, 이 터널 속에서 어떤 주술적이거나 무속적인 불길한 무언가와 맞닥뜨려서… 차에 탄 사람들이 무슨 일을 당한 게 아닐까.”
“…….”
“이후에 일어난 실종들은, 그 불길한 무언가가 사람을 해치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차의 전조등은 이제 바로 우리 뒤에 있다.
목뒤가, 귀가 공포로 뻣뻣하게 굳는 것 같다.
그리고….
“뭐, 그런 추측이더라구여.”
“…….”
나는 내 오른쪽에 있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한 무게감과 촉감, 소리가 싹 사라졌다.
고요함.
앞을 보았다.
내 오른쪽에 있던 기이한 그림자도 사라졌다.
“…….”
“…….”
‘후우.’
반응하지 않고 잘 넘긴 것이다.
크흐흡. 나는 동요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내 현재 몸에 처음으로 감사하며 안도의 한숨을 참았다.
‘이걸 버텼네.’
그러고 나니까 이성해 대리님의 괴담에도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후우!
“저는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그렇져?”
“네. 귀신은 반대로 한다는 속설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역주행 차량이 아니라, 한밤중 터널을 역주행하던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