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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8화


<어둠탐사기록>의 괴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인기가 있을수록 탐사기록에 변칙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창작자가 여러 명이라 그렇지.’

처음 괴담이 생겼을 때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적는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지며 너도나도 해당 괴담에 대한 탐사기록을 적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가?

번호가 길어질수록 반복과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말이 되는 수준’에서 조금씩 예외 케이스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 내가 절박하게 떠올린 예시도 그중 하나다.

<백일몽 주식회사>의 현장탐사팀 J조가 야밤의 폐병원에서 12시간을 버티면 됐던 탐사기록.

그런데….

※특이사항 : 16시간 11분 경과 후 탐사 종료.

애매하게 16시간 11분 경과 후에 탐사가 종료되었다.

내가 찾던 ‘시간적 변칙성’이 맞다. 다만….

‘오히려 탈출까지 시간이 더 걸렸어.’

탐사 도중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 건지 ‘버텨야 하는 기간’인 12시간보다 길게 괴담에 갇혀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분명, 뭘 실수했던 거였는데.’

기억났다!

‘시간 알람을 못 받았지!’

———————=

(03:12) 이재진 사원이 실수로 카운터 전화선을 끊음.

———————=

이것 때문에 병실 데스크에 본래 와야 할 전화가 못 온 것이다.

바로 근무 교대 콜.

그래서 본래 12시간 후 야간 당직이 끝나고 퇴근해야 했던 의사가 근무를 계속했던 미친 상황이 발생했다.

———————=

(12:12) 오전 7시 12분을 넘겼으나 해가 뜨지 않음.

———————=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밤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괴담에 진입하자마자 손목시계로 오후 7시를 맞춰뒀던 직원은 해당 사실을 깨닫자마자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차라리 잡혀서 재시작할지 말지를 두고 싸우다가 한 사람이 포박당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몇 시간 후에 다른 팀원이 전화선을 연결하며 정상적으로 경과가 진행되어 겨우 탈출했지만 말이다.

———————=

(16:09) 전화선 복구 성공. 곧바로 전화가 울림. 데스크에서 3m 이상 떨어져 대기.

(16:11) 의사가 전화를 받고 사라짐. 탈출 시도 성공.

———————=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괴담. 분명 오싹해지는 이레귤러다.

‘그래도 힌트가 있어.’

비록 이건 시간이 늘어난 케이스지만, 뽑아낼 매커니즘이 있었다.

바로 시간 종료를 알리는 트리거가 있었다는 것.

‘저 케이스에선 근무 교대 전화였지.’

그리고, 그 트리거가 작동하지 않으면 괴담이 끝나지 않았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시간을 알리는 트리거가 작동만 하면,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는 건가?’

“…….”

편의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툭.

“……!”

잠깐.

‘…소리가.’

내 머리 위에서 나고 있다.

나는 막힌 내 머리 위를 무심코 쳐다보았다.

여기는 편의점 카운터 아래.

그러니까 이 위에 있는 건….

포스기.

삑.

삑삑삑삑삐삐삐삑삡삑삑.

귀신이 계산대의 포스기를 누르고 있었다.

그 이상한 리듬에 따라 녹음된 목소리가 편의점을 울린다.

직원을 호출합니다… 직원을 호출, 직원을호직원을호출직직직직원을직원을호직원을호출합니다

“…!!”

알겠다.

이거, 내가 밑에 있다는 걸 아는 거다.

일부러 안 잡고 장난치는 거야.

…아는 데도 분노보다는 식은땀이 등 뒤로 흘렀다.

와 이거 진짜 미치겠다, 사람을 미치게 하네.

‘나가자.’

나가서 뛰어야 한다.

하지만 발이 마음처럼 쉽고 가볍게 움직이질 않는다. 공포영화에서 귀신을 보고 주저앉아 죽는 엑스트라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안 돼.’

어차피 잡히는 건 똑같더라도 무기력이 학습되면 안 된다.

결국 나는 어떻게든 억지로 계산대를 비집고 나왔다.

그 순간.

직원을 호출합니다.

내얼굴앞에갑자기시퍼렇고퉁퉁불은얼굴이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잡았다

* * *

재시작.

‘…….’

나는 아주 천천히 심호흡했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잠깐 머리가 아팠으나, 참았다.

‘지나갔어.’

온몸이 저리다.

‘참자.’

대신 어두운 편의점 전경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계산대로 가는 대신, 불빛이 나오는 음료 냉장고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바로 편의점 출입구 방향.

“…….”

유리문 밖은 새카만 어둠이다.

그래도 최대한 밖을 보려고 하자, 바깥쪽 유리문 옆에 달린 뭔가가 보였다.

“…!”

전자시계다.

[12:00⼁04⼁04]

4월 4일 12시.

저게 이 괴담의 현재 설정 날짜인가.

어둠에 적응된 눈이 유리문에 달린 차임벨도 구분해 냈다. 아마 저 문을 잡는 순간 종소리를 들은 귀신이 그 이상한 발걸음으로 뛰어올 것이리라.

‘그리고 애초에 열리지도 않겠지….’

버텨야 하는 장소가 편의점으로 정해졌으니까. 제한이 걸렸을 거다.

나는 유리문 밖에서 시선을 떼고, 근처 진열대에 반쯤 몸을 가렸다.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댄 채 편의점 곳곳을 주시하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관자놀이로 흘러내린 식은땀이 차갑다.

‘내가 버텨야 하는 날짜는 사흘.’

그럼 내 완료 시점쯤의 시간을 알려줄 만한 트리거는… 과연 뭐가 있을까.

이 편의점에서 사흘 후에 일어날 일은…….

‘물류?’

나는 힐끔, 유리문 근처에 쌓인 박스를 보았다.

새 물건이 입고되는 시간이라.

‘사흘 후 날짜에 입고될 물건을 어떻게든 확인하고. 그 물건으로 어떻게든 위장해서 미리 넣어보는 식으로 시간 암시를….’

아니야. 그건 너무 비직관적이다.

그렇게 복잡하고 자잘한 가공 단계만 거치는 게 통할 리가 없다.

<어둠탐사기록>은 인터넷 괴담이다.

‘그리고 인터넷 괴담은 직관적이야.’

자질구레한 조건과 짜맞추기가 많아질수록 임팩트가 떨어지기에 인기를 끌 수 없다.

‘좀 더 간단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물건은?

“…!”

그래.

나는 출입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진열대를 보았다. 음료 냉장고와는 또 다르게 생겼으나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진열대.

하지만 기묘하게도 거기 진열된 건 몇 개 없다.

유제품 음료나 커피 약간, 그리고… 도시락과 삼각김밥이다.

빨리 상하는 식사류 음식.

‘…유통기한!’

당장 진열대로 향해서 도시락과 삼각김밥을 들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삼각김밥은 유통기한이 36시간에서 48시간이다.’

아마 도시락도 비슷하겠지.

하지만 기묘할 만큼 꽤 많은 도시락과 삼각김밥이 유통기한이 사흘 이상으로 길거나 아예 표기가 엉망으로 지워진 채 있었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건의 뒷면과 앞면을 살폈다.

그리고 결국….

‘찾았다.’

이 괴담에서 현 시각은 4월 4일 12시.

4월 7일 12시에 유통기한이 끝나는 상품.

[국물 함박 도시락]

나는 그 도시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가로질러 포스기로 다가갔다.

‘윽.’

계산대에 서서 호출 버튼을 미친 듯이 누르던 귀신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그러나 기분 탓이다. 아직 이쪽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침착하게.’

포스기에서 기기 설정을 누른 후, ‘날짜 및 시간 변경’을 선택한다… 됐다, 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참으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설정 시간은….’

시작 시점인 4월 4일 자정에서 정확히 이틀하고도 23시간 59분 후.

[4월 7일 오후 11:59]

‘제발 좀!’

초조한 심정으로 빌었다.

변경 버튼을 누르고, 확인하면…….

[변경 완료]

“…!!”

됐다!

‘이거 가끔 설정 변경 못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나마 불행 중 다행, 아니, 정말로 다행이다.’

기쁨과 초조함으로 손이 떨렸으나 다잡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챙겨온 식품을 들어서 폐기 임박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된….

삐리리릭!

“…….”

[폐기 알람]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 있습니다!]

포스기가 명랑한 말씨로 외쳤다.

어두운 편의점에서 그 녹음된 안내 목소리가 홀로 울린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

나는 굳은 채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눈이 마주쳤다.

달려온다.

“이…!”

보지 말고 화면을 봐라. 화면만!

제발 좀, 제발! 빨리!

삑.

내 손을 세 번의 헛방질 끝에 바코드를 찍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예,를 연타….

발소리가 너무 빨리 가까워졌다.

티티티티틱하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 가까워지는데 참고, 나는 계속 손을 움직여서….

[폐기를 등록했습니다.]

미친 듯이 이상한 발걸음으로 달려오던 귀신의 발이 계산대 바로 앞까지 오며 진동이 느껴지는 순간.

[완료]

사라졌다.

“…….”

픽.

전등이 켜졌다.

눈이 아프도록 밝아진 편의점 안, 이제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포스기의 화면이 간단명료한 설명을 보여준다.

[등록 완료]

지지지직, 마감영수증이 프린트된다.

그 백색소음 속에서 실감했다.

‘됐어.’

내가 성공했다는 걸.

“후.”

계산대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숙였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숨이 안 쉬어진다….’

사람은 진짜 빛에 의존하는구나!

그래도 밝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심신에 안정이 찾아왔다.

‘이제 문으로 나가면 되는….’

달캉!

포스기 밑 현금보관함이 자동으로 열렸다.

‘어?’

안에 든 건 두툼한 갈색 봉투 하나다.

“이건….”

나는 봉투를 잡아 들어 열었다.

두텁고 빳빳한 황금빛 지폐 네 묶음이 보였다.

“…!?”

오만원권 다발!

‘배, 백 장씩 네 묶음인 건가?’

그럼 총 이천만 원이었다.

이렇게 큰돈을 현금으로 만져본 건 처음이었다. 근데 이게 왜 편의점 현금보관함에….

아.

‘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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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 선택해 줘

여담

클리어 시 정말로 돈을 준다. 그럼 그냥 사람 놀래키는 걸 좋아하는 착한 친구 아닌가

———————=

오.

* * *

“얼마나 걸릴까요?”

“사흘 채우면 바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에 성공? 와, 평가 후하다. 후해.”

<백일몽 주식회사>의 현장탐사팀 D조.

두 직원은 잠시 창고 옆 계단을 통해 옥상에 올라와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방금 신입사원을 어둠에 넣고 배웅한 참이다.

해도해도 별로 익숙해지는 일은 아니었다. 괴현상에 신입을 밀어 넣는 건.

그래도 보통 이 <선택해 줘>라는 어둠은 설정 시간이 짧을수록 하드코어하고 길수록 느슨하니, 사흘이 당첨된 신입은 그리 빡세진 않을 것이다.

‘2박 3일 담력 시험하는 수준이겠지.’

물론 가혹하다. 가혹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두 직원의 머릿속에는 공통 명제가 있다.

-이것도 못 버티면 금방 죽는다.

그럼 차라리 퇴사하라는 거다.

실제로 이 신고식 때문에 나간 신입이 꽤 있어서 D조는 인사팀 간부들에게 자주 눈칫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느물거리며 어떻게든 비비고 있었다.

직장 동료, 그것도 같은 조 신입이 죽는 꼴을 바로 옆에서 보는 건 정신 건강에 정말 해로운 짓이었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묘한 기대감.

“이번 신입 말인데.”

“예에.”

“범상치 않았지.”

“범상치 않았죠.”

D조에 새롭게 발령받은 수석 신입사원, 김솔음.

“첫 출근에 그러는 애 처음 봤어.”

보통 신입사원들은 자기가 죽을 뻔했던 그 괴현상 속에 꾸준히 투입되는 게 ‘업무’라는 걸 깨닫는 순간 기겁하거나 혼비백산한다. 그게 당연했다.

하지만 김솔음의 경우엔… 기묘할 정도로 침착했다.

“별로 긴장한 것 같지도 않던데.”

“예에. 안 놀라더라고요. 커피도 잘 마시고.”

한순간도 평정심을 잃거나, 화장실에 처박혀서 울거나, 도망치려 들지 않았다.

물론 김솔음은 이미 모든 걸 스포일러 당하고 사흘간 만사를 포기하고 마음의 준비를 끝냈을 뿐이지만.

모르는 사람 눈에는 그저 미친 멘탈의 신입으로 보인 것이다!

“대리님 맘에 들었나 보네.”

“어. 아주 괜찮지.”

강심장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각종 끔찍하거나 기이하거나 섬뜩한 도시전설과 마주해야 하는 부서다. 겁쟁이는 곤란했다.

‘뭐, 애초에 그 데스 서바이벌에서 겁쟁이가 합격할 리도 없다만….’

있었다!

물론 알 리 없는 상사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신입 괜찮은데’를 연발 중인 것이다.

다만 약간 아쉬운 점도 있긴 했다.

“근데 애가 요령 부리는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왜 필기를 안 할까?”

“첫 직장이라 잘 모를 수도 있죠. 그건 알려주면 돼.”

이렇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직업에서는 정보와 매뉴얼은 필수라며,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주면 적어놔야지. 그래야 다시 읽어보면서 제대로 아는 거잖아.”

“맞아요. 미리 알고 있던 것도 아닐 텐데.”

미리 알고 있었다!

역시 짐작도 못 한 두 사람은 신입 받은 팀다운 대화를 계속 나누다가, 슬슬 복귀하자고 말을 정리했다.

“상황보고서 써야지.”

“하, 그놈의 보지도 않는 보고서는 매번….”

어차피 신입은 빨라도 사흘 후에야 나올 것이다.

그래도 내부에 식량과 잠자리도 있는 괴담이니, 장기전으로 가도 무리 없겠지.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신입을 빨아들인 인터넷 글이 적혀 있던 패드를 챙겨 들었다.

“그럼 이제 우린 서류 보러…?!”

틱.

그 순간 패드가 사람을 뱉었다.

사흘 뒤에 나와야 하는 신입사원을.

“…!?”

신입사원, 김솔음은 1시간 30분 전과 별다를 바 없이 깨끗한 정장을 툭툭 털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손에 뭔가를 들어 올렸다.

눈금이 꽉 찬 ‘꿈결 수집기’다.

“채워왔습니다.”

“…?!?!”

클리어까지 소요 시간 1시간 24분.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저지른 신입은 그저 무덤덤한 태도로 상사들을 보고 있었다.

‘심장마비로 죽는 줄 알았네.’

물론 중도하차 안 되는 귀신의 집 벽을 뚫고 탈출할 만큼 절박한 쫄보가 진이 빠졌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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