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9화
비 내리는 월요일 오후.
현장탐사팀 D조의 직원들은 상황보고서를 그동안 없었던 속도로 써 갈겨 조장 아이디로 대리결제까지 끝마쳤다.
이유는 하나.
제한 시간 있는 괴담을 무시하고 클리어한 신입!
“분명… 기간은 사흘 아니었어?”
“맞습니다.”
소파에 앉은 신입의 앞에 탕비실을 털어온 간식거리를 늘어놓고 맞은편에 앉은 대리와 사원.
그들은 서로 눈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제대로 질문을 할 때였다.
“근데 무슨 수로 이렇게 빨리 나온 거야?”
“아.”
신입사원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으나, 곧 알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간을 빠르게 돌렸습니다.”
‘무슨 점심 먹었다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있어…!’
…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신입사원은 자신이 쓴 방법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분명 ‘시간이 흘렀다’라고 판단할 사건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요. 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유통기한을 이용해 ‘시간 알람’을 당긴 방식까지.
묵묵히 듣던 상사들은 생각했다.
‘천재다.’
‘퇴사 금지다.’
괴담의 본질을 단번에 꿰뚫어 보는 직감과 논리력?
이건 현장탐사팀을 위해 태어난 수준의 재능이었다. 절대 이 팀에서 못 도망치… 아니, 잘 적응하게 도와줘야지!
“제가 환영이니 뭐니 말씀드릴 분이 아니었습니다. 노루님.”
“금방 나 제치고 대리 달고 있을 듯.”
“…!?”
이런 신입, 다시 구할 수 없다…!
“출세하면 우리 잊지 말고… 소원권 타면 자랑도 하러 오고….”
신입은 좀 당황한 것 같았다.
“아닙니다. 어… 사실,”
“음?”
신입이 큰 고백을 하듯 덧붙였다.
“무서워서 빨리 나오려고 한 겁니다.”
“…….”
보통 도시전설이 무섭다고 빨리 탈출할 수 있는 거였나…?
무슨 방탈출 같은 거였다고 인지 오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
‘겸손이 지나쳐…!’
그러나 신입은 꿋꿋했다.
“다음부터는 예고라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무서워서 기절할 뻔했습니다.”
“1시간 만에 클리어한 녀석이 할 말이야 그게…?”
오묘한 표정이 된 신입사원이 말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거짓말!’
죽을 것 같다는 사람이 무슨 최단 기록경신 타임 어택 같은 걸 한단 말인가. 그런 건 웬만한 고인물 직원들도 안 하는 순수 미친 짓이다.
그러나 별개로, 배신감은 이해했다.
‘솔직히 심한 일이긴 해.’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해도 괴현상에 혼자 떨어지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긴 했다.
그리고 이 상심한 마음을 달랠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직장인의 치료법!
대리는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노루야, 얼마 나왔냐?”
“예?”
“클리어할 때 나오는 돈 말이야.”
“아, 예. 천만 원 나왔습니다.”
그렇다. 이 F등급 어둠은 클리어 시에 상금을 준다.
그리고 매뉴얼에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자사에 매뉴얼이 완비된 그늘(F) 등급 어둠을 클리어할 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50%는 직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반대로 말하면 직원이 완성된 매뉴얼로 어둠에서 딴 돈의 50%는 회사가 떼어간다는 뜻이다.
게다가 신입에게 처음 배정되는 어둠은 이 조항에 해당 사항이 없다!
수십, 수백 번의 시도로 안전성이 보장된 괴담을 배정하는 것이니 위험수당을 줄 수 없다는 게 회사의 말이었다.
신입도 이미 이 매뉴얼을 읽었다.
하지만 말이다.
“그게 원래 회사에서 다 떼어가는데… 그냥 너 챙겨가라.”
“…예?”
원래 짬이 차고 노하우가 쌓이면 가라로 처리할 방법들이 다 있는 법!
‘새로운 탈출법으로 클리어했으니 매뉴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멋진 사규 예외 사항까지 있으니 다 처리할 수 있다. 암.
입사 첫날부터 거액 꽂히면 모든 게 다 미화된단 말이지!
대리와 주임은 자신들도 당해본 테크닉을 신입에게 훈훈한 얼굴로 시전했다.
“에헤이. 넣어둬, 넣어둬. 다 처리 방법이 있어.”
“…….”
‘사실 이천만 원이었는데.’
자체적으로 절반 먹으려던 김솔음은 식은땀을 흘렸다.
졸지에 출처를 설명할 수 없는 천만 원이 더 생긴 개이득의 기쁨과 양심의 가책도 잠시, 그는 상사들을 따라 일어나게 되었다.
“성공적으로 어둠 탐사도 했으니까, 제일 중요한 거 적립하러 가야지.”
“적립… 말입니까?”
“어.”
주임이 씩 웃었다.
“임직원 복지몰 포인트!”
* * *
“휴우.”
밝은 대낮에 사람 많은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오늘 불 다 켜놓고도 잠을 못 잘 미래도 일단은 걱정이 안 된다.
‘주머니에 현금 이천만 원이 있다는 게 마음의 여유까지 만드나….’
아무리 괴담에 떨어졌어도 여기가 21세기 한국이고 자본주의 사회라서 말이다.
나는 드디어 배정받은 데스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서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형광등 짱짱한 사무실에서 척추교정 오피스 의자에 앉아 이러고 있으니 방금까지 귀신과 대치 중이던 미친 현실이 다 거짓말 같았다.
심지어 책상엔 꽤 귀여운 필기구와 눈 땡그란 도마뱀 인형이 놓여 있었다.
‘…어쩐지 사용감이 있지 않나?’
음, 부디 전 사용자가 복권당첨 이슈로 즉각 퇴사하느라 데스크를 못 치웠던 거길 바랄 뿐이다.
어쨌든 PC엔 복지몰이 이미 즐겨찾기로 등록되어 있었기에 편하게 접속할 수 있었다.
[백일몽주식회사 임직원 복지몰]
내 사번을 넣어 빠르게 가입을 진행하고, 상사들이 알려줬던 대로 ‘포인트 등록’ 탭을 눌렀다.
-네가 클리어한 어둠 등급 선택하고, 이름 기입한 다음에 PDF 첨부해서 제출하면 돼.
그대로 했다.
그리고 5분 후.
[김솔음 사원 / 적립포인트 : 100p]
“…!”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심사가 끝나고 적립됐다.
‘F등급을 혼자 클리어하면 100포인트를 주는 거구나.’
뭐, 내가 개고생을 한 것과는 별개로 F급이니까 큰돈은 아닐 것이다…. 기대를 버리자.
그래도 일단 포인트가 생기긴 했으니, 100p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있는지는 확인해 보려 했다.
그리고 첫 페이지부터 당황했다.
“…로봇 청소기?”
생각보다 품목이 괜찮았던 것이다.
특가로 나오는 물건은 대부분 100p였고, 혼수로나 사는 최고급 대형 가전이 500p 정도였다.
게다가 백일몽 주식회사의 미공개 시약들도 1000p 전후로 팔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각막 재생 물약 같은 기함할 수준의 오버테크놀로지도 수두룩했다.
아, 참고로 탈모약은 시중에서 비보험으로 50만 원쯤 했는데, 여기선 100p로 구매가 가능했다.
‘진짜 괜찮잖아.’
나는 약간 기대감을 가진 채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을 체크할 순간이었다.
‘자사 제품’ 탭에서 ‘높은 가격순’으로 정렬하면 나오는, 그 찬란한 이름을.
‘소원권.’
데스 서바이벌 끝나자마자 대표 복지로 소개된 그 경이로운 물약의 가격은 바로….
소원권 : 500,000p
“…….”
농담이지?
‘오십만?’
내가 방금 괴담을 클리어하고 얻은 게 100포인트인데….
500000포인트?
‘이론상… 매일매일 혼자 F등급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15년이 걸리는데.’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다.
‘내 계획대로 흘러가면 그게 회사일 리가.’
F등급 어둠만 골라서 매일매일 클리어할 수 있을 리도 없을뿐더러, 수많은 변칙성이 있을 리 분명했다.
‘분명 고등급 어둠에 동료와 함께 강제 투입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잠깐, 거기도 N등분 하는 건가?
나는 복지몰의 포인트 등록 탭을 뒤져서 어둠 등급별 기본 지급 포인트를 알아냈다.
F등급 : 100p
D등급 : 1000p
C등급 : 2500p
B등급 : 10000p
A등급 : 100000p
S등급 : 별도 심사
여기에 사내에서 자체 측정된 특수성에 따라 추가 수당이 붙는 식이었다.
클리어가 급하거나, 아직 정보가 없거나, 부가적 위험이 있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3명이 한 조니까, 3명 클리어가 기본이면….’
……B등급을 150번 클리어해야 받을 수 있다고?
‘제정신인가?’
B등급만 돼도 민간인의 생존률이 2% 정도로 급락한다.
거기서부턴 그냥 주어진 선택지 중에 뭘 골라도 죽거나 죽느니만 못한 꼴을 당하게 되는 등급이라고!
그걸 150번 들어가면 일반 사원은 그냥 죽었다고 봐야 한다.
시켜도 못 가겠다고 엎드려 빌어야 하는 미친 상황.
고등급만 노려서 스피드런은 불가능한 짓이란 뜻이다.
‘결국 조금이라도 생존률을 높이려면 10년 이상은 투자해야 하는 거네.’
이게 무슨 군자의 복수도 아니고….
근데도 현장탐사팀이 부서 중 가장 빠른 속도라면 다른 부서 사람들은 소원권을 근속 기간 중 아예 못 탈 확률이 더 높다는 거다.
복지몰에 다양한 상품이 많으니 타부서에선 그 정도로 체념하고 만족하는 사람도 많을 테지….
하지만 나는 안 된다.
내 목표는 아주 초현실적이고 분명하기 때문이다.
본래 세계로의 귀환.
근데 여기서 15년이나 살라고? 그 전에 나는 심장마비로 쇼크사한다니까?!
‘안 돼!’
계획, 계획이 필요했다.
‘내가 어떤 괴담을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뭘 피해야 하는지 좀 제대로 따져봐야겠어.’
그래서 안전과의 황금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최단기간에 50만 포인트를 모아야 했다.
심각한 고뇌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주임이 내 등을 툭 치며 물었다.
“노루, 등록했어? 컴퓨터 잘 되지?”
“예. 아, 여기 있는 개인 물건들은….”
“아, 거기 조장님 데스크야.”
“…….”
왜 사용감이 있나 했다!
“모니터만 안 깨먹으면 돼. 오늘은 편하게 써, 편하게.”
이 회사… 정말 괜찮은 거 맞나?
신입한테 잠깐 상사 책상 좀 임시로 써보고 있으란 미친 짓을 해도 되는 건가?
‘생각해 보니 괜찮을 리가 없다.’
괴담에 사람 갈아 넣어서 포션 뽑는 회사지 않은가. 선량한 21세기 한국 직장인의 상식을 들이대면 기함할 상황이 계속 발생하지 않을까.
……역시 편법을 좀 쓰는 게 맞을지도.
“아, 노루도 담배?”
“괜찮습니다.”
나는 상사들의 담배 타임에 따라가지 않았다.
대신 내가 쓰던 데스크를 내려다보다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키보드를 뒤집었다.
역시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이자헌 조장 / 105105301]
ID : yongj1111
PW : dydajflgodks!111
보안 의식이 없다고 욕하기엔 회사에서 너무 많이 본 풍경이긴 하다.
‘조장이면… 과장이겠지.’
그리고 사실, 이 회사에선 과장 직급부터 접속할 수 있는 모 사이트가 하나 있는데 말이다….
그게 참, 고등급 어둠 클리어할 때 도움이 될 텐데.
“…….”
50만 포인트라는 미친 목표 수치를 한번 보고 나니 정말로 놓치기 아깝네.
좋아.
‘해보자.’
나는 마음 먹고 다시 복지몰에 접속했다.
다만 이번엔 내 아이디가 아니다.
아이디 : yongj1111
비밀번호 : dydajflgodks!111
D조 조장의 아이디로 복지몰 로그인을 시도했다.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음….”
괜찮다. 이 정도 난관은 예상했다.
어디 보자. 회원가입을 누르면 비밀번호 설정 요구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대문자가 필요했군.’
그렇다면 키보드 밑에 적혀 있던 비밀번호의 맨 앞만 대문자로 바꿔서, ‘Dydajflgodks!111’로 로그인을 시도하면….
띠링.
[환영합니다. 이자헌 과장님]
‘됐다!’
책상 아래로 양 주먹을 쥐었다. 주변 시선을 안 받으면서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세리머니다. 비록 지금 사무실에는 나뿐이지만.
아무튼, 이제 이 페이지에서 내가 찾아야 하는 건… 일종의 낚시 링크다.
일명 ‘외계인 상점’.
<어둠탐사기록>에는 외계인 괴담도 꽤 많았는데, 그중에는 지구인에게 어설픈 소통방식으로 물건을 팔려는 녀석들이 있었다.
‘악의는 없지만 지구인 입장에서는 섬뜩하거나 위험한 것도 팔았지.’
뭐, 그래도 거의 개그성에 가까워서 드물게 훈훈한 괴담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상업적 마인드도 있다. 자기 물건을 쓸만한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저격하고 싶었는지…….
백일몽 회사 인트라넷에 랜섬웨어 같은 것도 심었더라고.
‘과장 직급 이상에게만 쇼핑몰 광고 낚시 링크가 보였지.’
그 낚시 링크를 보는 방법도 잘 기억난다.
‘복지몰에서 아무거나 막 누르고 다니다가, 연속으로 다섯 번 뒤로 가기를 누르면….’
달칵, 달칵, 달칵….
삐리릭.
갑자기 복지몰 화면 구석에서 작은 초록색 손이 나타난다.
마치 인사를 하듯이 흔들어 시선을 끈 픽셀로 된 왼손.
그 위로 말풍선이 떠올랐다.
1주년 감사 할인 중! ~80%
직장이 지루한가요? >>클릭
더 강해지고 싶나요? >>클릭
멋진 물건을 가지고 싶나요? >>클릭
‘구려.’
마치 옛날 옛적 인터넷 배너 광고처럼 생겼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어설픈 걸 누르면!
인트라넷에서 거짓말처럼 외부 인터넷이 열리며 외계인 사이트로 납치를 당하는 거다.
당장 클릭하고 싶지만!
‘참자.’
대신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링크만 복사한 후, 해당 링크 주소를 엑셀에 붙여넣기 하여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회사 PC는 접속기록이 다 남잖아.’
외계인 랜섬웨어 눌렀다는 기록이 남아서 좋을 게 없었다. 그것도 남의 계정으로 말이다.
잠시 후, 담배타임을 끝내고 돌아온 상사들을 보며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사했다.
“노루야~ 조장님 외근에서 돌아오시면 환영 회식도 한번 하자. 법카로.”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 * *
기념비적인 첫 출근이 끝난 저녁.
하지만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보자.”
나는 이천만 원을 예금한 후 귀가했다.
그리고 지금은 침실에서 스마트폰 갤러리에서 찍어놓은 ‘외계인 상점’의 낚시 링크를 이미지분석으로 복사하는 중이다.
몇 가지 제대로 읽히지 않은 부분을 수정한 후, 인터넷창을 켜서 주소창에 붙여넣기.
“후우.”
심호흡하고… 엔터.
달칵.
주소창에 적힌 복잡한 링크 주소를 타고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럼 백일몽 주식회사의 복지몰 페이지가 뜨는 것처럼 비슷한 형식의 화면이 뜨다가… 깨져 나간다.
그리고 새로운 페이지가 뜨는 것이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인터넷같이, 밑줄과 폰트가 적나라한 화면이.
<우주 쇼핑몰>
※외계에서 온 멋진 물건※~!!
>>나는 물건을 본다
뿅뿅뿅. 초록색 우주선이 구석에서 돌아갔다.
‘정말 구린데.’
그러나 촌스러움에 방심해선 안 된다.
여기서 ‘물건’을 클릭하면 기상천외한 초자연적인 판매 품목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가격도 기상천외해서 문제지만 말이다.
최소 백만 원 단위부터 시작했다.
……‘나는 더 비싼 거 써야지!’라는 괴담 창작자들의 자아 비대에서 비롯된, 상상의 인플레이션 결과였다.
바로 어제의 나였다면 이 품목 중 하나도 구매할 수 없었겠지만….
‘이천만 원이 생겼다.’
약간 심장이 뛰었다. 픽션 속 세상의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도파민 도는 일이었다.
“후우.”
나는 드디어 ‘물건’탭을 클릭했다.
화면이 뜬다.
물건
흡혈 식기 – ₩14,999,999
더넓은 무전기 – ₩4,999,999
앨리스 피크닉세트 – ₩11,999,999
우리가 도움! – ₩66,666,666
※할인!※ 은화 뱀 – ₩4,999,999
₩19,999,999
“…!”
아는 물건이 과반이다.
드디어 운이 트였나!
‘좋았어.’
환희 속에서 재빨리 기억을 떠올렸다.
흡혈 식기.
작은 포크와 나이프로 구성된 무기였는데, 희생자의 피를 빨아먹어 더 크고 날카롭게 진화하는 날붙이였다.
말 그대로 성장형 무기라고 할 수 있겠다.
더넓은 무전기.
괴담 속에서도 다른 사람과 원격 통신이 가능하게 해주는 장난감 무전기였다.
동료가 있을 때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앨리스 피크닉세트.
이름만 들어도 연상이 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식료품이었다.
일시적으로 물건의 효과를 2배 키우는 음료, 그리고 1/2로 줄이는 쿠키가 세트였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아이템이었다.
남은 두 개는 모르겠는데, 일단 ‘우리가 도움!’은 흥미로운 타이틀은 뒤로 해도 내 예산을 아득히 초월하니 생략.
‘은화 뱀은 할인 중이네.’
할인 중인 걸 구매하면 왠지 이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겠지.
“……흠.”
나는 팔짱을 꼈다.
무기, 통신기기, 버프 포션, 그리고 할인 품목…인가.
내 예산은 이천만 원.
이 안에서 과연 뭘 사야 가장 이득일지.
“좋아.”
나는 마음을 정하고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