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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78화


넬은 살며시 기자실 앞 의자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누군가 앉아 있긴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이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리오가 음악에 맞춰 몸을 살짝살짝 끄덕이고 있는 모습을 본 넬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리오에게 걸어갔다. 넬이 가까이 다가가자 리오는 움찔하며 이어폰을 빼고 넬을 바라보았고, 넬은 씨익 웃으며 리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헤이〜! 미남 사촌이 누군가 했더니 형이었군요. 오늘은 순찰 안 돌아요?”

리오는 빙긋 웃으며 카세트를 멈추고 이어폰을 집어넣은 후 대답했다.

“응, 오늘은 친구께서 좀 쉬고 싶다 했거든. 지금은 신나게 만화나 보고 있겠지. 그건 그렇고, 별일 없니?”

“음, 아무 일 없어요.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요. 지금은 또 모르겠네요, 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가볍게 대답하던 넬은 순간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리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미간을 찡그리고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바이칼에게 연락해 줘! 어서 와 달라고!!”

넬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기자실 안에 들어갔다. 기자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넬이 들이닥치자 깜짝 놀랐으나 넬은 설명할 시간 없이 곧바로 전화를 두드렸다.

「음‥가보실까요 티베 양?」

네그는 악마다운 미소를 지으며 티베에게 속삭였고 티베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시, 싫어요!! 어째서 제가 당신과 같이 가야 해요!!!”

네그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훗, 사실은 이제 당신이 필요 없지만 악마들 중 귀족이라 불리는 저의 자존심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묵사발이 된 탓입니다. 지금은 마침 그 괴물 같은 인간이 없으니 제 자존심을 만회할 수 있겠군요. 후후훗‥.」

티베는 몸부림을 쳐 보았으나 도시 하나를 날리는 힘을 지닌 악마 네그에겐 무의미한 것이었다. 네그는 접혀있던 자신의 붉은 날개를 펴고 날아갈 준비를 하였다. 그때였다.

휘익–!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고 네그는 슬쩍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 순간 그의 시야는 검게 변하고 말았다.

콰악–!!

「허억!?」

네그의 머리는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 건물 벽에 강렬히 내동댕이쳐졌고 네그는 그 충격에 그만 티베를 놓치고 말았다. 네그를 초인적인 힘으로 벽에 박은 장본인은 티베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자, 어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티베는 위에서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에 눈을 떠 보았다. 복면에 회색 망토를 두른 붉은 장발의 사나이가 네그를 벽에다 밀어붙인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티베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리‥아니 드래곤‥!!”

“어서 가요!”

리오의 외침에 티베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곧바로 동료들이 있는 식당을 향해 몸을 일으키고 달려 들어갔다. 그녀가 안전하게 들어가자, 리오는 곧바로 잡고 있는 네그의 머리를 벽에 연거푸 처박기 시작했다. 세 네 번의 충돌로 두꺼운 방송국의 벽엔 구멍이 뚫렸고 리오는 계속 네그를 밀어붙여 방송국 밖으로 던져 버렸다. 네그는 리오의 손에서 풀려나자마자 날개를 펴며 몸의 중심을 잡아 보았다.

「으윽‥! 빌어먹을 녀석‥!!! 허억!?」

그러나 리오는 틈을 주지 않았다. 기에 둘러싸인 리오의 주먹이 네그의 복부를 강타했고 네그는 뒤로 주욱 날아가 폭음과 함께 수십 미터 떨어진 건물 외벽에 충돌하였다. 틈을 만든 리오는 곧바로 파라그레이드를 뽑아 들었고 기를 주입시켜 날을 만든 후 네그가 충돌한 건물을 향해 몸을 날렸다.

건물에 처박힌 채 충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네그는 눈을 뜨자마자 리오의 공격을 또다시 받아야만 했다. 네그의 몸에 파라그레이드를 꽂은 리오는 네그를 매단 채 건물 벽을 긁어 올렸고 네그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이번엔 공중에 튕겨져 날아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피가 전혀 튀기지 않고 있었다. 바로 말하자면 네그는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네그의 움직임이 다시 봉해진 순간, 리오는 검을 들지 않은 왼손에 마법진을 전개하며 외쳤다.

“자아–오너라! 마법검, [파이어 크레이브]!!!”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폭염은 곧바로 파라그레이드의 표면에 덧씌워졌고, 리오는 네그를 향해 몸을 솟구치며 다시금 외쳤다.

“극상!!! [플레임 랩소디]–!!!!!”

그와 동시에 방송국 상공엔 거대한 화염의 곡선들이 상승 난무를 시작했다. 그 안에서 화염이 실린 검 공격을 받고 몸이 만신창이가 된 네그는 절규를 하며 자신의 오른손을 펼쳤다. 다른 공간으로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그 순간 파라그레이드의 일격이 네그의 오른팔에 떨어졌고 네그의 오른팔은 따로 튕겨지며 마법검의 영향으로 인해 재로 변해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필사적으로 왼팔을 뻗은 네그는 이번엔 무사히 다른 공간으로 도망칠 수 있었고 결국엔 네그를 놓치고 만 리오는 쓴맛을 다시며 마법검을 해제한 후 파라그레이드도 거두었다.

“젠장, 속전으로 끝내려 했는데‥놓쳤군. 역시 마법검으로 치는 것보다 그냥 치는 것이 더 좋겠어. 괜히 멋만 부렸잖아.”

리오는 공중에 뜬 채 팔짱을 끼고 바이칼이 오기를 기다렸다. 방송국 쪽에서는 망원 렌즈로 리오의 모습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리오가 나타나는 것 자체는 이미 특종 중에 특종이었다.

티베는 식당 의자에 앉아 넬이 떠다 준 물을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티베가 공격당했다는 말을 들은 베셀은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이, 티베! 악마에게 잡혔다가 구출되었다고 하는데, 괜찮아?”

티베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셀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티베에게 물었다.

“다행이군. 그런데 누가 구해줬지?”

그 질문에 넬이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지금 방송국 위에 떠 있는 슈퍼맨이요, 헤헷‥.”

베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과연 방송국 위에 누군가가 떠있긴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떠있는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은 낯이 익은 것 같은데‥다른 사람들은 누구지?”

그 말을 들은 넬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베셀의 옆 창문으로 가서 공중을 올려다보았다. 넬은 하늘을 본 순간 제발 바보가 되고 싶었다. 리오 이외에 다른 누군가들이 공중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악마족 같은데‥보복하러 온 건가? 그렇다면 빨리도 왔군.”

리오는 자신을 둘러싼 악마들을 힐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공중에 나타난 그들은 말없이 리오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중 한 명이 말했다.

「보복이라‥뭐, 그럴지도. 우리는 네그님의 직속 부하인 [헬·레인저]다. 비겁하게 기습 공격을 가하고도 뻔뻔스럽구나!」

리오는 피식 웃으며 파라그레이드를 다시 뽑은 후 자신에게 소리친 악마에게 물었다.

“흠‥좋아, 그런데 네그가 뭐라고 말해 주는 것 없었나?”

일곱 명의 헬·레인저는 리오가 검을 빼는 것을 보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고 대장 격으로 보이는 악마가 무슨 소리냐는 듯 리오에게 되물었다.

「흥, 네그님은 목숨만 겨우 건지셨다!! 네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도 모르겠나!!」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그런데 너희들 머리 한번 나쁘군. 네그 정도의 마 귀족이 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면 그렇게 만든 사람의 실력을 한 번쯤은 의심해 봐야 할 거 아닌가? 뭐, 좋아. 일주일 쉬고 네그 덕분에 갑자기 뛰는 바람에 근육통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정리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야.”

그 말에 헬·레인저들은 리오를 비웃기 시작했다. 리오는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악마들 중 한 명이 소리치듯 말했다.

「크하하하하핫!!! 네가 가즈·나이트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무슨 비겁한 수를 써서 네그님을 쓰러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네 운명은 끝이다!!!」

“비켜.”

리오를 비웃던 악마는 순간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엔 뾰족한 귀를 가진 차가운 얼굴의 청년이 어느새 버티고 있었다. 그가 다가온 것도 느끼지 못한 악마는 자신을 지나쳐 가는 그 청년을 놀란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어, 변신 안 하면 어떡해?”

리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에게 묻자, 청년–바이칼은 눈썹을 꿈틀대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너 안 태운다고 말했을 텐데. 난 그 여자애가 오라고 해서 온 것뿐이야.”

바이칼은 리오의 등에 자신의 등을 마주대었고, 등에 장비된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 들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헛, 오라고 해서 왔다고 했으면서 왜 싸울 준비는 하는 거지?”

바이칼은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아까 그 녀석이 내 앞을 막았거든. 하얀 면상도 마음에 안 들어.”

“후훗‥맘대로.”

리오는 또다시 어깨를 으쓱였고 둘을 지켜보던 헬·레인저 일곱 명은 조금씩 불안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강한 느낌이 둘에게서 뿜어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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