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06화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막 공간 이동 문을 지나려던 루카는 갑자기 지상 쪽에서 들려온 괴성에 움직임을 멈추고 아래쪽을 돌아보았다.
「뭐냐, 소리라도 지르면 일이 해결될‥.」
순간, 루카는 자신의 위로 뭔가가 지나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루카는 몸을 피했고, 곧이어 거대한 초승달 모양의 반사광이 그가 있던 자리를 잘랐다. 루카는 급히 몸을 돌리며 자신을 공격한 존재를 돌아보았다.
「네, 네 녀석!? 어떻게 이럴 수가!!!」
루카는 믿고 싶지 않았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지상에서 점프밖에 하지 못하던 지크가 칼과 같은 날카로운 기류를 온몸에 휘감고 자신의 눈앞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으으윽‥!!!!! 죽여버리겠다‥!!!!!!”
지크의 두 눈은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서 뿜어지는 기의 힘은 루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크의 칼 무명도의 날이 청색으로 반사광을 내지 않고 핏빛으로 물들어 귀신이 우는 듯한 음산한 진동음을 내고 있었다.
「제, 젠장‥!!」
루카는 목이 부러져 움직이지 않고 있는 라이아를 자신의 주위를 도는 에어 엘레멘탈에 맡긴 후 즉각 전투 태세를 취하였다. 루카는 사실 원거리 공격이 자신 있었기에 예전과는 달리 지크와의 거리를 떨어뜨린 채 전투를 개시했다.
「쳇, 지금 와서 어떻게 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녀석이 접근전에만 강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원거리 공격은 내가 앞선다, 오너라앗!!!!」
뒤로 후퇴하며 루카는 양손을 모으고 천공의 힘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빠르게 루카를 향해 돌진하긴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무턱대고 돌진하는 것이었다. 현재의 지크는 판단력을 상실하고 완전히 본능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옷–!!!!!”
지크가 거의 접근해 오자, 루카는 손에 모았던 힘을 풀어 지크를 향해 분출했고 루카가 쓰는 루스트 브레스와 비교해 색은 같지만 훨씬 더 굵은 초기류가 루카의 손에서부터 지크를 향해 날아갔다.
「받아라, 루스트 블래스트–!!!!!」
그 공격의 범위 내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방어하거나 피하기는커녕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결국 루카의 루스트 블래스트를 정면으로 맞아버린 지크는 뒤로 멀찍이 날아가 버렸고, 루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천공의 힘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핫!!! 하늘을 난다 했더니 이젠 바보가 되어 버렸구나!! 그럼 다시 와 봐라! 루스트 블래스트는 얼마든지 쏴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크후후훗‥!”
뒤로 밀려난 지크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팔뚝으로 닦은 후 괴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무명도를 몸과 일직선으로 치켜 들고 자신의 먼 앞에서 천공의 힘을 열심히 응축하고 있는 루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금‥구백구십사식‥(禁 九百九十四式)‥!!!”
「신장의 힘이 이것이다!! 네 녀석 따위의 가즈 나이트는 피 한 방울도 남겨주지 않겠다!!!!」
멀리서 지크가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자, 루카는 이때다 싶었는지 루스트 블래스트를 다시 한번 쐈고 그에 맞춰 지크의 동작도 개시되었다. 물이 흐르는 듯, 부드럽게, 무명도의 핏빛이 일직선으로 그어져 내렸다.
그때, 엄청난 스피드로 지크를 향해 날려오던 루스트 블래스트의 덩어리가 일순간 멈추며 두 조각으로 깨끗이 잘렸고 그 뒤에 있던 루카의 몸과 산도 양쪽으로 잘려 나갔다. 그런 후, 마치 사진이 칼에 잘려서 어긋나듯 루카의 몸과 루스트 블래스트의 덩어리가 완전히 등분되었다. 지크는 웃으며 자세를 풀었다.
“‥단공(斷空)‥!!”
「으, 으헉–!!!!!?????」
머리만은 운으로 피했던 루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지크는 무명도를 들고 자신에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앗–!!!!!!”
전투 불능이 된 루카에게 고성을 지르며 돌진해 오는 지크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신 그 자체였다. 순간, 루카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지크에게 마지막 힘을 다하여 소리쳤다.
「이 녀석!! 저걸 봐라!!!」
루카의 목소리를 들은 지크는 루카가 가리킨 방향을 슬쩍 돌아보았다. 라이아를 감싸고 있던 에어 엘레멘탈들이 라이아에게서 떠나버렸고, 라이아의 몸은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날 없애겠느냐, 아니면 목이 부러진 저 신의 부산물을 구하겠느냐!! 날 없애봤자 이득 될 건 하나도 없다는 것 알겠지, 으하하하하하핫–!!!!!」
결국, 지크는 라이아를 받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고, 루카는 자신을 향해 다시 날아온 에어 엘레멘탈들의 힘을 빌려 공간 이동 문으로 향했고, 군말 없이 그곳을 통해 본거지로 돌아갔다.
가볍게 라이아의 몸을 받아낸 지크는 라이아를 바닥에 편안히 눕혀준 뒤 들고 있던 무명도를 떨어뜨린 후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으윽‥으으으으윽‥!!!!”
루카가 돌아간 덕분에 주박(呪縛)에서 풀린 카루펠은 천천히 지크에게 다가와 고통스러워하는 지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지크는 몇 분이 지났어도 계속 괴로워했고 심지어는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크읏‥크아아아앗‥!!!!!!”
그렇게 몇 분간 땅바닥에서 뒹굴던 지크는 이윽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모두 피난을 간 상태여서 바람만 휑하니 부는 거리에 쓰러져 있는 지크와 라이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오직 카루펠 뿐이었다.
※
※
“으윽‥뭐야 이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크는 의식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이마에 올려져 있는 물수건을 손으로 치우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가 두 개인 방에 자신만 혼자 누워 있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텁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에 철 대야와 물수건 몇 개가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자신을 간호해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음‥누굴까? 그건 그렇고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아, 참! 라이아!!”
그러자, 누군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라이아였다.
“불렀어요 지크 오빠?”
라이아가 별일 없는 얼굴로 자신에게 물어오자, 지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라이아에게 물었다.
“‥너 괜찮아? 목이 삐걱거린다거나 좀 뻑뻑하다거나‥.”
“예? 글쎄요‥전 그 갑옷 입은 아저씨에게 잡힌 기억밖에는‥.”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자신도 라이아가 루카에 의해 목이 부러지는 모습 이후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에이 뭐 어때, 둘 다 무사하면 되는 거지, 헤헷. 근데 여긴 어디니?”
라이아는 대야와 물수건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대답해 주었다.
“그저께 봤던 그 시끄러운 사람들 있잖아요. 그분들이 길거리에 쓰러진 우리들을 이곳에 데려다주셨어요. 저도 깨어난 다음에 알았지만요. 생각보단 좋은 분들이던데요?”
지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호오‥그래? 그 인간들이? 의외인 걸?”
그때, 열려있던 문에서 테크가 씁쓸한 얼굴로 불쑥 모습을 비추며 투덜대듯 말했다.
“의외의 행동을 해서 미안하군 노랑머리. 몸 괜찮으면 좀 나오시지. 우리 캡틴이 좀 보자고 그러더군.”
“오, 그래? 그 할아범이 나에게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 좋아, 한번 만나 주지 뭐. 영광으로 알라고, 헤헤헷‥.”
지크는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끄적끄적 신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