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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07화


“음‥잘 왔네. 다른 사람들은 좀 나가 주겠나? 단둘이서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로드 덕의 말에, 리마와 테크, 아슈탈은 모두 방을 나섰고, 문이 닫히자 지크는 씨익 웃으며 전음으로 로드 덕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이거 할 줄 알아요?』

지크의 전음을 들은 듯, 로드 덕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동방 대륙의 고수들이 쓰는 전음이구먼. 하긴, 가즈 나이트니 그 정도는 기본이겠지. 그냥 말하는 게 편하지 않은가?』

지크는 입을 동그랗게 만들며 고개를 저었다.

『음‥그렇게 되면 단둘이 하는 얘기가 안 되죠. 저 정도 녀석들이라면 아무리 소곤거린다 해도 이렇게 조용한 장소라면 다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자, 얘기하고 싶으시다는 것은 뭐에요?』

로드 덕은 담배 잎을 길게 만 것 끝에 불을 붙인 후 그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전음을 보냈다.

『‥수도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싶어서 말이야. 가즈 나이트라면 왕궁이 날아가 버린 이유를 알 것 같아서 그랬네. 나도 한때 레프리컨트 왕국의 신하였으니‥이유를 알고 싶지 않겠나.』

그 말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씁쓸한 얼굴로 보통처럼 말했다.

“그렇다면 그냥 얘기해도 될 것 같네요. 하지만‥좀 재미없을지 모르는데‥.”

테크와 리마는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안에서 들리는 얘기를 듣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아슈탈은 혼자서 창가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귀를 아무리 대고 있어도 안의 소리가 들리지 않자, 테크는 답답하다는 듯 리마에게 물어왔다.

“이봐, 좀 들려 리마? 넌 암살자니까 나보다 귀는 더 좋을 거 아니야.”

“모르겠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같아. 음‥아, 뭐라고 한다!”

“‥엿듣는 건 실례 아니에요?”

뒤에서 들려온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테크와 리마는 순간 숨을 죽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라이아가 빙긋 웃음을 지은 채 자신들을 보고 있자, 둘은 헛기침을 하며 문에서 귀를 떼었다.

“여, 엿듣다니, 정보를 좀 알아보려고 그런 것뿐이란다.”

테크가 그렇게 말하자, 창밖을 바라보던 아슈탈이 놓치지 않고 한마디를 던져왔다.

“‥할 말이 없다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어떨까.”

“크윽! 넌 가만히 있어!!”

테크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치자, 아슈탈은 별말 없이 코웃음만을 칠 뿐이었다. 라이아는 그런 둘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고, 라이아를 본 리마 역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봐 이봐, 조용히 하는 게 어떠신가. 엿들으려면 좀 조용히 엿듣던가.”

곧이어 지크가 문을 열며 나왔고, 로드 덕 역시 뒤따라 같이 나오며 말했다.

“자, 우리가 할 일이 정해졌다. 일차 목적지는 항구도시 트립톤이다.”

로드 덕의 갑작스러운 말에 테크는 의아스러운 얼굴로 로드 덕에게 물었다.

“예? 갑자기 왠 항구에요 로드 덕. 갈매기라도 보고 싶어졌나요?”

“시끄러워, 우린 동방으로 간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하니까.”

그 말에, 테크와 리마는 깜짝 놀라며 로드 덕을 향해 소리쳤다.

“예!? 도, 동방이요? 어째서 그런!!!”

로드 덕은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계속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 도움 되는 건 없어. 동방으로 가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좋겠지. 잔말 말고 짐이나 꾸려라.”

그러자, 창가에 기대어 서 있던 아슈탈이 똑바로 서며 로드 덕에게 조용히 물었다.

“‥보탬이라니요, 누구에게 말입니까.”

“‥글쎄‥.”

로드 덕은 말끝을 흐리며 뒤로 돌아섰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로드 덕이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아이들‥이라고 하면 정답일지도‥.”

“….”

로드 덕이 그렇게 말한 후 방에 들어가자, 지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라이아에게 불만스럽다는 듯 소곤거렸다.

“‥저 대머리 할아범 젊었을 때 분위기 꽤 잡은 것 같은데. 저렇게 폼 잡고 대사를 하는 노인네는 처음이야.”

라이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흠‥하긴 뭐, 저 할아범도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사는 거겠지. 자, 우리는 준비나 하자 라이아.”

“예, 아 참. 지크 오빠.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라이아의 말에, 지크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자신 없이 끄덕였다.

“그래. 계산이나 기타 이상한 것 빼고는 다 물어봐.”

“음‥진짜로 열아홉 살 이하의 여자한텐 관심 없어요? 바꿔볼 생각은요?”

그러자, 지크는 뚱한 얼굴로 라이아의 머리를 톡 치며 말했다.

“‥얘가 날 이상한 아저씨로 만들려고 하네‥. 20세 이상의 언니 아니면 관심 없다는 것은 내 신조니까 그렇게 알아둬. 참내, 열다섯 살짜리가 별말을 다해요‥.”

“죄, 죄송해요‥.”

라이아는 맞는 부분을 쓰다듬으며 지크에게 마저 말했다.

“‥그럼, 제가 20살 이상이 되면 괜찮은 거죠? 히힛‥알았어요.”

“…? 무슨 소리야? 아직 너 5년이나 남았잖아.”

“그때까지 오빠가 기다려 주면 되는 거죠 뭐. 안 그래요?”

그 말에, 지크는 라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조용히 말했다.

“‥아픈데 없니? 특히 머리 쪽‥.”

라이아는 그 후 이틀간 지크와 단 한마디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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