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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66화


인어 무덤에서 탈출한 바로 그날 밤.

나는 예의 여우상담실의 대기 장소에서 호 이사를 즉각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런,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솔음 님! 채취당하신 신체조직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바로 회수할게요.”

“…예. 감사합니다.”

생각보다도 무척 순조롭게 대화가 끝나고 있다….

‘이렇게까지?’

솔직히 내 잘못은 아니지만, 정기 보고도 아닌데 이사랑 긴급 미팅을 하게 된 사태 자체가 아래 직급으로서는 식은땀이 나는 사태인데 말이다.

하지만 호 이사는 대단히 흥미진진한 기색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으며, 심지어는 손뼉도 치며 즐거워했다.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냈던 건 딱 한순간뿐이었다.

“그래서 재난관리국 지원팀이 회사 본사까지 찾아왔던 거군요.”

젠장.

“아, 솔음 님께 불평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워낙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집단이다 보니까… 가까워지는 게 본능적으로 껄끄럽네요.”

“…….”

직원을 거기에 스파이로 넣어놓고 그런 발언을?

그리고 솔직히… 인성은 백일몽이랑 비교하면 안 되는 수준이지 않나.

‘우리 회사는 위선이라도 떨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만….’

대체 재난관리국에 대한 저 혐오에 가까운 거부감은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지 기이할 정도였다.

“제 개인감정으로 솔음 님께서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아닙니다.”

아무튼 대화 자체는 매끄럽게 흘러갔고, 호 이사는 부드럽게 화제를 마무리 지었다.

“어쨌든 이런 문제는 전혀 개의치 마시고 언제든 말씀 주세요!”

그리고….

“또 불편하신 점 있을까요?”

이걸 좀 기다렸다.

‘…지금 분위기 괜찮지.’

그리고 단둘.

할 수 있을 때 지르는 게 맞다. 나는 호 이사의 녹차에 뜨거운 물을 한 잔 더 부으며 말했다.

“불편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 주세요.”

호 이사가 ‘네가 우려된다니 대단히 마음이 아프다’는 식의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설명했다.

“빠른 시일 내로 진입해야 하는 어둠이 있습니다.”

“…….”

유쾌 테마파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그곳의 파란 마스코트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괴담을 탐사하는 중에 괴이한 존재에게 소위 ‘찍히는’ 경우는 잦았기에 호 이사도 쉽게 상황을 이해했을 것이다.

“죽을 뻔했는데, ‘다음에 다시 방문하겠다’라고 약속하자 풀어주었습니다.”

이어진 내 설명도 합당했다.

당시에는 회사에 재직 중이었던 터라 당연히 자연스럽게 ‘유쾌 테마파크’에 다시 진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이 이렇게 되면서 더는 들어갈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스파이 업무 맡긴 건 너잖냐.’

그리고 지금까지 봐온 호 이사의 성격 특성상, 이런 정도의 요청이라면.

“유쾌 테마파크라….”

호 이사가 빙긋 웃는다.

“염려 마세요. 제가 솔음 님께서 되도록 빠르게 방문하실 수 있도록 진입 방법을 섭외해 놓을게요!”

역시.

“감사합니다. 이제 한두 달 내로 못 진입하면 일신상 문제로 업무 수행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님께서 조치해 주셔서 열심히 업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내로 좀 줘.

안 주면 나 스파이고 나발이고 급사 당할지도 몰라.

그런 의사가 잘 전달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럼요. 금방 준비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이런 부분은 또 시원시원해서 편했다.

유능하니까.

‘진짜, 의외로 발작 버튼만 누르지 않으면 괜찮은 상사인가….’

내가 그간 그 미친놈 발현 버튼 위에서 뛸 일이 많은 직무가 배정되어서 힘들었던 것뿐인가…?

‘호 이사는 꽤 괜찮은 윗사람이다’라던 그 심사팀 과장님 이야기가 처음으로 공감이 가는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긴급 보고는 파장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호 이사는 곧 들어가 보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테고, 나도 배웅한 후에 얼른 돌아갈 채비를 할 때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저도 여쭤보고 싶었던 점이 있는데….”

일어나려던 호 이사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여우상담실을 이용 안 하시네요?”

“…….”

으아악.

“일단 상담실에 들어가면 다른 직원을 마주칠 염려도 없으니까요. 적극적으로 사용하시면서 오염과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시면 좋겠어요.”

하겠냐.

‘여기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 연관 있는 곳 같은데…!’

보고하러 올 때만 기가 막히게 휴무인 것 좀 봐라.

호 이사가 상담사에게 커미션 주고 직원들 상담 정보를 빼돌리고 있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확실한 건 이 공간, 이 괴담은 확실한 호 이사의 권역 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여우상담실을 피하고 있었다.

‘껄끄럽다고.’

지난 상담 때 톡톡히 도움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어르신이 내 감염 흔적을 싹 태워주기도 했으니까, 안 가도 되겠지.

하지만 이 모든 걸 솔직히 떠들 순 없으니,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이 공간을 포함해 여우상담실은 어둠이고, 그분 역시 진짜 상담사는 아니니….”

‘그 점 유의하겠다’라고 말을 끝마치려던 순간.

“맞습니다.”

“…!”

“‘진짜 상담사’, 맞습니다.”

호 이사의 말투에서 사근사근함이 사라진다.

어딘가 무감각한 기색의 목소리가 고조 없이 나온다.

“그는 어둠이기 때문에 상담사라는 직업적 규율에 더 확고히 묶여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전문가로서의 긍지도 있습니다.”

“…….”

“그러니까, 여우상담실의 선생님은 믿어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네.”

“또… 내담자 김솔음 선생님의 상태를 많이 걱정하고 있기도 하고요.”

“…….”

툭툭. 호 이사가 내 어깨를 격려하듯이 두드린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정기 보고 때 또 뵙겠습니다. 솔음 님!”

“예. 이사님.”

긴급 보고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 * *

‘…여우상담실과 호 이사라.’

그리고 호 이사는 어둠탐사기록에 아예 자세히 기록되지 않은 인물이었지.

…왠지 숨겨진 설정값이 더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확인하고 싶긴 하다만….

‘응. 소원권이나 신경 쓰자.’

잊지 말자. 목적과 수단이 도치되면 안 된다.

빨리 이 스파이 업무를 끝내고 소원권을 타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반짝반짝 용궁’ 괴담에서도 지나치게 몰입해 기를 쓰고 아이들을 다 탈출시키려고 했던 것 같지만….

“휴우.”

그래도 추가 수확이 있었다.

“꿈결 용액 등급이 올랐네.”

나는 정예팀용 수집기에 가득 찬 황금빛 액체를 보았다.

반짝이는 B등급 이상의 꿈결 용액.

본래 인어 무덤이 C등급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레귤러다.

‘그 생물재해의 본체를 끌어내서 등급이 오른 건가.’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확인하는 김에, 내 손목 문신 속에 몰래 넣어둔 연구팀의 물약도 짜내듯이 꺼내어 페트병에 담았다.

오염이 심하거나 이질적인 요소가 있는 아이들에게만 따로 먹이려고 했던 회복약.

‘이걸 마시면 연구팀이 설정해 둔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거지?’

아마 연구팀의 실험 공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혹시 모르니 폐기하지 말고 보관해 두도록 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페트병 채로 다시 문신에 물약을 수납했다.

그리고 다시 공간을 뒤적였다.

‘문신 속 공간에 넣은 물건들이 서로 따로따로 존재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이 태그 카드에까지 묻을 뻔했지 않은가.

나는 우주 쇼핑몰 VIP!

~감사 세포 동봉~

나는 몇 달 전에 받았던, 외계인 상점에서 배달원 촉수가 직접 전해준 황금빛 카드도 문신 속에서 찾아냈다.

이자헌 과장이 언급했던 ‘VIP 카드’라는 건 아마 이거겠지?

‘흠.’

나는 카드 편지를 좀 더 자세히 살피며 매만졌다.

그러자, 약간 두터운 카드 용지 속에서 뭔가 얇은 것이 한 겹 더 느껴진다.

“…!”

조심스럽게 카드 종이를 한 겹 뜯어내자, 그 안에 밀봉된 작은… 칩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심칩처럼 생겼는데.’

굴림체 폰트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어디서든 세포를 식사!

건강하고 평안한 구매

※상담원 연결 빠른 보장※

“…….”

제발 전문 번역가를 고용해 줬으면 한다…….

‘식사….’

일단 이 칩이 세포고, 이걸… 먹으라는 것 같긴 한데, ‘건강하고 평안한 구매’?

‘묘하게 도마뱀 조장과 대화할 때가 떠오르는데.’

현대인의 문화적 맥락을 몰라서 번역 오류 같은 표현이 나오는 것 말이다.

어쨌든 그래도 이 ‘세포’를 여차하면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도마뱀 조장이 거짓말이나 술수로 남을 위험에 빠트리는 타입은 아니니까.’

차라리 순수한 물리력으로 머리가 터지는 걸 걱정하는 편이 합리적이겠다.

“정리 끝.”

나는 정산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아무튼, 당장은 가장 편하게 쓸만한 아이템들이 있으니 그쪽을 먼저 소비하자.

‘유쾌연구소의 물약.’

그래.

나는 이 야밤에 다시 맨홀 뚜껑에 숨겨진 연구실에 방문한 상태다.

‘밤에 보니까 더 무섭네.’

다만 꿈 배양기에 저장된 꿈결 용액이 황홀한 색채로 반짝이고 있어서 좀 나았다.

DE 00128313

나는 내가 이번에 얻은 B등급 꿈결 용액도 모두 그곳에 주입했다.

숫자가 차오른다.

DE 00143126

‘B등급이 대충 15000 정도인가.’

대충 물약 한 개 반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여기엔 맹점이 있다.

버튼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매겨진다는 것이다.

처음 내가 뽑은 건 10000 포인트를 차감했으나, 두 번째로 뽑은 건 20000 포인트를 차감했었다.

‘별이 몇 개냐에 따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뽑았던 ‘탐정 시럽’은 별이 3개, 그다음에 뽑은 ‘깜짝 시럽’은 별이 4개였으니까.

이 별은….

‘분명 성능 차이일 거다.’

별 4개짜리 물약은 무려 생물 재해에게까지 잠시나마 통했었으니까.

다만 백일몽의 복지 포인트로 단순하게 일대일 환산하자면 백일몽 물약보다 비싸긴 했다.

‘이 꿈 배양기가 초창기 모델이라 효용이 나쁜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원액에 가까운, 백일몽 물약보다 효과가 더 좋은 시럽이 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말이다.

‘버튼을 직접 눌러서 물약을 뽑기 전까지는 얼마가 차감될지 모르는 거네.’

불친절하다.

‘연구 노트가 있으면 좋을 텐데.’

경비반장이 알아봐 준다고 하긴 했지만, 아직은 특별한 소식이 없었다.

좀 더 기다려 보자. 어쩌면 이 꿈 배양기에 다른 기능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도 요긴하게 잘 쓰긴 했기에, 나는 되도록 주마다 방문해서 물약을 하나씩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선택의 시간이다.

??????

“흠.”

효력이 확인된 물약을 안전하게 뽑는 방법도 있으나….

‘테마파크에 들어가기 전에 좀 더 준비하는 편이 나을지도.’

효력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시기가 허락할 때 빨리 확인해야 했다. 더 유용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을 써서 가장 유용한 걸 가려내 보자.

‘연상과 추리.’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번에 확인할 버튼은….

‘백일몽 주식회사의 물약과 매치해 봤을 때 가장 비싸고 효력이 좋은 것.’

??????

달캉.

“좋아.”

3만 포인트가 차감되는 것과 동시에, 작은 시럽이 담긴 유리병이 출구로 나온다.

나는 반짝이는 청록빛 액체를 챙겼다.

어린이용 변장 시럽

(청포도 맛)

★★★★★

비싼 물약. 저격 성공이다.

* * *

그 다음날.

나는 푹 쉬어도 된다는 요원들의 전언에 하루를 통으로 쉬었고, 이튿날에야 느지막이 출근했다.

“포도 요원님, 고생하셨습니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이미 상황 보고를 거의 끝마쳐 준 현무 1팀의 요원들 덕에, 가벼운 답변을 끝으로 ‘반짝반짝 용궁’ 관련 업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눈물 나게 고맙다.’

나는 요원들에게 이런저런 치하를 들었다.

그리고….

기쁜 소식도.

“애들, 절반 이상 보호자 찾았대.”

“……!”

“워낙 진입 방법이 특징적이라 우리 쪽 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사례가 많았나 봐.”

“구출한 시민이 증발하는 현상도 없었습니다. …지난 저녁 7시경에 전원 구출 확정됐습니다.”

말하는 현무 1팀 요원들의 얼굴은 드물게도 환희로 훤했다.

…아마 나도 그다지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놀랄 만한 소식 하나 더 알려줄까? …옆 팀에 89년도에 잃어버린 자기 동생 찾아간 분이 계셔.”

“……!”

“여기 들어온 요원 중에는… 그것만 바라고 지원한 사람도 꽤 있거든.”

실종된 가족을 찾는 것.

“네 덕에 그분은 드디어 지난 세월에 대한 보답을 받고, 밤에 편하게 잘 수 있게 된 거야. 가족이랑 같이.”

“…….”

“어때?”

어떠냐고?

자기 동생을 몇십 년 동안 찾아다니며 이곳에 들어온 요원이.

마침내 동생이 어디서 실종됐는지 알아냈으면서도 왜곡된 시간 때문에 구출하지 못했을 그 사람이.

무사히 동생을 되찾았다는 걸 들은 내 기분이?

‘맙소사.’

진짜 뒷골이 찡해오는 것 같은, 압도적인 전율 같은 게 휩쓸고 지나간다.

보람 수준이 아니다.

‘이래서 하는 거구나.’

위험했다.

까딱하면 그냥… 이 일에 진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게 될 것 같다.

‘…안 돼.’

없어졌던 오른손을 꽉 쥐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을 목표로 삼아야 했다.

지금… 죽을 고비를 몇 번을 넘겼는지 모른다. 괴담이 없는 세상에서 괴담을 컨텐츠로만 소비하던 내가, 여기서 제정신으로 사는 건 불가능했다.

‘목적과 수단. 뒤집히면 안 된다.’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고양된 심장은 완전히 진정되진 않았다.

“아무튼, 정말 잘했다고.”

탐사 성공에 걸맞은 보상 같은 이야기를 줄줄 읊어주던 최 요원이 빙긋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아, 포도는 아직 신입 기간이라 이제 다른 일 하러 가야 했던가?”

“예. 다른 직무로 안내할 겁니다.”

“그래.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아뒀네. 업무 화이팅~!”

나는 손을 흔드는 최 요원과 헤어져, 청동 요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다행히 현무 팀으로 오라고 다시 말하진 않는다.

그래. 구조출동반은… 이런 일을 계속하는 건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심적으로도.

‘하.’

나는 한숨을 참고 청동 요원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가 안내해 준 곳은….

[신규조사반 백호 2팀]

고영은 씨가 있는 팀이었다.

“솔음 씨!”

사무실로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의 고영은 씨가 나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청동 요원을 돌아보았다.

상대는 희미하게나마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룩키마트에서 우리가 안면이 있었다는 걸 배려해서 일부러 이 팀으로 업무를 받아준 것 같다….

“오늘은 현장 업무가 없으니 저와 2인 1조로 움직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면 됩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현무 1팀 대기실로 찾아오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진짜 고마웠다.

게다가 현장 업무가 아니라니 더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좀 쉬어가는 타이밍이구나.’

물론 최선을 다해서 신규조사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긴 할 거지만 말이다.

나는 멀어지는 청동 요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해 보인 후, 고영은 씨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

깔끔한 일반 오피스처럼 생긴 그곳은 아직 한산했다.

“지금 다들 외근 가셔서 사무실에 저뿐인데, 금방 돌아오시면 같이 인사드리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약간 희망 사항을 담아 덧붙였다.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저도 이곳에 부서 배정받아서 함께 근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아, 음….”

…??

고영은 씨는 왠지 답변을 흐린다.

왜 그런… 불길한 반응을?

“…제가 뭔가 실수했습니까?”

“아뇨! 실수는 아니고… 휴우.”

고영은 씨가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 유능한 것도, 음, 어쩔 수 없으니까….”

예?

“저기, 한번… 보시겠어요?”

나는 고영은 씨가 내미는 스마트폰을 받아 들었다.

업무용으로 새로 개통한 건지 사용감이 덜한 그 폰의 화면에 떠 있는 건….

[요원 토크토크 익명방]

약간 올드한 작명의 단체메신저 익명방.

“…….”

잠깐.

여기 또… 나만 없는 단톡방이…?

“아. 보통 신입 기간이 끝나서 정식으로 소속 배정 받으면 초대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군요.”

다행이다.

‘음.’

나는 고영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단톡방을 올려서 분위기를 살폈다.

-서초동에 운수자판기 출현했습니다 급한 대로 여기 신고 당직자 확인하시길

-늪지오르골이요 작동 안 할 때는 그냥 둬도 괜찮을까요

-웅 괜찮아 담달에 규칙서에도 반영될 거예요

-점심 메뉴 추천 좀

‘생각보다 분위기가 자유롭군.’

대충 보아하니, 요원들이 일하다가 급하거나 막막할 때 서로서로 자문을 구하는 용도로 쓰는 방 같았다.

1인 근무가 잦고 교대근무로 대기하는 직종상 자연스럽게 생긴 정보 공유용 방이라고 할까.

모 회사처럼 데스 서바이벌식 경쟁 관계가 아니다 보니 약간 더 분위기가 좋고 알짜 정보도 쉽게 오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둠탐사기록>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정겨워졌다. 나는 스크롤하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한 번쯤 초대돼도 재밌겠….

-파괴왕 신입 또 재난 파괴함

“…….”

잠깐만.

이거… 나인가?

‘설마.’

나는 스크롤을 더 아래로 빠르게 내려 최신 대화를 펼쳤다.

-정기구조용 재난에 잡혀 있던 애들 서른 명 싹 다 구출해왔대 그리고 아예 도시를 박살냈다는데요

-진짜인가요??

-현무 1팀 신났겠네 아이고ㅋㅋ

-와 그 정도 되면 우연이 아니라 쌩 실력인데… 보통 분이 아닌 것 같은데요 홍 팀장님 입사하실 때 이후로 최초 아닌가

-친해지고 싶습니다…

-혹시 현무3팀은 관심 없으실까? 우리 진짜 잘해줄 수 있는데 솔직히 현무1팀 최모씨보단 내가 낫지

-누님 저도 여기 있어요^^

-응알아

“…….”

그리고 단체메신저방의 결론은 하나로 갈무리됐다….

-출동구조반에 말뚝 박으실 분 나왔구나ㅋㅋ

-최연소.팀장님.되셨으면.좋겠구만요~^^

살려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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