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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43화


재난관리국의 요원.

그리고 그의 작두가 가리키는 존재.

호유원.

초자연 재난.

“…….”

“관리국에 복귀하는 대로 보고서 써 올려야지. ‘현무 1팀에서는 종결을 목표로 해당 초자연 재난의 등록을 정식 승인 받으려 한다.’”

최 요원과 호유원의 눈이 마주친다.

차갑게 굳은 얼굴 사이에서 요원의 눈이 타오른다.

“어디, 사람 갈아 넣는 그 미친 사이비 회사가 재난관리국에 찍힌 이사 하나를 계속 구해주려고 할지… 보자고.”

“…아.”

그리고.

“저를 초자연 재난으로 등록해서, 재난관리국에서 직접 관리하시겠다는 거죠? 제가 죽을 때까지? 종결될 때까지?”

검은 연기 너머 삿된 존재.

“정말 너무하시네요.”

그것이 매끄러운 목소리를 낸다.

“정부 요원이 민간인을 협박하시고… 제가 선생님 눈앞에서 누굴 죽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러나 호유원의 눈은 가라앉아 있다.

“어차피 누군가는 죽어야 했던 거잖아요. 그걸 재난관리국이 고르면 죽음이 죽음이 아니게 되나요? 합리적이 되나요?”

“…….”

“더 죽기 괜찮은 사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면서, 저 같은 자가 안 나올 거라 생각하셨나요?”

류재관이 이를 악물었다.

그때.

“엥. 그럼 아무나 막 죽여여?”

“……!”

“기왕 죽을 거면 착한 사람은 죽이지 말자구 이야기 중이었는데, 혼자 막 합의도 없이 사람 미신 건 이사님이잖아여.”

먼지를 털어내면서 다가오는 건 이성해 대리였다.

호유원의 미소가 짙어진다.

“집단에 협조하지 않는 건 나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좀 걱정이네요. 회사라는 집단에 소속되어 계신데, 상사에게 협조하지 않고 개인적인 비난을 해도 괜찮은 걸까요?”

“왜여? 저는 이사님을 공격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해석도 이상하구요. 그냥 이사님이 못된 짓하셨다는 말이에여.”

이성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호 이사를 보더니 가볍게 뛰어서 직원님의 옆에 붙었다.

“그리고 저 휴가 중이라 일하는 것도 아니라 괜찮아여!”

“와. 용감하시네요.”

“넵. 좀 그런 편이긴 해요!”

“…….”

“…….”

“……뭐, 상관없긴 하지만.”

저울을 기울여보던 호유원은 결국 거슬리는 직원을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130666에게.

“직원님. 그럼 계속 제 프로젝트를 위해 동행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근무로써.”

덧붙이는 말.

“그리고 저쪽 분들이 자꾸 근무를 방해해서요…. 좀 제압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보안을 위해서.”

“…!”

요원들의 표정이 굳는다.

검은 그림자 아래 노란 등불이 요원들을 돌아보더니….

이내 이사를 들여다본다.

거절

“…!”

사유 :

▶ 기존 업무(무명찬란교 탐사) 종료

▶ 파손된 유니폼

격리실 복귀 후 담당 연구원에게 보고 예정

유니폼?

그 순간, 사람들은 눈치챘다.

해당 직원의 코트 안쪽, 찢어진 옷감 사이로 무언가 흘러나오고 있다.

부정형의 무언가.

뭉친 살점 같은 것들이, 형태를 잃고 비집어 나오듯 넘친다.

130666은 장갑을 낀 손으로 해당 부위를 누르고 검은 안개로 덮어버렸다. 꼭 시선을 의식하는 행동처럼 말이다.

그 사이로 희미한 신호를 읽어낸 자도 있다.

약간의, 수치심 같은 것.

“……!”

최 요원의 눈빛이 바뀐다.

희망.

“그 유니폼, 우리도 고칠 수 있어.”

직원의 시선이 닿는다.

“같이 가자. 아주 근사한 걸로 수도 놔줄걸? 공방 사람들 손재주가 진짜 좋다니까.”

하지만.

불가

사유 : 근로 규칙에 어긋나는 제안

“…근로 규칙? 그게 뭔지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어?”

불가

사유 : 근로 규칙에 어긋나는 제안

“…….”

“잠깐만요. 직원님께선 아예 이직하실 생각이 없는 건가여?”

시선이 이성해를 내려다본다.

퇴사 불가

사유 : 근로 규칙에 어긋나는 제안

“퇴사도 안 돼여? 엥, 그건….”

그리고 이성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직원님은 몸을 돌렸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떠서 돌아가려는 것이다.

백일몽 지하로.

격리실로.

“…잠깐만!”

최 요원이 다급히 달려 나와서 앞을 가로막는다.

“복귀하는 거, 도와줄게.”

…….

질문 : 사유

“절 상자에서 꺼내주셨잖습니까.”

“…! 그래. 보답해야지.”

류재관의 도움을 냉큼 받으며 최 요원이 말을 이었다.

“여기 천안 근처야. 서울에 있는 회사까지 아무리 축지법 써서 빨리 걸어가도 몇 시간은 걸린다?”

류재관은 평소처럼 반박하는 대신 조용히 곁에 와서 섰다.

“너 차도 없고 공간 이동 못 하잖아. 응? 데려다줄게.”

…….

침묵.

그리고.

질문 : 이동 방법

됐다.

“자전거 탈까 봐 걱정했어? 에이. 그거 안 쓰고 다른 거 쓰면 돼.”

최 요원이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안내하듯 발걸음을 옮긴다.

우물로.

“이건 비밀인데, 여기 우물이 자리가 좋거든. 지맥이 흘러서, 옛날엔 원래 관리국에서 지방으로 긴급 출동할 때 쓰던 통로였다니까? 절차 문제가 생겨서 막았다고 하는데.”

그 영험한 기능의 상징성 때문에, 이 마을이 초자연 재난이 됐을 때도 탈출 기점으로도 썼던 것이라는 부가 설명.

“기억나지? 너 이 마을 축제 올 때 내가 팁 적어놓은 매뉴얼도 들고 갔잖아. 거기 우물 언급도 있었고. 하하. 그때 어땠어, 읽으면서?”

또 다시 침묵 후.

알 수 없음

…….

“그럴 수도 있지. 걱정 마.”

그리고….

“아무튼, 그 우물을 지금은 안 쓰지만… 아마 약속된 신호를 보내면 이동 기능이 살아날 거니까, 한번 앗싸리 써보자고.”

물론.

거짓말이다.

‘그런 기록은 있지만, 다시 살아날 리가 없지.’

재난관리국이 바보도 아니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통로였으면 옮기기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법 그럴싸한 말이었다.

“그걸로 이동해 보려고. 눈 감았다가 뜨면 서울일 거야. 괜찮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물에 넣어서, 최대한 사방이 막힌 장소에서 도망칠 수 없도록 몰아넣은 후 이송 능력을 쓰려고 하는 것뿐.

‘간이 유리감옥.’

…그 방법은, 웬만하면 안 쓰고 싶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그 우물 쓴다고 절대 재난관리국으로 뭐 신원이 인도되고 이런 일 없어. 도깨비 두고 맹세할게.”

아무렇게나 맹세도 할 수 있다.

애초에 우물을 쓸 일이 없을 테니까.

‘…눈치챘을까?’

가능성은 있었다. 이 망할 후배는 꼭 이런 지점에서만 더럽게 눈치가 좋아서….

정말, 요원이 적성에 맞는 자식이었는데.

‘제발.’

호 이사라고 하는 작자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방해하거나 자신이 데려가기 위해 어떻게든 수를 쓸 줄 알았는데 이상하도록 말이 없고 얌전하다.

그리고 이성해 대리가 따라오는 것도, 어딘가 느낌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만 두라고 할 수 없다. 혹시라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할 수는 없으니까.

최 요원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발을 옮겼다.

뒤에서 류재관이 자신이 가진 간이 유리 감옥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고맙다, 재관아.’

거짓말에 재능이 없는 자신의 후배가, 방금 막 살아돌아온 녀석이 어떻게든 보조해 주겠다고 재빨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사무치게 느껴졌다.

최 요원은 계속 걸었다.

터벅.

터벅.

발소리와 함께 우물이 가까워진다….

“자.”

류재관이 얼른 우물의 막힌 윗부분을 뜯어냈다.

…습기 차 있던 갇힌 공기가, 밖으로 나오며 묘한 냄새를 남긴다.

최 요원이 숨을 들이켜며 미소 띤 얼굴로 130666… 아니, 김솔음을 돌아보았다.

“…먼저 들어가긴 어렵겠지? 내가 먼저 들어가서 안전한 거 보여줄게. 봐.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고.”

방독면이 말없이 최 요원을 바라본다.

최 요원은 씩 웃어 보인 후, 우물 안으로 발을 넣었다.

‘발 받침이… 다행히 남아 있네.’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우물의 벽에 발을 끼워 넣으면서도, 최대한 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상대를 변수 없이 유인하기 위하여.

그리고 발이 마침내 우물의 바닥에 닿았을 때.

“오! 잘될 것 같아! 내려와 봐.”

그 외침에, 뿔 달린 것이 안을 들여다본다.

“…내려오는 대로 이동 신호를 보내 볼게.”

제발.

…….

탁.

검은 워커가 우물 벽을 걸어, 내려온다.

연기는 바닥에 고이듯 떨어져 내리나, 130666의 몸체는 초자연 현상답게 기이하게도 물리 기준을 벗어난 모습으로 우물 속으로 도착했다.

‘하….’

울렁임인지 뭔지 모를 울컥거림이 최 요원의 목을 지나갔으나, 지금 그것에 집중할 시간은 없다.

‘해내야 한다.’

그는 더 그럴싸한 연기를 위해 검은 연기 사이에서 손을 내려, 도깨비 등불을 우물 정중앙 바닥에 두었다.

진짜 이동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사실 암묵적인 다른 신호였지만 말이다.

류재관에게 보내는.

“자, 그럼….”

재관이가 지금, 나와 함께 이 녀석을 포획해야 한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바닥엔 놓인 도깨비 등불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

잠깐만.

‘이건….’

진짜 지맥 모이는 장소에서 이동 신호가 작동할 때나 보이는 건데.

이게 정말로 이동한다고?

‘어디로?’

그리고 기이한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은 연기 사이, 130666의 몸체에서 등불에서 나는 빛과 유사한 것이 빛난다.

작은 직사각형이 옷 안쪽 포켓 속에서.

“…?”

130666도 확인하려는 듯이 그것을 꺼내 들었다.

그건… 직원증 형태의 무언가다. 하지만 백일몽의 것은 아니었다.

거기 적힌 회사명은….

‘유쾌연구소…?’

그 순간.

빛이 더 강해졌다.

“…!”

바깥에서 보던 자도 완전히 낌새를 눈치챘다.

‘젠장!’

류재관이 잠시 고민했으나, 결국 이를 악물고 우물 속으로 몸을 날렸다. 저 둘만 이동되게 둘 순 없기에.

그리고 따라서 기웃거리던 이성해도.

“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오늘은 연차 쓴 날이라 시간도 넉넉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잠시 후.

조용히 우물에 접근한 호유원이 그 아래로 시선을 내렸을 때는, 이 광경을 보게 된다.

“아.”

우물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호유원은 희열에 찬 손으로 우물 입구의 돌을 꽉 잡았다.

* * *

…….

어둡다.

시끄럽다.

근육통에, 찬 데서 자서 뼈가 아리는 감각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내가 어디 콘크리트 바닥에 자빠져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더럽게 피곤하고 감겨서 도저히 눈을 뜰 수 없….

피곤함?

“…!!”

나는 번뜩 눈을 떴다.

무언가 소름 끼치는 꿈을 꾼 듯 목뒤가 축축했다. 맺힌 식은땀을 손을 닦아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

…잠깐만.

‘…목소리.’

내가, 목소리를 냈잖아.

“…!!”

그리고 손, 손이 맨손이다. 손톱과 마디가 있고 지문이 있는, 평범한 내 손. 그걸로 더듬는다. 머리카락이 있고, 식은땀, 이 있고, 얼굴이 있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옆, 어두운 유리창에 비친 실루엣이 보인다.

“…사람.”

나였다.

나는 멍하니, 유리창에 비친 내 사람 모습을 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박자 늦게 깨닫는다.

내 주변에 낯익은 몇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곳이 지하철 승강장이라는 것을.

“…….”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기둥에 가려져 있던 역명이, 시야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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