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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47화


브라운에게 돈을 빌리라고?

그래서 그 돈으로… 우주 쇼핑몰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라고?

“…….”

아니야.

‘빌리는 게 아니다.’

‘가불’ 받는 것이다.

그리고 가불의 뜻은….

[물론 부담스러운 독촉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친구니까요!]

[단지, 언젠가 우리가 함께 일할 그날의 봉급에서 차감하는 형태라는 것이지요. 이 정도면 노루 씨에게 심정적으로 부담 가는 형태도 아닐 겁니다….]

날 다시 고용하겠다는 거다.

[자, 어떻습니까?]

…….

일단.

“브라운, 너는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나는 승강장에 앉은 정장의 사회자를 보았다.

“여기는 퍼스널 쇼핑 공간이잖아. 다른 손님은 못 들어올 텐데.”

[이런, 매스미디어는 손님이 아니라 가족 아닙니까! 오, 거실에 놓인 TV가 주는 따스한 일상감이란.]

장갑 낀 양손이 친절하고 정중히 벌어진다.

[이 브라운은 친구의 가족이고 울고 웃는 일부지요. 당연히 쇼핑에도 함께하는 겁니다.]

[의심이 듭니까? 그럼 한 번 이 자리의 퍼스널 쇼퍼에게 물어보지요! 자, 설명을 해봅시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있을까요?]

도마뱀의 첨언이 들린다.

“해당 지성체는 고객님의 정신 체계 속 일부로, 원활한 쇼핑의 진행을 위해 현장에 구현되었습니다.”

[그렇다는군요! 오, 물론 노루 씨가 이 가련한 친구를 쇼핑에 동행시키지 않겠다며 매정하게 물린다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긴 하겠습니다만….]

[그런 가혹한 말을 할 겁니까?]

머리가 가라앉는다.

‘브라운은, 이제 착한 친구 인형이 없어도 자유자재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마치 내 오염들이 구현되었던 이전 퍼스널 쇼핑 당시 때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착한 친구 인형의 제약이 사라진 이후로, 혹은 재소환한 이후로 무언가 깊은 연결고리가 생긴 게 분명했다.

외부의 영향력 행사가 차단되는 세광특별시에서도 내게 말을 걸고 있으니.

‘브라운의 착한 친구 인격은 아예 내 일부가 된 건가?’

확신할 수 없다. 어쨌든,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에 기본적인 안도를 느끼며 상황을 분석했다….

가불?

‘안 되지.’

내 근로를 전제로 한 발언이 아닌가. 토크쇼에서 다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곳에서 일하게 되면 만족스러워할 거라는 점이 더욱 속이 매슥거린다….

‘…읽히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생각은 브라운에게 읽히지 않는 것 같긴 했는데.’

나는 아무런 동요 없이 의자에 앉아서 손가락을 맵시 좋게 움직이고 있는 사회자를 보며 침을 삼켰다.

다른 방법 없나? 다른 방법….

아!

‘그때, 심야토크쇼에서 스탭으로 일하면서 받아야 했던 임금을 달라고 하는 건….’

안 되겠지!

그 스튜디오를 성화 포격으로 반파시켜 놓고 빠져나왔는데, 솔직히 다시 만났을 때 청구서를 들이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저 사회자 입장에서는 ‘많이 봐준’ 걸지도 모른다!

‘그러면….’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 노루 씨. 시간은 아주 많습니다….]

후우.

‘그냥 장기 파는 편이 나을지도….’

내 장기가 팔릴 수 있는 상태라면 말이다. 나는 지근거리는 머리를 잡다가, 무언가를 떠올렸다.

“하나 더 체크할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마뱀을 돌아보았다.

“우주 쇼핑몰은 현실에 실존하는 화폐만 결제 수단으로 받으시는 것 아닙니까?”

“예.”

도마뱀이 즉각 수긍한다.

“현실에 실존하며 지구에서 통용되는 화폐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원화뿐만 아니라 달러, 유로, 루피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까?”

“예. 태양력 기준 실시간 환율이 적용됩니다.”

역시.

“브라운, 들었….”

[오.]

[이 브라운이 봉급으로 주는 기묘자의 은화는 이곳에서 화폐 가치가 없기에, 내가 주는 돈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노루 씨?]

아.

[하하, 이런 고정관념에 서프라이즈를 선사하는 것도 쇼의 재미지요!]

[어디 보자, 빳빳한 달러화와 황금 중 어떤 걸로 지불하는 편이 좋겠습니까? 선호에 맞춰서 드리겠습니다. 그게 좋은 물주의 미덕 아니겠습니까?]

“…….”

나는 뻣뻣한 목으로 도마뱀을 다시 보았다.

“가능, 합니까?”

“예. 다만 해당 지성체가 지불하는 달러화의 경우, 특수환율이 적용되어 일반 달러화보다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그런 발언은 사치재 소비를 도리어 부추기는군요. 의외로 상업에 재능이 있는 칼잡이들입니다.]

도마뱀은 반응하지 않는다.

사회자는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노루 씨.]

[모든 장애물이 사라졌습니다.]

“…….”

어느새.

의자에 기대어 선 정장의 사회자가 내 바로 옆에 있었다.

내밀어지는 손.

[이 사회자에게, 심야토크쇼에게 가불을 받겠습니까?]

…잠깐.

잠깐, 그건….

아니,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일단 살아 나가는 게 중요하니까, 우선순위상 받는 게 맞나? 침착하자. 여기서 최대한 현명하게 판단을….

[저런.]

[농담입니다!]

…….

어?

[잠깐 장난을 쳐봤습니다. 가불이라니!]

[이러면 친구가 서운하겠지요.]

사회자의 손이 토크쇼를 진행할 때처럼 단정하게 내 팔을 두드린다. 마치 참가자를 격려하듯 말이다.

[내 친구는 나의 솜 든 몸을 위해 주머닛돈을 털어가며 욕조를 마련해 주었죠. 그런데 이 희대의 엔터테이너가 친구에게 겨우 가불만 해준다면, 그거야말로 헤드라인 기삿감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쇼핑에서의 대금은 내 호의로,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

[내 선물을 받는 겁니다. 친구.]

[오, 감동적인 우정이여!]

강렬한 예감이 든다.

이거.

‘잘못하면 X 된다.’

가불보다 위험한 것 같다.

내 눈앞의 존재는 이 결론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가불 같은 소리를 한 것이다. 이러다 선물로 준다고 했을 때 ‘그럼 괜찮지 않나’라는 심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

하지만.

“그럼. 이번 한 번만 부탁할게.”

두려움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일을 포기하는 건 바보다.

‘줄타기 제대로 해보자.’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

[자, 내 앞으로 비용을 청구….]

“그런데.”

나는 말을 끊고 들어갔다.

“선물로 받는 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빌리는 걸로 해두고 싶은데. 가능할까?”

[흠?]

가불이 아니라, 채무.

‘돈 문제로 정리해야 한다.’

감정적, 혹은 미래 언젠가를 향한 부채감으로 남겨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

“반년 내로 갚는 걸로 할게.”

나는 최대한 웃었다. 젠장.

“돈을 선물 삼기는 그렇잖아. 선물은 원하는 게 생기면 말해볼 테니까.”

…….

식은땀 나는 침묵 후.

[좋습니다, 노루 씨!]

…!

[하지만 반년이라니,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오, 그렇고 말고요…. 시간은 많고, 우리는 계속 친구일 테니 말이지요.]

“…그래. 고맙다.”

후우.

‘됐다.’

나는 애써 웃으며 농담처럼 붙였다.

“이자는 법정금리인 거지?”

[하하! 친구에게 이자를 받을 수는 없지요. 원금만 받겠습니다.]

“하하…. 그것도 고마워.”

후우.

나는 다시 내 어깨를 두드리는 사회자를 보며 화요토크쇼의 아찔한 기억을 되새김질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쨌든, 고마운 것도 맞았고 말이다.

덕분에 이걸 살 수 있었으니까.

[호오. 과연 이 작은 물건으로 노루 씨가 어떤 멋진 탈출 에피소드를 보여줄지 참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그건….

‘확실히 해줄 수 있지.’

브라운이 도마뱀 퍼스널 쇼퍼에게 이해할수없는결제주소를 듣고 무언가의 조치를 취하고 난 후.

“대금 청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마뱀은 그렇게 선언하며, 내게 아이템을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예. 고객님.”

그렇게 쇼핑을 마무리했다.

이윽고 나는 눈을 떴다.

잠시 졸았다 일어난 듯이.

“…!”

퍼스널 쇼핑을 진행하는 동안 인적 없던 승강장에는, 이제 내 일행들이 덤덤한 듯 초조한 기색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쇼핑 중에는 내가 혼이 나간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포도 요원.”

“샀습니다.”

나는 어렵게 구매한 물건을 들어 올려 보였다.

요원 둘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바로….

밧줄에 매달린 것.

마치 저 안개 속 대합실에서 나무에 목매단 자들 같은 모양새였으나, 그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앙증맞은 크기의 감나무 조각.

약간 투박한 물고기 형상의 토속적인 예술품이, 하얀 명주실 더미에 묶여 부드럽게 흔들렸다.

“액막이 명태입니다.”

* * *

“준비되셨습니까?”

“넵!”

은하제는 일행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을 입가에 가져가다가, 담배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렸다.

본의 아닌 금연이 길어지고 있어서 곤란했으나, 이 상황보다 더 곤란한 건 없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어떻게든 가능성 있는 탈출 시도라도 해보려고 십시일반 돈 될 걸 끌어모아서 ‘해볼 만한 게 있다’라는 막내에게 쥐여 줘봤는데.

놀랍게도 김솔음은 잠시 눈을 감고 있더니, 정말로 효력이 있는걸 손에 넣어왔다.

“확실히 이거면 다른 영험함을 빌리는 게 아니긴 해~. 그렇지, 청동아?”

“…예.”

그것도 아주 정확한 물건을.

더 놀라운 건 이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끌어모았던 돈과 현물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서 지불했습니다.

“…….”

그걸 믿어도 되는 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깊어지긴 하는데, 일단 탈출해야 추궁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모든 논의가 끝난 상태로 일행은 승강장을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팀원 라인업이….’

뭐, 나쁘진 않았다.

각자 따로국밥이긴 했지만.

일단 가장 후방에 선 건 인상 나쁜 재난관리국 청년이다.

‘청동 요원’이라고 불렸던가.

은하제가 꼰대라고 놀리는 이 녀석은 사실 썩 괜찮은 인물상이었다.

‘좀 고지식하긴 한데, 원래 사회의 더러운 물 덜 먹은 녀석 중에 심성 괜찮은 녀석들이 보이는 징조기도 하고.’

백일몽에 악감정 있는 게 뻔히 보이면서도 꾹꾹 눌러가며 예의를 지키고 나름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게 나쁘지 않다. 지금도 맨 뒤에 서는 데에서는 일종의 봉사 정신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여기랑 페어로 다니는 공무원 양반이….’

최 요원.

맨 앞 부근에 있다.

“포도야. 조심.”

제법 태연히 아닌 척하지만, 이 재난관리국과 관련된 최고 등급 괴담에 떨어져서 속이 복잡하고 지킬 시민이 많아 초조한 것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중립 포지션인 김솔음을 달래고 은근히 유도해 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기도 하고.

‘딱 비행 청소년한테 당근 주는 형사 꼴인데.’

대체 노루가 얼마나 끝내주는 스파이용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저 지경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냥 두고 보고 있다. 같은 흡연자 처지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옆에 선 게….

“오. 명태 효과 좋네여.”

이성해 대리.

여기는 뭐, 백일몽 엘리트답고.

약간 제정신 아닌데 유능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말실수하는 순간 바로 적대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겠다는 촉이 서긴 했으나, 뭐, 그런 걸 지나치게 의식하기엔 은하제가 먹은 짬도 보통이 아니라서 말이다.

일단은 이쪽도 모든 일행에게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이니까.

특히… 김솔음에게 말이다.

“…….”

그리고 그 김솔음은 일행의 맨 앞에 서 있다.

자신이 구해온 아이템, ‘액막이 명태’ 형태의 기이한 조각품을 든 채로.

-명태 조각이 망가질 때까지 반경 다섯 걸음 내의 사람들의 액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제가 구매했으니 제가 들고 이동하겠습니다.

-에이~ 이런 건 원래….

-원래, 같은 건 없습니다. 제 아이템이니까요.

-…….

‘짜식.’

자기 아이템 지킬 줄 아네.

아마 자기가 하는 게 속 편하다는 유능한 자 특유의 판단도 더해졌을 것이다.

최단기 승진에, 이레귤러 괴담에서 A등급 꿈결 뽑아내던 폼 어디 안 갔다.

그리하여 김솔음은 절대로 아이템을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듯이 명주실로 손가락마다 가닥가닥 묶어둔 채로 안개 속에서 이동 중이었다.

그리고.

‘…!’

그가 나무 사이를 걷자, 그 손에서 흔들리는 액막이 명태에 곰팡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마치 썩어가듯이.

‘망가지기 시작했단 징조인 건가.’

아마 저게 다 덮이면 다시 목매단 시체의 나무들이 가까워지거나 기이한 환각, 환청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망가지는 속도는… 예상보다는 빠르지만, 그래도 ‘목표’를 수행할 때까지는 잘 버텨줄 것 같다.

‘아까 한번 건드려놔서 더 심해진 것 같긴 하지만.’

자칫하면 이번엔 누군가는 계단까지 도망가지 못하고 늦을지도 모른다.

그전에 빨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때.

“찾았습니다.”

“…!”

액막이 명태의 영향력 아래,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한 유리 같은 장비로 주변을 살피던 청동 요원이 선언했다.

‘좋아.’

지하철 구조에 익숙한 자신이 후보지를 잡아놓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빠르다.

“움직입시다.”

다섯 사람은 일사불란하게 다리를 움직여서, 최단 루트로 질주하듯 움직였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저기.”

교통카드 충전기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등에도 불이 들어오고 안내 음성도 문제없이 나오는 걸 보니, 전기로 작동되는 것들은 계속 운영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여.

그리고 그 추측대로였다.

나무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두 대의 교통카드 충전기 화면에는, 놀랍게도 불이 들어와 있었다.

“…….”

사람들이 작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긴장 속에서 은하제가 손을 뻗었다.

‘명태 들고 있는 놈에게 시킬 수는 없지.’

다만 교통카드를 손에 들고 있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교통카드가 있다고 해도 카드사와 연결되어 돈이 빠져나가는 식으로 처리되길 기대하는 건 괴담에서 과한 기대다.

그들은 이 기기의 다른 이용법을 사용하려 했던 거다.

바로 기기 바로 위에 붙어 있는 이름에도 적혀 있는 것.

1회용 발매 · 교통카드 충전기

일회용 교통카드 발권.

다섯 장.

툭.

툭.

툭.

다행히 자신이 밀어 넣은 지폐를 삼킨 기기가 성공적으로 일회용 교통카드 다섯 장을 뱉어낸다.

‘현금을 받을지는 모험이었지.’

그리고 그 다행히 모험이 통한 것이다.

‘어차피 확실한 건 없으니 여기선 한번 걸어봐야 한다’라고 주장한 장본인인 은하제는 씩 웃었다.

“빨리 이동합시다.”

혹시 몰라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쓸어 넣자마자, 바로 다음 목적지를 발견한 최 요원의 신호에 따라 일행은 다시 빠르게 이동한다.

이번 탐색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개찰구다.

“…….”

안개 속, 무작위로 놓인 기물처럼 설치된 개찰구 몇 개에는 마찬가지로 불이 들어와 있었다.

‘후우.’

은하제는 숨을 고르며 떠올린다.

준비물도 뭣도 없는 상황에서 이 안개 낀 미친 대합실을 무슨 수로 퇴마하겠는가.

요원들이 소위 말하는, ‘종결’은 지금 까마득히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이다.

그럼 결국 백일몽답게 클리어를 해야 한다.

그리고 클리어란….

-보통 괴담을 클리어한다는 건 해당 장소에서 탈출하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지.

-하지만 저희는 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멸형급 괴담이 펼쳐진 지옥도일 확률이 지극히 높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역이기에, 다른 방식으로 떠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결국 남은 선택지는 열차입니다.

지하철.

-열차는 무정차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분명 조건이 있었죠.

-…! 승객이 없어서였습니다. 설마….

-맞습니다. 청동 요원님.

“이쪽이 앞입니다.”

개찰구의 입출구 방향을 분간한 청동 요원이 선언한다. 그리고 눈빛을 주고받은 후, 최 요원이 가장 먼저 자신이 든 일회용 교통카드를 개찰구에 찍고 들어간다.

띠링.

-저희가 승객으로 카운트되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 봅시다.

이어서 다른 일행들도 최대한 빠르게, 하나씩 교통카드를 들고 개찰구에서 움직인다. 액막이를 잡고 있는 김솔음이 움직일 때는 거의 적막까지 흘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개찰구 안으로 카드를 찍고 들어왔을 때.

♪♪♪♪♪♪♪♪♪♪♪♪♪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안내 음성.

저 멀리, 승강장에서부터 울리는 소리.

열차가 진입합니다.

“…….”

승객 여러분께서는 에티켓을 지키며 안전하게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무정차 안내가.

없다.

그렇다는 건….

“뛰어.”

일행은 미친 듯이 승강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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