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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50화


갑자기 남의 회사 도마뱀 과장이 동료 추천으로 언급되자, 열심히 한우를 굽던 공무원들이 황당하다 못해 고기를 씹지도 못하고 대답했다.

“청동아, 지금…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을 같이 일하면 좋을 사람으로 추천받은 건가, 우리가?”

물론 백일몽 D조 출신들은 꿋꿋하다.

긍정

“아니 이미 이번 일행의 절반 이상이 백일몽 출신이었는데 뭘 그리 놀라시나.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입니다.”

물론 내가 추천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외계 파충류이지만 말이다….

“우리 과장님이 진짜 괜찮은 사람이긴 하지. 인간이 강하고 담백해서 같이 일하기 딱이라니까.”

“그 회사 출신에 성격이 강하기까지 하단….”

“아니, 그게 아닙니다. 꼰대 양반.”

“…?”

은하제 대리가 엄숙하게 손을 내젓는다.

“그냥 진짜 강하다는 겁니다. 그냥.”

동의

청동 요원은 약간 더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으나 나와 은하제 대리는 모두 약속한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대리님의 시선이 돌아간다.

“근데 이 양반은 안 놀라네.”

“에이, 저도 놀랐죠.”

하지만 최 요원은 그다지 놀라지 않고, 그냥 너스레만 떨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미 알 것 같았다.

최 요원이 쓰던 다른 신분.

‘이강헌.’

-K.LEE: 아니 이자헌 과장 사촌이야 혹시?;; 성격이 똑같네

연어 마켓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분명 그런 메시지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최 요원은 이자헌 과장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사실 백일몽 직원들의 메신저 프로필들을 파악하고 대충 성격과 동향까지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위키에는 그런 기록이 없었는데.

‘백일몽에 잠입했을 리는 없잖아.’

최 요원의 몸이 두 개도 아니고, 저 바쁜 요원 일을 하면서 백일몽도 다닐 순 없었다. 애초에 사내에서 C조 이강헌 대리는 없는 인물이다.

결국 나는 테이블 아래로 연기를 뻗어, 살짝 최 요원의 시선만을 끌었다.

“음?”

그리고 물었다.

질문 : 이강헌의 정체

“…….”

만들었던 글자는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빠르게 지웠다.

최 요원이 빙긋 웃는다.

“어허, 선배의 영업 비밀을 탐내면 쓰나.”

…….

하기야.

백일몽 정보를 빼내기 위한 신분 같은데, 아직도 거기 다니는 직원에게 알려주기는 어렵겠….

-그래도 궁금하면 알려줄까?

……!

최 요원이 테이블 아래에 뭉친 내 연기에 손가락으로 적당히 글자를 써 내려갔다.

-대신 비밀 꼭 지켜주고ㅎㅎ 포도 믿는다?

나는 ‘긍정’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보였다.

최 요원이 씩 웃더니 글자를 잇는다.

-이강헌이라는 사람은 진짜 있어.

-백일몽 퇴사자.

…!

-그런데 어라? 어느날 관리국의 멋진 에이스 요원이 이강헌의 메신저 계정을 입수하게 된 거지ㅎㅎ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계정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안 나간 단톡방이 아주 많더라.

입사 동기, 단기 프로젝트, 정보 공유용 익명방, 사내 도박까지.

정보 입수에 쏠쏠한 곳들뿐이었다. 게다가 최 요원의 수완이라면 거기서 파생되는 각종 새로운 채팅방에도 성공적으로 잠입했으리라.

그렇게 하나씩 직원들의 프로필을 캐서… 결국엔 새롭게 입사하는 신입들의 프로필도 지속적으로 알아냈을 것이다.

나는 연어 마켓을 C조 이강헌 대리라는 사람에게 소개받았다던 이성해 대리의 증언을 떠올렸다. 그리고….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괴담을 탐사하는 엘리트 수석 신입, 김솔음 씨에 대한 소문도 잘 들었고ㅋㅋㅋㅋ

…….

역시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던 거구만….

-뭐 이 정도야.

요청 : 더 자세한 설명

-포도야 정말 양심이 없구나…….

-그래도 우리 막내가 원하면 더 알려줘야지! 아예 백일몽이랑 연 끊는 날에 와서 물어보면 딱 그냥 알려준다 내가ㅋㅋ

안 알려주겠다는 뜻이다.

그 문장을 끝으로 최 요원은 처음부터 테이블 아래에서 어떤 필담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테이블에 집중했다.

나는 침음을 참았다.

‘…이래서 소원권을 더 안 믿었던 걸까.’

계정만 남기고 증발한 퇴사자가 있고, 그 계정을 직접 써봤으니 말이다.

어쨌든 궁금증이 이렇게 해소될 줄은 몰라서 얼떨떨했다.

‘대답해 줄 줄은 몰랐는데.’

물론 날 믿는다는 말이야 당연히 거짓말이다. 애초에 자세한 이야기는 잘랐으니까.

몇 년간 쓴 탓에 ‘이강헌’이란 명의는 슬슬 새로운 단톡방에 초대받지 못할 만큼 입소문이 나고 있을 테니, 어차피 그만 쓰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분명 다른 정보 수집 루트도 있겠지.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테이블 위에서는 툭툭 농담 같은 소리가 오갔다.

“이야. 도마뱀 과장이라니. 얼마나 강한지 궁금한데, 막 철근이라도 씹어먹나?”

“하려면 할 것 같은 양반인데.”

“…??”

은하제 대리님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불판을 갈아달라고 요청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노루 말대로 우리 과장님이 도와주시면 당연히 좋겠지만… 회사 다니면서 사실 힘든 일이지.”

…….

사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기도 했다.

내가 액막이 명태를 구매할 때 우주 쇼핑몰로부터 들었던 소식.

-해당 개체는 현재 기숙학교에 있습니다.

사실상 이자헌 과장이 어떤 어둠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기숙학교 괴담이라고 했지.’

그래서 어차피 이자헌 과장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참이었으니,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기는 했다.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해금 요원님 덕에 다시 정신을 차린 뒤에는 약간 초조하기까지 했다.

‘백사헌에게 물어봐서 무슨 어둠인지 정확히 파악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난관이 있다.

바로… 내 상태.

우려 사항 :

130666의 근무를 위한 백일몽 주식회사로의 복귀 요청

“……!”

사실 아직도 머릿속에 복귀하라는 안내방송이 울리고 있었다.

옥 방울의 원류 같던 거대한 옥종 덕에 내가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이 호출 요청을 임의로 미루는 걸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광특별시에 다시 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방법을 모른다.

다시 우물로 시도하면 재난관리국에서 이상함을 눈치챌 확률이 높다. 한 번이야 출동 중 무모함으로 되지만, 반복되면 목적성이 보이니까.

게다가 그걸 이용한다고 해도….

‘…이 사람들을 데려가도 되나.’

죽는 건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데, 심지어 엄청난 오염을 동반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미 괴담에서 사망할 뻔한 트라우마가 자극당한 사람도 다수였을 것이다….

…역시.

‘나 혼자 하는 게 맞나.’

사람의 상태가 아니니까. 오염 후유증은 분명 다른 사람보다 덜할 것이다….

애초에 열차로 이성해 대리님을 민 건 나였다. 이성해 대리님이 계속 못 나온다면, 누가 결정적 원인이 된 건지 책임소재가 분명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래.

그편이 낫겠다.

“…오냐. 여러모로 회사가 문제다.”

내 생각까지는 알 수 없을 은하제 대리님이 내 등을 두드리며 말한다.

그리고 불판을 갈아주려 다가오는 알바생을 보고 상체를 뒤로 물러주며 농담하듯 중얼거렸다.

“거참, 호 이사한테라도 말해야 하나.”

“그럼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어느새.

우리의 테이블에 서빙을 오던 알바가 웃으며 우리 테이블 자리에 앉는다.

그제야 그 얼굴이 보인다. 인상 좋은 청년이 웃는 표정.

…호 이사다.

‘대체.’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던 건지도 알 수 없을 만큼 교묘히 스며들었다.

그 인상 좋은 청년의 얼굴이 우리를 둘러본다.

“여러분. 축하드려요.”

“…….”

“갔다 오신 거죠?”

세광특별시.

입 모양만으로 그것을 발음하는 청년의 표정은 그야말로 평온했으나, 눈에는 기이한 광기가 흘러넘치는 것을 눈치챘다.

“어떠셨나요? 다른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특별한 비밀장소에 들어갔다 오신 거잖아요. 즐거우셨나요, 아니면 긴장되셨나요? 아니면 소속 기관에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고통스러우셨나요?”

“…….”

“편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는 요원들이 긴장감 속에서 굳어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주변을 살피며 장비를 체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민간인으로 가득 찬 식당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 자리의 다른 사람들은 무사할 거랍니다.”

“…!”

“저는 소란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악의를 가지지도 않아서요.”

“오….”

최 요원이 이를 악물며 웃는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을 고통받다 죽을 초자연 재난에 몰아넣나?”

“그건 이미 말씀드린 부분이라서요.”

호유원이 사근사근하게 말한다.

“재난관리국은 그래도 괜찮거든요.”

합리적인 척하는 미친 소리가 오싹할 정도였다.

집단에 소속된 개개인에게 집단에 대한 불만의 책임을 묻는 것 : 비논리적

“네?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원래 감정은 논리적이지 않은 거랍니다. 130666 님.”

후우.

권고 : 130666 대체 호칭

▶ 노루

▶ 포도

포도.

요원 명을 읽는 호유원의 눈에 분노인지 뒤틀림인지 모를 것이 스치는 것 같았으나, 곧 흔적도 없이 갈무리된다.

“하하, 비공식적인 호칭을 좋아하시네요. 노루 님.”

나는 거기서 묘한 것을 읽어냈다.

초조함.

빨리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싶어서 분노를 참는 것.

“잠시만.”

청동 요원이 입을 열었다.

“알고 있던 겁니까?”

“무엇을요?”

“그 우물이 특정 지역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애초부터 그게 당신의 목표였던 겁니까?”

“그렇다면?”

“…….”

“그렇다면, 오히려 좋지 않나요? 우리의 목적이 일치한다는 뜻이니까.”

짝.

호유원이 웃으며 박수한다.

“제가 여러분들이 이성해 대리님을 구출해 올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게요.”

“…!”

“생각해 보세요.”

간교할 정도로 사근사근한 목소리.

“재난관리국에서, 과연 그런 시간과 자원을 쓸까요? 바쁜 현장 요원들을 차출하면서?”

“…….”

“저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도와드릴 수 있는데 말이에요….”

테이블 주변이 일렁인다.

“대가로 많은 것도 바라지 않는답니다. 세광특별시에서 하나만 찾아주셨으면 하는, 소박한 부탁일 뿐이라….”

“오~ 그럼 직접 하시지?”

“…….”

“통로도 알았겠다, 소박한 일이면 직접 들어가서 하면 되는 걸 왜 여기서 입을 털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최 요원의 목소리에 분노가 유쾌함 속에서 찌르듯 올라온다.

“설마… 못 들어가나?”

“…….”

“그렇네.”

침묵에서 깨닫게 된다.

그게 맞는 거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호유원은 세광특별시에 들어갈 수 없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계속 프로젝트로 직원들을 끌어들이고, 지금 당장도 은하제 대리를 쓰고있는 거겠지.

“맞아요. 저는 안타깝게도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효유원은 동요 없이, 크게 상심한 것처럼 울상을 지었다.

“그러니 더 믿음이 가지 않을까요? 제가 직접 들어갈 수 없으니, 세광특별시를 탐사하는 시도를 위한 모든 행동에 지원하는 것이니까요. 앞뒤가 맞지요?”

그렇다면 말이다.

제안 :

신뢰를 위한 금제 (대상 : 호유원)

“……!”

“오, 포도가 좋은 제안을 하네.”

호유원의 눈이 나를 쳐다본다.

“그래. 남한테는 걸면서 자기는 못 걸리겠다고 하는, 그런 본새 없는 짓을 하지는 않겠지~”

짙은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좋네요.”

“…!”

“상호 간에 제약을 거는 걸로 할까요? 세광특별시 탐사가 끝나기 전에는, 서로 배신할 수 없도록 만들어 보는 거예요.”

호유원이 웃으며 테이블에 손을 올린다.

“당장 할까요?”

“…….”

“준비가 필요한가 보네요. 좋아요. 저야 기다려드릴 수 있답니다….”

호유원이 테이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구출하시려는 분 생각하면 속도를 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제까지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

“…….”

“연락 수단은 은하제 대리가 알고 있을 거랍니다. 그럼.”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호유원이 아닌, 평범한 알바생이 불판을 들고 주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후우.”

“한우맛 잡치기 힘든데, 그 힘든 걸 해내는구만. 역시 윗사람은 회식에 끼면 안 되는데.”

“하하….”

그날.

생각에 잠긴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으로 회식은 끝냈다.

믿을 수 없는 뒷배 옵션이 생긴 채로.

* * *

‘후우.’

회식이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생활공간으로 복귀하면서, 나 역시 다시 내가 있던 본관의 초자연 존재를 위한 보안 공간으로 돌려보내졌다.

‘외출을 시켜준 게 놀랍지 뭐….’

아마 요원들을 붙여서 안전을 확보한 상태로, 내 안정성을 한번 시험해 본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번엔 통과한 거고 말이다.

‘다행이다.’

사실, 내가 해금 요원님 덕에 제정신을 차리면서 극단적인 격리 생활은 많이 누그러졌다.

여기도 단순히 방이라기엔, 음… 어딘가 야외의 대청마루를 투영해 둔 작은 격리 공간 같은 느낌인데. 아무래도 초자연 존재의 정신 안정을 위한 시설인 듯하다.

‘아직 세금도 제대로 안 내 봤는데….’

왠지 시설을 축내는 것 같아서 좀 미안했다.

방울도 몇 개나 해 먹었더니 밥값을 해야 할 것 같은 묘한 죄책감도 들고.

[이런 별것 아닌 공간을 받아놓고 죄책감을 느끼다니, 내 친구는 너무 겸손해서 문제로군요….]

물론 누군가는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했겠지만….

지금은….

‘…….’

없다.

‘벌써 보름쯤 된 건가.’

브라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이.

백일몽 별관 지하 13층에서 근무할 때처럼, 나는 130666 상태에서는 브라운의 목소리가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정신이 들었으니까 금방 다시 소리가 들릴 줄 알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들리지 않고 있다.

머천다이즈… 아니, 아무튼 그 대용품 인형도 재난관리국에 수거된 후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말이다.

‘…기다리면 들리려나.’

지난번에도 정신 차리고 나서 브라운의 목소리가 들리기까지 시간 차가 좀 있었던 것 같으니, 일단은 기다리는 중이다.

아니면 과몰입한 브라운이 머천다이즈가 있을 때만 목소리를 내고 있을 수도 있고.

‘차라리 전자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그때.

딸랑, 딸랑….

‘…!’

풍경 소리.

이 격리 공간에 방문객이 있다는 뜻이다.

이 며칠간 경험한 바로는, 주로 오늘의 담당 근무 요원이 장지문 너머에서 안전하게 대화를 나누며 내 상태를 기록하는 건데….

오늘은, 독특한 손님이 함께했다.

“현무 1팀 어르신이 요청하셨다는데…한번 보시겠어요?”

요원이 들고 있는 작은 호롱 안.

마찬가지로 작은 도깨비불이 고개를 내밀었다.

‘…!’

한때 내 팔이었던, 그 도깨비불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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