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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79화


류재관은 자신의 상사를 보았다.

강원도 지부의 비밀 서고까지 날짜를 맞추어 잠입해, 허락되지 않은 정보를 읽어낸 현무 1팀의 요원을.

‘…위험한 선택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말리지 못했다.

애초에 관리국에서 직접 봉인한 초자연 재난을 따로 탐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위니까.

심지어 백일몽 이사와 협업이라니.

평소 류재관도 일이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무모한 짓이었다.

‘징계감이다.’

그러니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정보가 좀 더 있는 편이 낫겠다는 결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알고 나면, 결정할 생각이었다.

‘…이 탐사를 그냥 둬도 괜찮을지.’

재난관리국에서 한 도시를 희생시킬 정도의 괴담에 계속 진입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대해서.

분명 납득할 수 있는 방향성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우리가 대단한 걸 잊어버렸다’라니.

“…그 도시에 대해서 말입니까?”

“아니. 단순히 그런 게 아니야. 우리 팀이, 팀장님이….”

팀장님?

‘갑자기 그분이 왜….’

최 요원이 말하다 말고 퍼뜩 고개를 들더니, 류재관을 마주 보았다.

류재관은 그 시선에서 묘하게 가라앉은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고 느꼈으나….

“…음. 일단 서고에서 빠질까? 이런 건 안전하게 해야지.”

곧 최 요원은 태연한 태도로 돌아왔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도깨비불과 몇 가지 친근한 제스처를 주고받더니 철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서고를 나올 때는 메밀묵을 가득 받아 잔뜩 들뜬 도깨비불에게 배웅도 받았다.

“고마워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사실상 상부에 들킬 걸 염두에 둔 듯한 그 태도.

-이런 건 차라리 가볍게 하는 게 낫지. 평소처럼 말이야.

-서류 처리하기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슬쩍 가라로 한 것처럼 말이지.

‘최 요원이 최 요원 했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설마 봉인된 멸형급 재난에 실제 들어가며 그 인지 제거 기록을 살피러 왔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포도 요원도 속인 상태다.

-거 봐! 우리 공무원들이 연가를 너무 자주 써서 의심받을 것 같으니 이번 탐사는 빠지겠다고 하면 내가 믿을 거라고 했지?

-하…….

-아니 포도 걔가 은근히 무른 면이 있다니까!

‘후우.’

물론 이 선택의 결과로, 사이비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오염체 포함)끼리만 탐사에 나갔다는 점은… 그의 마음에 대단히 걸렸지만 말이다.

류재관은 자신과 상사 둘 중 하나는 탐사에 남았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었으나, 상사는 그 부분에 대해선 꽤 태연했다.

-흠, 뭐, 썩 괜찮은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한 번쯤은 그쪽들끼리 있을 때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하기도 했고.

류재관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지금의 최 요원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세광특별시에 대한 기록을 읽고 나서, 계속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는 그의 상사가 말이다.

-뭐, 포도가 잘 끌고 다니고 있겠지.

* * *

“용 사원, 이동해야지.”

“잠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사실에 압도되지 않으려 잠시 멈췄다.

그러니까.

‘출동구조반은 원래 청룡팀이었다고.’

그런데 청룡팀은 세광특별시에서 실종되면서, 그 빈자리를… 현무팀이 대체했다는 건가.

‘현무팀은… 재난의 종결을 전담하는 팀이었고?’

…….

근데 왜 위키에 없단 말인가.

‘아니.’

지금 여기에 너무 매몰되면 안 된다.

당장 일행들이 사라진 괴담 속에서 이런 답이 안 나오는 문제로 고민할 시간은 없다.

‘할 수 있는 것.’

그래.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건….

“…그거, 다시 보여주십시오.”

“응?”

찢어진 부적.

나는 늑대 조장이 유리 초롱에서 찾아낸 도서대출표를 잡아서 그 뒷면을 꼼꼼하게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문양과 선, 구조를 하나하나 전부.

“뭘 하니?”

“기억해 두려는 겁니다.”

이 부적의 모양을.

“아, 재난관리국에서 비슷한 부적을 새로 받아오려는 거구나.”

“…!”

“그 부적이 찢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추측한 거겠고.”

“…….”

“용 사원은 아직도 재난관리국에 연이 있나 보네.”

나는 그냥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설마 새로운 의심의 표출인가 싶었지만.

“조심해서 하구. 회사에서는 썩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학교 하나만큼 아이들 목숨이 달린 일이면 사람 마음이 그렇지.”

“……!”

늑대 과장은 그냥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내 등을 두드렸다.

“자, 다 외웠지? 다시 이동하자. 탈출 방법을 다시 찾아야지.”

“…예.”

나는 찢어진 부적을 도로 부서진 유리 초롱에 넣은 후, 그것을 그대로 뒤뜰 흙더미에 다시 파묻었다. 아무리 부서지고 찢어진 상태라지만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대신 다른 걸 하나 챙겼다.

“작은 조각이구나.”

“예.”

완전히 부서져서 떨어져 나간 유리 초롱의 조각.

그것 하나만을 흙더미에서 다시 찾아내 조심스럽게 챙긴다.

“손수건이라도 빌려줄까? 사료 채취라면 말이야.”

“괜찮습니다. 챙겨온 게 있습니다.”

나는 휴지로 유리 조각을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어둠에서 사료 채취를 하시기도 합니까?”

“탈출하기까지 여유가 있다면 그러기도 하지. 연구원이 부탁을 하니까.”

잠깐만. 현장탐사팀에게 사료 채취 같은 짓을 시킬만한 연구원이라면….

“혹시 그분 성함이 곽으로 시작합니까?”

“아, 맞아.”

“…….”

“아직 다니고 있나 보구나?”

‘다니고 있다’뿐이겠습니까….

사실 당신도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보다 온화하고 너그러운 분위기로, 늑대 조장은 화제를 이어나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흠, 아직 다니는 사람이라면… 혹시 해금 씨는 여전히 재난관리국에 있니?”

“…!?”

잠깐만.

“해금 요원님… 말씀입니까?”

“그래. 승부수도 아주 잘 띄우고, 배짱도 아주 좋더라구. 무엇보다… 운도 좋고.”

“…….”

“B조로 와도 잘 일했을 텐데.”

판단하는 눈이 늑대 가면 사이로 빛난다.

“어쨌든 참 열정적인 젊은 요원이라 아직 근속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

정답이긴 했다.

물론 해금 요원님에게 열정적이고 어린 신입 시절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말이다.

하마터면 반가움에 내가 받은 방울까지 보여줄 뻔했으나, 눈앞의 사람이 ‘진짜 과거의 B조 조장’이 아닐 거란 점을 떠올리며 참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근원적인 의문이 들었다.

나를 미래의 사람이라고 어느 정도 신뢰한다면, 어째서….

“…백일몽이 미래에 어떻게 됐는지는, 물어보시지 않습니까?”

자신의 직접적인 미래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가.

“그럼.”

“…….”

“할 필요가 없지.”

늑대 조장이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 양호실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 준비하며 부드럽게 묻는다.

“오이디푸스에 대해선 들어봤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말입니까?”

“그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받았는데, 그대로 이루어지거든…. 왜일까?”

벽을 타고 오르는,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 신탁을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이야. 나비효과처럼 도리어 신탁이 이루어진 거지.”

“…….”

“미래를 안다는 것 자체가 나를 그 미래로 이끌지도 모르는데, 굳이 그런 머리 아픈 일을 자처할 필요는 없어. 알겠지?”

“……예.”

놀라운 절제였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라, 제법 흥미로운 변명을 할 줄 아는 작자군요. 과연, 그 비루하고 한물간 짐승보다 훨씬 상태가 괜찮아 보입니다….]

[오. 그렇지. 노루 씨, 이 브라운에게 오랜만에 조언을 들어보지 않겠습니까?]

‘…뭔데?’

곧, 유쾌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살짝 낮고 부드러워진다.

[저자를 지금 죽이는 건 어떨까요?]

뭐?

[그럼 저 모습 그대로 현실에서 깨어날지도 모르지요.]

‘…!’

[마치 이 봉쇄된 도시의 꿈속에서 양손을 재생한 당신의 범상한 옛 상사가, 그대로 양손을 지닌 채 현실에서 깨어나길 기대하듯이 말입니다.]

박민성 주임님처럼?

‘아니, 말도 안 된다.’

왜냐하면 애초에 저 늑대 조장은 괴담이 만든 투영….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추측은 장담할 수 없지요!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말입니다….]

…….

[한 번 시도라도 해보는 겁니다. 손해 볼 건 전혀 없지요. 안전한 도박인 겁니다.]

나는 늑대 조장을 보았다.

그의 현재 모습을 떠올리며.

…별관에서, 스스로의 배에 돌을 찔러넣던 모습을.

[당사자도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오, 좋았던 옛 모습으로 돌아간다니. 모든 배우의 꿈이겠군요.]

“…….”

[물론 어디까지나 권유입니다. 노루 씨. 나는 당신의 착한 친구로서 새로운 길을 조언했을 뿐이지요!]

[그러니 생각해 봅시다.]

“자, 올라와.”

“예.”

나는 브라운에게 아무런 확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늑대 조장을 따라, 학교 벽을 타고 3층 양호실 창틀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브라운의 말이 합리적인 선상에 있다는 것을 미뤄두며.

하지만 다음 순간이었다.

양호실을 향해 고개를 든 순간….

“이런. 선객이 있는걸.”

“……!”

혼란이 날아갈 만큼의 상황이 벌어졌다.

양호실에 학생이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검은 실루엣.

교복을 입은 그것은 창문을 딛고 올라오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뒤를 돌아 도망치려는 학생을, 나와 늑대 조장이 동시에 튀어 나가서 잡아챘다.

쿵.

양호실을 나가지 못한 검은 인영이 엎어진다. 나는 다급히 양호실의 커튼으로 상대를 포박하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인상착의를 알아보았다.

탈색모에 피어싱.

전학생이라고?

운 없는 새끼.

내가 교복을 빌렸던, 그 학생이다.

“……!”

그 사이, 발버둥 치려는 학생을 단숨에 누르며 제압한 늑대 조장이 묻는다.

“말을 할 수 있니?”

그러나 대답은 없다. 나는 학생이 표정 없는 얼굴로 늑대 조장을 응시하는 것을 보았다.

그 표정에는 인간을 대하는 듯한 기색이 전혀 없….

‘잠깐만.’

-세광공업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겐 외부자가 괴물로 보인다.

오류를 이용해 게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지금 텍스트본이 아니라 책을 읽고 이 학교에 진입하긴 했지만….

학교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복을 입고 있진 않아.’

그리고.

나는… 교복을 입을 수 있다.

“…….”

쿵, 쿵.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나는 심장께로 손을 가져갔다.

문신.

오염을 정리해 둔 그 원형의 복잡한 구조물은 여전히 내 살갗에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골라낸다.

마치 컴퓨터의 오류로 폰트가 깨진 듯한 단어.

“……조장님.”

양해를 구한다.

“다른 방법을 써보겠습니다.”

나는 그 문신 위에 손을 올렸다.

다음 순간.

세광고등학교의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옛날 교복을 입은 학생으로 양호실에 서 있었다.

“…!!”

제압당한 채 바닥에 잡힌 학생의 눈에서 동공이 좁아진다. 충격에 해당하는 반응.

그리고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목소리를 쓰지 않는다.’

텍스트로의 소통만이 허락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 그 어느때처럼 양호실의 A4 용지를 꺼내어서, 그 종이에 연필로 말을 적었다.

저번엔 교복을 빌려줘서 고마워

나는 널 양호실로 데려왔던

전학생이야

기억해?

그리고 동급생에게 건넨다.

늑대 가면을 쓴 자를 바라보자, 그자가 동급생을 잡은 팔의 힘을 살짝 푼다.

나는 외부자의 포박에서 간신히 한 팔을 빼낸 동급생이 종이에 글을 휘갈겨 쓰는 것을 본다….

너 뭐야?

왜 여길 또 왔어?

이 학교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물어볼 건 많았다.

가령 너는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찢어진 부적에 대해서 뭘 아는지.

하지만….

가장 먼저 질문할 것을 나는 전혀 다른 것으로 골랐다.

어떤 예감 속에서.

왜 우리는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왜냐고?

조용해야 하니까

왜 조용해야 하는데?

답답하고 울분에 찬 것처럼, 동급생은 글을 A4 용지 위로 갈겨 쓴다.

도서관 안이니까, 병신아!

…….

‘역시.’

머리를 강타하듯, 모든 것이 맞물려 들어간다.

우리 고등학교의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깜깜한 이유.

한빛도서관, 그 책장의 무수한 통로 속에서 창문으로 오직 이 고등학교만 봤던 이유….

간단하다.

‘밖으로 난 창문이 아니니까.’

이 고등학교는 도서관 내부에 있다.

학교 주변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책장의 뒷면으로 감싸인 공간.

여긴 한빛도서관의 일부가 됐구나

세광공업고등학교는.

한빛도서관 안에, 통째로 삼켜진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

위키가 갱신된다.

이상한 고등학교

한빛도서관 안에서 특수한 트리거를 작동시킬 시 진입할 수 있는 묘한 고등학교 시설.

한때 도서관과 협력 기관이었던 인근의 공립고등학교가 도서관 안으로 삼켜진 듯하다.

‘…….’

재난의 날 이후, 봉쇄된 세광특별시에 갇힌 요원 중 일부는 학생들이 구조될 수 있을 때까지 보존하기 위하여 모종의 결심을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있던 고등학교는 한빛도서관을 안식처로 삼으신 ■■의 보호 아래에서 도서관의 특설 코너로서 지내게 되었다.

청룡팀이, 도서관 안에 고등학교를 넣었기에.

그리고 이건.

그래

그러니까 나갈 수 있으면 당장 나가

세광공업고등학교의 모든 학생은 원래 전부 인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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