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82화
계속 걱정했다.
저 둘이 서로를 인지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
특히 늑대 조장이 자신의 미래를 마주하는 순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래서 그랬구나.”
나를 돌아보는 눈.
“‘백일몽의 미래’라고 돌려 말하며 내 미래가 궁금하지 않냐고 묻더니.”
“……!”
“괴담의 속살거림은 아닌 것 같았어. 역시 퍽 인상 깊은 미래의 결과물이 나타났네.”
“…….”
“나의 미래라니.”
하지만 그 눈에 절망은 없다.
그 대신 어떤, 무언가를 깊게 계산하는 듯한 어둑한 시선이 경비반장과 나를 스치고 지나더니.
이내 나를 향해 상냥한 어조로 입을 연다.
“그럼….”
거대한 검은 앞발이 드리운다.
“…!”
말을 끝마치지 못한 늑대 조장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쇄도한 짐승의 발톱들이 찍어 누른다. 끈적이는 검은 타르같은 이물질이 그 위를 덮는다.
늑대 조장은 그 예고 없는 재난에도 순간 반응하여 바닥을 미끄러지며 빠져나가려 했으나, 그것마저 예측했다는 듯, 다른 손이 틀어막아 꽉 쥔다.
오염의 두 손아귀가.
늑대 조장을 붙잡았다.
“…….”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는 아무 규칙이나 전조가 없었기에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왜….
“왜, 그러신 겁니까?”
“음…… 수작 부릴 것 같아서……?”
“…!”
“응. 이 정도면… 발걸음 소리도… 소란도… 안 났구…. 괜찮지…….”
형체가 녹아내리며 압도적이고 기이한 오염을 드러내는 경비반장이 자신의 과거를 여전히 꽉 틀어쥔 채, 나를 본다.
“저기, 얼른 입… 막아놔요……. 그거 있잖아…. 오소리… 결박용 장치….”
“…….”
“다른 짓… 하려고 들걸….”
나는.
직전까지 새싹반 선생님의 구속구였다가 풀어낸 장치를 꺼내서 늑대 조장을 묶기 시작했다.
늑대 가면 아래 차가운 눈이 마주친다.
“…!”
시선을 숙였다.
손아귀에 땀이 맺힌다.
이게 정말 맞는가? 의문과 혼란이 머릿속을 채웠으나…… 그보다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내가 여기서 포박하지 않으면, 경비반장이 더 강경한 수를 쓸 것이라는 느낌.
‘사지를 잘라내는 식일지도 몰라.’
그런 비정한 선택을, 자신의 과거에 아무렇지 않게 할 것 같다….
“…….”
경비반장은 내가 마지막으로 늑대 조장의 입을 틀어막는 것까지 샛노란 동공으로 확인하고 있다.
“자꾸…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고… 귀찮게 굴 테니까…….”
둘만 남겨둔 잠깐 사이, 골든 마스코트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늑대 조장이 동행하는 동안 나에게도 그랬을 것이라고 확실히 짐작하는 눈.
“그냥… 죽일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이 사람은 제이 씨의 과거지 않습니까. 함부로 없앴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너무 위험해요.”
“음….”
필사적으로 설득 근거를 끄집어낸다.
“방금, 우리의 상태가 책과 페이지로 비유됐죠. 갑자기 페이지를 찢어발겨 버리면 결국 책을 훼손하는 겁니다. 우리 자신을요.”
경비반장은 모자를 눌러쓰려다가, 자신의 양손이 다 과거를 틀어쥐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멍하니 나를 본다.
“어차피… 기억… 잘 안 나는데….”
“그래도요.”
“…….”
“저랑 말씀하셨던 거 기억나시죠? 어떤 음식을 좋아했었는지 알아보자고 했잖습니까.”
경비반장이 살짝 고개를 든다.
“가능성을 없애는 극단적인 선택은 최후에 고릅시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사서’로 쓰기 위해 저희의 과거 모습을 불러낸 거라면, 죽였을 때 도서관이 어떻게 보복할지 모릅니다.”
“……음.”
시선.
시선….
“그래요….”
늑대 조장을 틀어쥐고 있던 발톱 달린 검은 손아귀가 사라진다.
경비반장의 양팔은 다시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고, 바짝 야윈 그대로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후우.’
식은땀이 턱을 타고 떨어졌다.
미 안
내 잘 못
“아니야.”
늑대 조장의 참-거짓 판별력은 거의 초인적인 수준이다. 유원지의 마스코트라는, 어느 정도 과장된 감정표현과 직설적인 단어표현밖에는 쓸 수 없는 인형탈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리조트가 아니고, 마스코트에게 진심으로 소통할 마음이 있었다면 더더욱.
하지만 골든 마스코트는 계속 마음이 쓰인 건지 결국 자신이 늑대 조장을 들어 올리려 했다.
내 가
들 고 가
“아니…… 줘요….”
우 리
내 려 갈 게
그리고 골든 마스코트는 둥그런 앞발 같은 고양이 인형탈의 손으로 통로를 가리켰다.
나와 경비반장이 막 빠져나온 곳.
어둡고 붉은, 이상한 길로 이어지는 책장의 뒷길.
“…저기로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 서 할 게
그 래 야
너 희
나 가
“…….”
이상한 죄책감과, 이 선택지를 긍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올라온다.
‘…이 마스코트가 한빛도서관의 사서가 되면.’
내 오염은 사라지는 건가?
리조트는 도서관에 귀속되고?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그래도 괜찮은 걸까?
이런 도서관에, 아무리 내 오염된 부분이 형상화된 개체라고 해도.
두고 가도, 되는 게 맞는가?
“…….”
생각하자.
단순히 감정적 사유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게 가장 합당한가.
“다 같이 가보는 건 어떻습니까?”
“같이….”
“예. 저기서 단추가 발견된 걸로 봤을 때, 다른 일행들도 아마 아래에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J3가 서로를 인지하는 돌발 사태 때문에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정보값이나 환경이 변한 건 없다.
우리 목표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고, 우리도 안전히 나가기.
이것.
“송골매 대리님의 녹음이 부자연스럽게 끊긴 걸로 봐서는 어떤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그리고 탈출법도 달라진 건 없다.
“여차하면 약을 복용하면 되지만, 그전까지는 일행의 흔적이나 안위에 대해 탐색을 좀 더 진행하고, 다른 방법을 살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
“그래….”
후우.
그렇게 다시 결정되었다.
모두 함께 저 기이한 길을, 최소한 다른 길이 나올 때까지는 가보는 것으로.
“…….”
포박된 늑대 조장의 신변은 경비반장이 맡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정예팀의 성인 남성을 잡아든 경비반장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마치 반복되는 운명처럼 통로에 발을 디뎠다.
아니, 세 번째나 발을 디디는 건 나뿐이긴 했지만.
‘하.’
…이결과 먼저 작별 인사를 해둬서 다행이었다.
‘필담만 쓰지 말자.’
글만 주의하면 된다. 그래…. 이미 탐색을 해뒀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후우.’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다.
안으로.
“…….”
“…….”
…발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숨겨진 도서의 길은 점점 이상하도록 가팔라지며, 고요하고 어두컴컴하다. 붉은 광원들이 드문드문 책장과 책을 밝히고….
나는 깨닫는다.
어느새 통로를 둘러싼 책장의 소재가 변해 있다는 것을.
‘…뼈? 진흙?’
확실한 것은, 현대적 소재가 아니라는 것.
아주 오래된 책장, 가죽인지 흙인지 다 삭은 인골인지 알 수 없는 거무튀튀한 갈색, 회색, 검은색….
그러나 그곳에 꽂힌 책들은 이상하게도 생생하고 빼곡하다.
“…….”
“…….”
위키의 갱신.
호기심을 충하족지 않은 충자한직는 더 깊곳은으로 들어수 있올다. 열 있려는 곳을 지나 닫으곳힌로 빛나는 곳으로 문으로 오라 진실을 비추는 거울 한빛도서관의 주인을 만나
엎드려
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엎드려
나는 스마트폰을 닫았다.
목에 식은땀이 흥건한 채.
“…….”
그리고 고개를 든다.
100m 남짓을 걸어들어온 끝에… 어두컴컴한 아래로 향하는 길이 끝났다.
통로의 끝.
막다른 길은, 앞, 오른쪽, 왼쪽, 위, 아래, 다섯 면이 완전히 책장으로 막혀 있다.
그리고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 ■료■자실
→■자상■영
←■■■■료
↑■자실료■
뒤죽박죽.
어둠 탓인지, 닳은 건지, 아니면 다른 요인인지는 몰라도 글자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단어 하나를 확인해 낸다.
‘자료실.’
보통 규모 있는 도서관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자료와 책들을 테마에 따라 여러 구역으로 구분해서 보관한다.
그런 구조가 이 안에서 마침내 드러난 것이다. 엉망진창으로.
“…….”
다만 하나.
↓ 경배하는 곳
너무나 분명하게 읽히는 글자가, 그곳에 있었다….
아래로 향하는 길.
“…….”
“이거… 열리는 것 같은데…….”
툭.
경비반장의 발 움직임에 바닥의 책장이 흔들린다.
마치 지하실처럼, 혹은 다락방처럼. 저 책장은 위아래로 열리는 구조의 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이 아래다.’
사서를 부른 것이 원하는 장소는.
“…….”
경비반장이 들고 있던 늑대 조장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열고… 집어넣을….”
“됐다.”
…!
“혀랑 치아로 하는 건 좀 힘들구나.”
…고개를 돌리자, 입가가 피에 젖은 늑대 조장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수를 썼는지 입가의 구속구가 약간 풀린 채, 약간 뭉개진 발음.
등골이 서늘해진다.
‘오염된 박민성 주임님도 잡아놨던 건데.’
대체 무슨 수로? 설마 스스로 혀를 자른… 젠장!
“진정해. 여기서 소란을 피울 생각은 나라면 없을 텐데.”
“…….”
늑대 조장을 다시 찍어누르던 경비반장이 팔을 서서히 거둔다.
…검은 실루엣 사이, 늑대 가면이 우리를 둘러본다.
“싸우고 싶은 게 아니야. 도망치려는 것도 아니고.”
여유롭고 차분한 목소리.
“통로의 길이와 발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계를 고려하면 그 전에 다시 잡히겠지.”
“…….”
“그냥, 내가 깨달은 게 하나 있어서 꼭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도서관 이용규칙이거든.”
“그게 뭡니까?”
시선이 나에게 고정된다.
“용 사원. 이 규칙을 기억하지?”
하나를 얻으면 떠나라
“유일한 조건부 규칙이지. 그게 무슨 의미라고 생각했니?”
그러니까, 지식을 얻으면….
“도서관에서 정보를 하나 얻으면 미련없이 떠나라는 뜻으로 생각했겠지. 그렇지 않니?”
“…!”
“잘했어. 합리적인 추론이야. 그런데… 지금 보니, 이 도서관은 확고한 자아가 있는 어떤 것의 의사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서 말이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해당 문장에만 있는 조건문에는, 다른 주어가 있는 게 아닐까?”
늑대 가면 아래에 핏기 어린 미소가 번진다.
“도서관의 자아로 말이야. 문장에 없는 주어를 이렇게 채워본다면 어떨까. …‘내가’.”
…!
내가 하나를 얻으면 떠나라
도서관 주인의 입장에서 쓰인 광오한 표현이 된다.
그리고 이 추측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는 정황.
사서를 요구하는 것.
“도서관이 자신이 사서 하나를 얻으면, 다른 쪽은 이용자로서 떠날 수 있다는 해석이지.”
“…….”
“그리고 특별히 지정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게 어느쪽이 됐든 상관없지 않겠니.”
“그러니까 조장님이.”
나는 침을 삼켰다.
“제이 씨 대신 이곳을 나가게 해달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늑대 가면 아래에서 명료한 목소리가 말한다.
“과거와 미래, 우리 둘 모두를 위해서 내가 이 도서관을 나가야 유리하다는 뜻이지.”
“…!”
“똑똑한 용 사원. 나를 보내줘.”
가면 속, 명료하고 깊은 눈이 나를 마주한다.
“내가 미래를 알았으니, 거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뭐라고?
“하지만,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 없을 거라고 하신 건,”
“그래. 나지.”
상대가 확실히 선언한다.
그리고 그 시선이 경비반장을 훑는다.
오염되어, 전성기의 빛나는 기능을 다한 모습을.
자신의 쇠퇴한 미래를.
“나는 내가 몇십 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될지 확인했고, 그건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아직 용 사원도 모르는 내 미래의 비밀들은 내가 지금부터 만들 수 있거든.”
“……!”
“확실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야.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다른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거야. 가령….”
그 시선이 경비반장을 향한다.
“이 모습이 됐을 때 회복할 방법과 물건을 지금부터 준비해 둘 수 있어.”
“…!”
“아니면 처음부터 오염을 가장하거나, 몇십 년 후에는 오염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어둠에서 방법을 찾아보거나…. 방법은 다양할 거야.”
“…….”
“수십 년 후 도서관 어둠 속 사서가 될 미래의 나를 위해, 탈출할 준비도 해놓을 수 있겠지.”
그러니까.
지금의 경비반장이, ‘알고 보니 자신도 모를 뿐, 과거에 이 늑대 오염에서 회복될 준비를 완전히 해놓고 어딘가에 감춰둔 상태였다…’가 될 수 있다고?
회복될 수 있다고.
“그러니 더 나을 미래를 위해. 다른 가능성을 위해 나를 보내줄 수 있니?”
늑대 조장이 가만히 나를 들여다본다.
나는 얼어붙었다.
지금 이 과거의 정예팀 조장은… 자신의 미래에서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요소들을 준비하겠다고 한 것이다.
가장 좋은 것으로.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확신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스스로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알고 있는 자의 확고한 자신감.
…그럼.
‘지금의 제이 씨에게도 좋은 건가?’
둘은 결국 한 사람이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경비반장을 보았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
경비반장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붉은 통로, 기이한 책장의 위를 디디고 선, 야위고 힘없는, 후줄근하고 관리받지 못한 꼴.
노스텔지어 캔디를 먹어도 순간을 버티지 못할 만큼 오염된 자.
늑대 조장의 미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보며, 말한다.
“아니.”
“그렇게 할 수는 없어….”
경비반장의 긴 그림자에 늑대 조장의 가면이 가려진다.
“너는… 이미 내가 됐잖아. 가능성이 아니야.”
…….
“이 도서관의 창을 본 건 나니까… 너는… 나의 과거지…. 내가 너의 미래 예측인 게 아니야….”
아.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는 거야….”
경비반장은 자신을 보았다.
이미 지나온 과거.
한때 자신이었던 인격, 형체, 기억을.
“너는… 오만했구나.”
“…….”
“그것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거고….”
경비반장은 조용히 모자를 눌러쓰며, 물러났다.
여전히 드리운 그림자에 가려진 늑대 조장의 가면 아래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어쨌든… 너는 나갈 수 없을 거야…. 이미… 나니까…….”
“…….”
기나긴 침묵 후.
늑대 조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 애들에게 안부를 전해주겠어? 아니, 안 되는구나.”
숨이 막혔다.
경비반장에게 나를 돌아본다.
“아래로… 넣자…….”
“…….”
하지만 나는 무심코 무언가를 떠올렸다.
‘너는… 나라고.’
그리고 둘 중에 누구나 상관없다는 식이라면….
‘…….’
잠깐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골든 마스코트를 돌아보았다.
왜 그 래
무심코 잘못 생각했다.
이 마스코트는 내 과거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엄밀히 표현하자면,
‘내가 가진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해.’
그래.
그리고 기겁해서 닫았던 위키에, 적혀 있던 표현…….
빛나는 곳으로 문으로 오라 진실을 비추는 거울 한빛도서관의 주인을 만나
바로 이 표현.
진실을 비추는 거울
‘…….’
아.
“제이 씨.”
“왜요……?”
“저희가…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과 페이지의 비유는 늑대 조장이 했던 것이다.
‘그것도 추측이야.’
하지만 늑대 조장이 워낙 비범한 인물이라 지금까지 무심코 그 비유를 사실로 전제하여 대화했다.
우리 모두 말이다. 하지만….
“저희가 한빛도서관의 창문에서 본 건 저희 스스로입니다. 과거의 장면 같은 게 아니라요.”
“……아.”
그러니까, 굳이 도서관적인 비유로 따지자면 말이다.
“저희는 모두 같은 한 권의 책이고.”
나는 골든 마스코트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나와 마스코트를 번갈아가면서.
“그냥 서로 다른 페이지가 펼쳐진 상태인 것 아닐까요?”
“…….”
“……”
“…그러니까.”
경비반장의 입이 열렸다.
“애초에 하나였던 거구나.”
다음 순간.
한빛도서관의 책장 사이에는 나와 경비반장만이 서 있었다.
“…….”
어둡고 붉은, 이상한 책장 통로는 어느새 없었다.
우리는 책장의 미로 속에서 털실 앞에 서 있었다.
‘아.’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골든 마스코트였다.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경비반장과 함께, 당황 속에서 사라진 일행과 털실을 찾아서 한빛도서관을 탐방하던 것.
그리고 아마도 내가 가짜라는 결론을 내리고, 존재의 공포를 누르며 사서가 되겠다고 번민 속에서 말한 것.
그 모든 순간이 나였다.
그리고.
“노루야…?”
“대리님.”
모퉁이에서 돌아나오는 이전 D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과 함께 있던 나의 모습도 연결된다….
나는 포도였다.
갑자기 재난관리국에서 근무 중이던 어수룩한 신입 요원의 모습으로, 도플갱어처럼 과거의 모습을 만나는 이전 D조들과 동행하며 걱정스럽게 경비반장의 행방을 찾아다녔었다.
그리고 이상한 통로에서 단추를 남긴 채, 대체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심각히 토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깜박이니, 눈앞에 경비반장님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나였다.
“돌아왔네. 아니, 반장님도 여기 계시고!”
“…….”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
-오, 내 친구가 그 소박하고 정겨운 리조트를 운영할 때의 모습이군요.
-맙소사, 친구, 팔이 없어졌습니다!
브라운이 셋 모두에게 동행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
이 자식이 진짜.
‘어쨌든 정답을 맞혀서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사서는? 아니 그보다… 잠깐.
‘…그럼 경비반장님에게는, 늑대 조장으로 다닌 기억이…….’
…….
나는 경비반장을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