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99화
다행히 브라운은 갑자기 역을 통째로 매장해 버리자고 날뛰진 않았다.
품위 있는 쇼 진행자의 모습에 어긋난다고 여긴 모양이다.
‘휴우.’
그 틈을 타서 나는 얼른 위키의 내용을 회상했다.
망상홈쇼핑이 위치한 이번 역.
오후역 (혈액 방송국)
세광특별시 지방방송국과 연결되어 있던 지하철역.
이 역사에는 방송국과 연계하여 대합실에 가설무대가 설치되어 있어 시민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가 공연하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으며, 이 역의 기반 시설을 먹음직스럽게 여긴 모 홈쇼핑 괴담이 역을 점거했다.
모두 즐겁게 쇼핑을 하자!
…그리고 ‘홈쇼핑 괴담’을 클릭하니까 바로 망상홈쇼핑 페이지로 연결되더라고.
[오.]
[그러니까, 이미 주제도 모르는 장사치의 채널이 여기 있다는 걸 짐작했지만, 이 브라운의 반응이 염려되어 클릭하지 않고 승강장에 내려서야 확인했다… 그런 뜻이로군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음.
‘브라운. 그래도 궁금하지 않아?’
[흠?]
‘망상홈쇼핑이 여기서 뭘 하는지 말이야.’
일단 역 설명에 따르자면, 이 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쇼핑이 하기 싫다면, 다른 이의 쇼핑을 도와줘도 좋을 것!
세광특별시 지하철에서 노동을 통해 식량을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으로, 이 역을 방문하는 자는 홈쇼핑 채널의 구인 광고를 보고 온 것으로 취급되어 단기 고용된다.
빈도가 잦은 것은 일용직이나, 방송국 상황에 따라 홈쇼핑 보조나 모델로 일하는 불운한역대급 기회를 붙잡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일을 잘할 경우, 계약직 제안을 받을 수도 있다. 영원한 쇼핑의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서 일용직으로 일하면 망상홈쇼핑에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결국 이거다.
‘한몫 제대로 챙기고 열차로 귀가하거나, 이레귤러 사태로 오염되기 전에 빨리 죽어서 탈출하거나.’
어지간하면 전자가 될 것이다.
홈쇼핑 괴담이라는 특성상 아이템이나 정보와도 깊게 결부되어 있을 텐데, 어쩌면 기계실의 유쾌연구소에 쉽게 들어갈 방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게다가 나는 좀 더 수월할걸.’
비슷한 곳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비슷한 곳이라니.]
[오… 설마 이 너저분한 사기꾼의 변소와 내 토크쇼를 비교급으로 두며 고른 표현입니까?]
‘…내가 이런저런 곳에서 복합적으로 다양한 직종을 체험해 봤잖아. 그 얘기야. 기억나지?’
[아, 물론 기억납니다! 내 친구는 생리적으로 힘든 직종도 꿋꿋이 견뎌냈지요! 어찌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지. 정말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었죠….]
휴우.
어쨌든, 나는 내가 위키를 통해 알아낸 내용을 일행들에게 공유했다.
“오. 그럼 여기서 아이템이든 정보든 얻어갈 수 있겠네여.”
“예. 다만….”
나는 약간 걱정스럽게 이성해 대리를 보았다.
“돌고래 님, 오염은 괜찮으십니까?”
신체 카지노에서 딜러로 근무할 정도로 오염됐던 사람이 여기서 구직해도 괜찮을까.
나는 이성해 주임님의 머리에 달린 똑딱이 핀을 보았다.
아마 본인 장비로 오염을 누르고 들어온 것 같은데, 괜히 안 좋은 트리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성해 대리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괜찮아여! 어쨌든 여기서 제가 사망하면서, 일단 카지노 측에서 저를 주시하던 건 풀린 것 같거든요.”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살짝 셔플하려는 손을 억누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음… 카지노로 돌아가지만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닷.”
“……예.”
혹시 모르니 안락사 약을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놓자.
어쨌든 이미 합의를 마친 일이기에, 우리는 계단을 따라 올라 망상홈쇼핑의 스튜디오의 뒷문 앞에 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노크 후 문을 열었다.
벌컥.
현대적이고 깔끔한 방송국 복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포스터들.
-역대급 완판!
-누적 매출 ■■■■억 돌파!
-치솟는 시청률, 이것은 예능인가 광고인가!
-시대의 엔터테이너가 만드는 홈쇼핑
-화요일 밤 당신의 쇼핑메이트
‘…….’
언뜻 보기엔 흔한 홈쇼핑 채널의 자화자찬용 포스터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판매하는 품목이 어딘가 기괴하고 섬뜩한 느낌을 준다.
웃고 있는 쇼호스트는 식칼로 스스로 팔을 자르고 있고, 안약을 시연하는 자의 눈에서는 피눈물과 눈알이 쏟아진다.
‘하….’
잘못된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사람을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다음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문구들이….’
어딘가 친숙하다.
[오.]
그래.
[목격했군요. 노루 씨.]
브라운의 심야토크쇼를 노골적으로 따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심지어 그 전에 화요퀴즈쇼를 따라 한 것 같은 문구도 있잖아.
‘…브라운.’
소리가 아닌 생각인데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망상홈쇼핑이… 요새 너를 따라 해서 심기가 상했던 건가?’
[매스미디어 종사자라면 누구든 전설적인 롤모델을 따라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문제는 그 태도입니다….]
손가락이 성마르게 비싼 원목 탁자 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감히 내 토크쇼의 명성을 이용하려 드는 장사치의 아류작이, 새로운 신시대의 엔터테인먼트, 쇼 같은 표어를 일삼다니.]
‘…!’
[저 치들의 목적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서 싸구려 물건들을 팔아치우는 것만이 목적이지요. 아, 이토록 천박하고 역겨울 수가 없습니다….]
시선이 느껴진다.
[그래서 참 기대되는군요! 과연 노루 씨가 이곳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저 멀리, 저 위에서, 혹은 바로 옆에서 나를 주시하는 것 같은.
쇼 미디어의 시선이.
[물론 내 친구가 이곳의 천박함 때문에 기겁할 모습이 눈에 선하긴 합니다만….]
‘…….’
나는 침을 삼키며, 조용히 복도를 더 걸어 나갔다.
‘거기까지 갈 일도 없을걸.’
우리는 아마도 일용직으로 일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예정대로 안내문이 붙은 문 앞에 섰다.
구인 광고를 보고 왔다면 여기로
거의 창고처럼 보이는 그 문 안쪽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단지 선반에 대충 놓인 계약서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계약서의 내용은….
일용직 계약서
‘후우.’
다행히 상정 안이다.
“여기 사인하면 되는 거냐?”
“그런 듯합니다.”
“뭐, 영혼 저당 잡는다는 소리는 없긴 하다만.”
우리는 ‘근로 기간 : 1일, 업무 :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보조 업무, 보수 :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이라고 적힌 계약서에 차례대로 사인했다.
밑의 주의 사항은 검열되어 있어 의미심장한 불길함을 불러일으켰으나, 죽음으로 도망칠 수 있는 우리의 손은 거침없었다.
그리고 사인을 마치는 순간.
-지금 당장 구매하세요! 다시 없을 오늘의 파격가, 499만 9980원! 불가능한 구성, 물가 대비 인류 역사 중 최저가입니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망상홈쇼핑의 방송 소리.
“…!”
“노루야, 이쪽.”
어둠에서 생존하려면 정보 수집이 필수적이다. 창고에서 나온 우리는 몸에 익은 대로 조용히 복도를 걸어,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퉁이 너머를 훔쳐보자, 마침내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났다.
홈쇼핑 촬영 현장.
-그 누가 400만 원 대로 완벽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요? 절대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 바로 여러분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화사한 조명.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 눈을 현혹하겠다고 마음먹은 듯한 각종 효과, 빠른 템포의 음악. 구매를 부추기는 듯한 효과음과 색색의 강렬한 글자들.
마치 2000년대 경, 전성기의 홈쇼핑 같다.
하지만….
-보세요. 놀랍지요! 지방만 벗겨졌습니다!
정 가운데엔, 살갗이 한 겹 벗겨지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인위적으로 보일 정도로 깔끔한 이미지.
눈을 크게 뜬 채 미소 짓고 있는 사람은 미동도 없으나, 마치 탈피하듯이 각질처럼 올라온 피부가 쓱쓱 갈라지며 지방이 흐른다.
-그야말로 악마가 만든 다이어트 보조제, 지방을 먹어 치우는 벌레, 미학애벌레의 알집입니다!
-간단한 사용법은 신이 내린 선물 같지요! 식사 후에 물과 함께 복용만 하면 그만입니다.
그 말이 나오는 동안, 카메라는 잠시 쇼호스트를 비춘다.
그동안 진열되어 있던 시연자는 마치 쓰레기가 처리되듯이 바깥으로 던져졌다.
툭.
그리고 그 자리는 똑같이 생긴 시연자가 채운다.
멋지게 헤어를 다듬은 채 근육과 늘씬함을 뽐내는 듯한 의상의 차림으로 다시 등장해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한 채로.
-기적의 보조제!
-지금 구매하시면 역대급 특가에 증정품으로 해피메이커 한 개비까지 보내드립니다! 이번 구성은 다신 없을 기회죠!
와아아아!
삽입된 사람들의 환호가 깔리는 가운데.
카메라가 닿지 않는 스튜디오 바깥, 바닥에 대충 던져진 시연자의 몸 사이로 지방이 줄줄 흘러 고인다.
그 갈라진 틈으로 지렁이 같은 벌레가 거머리처럼 이빨을 드러낸다.
수십 마리.
그것들은 전신의 지방을 녹여 먹으며 밖으로 빠져나오다 안으로 들락거리고 있다. 꿈틀거리며.
“욱.”
일행 중 누군가가 짧게 토악질을 참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런데.
-한 번 더 보여드릴까요? 좋습니다!
-다른 분으로 제대로 한 번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쇼호스트는, 정확히 우리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뭐?”
그 순간.
우리 중 청동 요원의 몸이 끌려가듯 홈쇼핑 촬영장으로 단번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
나와 이자헌 과장이 반사적으로 요원을 잡았고, 청동 요원도 이를 악물고 근육이 팽팽해지며 저항하는 것 같았으나… 알았다.
‘힘은 의미 없는 짓이다…!’
청동 요원의 몸만 상하는 것이다.
그냥 끌려가는 게 아니라 계약 근로상 발생하는 효과였으니까.
일용직 중에 하필 지금 ‘운 나쁘게’ 즉각 홈쇼핑 시연용으로 차출된 것이다.
등골에 소름이 쭉 오른다.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온갖 생각이 도출되고 번뜩인다.
망상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건 효과가 확실하지만 부작용도 확실하다. 그리고 가끔은 ‘꽝’에 가깝게 위험한 아이템도 나오는데….
저건 ‘꽝’이다.
시체처럼 쓰러져서 지방에 이어 피와 살점을 질질 흘리고 있는 이전 시연자의 모습을 보니, 더없이 확실한 불길함이 머리를 집어삼킨다.
그리고 답을 도출하는 것까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빨리 죽여서 여기서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빌어먹을.’
나는 당장 내가 가지고 있던 안락사약을 청동 요원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
청동 요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곧… 삼켰다.
다음 순간.
쿵.
그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이자헌 과장이 청동 요원의 시신을 끌어당기고 있다.
나는 충격 속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쇼호스트는, 일용직이 ‘시연’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이변을 눈치챈 것 같았으나….
-자, 모델분 들어오세요!
태연하게 홈쇼핑 진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누군가를 또 시연자로 데려갈 것이다.
‘망할!’
나는 다급히 품에서 떨리는 손으로 안락사약을 추가로 꺼내 들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몸이 굳어서 앞으로 튕겨 나갔다.
조명 속으로.
‘잠깐.’
그리고….
-자, 이분의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부위가….
속절없이 카메라가 비추는 홈쇼핑 스튜디오의 한복판으로 내가 들어선 그 순간.
-아니, 당신은… 이럴 수가!
쇼호스트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입을 벌린 사람을흉내내고 있는이상하고창백하고빨간쇼호호스트가 나를 보고 반갑게 입을 쩍 벌린다.
-여러분! 심야토크쇼의 보조 진행자분이 우리 홈쇼핑에 와주셨습니다!
“…!”
X 됐다.
‘이레귤러 사태….’
나를 유사한 방송 괴담의 종사자로 파악했다. 망상홈쇼핑이 대체 어떤 변칙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
‘대체 얼마나 브라운 토크쇼에 관심이 있으면 나까지 알아보는 거야.’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괴담한테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을뿐더러 이 대화를 브라운이 듣고 있다는 게 떠오른다.
그리고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정말 반가운 얼굴이네요. 그렇죠? 인사 부탁드립니다!
나는 내가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는 것을 느꼈다. 부자연스럽게 맑은 웃음이 만면에 떠오른다. 망상 홈쇼핑의 시연자답게.
-이제 기적의 다이어트약을 물과 함께 삼켜주세요. 너무 쉽죠?
내 손이 책상 위에 놓인 물잔을 집어 들었다.
‘X발…!’
그리고 만면에 웃음을 띤 그대로, 둥그런 알약같이 생긴 기생충의 알집을 잡아, 입으로….
빠바바바바밤!!!
“……!”
-여러분! 방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준비된 수량이 전부 매진됐다고 하네요!
손에 힘이 풀렸다.
-성원에 감사합니다. 그러면 화요일의 즐거움! 화요일의 열정! 화요일의 최저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내 손이 흔들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진행하는 홈쇼핑 진행자가 내 옆에서 함께 손을 흔든다.
쇼호스트.
-감사합니다!
그것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이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인상의 그것은 전형적인 쇼호스트의 몸을 하고 있으며, 신뢰 가는 싹싹한 미소를 띠고 있다.
하지만 입을 벌리면 그 안은 시뻘건 무저갱이다.
눈동자가 기이하게 큰 검은 눈.
그리고 기이할 정도로 허옇게 분장한 사람의 얼굴로 카메라를 보며 씩 웃더니….
컷!
곧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나는 순간 힘이 풀려서 탁자에 물잔을 엎을 뻔했으나, 간신히 제자리에 두었다.
‘망할.’
…저쪽, 스튜디오 바깥에 아직 남아 있는 청동 요원의 시체가 보인다.
그리고 일행들이 나를 어떻게 할지 격렬히 토의했던 듯이, 겨우 움직임을 갈무리하는 모습까지도.
나는 얼른 거기서 시선을 뗐다.
망상홈쇼핑의 대표 쇼호스트가 나를 보며 기쁘게 웃고 어깨를 두드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반가워요. 설마 당신 같은 유명 인사가 단기 구직 아르바이트에 지원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은근하게 어깨를 주무른다.
이상하도록 하얗게 분칠해 놓은 얼굴 속 커다란 검은 동공이 나를 본다.
-심야토크쇼를 그만뒀나? 물론 망상홈쇼핑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구직자는 별처럼 많지만, 우리 전직 심야토크쇼 크루를 위해서라면 내줄 자리가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심야토크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쇼호스트가 잠깐 멈칫한다.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의 관심이라고 할 수 있지! 우리 두 프로그램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별이니 말이야.
-물론 물량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되긴 하지. 우리 홈쇼핑 채널에 비하면 브라운 씨의 토크쇼는 조금… 글쎄. 상징적이지만 영세하지 않나?
[오.]
식은땀에 목뒤가 흥건해진다.
쇼호스트는 흥이 난 듯 손가락을 휘적거리며 나와 함께 스튜디오 바깥으로 걸었다.
일용직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으며, 그 사이 청동 요원의 시체가 쓰레기 청소부에게 넘어갈 뻔한 것을 저지하는 이성해 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망상홈쇼핑이 여기에도 스튜디오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아, 이 4-168 스튜디오는 비교적 최근에 지은 곳이긴 하지.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잘 들여왔어. 남는 장사가 중요한 법이거든. 다만… 송출비가 생각보다 과해서 말이야.
-쇼핑 열기를 제대로 띄우려고 이번에 역대급 예능 방송 기획을 했지.
-바로 오늘 진행될 거야. 그런데 이렇게 아르바이트 모집에 유명 인사까지 와주다니! 기운이 좋은걸.
“…역대급 기획이라면, 무슨 말씀이신지?”
-아주 자극적이고 재밌는 포맷이지.
-바로… 쇼호스트 서바이벌.
뭐?
-물건을 가장 많이 판매한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채널 고정을 부르는 짜릿하고 아찔한 예능! 그리고 쇼핑! 쇼핑! 쇼핑!
-내가 보는 쇼호스트 중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시청자는 눈을 뗄 수 없을 거고, 채널을 고정한 시청자들로 구매량이 치솟고, 누군가는 응원하는 쇼호스트를 위해 열정적으로 뭐든 구매하겠지!
“…그렇군요.”
나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애써 태연한 어조로 물었다.
“그럼 그 기획에서 저희 일용직들은 무슨 일을 하게 됩니까? …아까처럼 시연자가 될까요?”
그렇다고 하면 당장 전원이 안락사약을 입에 털어 넣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쇼호스트는 긍정하지 않았다.
…부정하지도 않았고.
-그게 말이야. 일단 더 들어보게.
-놀랍게도 이 서바이벌 쇼의 우승자는 전체 판매 수익 중 쇼호스트에게 배당되는 전부를, 홀로 가져간다!
쇼호스트가 내게 얼굴을 들이댔다.
-정말 놀라운 이득이죠?
-그런데 이 모든 구성이 바로 오늘! 구직 광고를 보고 온 여러분께도 제공됩니다!
“……!”
그 말은….
-그래. 오늘의 일용직들은 다들 쇼호스트 서바이벌에 참가자가 되는 거지!
“…!!”
[오, 친구. ‘내가 분명 말했지요’ 같은 표현을 썩 즐기지 않지만, 지금보다 정확한 타이밍이 없군요.]
[내가 분명 말했지요.]
[이 천박한 장사치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쇼호스트의 차가운 숨결이 목덜미에 일렁인다.
-자, 그럼 계약대로 근무하러 가봅시다. 서바이벌 참가자, 새로운 망상홈쇼핑의 쇼호스트. 브라운의 친구.
그렇게 나는 망상홈쇼핑의 일일 쇼호스트가 되었다.
모든 탐사 인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