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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159화


“예엑? 제, 제 몸이라구요?”

감송은 친절하게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바로 네 몸.”

생각지도 못했던 상대의 지껄임에 동천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으으으. 이 미친 늙은이가 뭐 하러 내 몸을 원하는 거지? 크흑? 서, 설마. 변태? 맞아! 틀림없어. 늙은 놈의 눈빛이 능글거리는 게 틀림없는 변태야. 으아. 어떻게 하지? 내가 이 나이에 순결(?)을 잃어야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젊고 어여쁜 여자도 아니고 민둥 눈썹의 늙다리 영감에게?’

동천이 감송의 눈길을 피해 눈을 내리깔자 그것을 본 그는 씨익 웃었다. 그의 웃음에 동천은 무의식적으로 따라 웃었다. 물론, 도연은 웃을 리 없었다. 웃고 있는 동천의 입꼬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은 눈과 입뿐이어서 눈앞의 노친네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것들이 배반을 때리고 있는 것이었다. 안 되겠다고 생각한 동천은 작전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어, 어르신. 혹시, 제 옆에 있는 녀석의 몸은 필요치 않나요?”

감송은 자신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도연에게 시선을 보냈다.

“큭큭. 저 녀석? 저 녀석은…”

끼이이이-익.

감송의 말이 이어지려는 찰나, 어두운 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점점 사각형으로 변하더니 그곳에서 늙은 여인을 토해내고는 잠시 후 사라져버렸다. 늙은 여인은 바로 감송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감송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런 몸가짐을 보였다. 작은 보폭을 놀리며 감송의 곁으로 다가온 그녀의 키는 남편의 삼분지 이도 안 돼 보였다.

“여보. 꼭 이래야 하나요? 부탁이니 이러지 말아요.”

감송은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자신의 부인을 냉정하게 밀쳐냈다.

“상관 마시오! 그리고 어서 나가시오!”

뒤로 물러났던 감 부인은 애원 조로 남편에게 다시 매달렸다.

“여보. 제발!”

“상관 말라고 했잖소!”

부인이 자꾸만 매달리는 게 귀찮았던지 감송은 눈을 부라리며 크게 손을 휘둘렀다.

“아흑?”

그 바람에 감 부인은 감송의 힘에 밀려 도연 쪽으로 비틀거리며 밀려났다. 힘없이 쓰러진 노부인이 안돼 보였는지 도연은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은 채 노부인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통을 잡고 힘겹게 일어난 감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웃었다.

“으음. 나는 괜찮단다. 그보다 네가 걱정이구나.”

도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조금만 버텨보거라. 내가 나중에라도 꼭 빼내 줄 테니. 흑! 어린것이 불쌍하게도…”

감부인은 도연이 가여웠는지 냄새나는 통에서 도연의 손을 꺼내 어루만져주었다. 당황한 도연은 얼른 말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침을 꿀꺽 삼킨 감 부인은 살며시 고개를 젓다가 도연의 새끼손가락을 아작! 아작! 깨물기 시작했다.

“이히히히!”

“크흑?”

도연은 생각지도 못했던 감 부인의 행동에 경악을 했다. 이빨로 짓이겨지며 씹혀지는 그 고통. 당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모를 것이다. 부들부들 떨리는 도연의 눈자위는 점점 붉게 충혈되어 갔다.

“너! 너어!”

도연은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그의 외침은 고통 속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어느 정도 씹어대다 입맛을 다시며 도연의 새끼손가락을 빼낸 감 부인은 친절하게도(?) 짓이겨진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할짝할짝 핥아주었다. 감 부인이 도연의 손 핥기에 열중해 있을 때 그녀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올려졌다.

“허허, 부인. 이제 그만 하구려. 벌써부터 요리감을 손상시키면 나중에 그 맛이 떨어진다오. 자자, 어서 그놈의 팔을 백록활근액(百綠活筋液)에 다시 담그시오.”

다소 떨리는 손으로 도연의 팔을 담가 놓은 감 부인은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풍겼다. 그녀는 늙은이답지 않게 가지런하고, 건강한 이를 드러내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히히! 히히히! 여, 여보! 마, 맛있어! 히히! 마, 맛있어!”

동천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자기가 늘 쓰던 웃음이 남을 통해 들으니 이렇게 소름이 끼칠 줄 몰랐던 것이다.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동천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아니야. 나의 웃음은 저렇게 경박스럽지 않아. 그래! 저건 우아한(?) 내 웃음의 질을 더럽히려는 간교한 늙은년의 속셈이 분명해! 아아, 하늘이시여. 이 불쌍한 동천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주시옵소서!’

동천이 이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감송은 미친년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을 더듬는 부인의 두 팔을 억세게 잡아주었다.

“부인. 진정하시구려. 한 달. 한 달이면 백록활근액의 효능이 절정에 다다르니, 그때까지만 기다립시다.”

감 부인은 연신 입맛을 다시며 도리도리 고개를 돌려댔다.

“모, 못 참아. 여보. 나, 나, 못 참아! 지금 먹어! 지금 먹어!”

그의 부인은 몰라도 감송은 인내심이 강했던지 도연에게 달려들려는 부인을 제지했다. 그는 흥분에 겨워 자신을 주체 못하는 부인의 허리를 끌어안고 밖으로 내보내면서 부인을 달랬다.

“자자, 잠시 나가서 쉬시오.”

문밖으로 떠밀려 나갔던 감 부인은 불안했던지 남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여보. 호, 혹시. 나 몰래 맛보려는 거 아냐? 그런 거 아냐?”

“허허. 그럴 리가 있겠소. 그럼, 아예 우리 같이 나갑시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나가고 고립된 이곳에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도연이 당할 때부터 시종일관 침묵을 고수해 온 동천은 자신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감지할 수 있었다. 동천은 아까 그 미친 할멈이 도연을 나중에 구해주겠다고 했을 때 자신도 같이 구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었다. 미친 짓을 했던 것이다.

‘으으. 하마터면 미친년에게 도와달라고 빌었다가 나까지 피해가 갈 뻔했다. 그런데 도연이 자식. 괜찮으려나? 소리를 들어보니 살을 씹힌 것 같던데.’

동천은 아까 미친년이 자신 쪽으로 밀쳐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도연을 불렀다.

“야, 살았냐?”

형체를 쉬이 알아볼 수 없게 된 새끼손가락으로 검은 액체가 거침없이 스며들었다. 그 고통은 생으로 씹혀 먹히는 고통과는 사뭇 다른 쑤시는 고통이었다. 도연은 그 때문에 진땀을 흘려가면서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침착하게 대꾸했다.

“저는 무사합니다.”

주군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배려를 한 것이 효과를 보았는지 생각 없는 동천은 도연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버렸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됐어, 임마.”

이 무서운 상황에서도 짐짓 의연한 척을 한 동천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공포심을 억누르다 도저히 못 참겠는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저 늙은이들 뭐지?”

동천의 질문은 도연이 먼저 깨어났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였기 때문에 도연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들은 주군의 신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짓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그들은 두 부류 중 하나일 겁니다. 하나는 암흑마교와 우호적인 관계였다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선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약왕전의 전주님이신 역천님과 개인적으로 안 좋은 사이라는 겁니다.”

“제기랄! 결과적으로 우리는 희생양이라는 거잖아?”

동천은 주둥이만 살아서 소리를 질러댔다. 하긴 동천 성격에 이렇게라도 하질 않으면 미칠 것이 분명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동천은 악에 받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 씨팔 것들아! 어서 나를 꺼내라! 니깐 것들이 감히 위대한 동천님을 잡아두어서 무사할 성싶으냐? 이 눈썹 없는 감똥 자식아! 이리 내려와! 용기가 있으면 내려와서 맞짱 한번 떠보자고. 안 내려와? 그럼, 네 여편네 내려오라고 해! 어디, 이 몸도 한번 씹어보라고 하란 말이야. 못 하지? 못 하지? 다 늙은 것들이 까~불고 있어. 씩씩.”

동천이 으스대며 화를 가라앉히고 있을 때, 거친 소음과 함께 문이 열리며 감송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기겁을 한 동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꼬옥 다물었다.

“왜 이리 시끄러워?”

매서운 눈을 빛내며 천천히 다가온 그는 도연에게 입을 열었다.

“네놈이 그랬냐?”

도연은 대답 대신 감송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이 같잖아 보였던지 감송은 코웃음을 쳤다.

“흥! 곧 죽어도 뭐라더니, 꼭 그 꼴이구만?”

짜악!

도연의 뺨을 한 대 갈기고 난 그는 동천 쪽으로 휙 돌아보았다.

“그럼, 너냐?”

“예? 제, 제가 안 했는데요.”

“…….”

다급히 부인하는 주군의 모습에 도연은 하는 수 없이 죄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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