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5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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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왔느냐.”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냉현이 나른한 표정으로 산관에게 묻자 그는 소교주의 눈치를 보며 대답해주었다.
“미리 기별을 보냈더라면 당연히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소교주님도 아시다시피 그 약왕전의 소전주는 오늘에서야 부랴부랴 대상명단에 추가시켰던 인물인지라 약간의 진행상 차질이 있는 모양입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원래 동천은 대상자 명단에는 있었지만 별로 관계가 없는 듯 하여 일찌감치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었다. 헌데 뒤늦게 알아낸 사실에 의하면 동천이 무공을 사사 받기 전부터 어린아이 이상의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 아닌가.
맞아본 인간들이 한결같이 성인 이상의 힘이었다고 입을 모으니 그들로서도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자기중심적이고 성격 급한 냉현이 동천을 불러오라고 시켰던 것이고 말이다. 여하튼 냉현은 자못 못마땅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래서… 녀석이 이렇게 늦는 것이 며칠 더 두고보자던 네 의견을 묵살하고 바로 기별을 보냈던 내 탓이라는 말이냐?”
산관은 길들여진 본능을 발휘해 재빨리 굽실거렸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실 며칠이 더 지났다면 정보가 새어나가 약소전주가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왔을 수도 있으니 가능한 속전속결로 처리해야한다는 소교주님의 판단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아까 전의 건의는 소신의 미숙함인지라……. 헤헤,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냉현은 비웃듯이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굳이 용서고 말고 있겠느냐? 한두 번 보아온 멍청함도 아닌 것인데.”
“…그, 그렇지요.”
찍 소리도 못하고 수긍한 산관은 어서 약소전주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래야 자신이 소교주에게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소전주님께서 밖에 당도하셨습니다.”
하늘의 도우심인지 때마침 들려온 동천의 도착 소식에 산관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무게 있는 목소리로 시비에게 명했다.
“들어오시라 해라.”
“예, 호법님.”
시비가 물러나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동천이 들어왔다. 냉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시게.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듯 하군.”
동천은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올린 뒤 입을 열었다.
“좀더 일찍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소신이 워낙에 둔감한지라 오늘에서야 부르심을 받고 찾아왔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냉현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흠,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한 5년 전쯤이었지 아마?”
“그러한 줄로 압니다.”
냉현은 웃음을 잃지 않고 동천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그는 동천이 앉자 그제야 마주 앉은 뒤 다시 말문을 꺼냈다.
“듣자하니 어렸을 적부터 소질이 남달랐다면서?”
동천은 대답했다.
“어쩌다가 사부님의 눈에 뜨였던 것일 뿐 특출 나게 뛰어났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듯 싶습니다.”
냉현은 살짝 눈웃음 쳤다.
“호오, 그래? 그랬다면 자네는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겸손함을 지닌 게로구먼. 왜냐하면 주위에서 말하길 약왕전의 소전주는 지닌 바 그 능력이 뛰어나다고들 입을 모았기 때문일세.”
동천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과찬이십니다.”
“하하! 좋아좋아. 솔직할 때는 솔직해야 미움을 받지 않는 법이지!”
그가 소리 높여 웃는 사이 차가 들어왔다. 그것을 들어 입 끗만을 살짝 축인 냉현은 동천에게 마시기를 권했다.
“들게. 남만산으로서 아주 귀한 액체라네.”
차인 줄로만 알았던 동천은 그제야 찻잔 속의 내용물을 들여다보았다. 진한 붉은 색의 액체는 안쪽을 들여다 볼 여유조차 차단할 정도로 빡빡한 조밀함을 보였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섬뜩함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동천은 무작정 마실 수가 없었기에 향기를 맡는 척하며 물었다.
“독특해 보이는군요. 이것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냉현은 마셔도 전혀 해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다시 입을 대어 두어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남만의 헤륭이라는 지방민들 중 상층부만이 구해 먹을 수 있는 진귀한 액체로서 화염수(火炎水) 천륜액(天輪液)이라고 하네. 용암지대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수증기를 버텨내며 싹을 틔운 극소수의 천륜이라는 식물들만을 가져와 백일동안 정제하고 찌고 말린 뒤 그 와중에서 흘러나오는 극소량의 액체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 바로 이것이지.”
화염수 천륜액은 나름대로 이런 것에 해박한 동천조차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래서 그는 좀더 자세히 물었다.
“부끄럽게도 오늘 처음 접해보는 것이지만 무언가 대단한 효능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것이 어떠한 효능을 지니고 있는지 소신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냉현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 다른 이들은 몰라도 자네까지 이것을 모르고 있다니 어째 믿기 지가 않는군! 음, 모르고 있었다? 하하하!”
누가 봐도 냉현은 동천에게 무안을 주고있는 상황이었지만 의외로 동천은 차분하게 대꾸할 따름이었다.
“소신이 무어라고 모든 것을 알고 있겠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안계를 넓히겠으니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순간 웃음을 그친 냉현은 안 그래서 찢어진 눈을 가늘게 뜨고 동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흐음… 오늘따라 자네가 평소에 알고 있던 그 약소전주가 아닌 듯 보이는데 나만의 착각인 것인가?”
동천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평소에 알고있던 제 모습이라니요?”
“아, 그게 말일세. 예전에는 좀더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오늘따라 진중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이니 어째 적응이 잘 되지 않는군.”
그제야 알겠다는 듯 동천이 살며시 웃고 말했다.
“소신도 이제 어느 정도 컸으니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행동 가짐을 달리 해야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자 냉현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산관은 다른 생각이었던지 조심스레 끼여들었다.
“이 자리에서 제가 나서는 것은 무례인 줄 아오나 소전주님의 말씀 중에 의아한 부분이 있기에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동천은 허락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약소전주가 자신에게 존대를 붙이자 산관이 정색하며 말했다.
“저를 높여 부르시다니요. 당치도 않으십니다. 예전처럼 편안하게 불러주십시오.”
냉현의 호법들인 산관과 철소는 차후 장로에까지 승격할 신분들이었지만 현재로는 그저 소교주의 호법일 따름이었다. 물론 지금의 지위가 결코 낮다거나 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동천보다는 격이 낮았기에 자청하고 아래에 서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예전에는 제가 뭘 모르고 하대를 했다지만 지금은 자랄 만큼 자란 나이이니 사리분별은 확실히 해야한다고 봅니다. 안 그렇습니까?”
산관은 동천이 조리 있게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고 나갔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후일 신분이 상승하였을 때라면 몰라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해석하면 ‘나중에 내가 커서 두고보자!’ 라는 식이었지만 원리원칙에 고집스러운 자라고 생각한다면 의외로 답은 간단히 나왔다.
이 한번으로 산관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한 동천은 공연히 쓸데없는 심력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알겠네. 정히 자네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예전처럼 불러줌세. 그래, 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던가.”
산관은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소문에 듣기로는 소전주님의 평소 행실이 웃어른이 계시거나 안 계시거나 일관됨을 잃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라는 결론이 되는데 이것은 어찌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동천은 씨익 웃더니 되려 산관에게 물었다.
“자네는 나에 관해서 나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지니고있는 듯 하군. 그런 의미에서 어떻다고 소문이 났다는 것인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면 대답을 해주는데 있어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보네. 그래, 어떠한 소문이 났던가?”
“그, 그건…….”
순간 산관은 말문이 막혔다. 결코 낮은 신분도 아닌 소전주에게 감히 싸가지의 제왕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쯧쯧, 멍청한 자식 같으니라고. 접근방식이 틀렸지 않은가!’
내심 산관의 멍청함을 욕한 냉현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으로 중재에 나섰다.
“아무래도 소전주의 자유분방함을 말하는 것 같군. 헌데 이곳에 와서는 너무도 조용하니 아무래도 이상하여 물어본 것일 게야. 안 그런가, 산관?”
산관은 숨통을 틔워준 소교주에게 감사하며 재빨리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말인데 갑자기 말하려니까 말문이 막혀 주저했던 것입니다.”
“하하, 그랬었는가? 만일 그랬다면 이해해주시게. 자리가 자리이고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을 하느라 그랬던 것이니까.”
하나의 기회를 완전히 놓쳐버렸다고 생각한 냉현은 기회를 놓친 김에 과감히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음, 그래. 그 문제는 넘어가기로 하고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도록 하지. 이 화염수 천륜액은 지닌바 그 막강한 화염의 성질로 회춘(回春)과 몸 안의 탁기(濁氣)를 몰아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네.
내 자네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본교를 위해서 수련에 몰두하여준 여러 인재들을 불러모아 모두들 이것을 한잔씩 마시도록 해주었으니 자네도 사양말고 어서 들게나.”
“예, 소교주님.”
권하는 것을 마다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찻잔을 든 동천은 갑자기 무언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 듯 찡그린 표정을 드러내며 찻잔을 내렸다. 차갑게 눈을 번뜩인 냉현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마시지 않는 것인가. 혹여, 마셔서는 안될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고개를 끄덕인 동천은 상당히 죄송스러워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송구하오나 바로 그렇습니다.”
냉현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런가? 무슨 이유로?”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마침 영약 하나를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천륜액이 아무리 좋다 한들 역효과를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냉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이리도 나의 성의를 무시하려는 겐가.”
동천은 냉현의 목소리가 달라지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척했다.
“아? 무시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사실 고만고만한 것을 먹었더라면 미리 먹었던 것의 효과가 무산되더라도 응당 소교주님께서 주신 천륜액을 마셨겠지만 소신이 먹은 단환이 예사 단환이 아닌 화리혈현단인지라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십시오.”
아무 설명도 없이 화리혈현단이라고 하면 냉현이 알 턱이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동천은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며 공손히 가르쳐주었다.
“소신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얻게 된 것인데 태양군도에서 잡아 올린 천년화리의 내단과 피를 섞어 만든 것으로 한 알 당 10년 정도의 내공증진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그제야 냉현은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는 흥미로움과 약간의 시기심이 뒤섞인 얼굴이 되어 동천에게 물었다.
“호오, 천년화리라면 화극(火極)의 성질이 아닌가.”
동천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냉현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같은 화의 성질을 먹게되는 것인데, 어찌하여 자네는 화염수 천륜액을 거절하는 것인가?”
동천은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같은 단환이나 탕약일지라도 하나의 성분을 다르게 집어넣었을 때 전혀 다른 효과를 내듯이 지금 또한 마찬가지여서 같은 화의 성질일지라도 그 본바탕이 전혀 다르니 함부로 마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흐음… 그렇군.”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답이자 냉현은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다. 그러나 동천이 자신의 눈앞에서 화리혈현단을 삼키는 것을 보지 못한 이상 그로서는 의심의 불길을 꺼트릴 수가 없었다.
‘이놈이 제법 방어를 하고는 있지만 이곳에 불려온 자들 중 처음으로 마시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한 만큼 쉽사리 놓아 줄 수는 없음이다.’
내심 머리를 굴린 냉현은 이어 말했다.
“혹시 말일세. 자네가 먹은 것 외에 남는 화리혈현단은 없는가? 아아, 내 어쩌자는 것이 아니고 흔치않은 기회이다 보니 한 번 견식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세.”
동천은 의외로 시원스럽게 보여주었다.
“마침 두 알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품속에서 꺼내든 옥함을 열자 심신을 자극하는 야릇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동천은 두 알의 단환 중에 약간 커 보이는 단환을 들어 조심스레 냉현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냉현은 정말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군! 한눈에 보아도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라니!”
소교주가 놀라워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본 동천은 나직이 미소지으며 배포 있는 발언을 했다.
“한눈에 진품임을 파악하실 정도의 안목이시라니 대단하십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소신이 그것을 드리겠사오니 소교주님의 무공증진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흠칫한 냉현은 약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렇게 귀한 것을 어찌 나에게 준다는 말인가? 차질에 없던 일로 인하여 자네의 계획된 수련에 방해가 된다면 이것은 결코 받을 수가 없음이야!”
말인즉, 수련에 지장이 없다는 확답 하에서만 자신이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과는 달리, 자연스레 화리혈현단을 수중으로 끌어들이자 동천은 남몰래 비웃음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그것에 관해서는 전혀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소신은 두 개만 먹어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이니 남은 하나만 마저 먹는다면 크게 틀어질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냉현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그렇게 까지 말하는데 차마 거절할 용기가 일어나지 않는군! 음, 일이 이렇게 된 마당이니 내 자네의 성의를 봐서라도 잘 복용하도록 하겠네.”
동천은 안도했다는 얼굴로 상체를 약간 숙였다가 폈다.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 그 위에 단환을 올려놓은 냉현은 아직 탁자 위에 올려진 동천의 남은 화리혈현단을 쳐다보더니 알 듯 말 듯한 눈웃음을 쳤다. 그는 무언가 계책이 떠오르자 주저 없이 실행에 들어갔다.
“흐음, 나도 사람인지라 처음 접하는 단환을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고 가슴이 떨리기도 하는군.”
그러자 산관이 나서서 냉현을 안도시키고자 했다.
“소교주님, 이러한 종류의 단환은 그 성질을 알고 복용했을 시, 내력이 일천하지 않는 이상 충분히 진기를 유도하여 흡수하고 내공증진의 덕을 볼 수가 있으니 전혀 심려치 마십시오.”
씨익 웃으며 찻잔을 든 냉현은 한 모금 마시는 척하며 산관에게 전음을 보냈다.
『주둥이를 찢어버리기 전에 아가리를 닥치거라…….』
‘헉?’
기겁을 한 산관은 그제야 자신이 소교주가 계획한 어떠한 일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교주는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는 것보다 조용하고 차갑게 말할 때가 더욱 무섭다는 것을 익히 알고있었던 산관은 황급히 입을 닫아 봉해버렸고, 냉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말을 이었다.
“산관, 자네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내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할 때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익히는 것과 막연한 추측으로 익히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듯, 이 단환의 복용 또한 눈으로 직접 보고 그 활용법을 찾아내어 안심할 수 있는 상태에서 복용하고자 했던 것이니 그렇게 염려하며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네.”
산관은 한번의 기회를 더 준 소교주의 배려라면 배려를 놓치지 않았다.
“아, 그런 깊으신 뜻이 계셨군요? 소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냉현은 그나마 무난하게 대처한 산관에게 찰나간 질책의 눈빛을 던진 후 다시금 동천에게로 눈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