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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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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 3.

“약소전주. 자네도 방금 들었으니 내 긴말하지 않겠네. 어떤가. 자네는 이미 단환 하나를 복용한 경험이 있으니, 지금 자네의 남은 단환을 복용하여 내가 차후 이것을 복용하는데 있어 수월하게끔 도움을 줄 생각이 없는가?”

동천은 살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으음, 가능하기는 하나 단환을 흡수하는데 있어서의 정도(正道)는 내공의 정순함과 강인한 정신력이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쉽게 해결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굳이 소신이 시범을 보일 필요까지 있겠는지요.”

냉현은 상대가 빠져나가려고 하자 냉큼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것이 보통의 단환이었다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이것은 속성을 지닌 단환이라네. 자네는 변수가 작용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만일에 그렇다면 당연히 시범을 보일 필요가 없네. 허나, 지금의 자네 판단으로 인하여 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자네에게 결코 득이 될 수가 없을 터인데 이를 어쩐다…….”

동천은 소교주의 우회적인 강요에 진땀을 흘렸다.

“소교주님, 그렇게까지 염려하실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냉현은 약소전주가 자신의 계획대로 압박감을 느꼈다고 생각했는지 이쯤에서 잠시 풀어주기로 했다.

“하하, 나도 참 이런 불길한 말을 꺼내다니. 약소전주, 걱정 말게나. 설마하니 이 내가 단환 하나로 인하여 어떻게 잘못되기라도 할 것 같은가? 당연히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니 자네는 안심하기 바라네. 하하하!”

풀어주는 듯 하면서도 그 속에는 여전한 강요가 숨어있었다. 갈등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동천은 마침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소교주의 뜻에 따랐다.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소신이 권하고도 그것으로 끝내려는 무책임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산 호법까지 있는 상태에서라면 어렵겠지만 잠시 그를 물려주신다면 소교주님의 앞에서 화리혈현단을 복용해보겠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각 문파나 무인들은 그네들의 수련 장면이나 심법을 운용하는 자세와 호흡법.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을 결코 남에게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자신의 전력을 십분 발휘할 수가 있고 비전절기 또한 외부로 노출될 염려가 없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러한 설명처럼 비전심법을 드러내야할 상황에 처한 동천은 소교주라면 몰라도 그 외의 사람은 참관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좀더 근본적으로 파고들자면 비전심법의 노출됨을 알면서도 심법을 운용하게끔 만드는 냉현의 요구가 일방적이라고 할 만큼 지나친 처사였지만 초고수라 할지라도 한번만 접하고는 상대의 심법경로를 알아내기가 불가능했기에 어떻게 보면 되려 그러한 맹점을 이용한 동천의 생색내기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하튼 이러한 복잡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냉현은 바로 수긍했다.

“음, 그것은 당연한 요구일세. 산관, 잠시 나가 있거라.”

“존명!”

명을 받들어 조심스레 뒷걸음질로 나간 산관은 문밖으로 나가서야 해방감을 느끼고 상쾌한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후우, 후. 에고, 내가 이러다 제명에 못살지. 쩝.’

그는 무거운 짐을 털어 내듯 고개를 내저으며 잠시 주위를 거닐었고, 같은 시각 냉현의 방안에서는 동천이 화리혈현단을 집어들고 있었다. 그것을 들어 잠시 바라본 동천은 복용하기에 앞서 긴장을 했던지 그만 잡았던 단환을 떨구고야 말았다. 다행이 탁자 위에 떨어진 그것은 떼굴떼굴 굴러갔는데 우연찮게 냉현이 받아들인 단환의 옆으로 굴러갔다.

“아? 소신이 이런 실수를.”

냉현은 소탈하게 웃으며 동천이 떨어트린 단환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하, 이런이런. 긴장을 했나 보군? 가만히 있게. 내가 주워줄 테니까.”

그 와중에 무심코 자신의 것과 나란히 놓여진 두 단환을 바라본 냉현은 돌연 눈을 번뜩였다. 다름이 아니라 두 단환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는 곧 이질감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두 단환의 크기가 확연하게 구분될 정도가 아닌가!’

그렇다. 아까는 흥분하여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두 단환의 크기를 비교해보자 자신의 것이 같은 종류의 단환임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큰 편에 속했다. 언뜻 보면 그게 뭐 어쨌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느냐 하겠지만 단환의 제조에 해박한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소리를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한다.

왜냐하면 단환의 크기를 제 각각으로 만들어 놓았을 때 어느 것은 인체에 미치는 효과가 생각 이상이고 어느 것은 기본 효능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서 가장 대표적인 예를 하나 언급하자면 계획된 무공증진의 보조로 단환을 선택했을 시, 제각각인 단환의 효능을 믿지 못하게 된 수련자는 그것에 신경을 쓰느라 수련이 더디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오차가 없는 일정한 크기의 단환 제조방법은 제조한 이가 스스로 복용할 것이 아닌 이상 불문율과도 같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법칙이었고, 결론적으로 화리혈현단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고인이라면 단환의 크기가 확연하게 구분될 정도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랬기에 의심이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냉현은 집어주려고 내밀었던 손을 슬그머니 멈추었다.

“…….”

동천은 돌연 움직임을 멈춘 소교주가 잠시 침묵으로 일관하자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교주님,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금세 평소의 모습을 회복한 냉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별 것 아닐세. 그것보다 수고스럽더라도 자네가 떨어트린 단환을 집어보지 않겠는가?”

동천은 이해할 수 없는 요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떨어트린 것이니 줍자면 줍는 거였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상대가 집어준다고 했다가 자신에게 다시 떠넘기는 것은 상당히 이상했기 때문이다. 동천은 조용히 물었다.

“그런 것이야 문제될 것은 없지만 왜인지 여쭈어봐도 되겠는지요.”

냉현은 어깨를 한번 으쓱 한 후 자연스레 말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은 없네. 갑자기 장난기가 돌아 집어준다고 했다가 다시 자네에게 떠넘긴 것일 뿐이니까. 하하하!”

동천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떠올렸다.

“아? 하하, 전 또 뭐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소신이 다시 가져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냉현은 갑자기 동천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눈을 했다. 자연히 동천은 뒤를 돌아보았고, 그 사이 냉현은 자신의 단환과 동천의 단환 자리를 바꾸어버렸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고개를 다시 복구시킨 동천은 ‘이 인간이 왜 이러나…….’ 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장난기가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그저 한 싸가지만(?) 하는 인간이었기에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정상적인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동천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할 냉현이 아니었지만 그는 모른 척 말을 건넸다.

“왜 그러고 멍하니 서 있는 겐가? 안 가져갈 텐가?”

뭐라고 할 수도 없었던 동천은 소교주가 언급하지 않는 이상 자신도 그 부분에 관하여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아닙니다. 가져가겠습니다.”

단환의 자리가 뒤바뀐 것도 모른 채 손을 내밀어 화리혈현단을 집어든 동천은 주저 없이 그것을 입 속에 털어 넣었다. 냉현은 과연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자못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간 동천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연스레 진기를 유도하자 매우 실망하는 눈빛을 보였다.

‘내가 너무 앞서간 생각을 했던 것인가?’

의심이 가는 대상자 명단이 최종적으로 추슬러졌을 때 처음에 생각한 그의 계획은 이랬다. 항광의 내공을 전수 받아 환골탈태를 했다면 그 내공을 소멸시키지 않는 이상 죽으나 사나 몸 안에 독공을 소유하고 있어야했다.

그렇다면 그것과 상극인 화의 성질을 투여했을 시 바로 반발작용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귀하디 귀한 화염수 천륜액을 명단 내의 인재들에게 먹였던 것이다. 허나 모두들 그것을 거리낌 없이 마신 뒤 유유히 돌아갔다. 바로 눈앞의 동천을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처음 이 녀석이 화염수 천륜액을 거절했을 때 걸렸구나 했다. 그러나 녀석은 화리혈현단의 존재를 부각시키며 자연스레 빠져나갔다. 음, 확실히 그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

하지만 녀석이 그것을 미리 먹은 상태인지, 아니면 돌아가서 진짜로 그것을 먹을 것인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하여 나는 녀석이 내 눈앞에서 화리혈현단을 먹게끔 만들었고, 그 와중에 단환의 크기가 이상하여 혹시나 녀석이 먹으려했던 것이 가짜일 까봐 바꿔치기까지 해서 먹게 만들었다.

그랬건만……, 바로 그랬었건만 화리혈현단을 복용한 녀석의 반응이 그동안 화염수 천륜액을 마시고 그것을 흡수했던 녀석들의 반응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크윽, 결국 이놈도 아니라는 말인가? 젠장! 그런 것인가? 정녕 그런 것인가?’

혹시나 해서 동천이 운기를 끝마치는 이각여 동안 자세한 상황변화를 지켜보았지만 냉현이 건져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용의자로 선택된 동천마저 무위로 돌아가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살의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스으으으.

그의 전신을 타고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왔고 주위는 살얼음판이 생길 정도로 점점 더 차가워져가기 시작했다. 그는 서리가 낀 듯 하얗게 변해만 가는 바닥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어 피식 웃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여진 화리혈현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저것은 나와 상극이었군. 받기는 했으나 복용할 수는 없었음이야. …큭큭, 큭큭큭!’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때에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자가 있다면 단숨에 목이라도 따버리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긴 호흡을 내뱉으며 동천이 운기를 끝마쳤다.

“후우. 이전에 것을 복용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여서 조금 위험했으나 소교주님의 보살핌 덕분인지 무사하게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점 감사 드립니다.”

동천이 허리를 숙일 때 안면을 꿈틀거린 냉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풀고 여유로운 미소를 흘려보냈다.

“감사라니, 그 어인 말인가. 자네의 운기를 살펴본 덕분에 나 또한 용기가 솟는 듯 하니 오히려 내 쪽에서 고마워해야지.”

“아?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래그래. 이렇게까지 된 마당이니 우리 간소하게 술상이나 차려 오후의 한가로움이나 즐겨 보는 것은 어떠한가?”

동천은 미안한 표정을 짓고 바로 사양했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소신은 방금 전에 영약을 복용한 상태인지라 잡기가 섞여들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이점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은 냉현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기분이 최저로 내려가 있었던 그는 동천이 낭패를 보는 꼴을 보아야 속이 시원해질 것만 같자 일부러 모른 척 술을 권했던 것이었다. 그는 내심 아까워하며 몰랐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내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어. 하마터면 자네의 정성이 허무하게 무산될 뻔했으니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

동천은 딱히 반응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론적으로 무사했으니 그만 염려를 거두어 주십시오.”

냉현은 동천의 행동에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당연히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은 턱이 없었다. 그는 끓어오르는 속마음과는 달리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말해주니 속이 다 편하군. 생각 같아서는 오래 잡아두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실례일 듯 싶으니 오늘은 이만 가보도록 하게나.”

“예, 소교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동천은 밖으로 나갔고 어느 정도 선까지 그를 배웅해준 냉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차가워진 얼굴로 산관을 노려보았다. 덕분에 잘못한 것 없이 불안해지기만 한 산관은 이럴 때 섣불리 말을 꺼냈다간 되려 주먹이 날라 올 수도 있었기에 그저 쥐죽은듯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는지 냉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산관.”

“예, 소교주님.”

부름을 받고 산관이 한발 앞으로 나오자 냉현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던 화리혈현단을 손수건으로 아무렇게나 싼 뒤 산관에게 던져주었다.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든 산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이것은 약소전주가 소교주님께 드린 것이 아니옵니까.”

냉현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렇다.”

소교주의 불편한 심기를 읽어낸 산관은 극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헌데 이것을 어찌 소신에게…….”

냉현은 말을 꺼내기도 귀찮다는 신색으로 대답해주었다.

“독전(毒傳)으로 들고 가서 광예(胱刈)에게 보여주거라.”

그제야 산관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아? 이것이 진품인가를 확인해 보시려는 것이군요?”

냉현은 싸늘히 대꾸했다.

“알면서도 되묻는 이유가 뭐지?”

찔끔한 산관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아니, 그냥 저기…….”

때리는 것조차 귀찮은 심정이었던 냉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혼자 있고 싶다. 명령을 받았으면 냉큼 사라지거라.”

“조, 존명!”

산관은 부리나케 방안을 벗어나자 냉현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버린 찻잔 속을 무심한 눈길로 들여다보았다. 자신과는 상극인 화염수 천륜액. 용의자들을 부를 때마다 같이 마셔주긴 했지만 사실상 입만 가져다 덴 후 떼었을 뿐 그가 마신 것은 단 한 방울도 없었다. 그 내용물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며 침묵을 고수하던 그는 돌연 손아귀에 힘을 주어 찬잣을 으스러트렸다.

툭, 투드드득. 파삭!

이내 탁자 위에는 붉은 물결이 흘러 넘쳤고 그는 여전히 무감각한 눈으로 탁자를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쾅! 콰직! 우드득, 우득!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은 계속 이어졌고 급기야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때려부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말리기 위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없었고 상황은 방안이 난장판이 되어서야 비로소 종료되었다.

“헉헉, 죽일 테다! 내 손에 걸리는 날에는 죽여버리고 말 테다! 꼭 찾아내서 죽여버리고 말겠단 말이다! 으아아아아!”

냉현은 소리를 질러서라도 쌓인 분노를 풀어버리려는 듯 한동안 그러한 상태를 계속 유지시켰다고 한다.

“잘 다녀오셨어요?”

“음, 그래.”

주인님이 돌아와 쪼르르 나가 맞이한 소연은 어쩐지 조용한 분위기의 동천을 대하곤 진짜 자신의 주인님이 맞나 요리조리 눈치껏 살펴보았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던 동천은 물었다.

“달리 할말이 있더냐?”

괜히 무안해진 소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니요. 그냥 좀…….”

무슨 뜻인지 알았던지 동천은 추가적인 질문을 삼가 했다.

“알겠다. 네 방에 건너가 쉬거라.”

“예에, 주인님.”

소연은 나가면서도 동천의 달라진 태도를 살펴보았는데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한 상태였다.

‘무슨 이유로 다른 성격을 꺼내신 것일까? 웬만해서는 다른 성격으로의 전환을 극히 꺼려하시는데?’

그랬다. 이미 예전부터 냉현과의 만남을 예측했던 동천은 소교주가 자신을 부른다는 소리에 주저 없이 성격을 바꾼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단은 한고비를 넘긴 셈이니, 작전이라면 작전이었던 동천의 판단이 빛을 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벌컥!

“랄라라! 동천 왔… 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화정이는 막상 자신이 무서워하는 동천이 서있자 주눅이 들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잠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에에, 그럼 안녕! 랄라라!”

“…….”

그녀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고 그것을 말없이 지켜본 동천은 씁쓸히 웃었다. 오히려 번거로움을 피했다고 자위한 그는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벽 건너편의 소연에게 정확히 전음을 보냈다.

『내가 들어 오라 허락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거라.』

대답은 큰 소리로 들려왔다.

“예, 예! 그럴 게요!”

이제 되었다고 생각한 동천은 품속에서 단환 한 개를 꺼내들었다. 붉은 색의 단환은 누가 보더라도 화리혈현단이었다. 그것을 복용하려는 듯 입가로 가져가던 그는 잠시 시선을 내려 자신의 허리띠를 내려다보았다. 일전에 황룡신단을 복용했을 시에는 허리띠가 그 약효를 모두 흡수해갔었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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