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64화
레크널은 용병들을 모이게 한 후 자신 역시 검을 뽑다 들고 언제 닥칠지 모를 쇼크웨이브(shock wave: 충격파)에 대비할 준비를 했다.
쿠과과과광… 투아아앙….
한순간 백금빛과 은빛이 어키는 모습과 함께 엄청난 폭발성이 일고 곧바로 그 소리를 이어 벨레포 등이 기다리던(?) 마나의 쇼크 웨이브가 일행들을 강타했다.
“큭… 젠장……. 이봐, 앞에 날아오는 큰 덩이는 앞에 사람들이 정리해… 콜, 자네 앞으로 바위..”
“알았습니다. 합!!”
벨레포의 말에 콜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꽤 커 보이는 바위를 향해 마나가 담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마나가 담긴 검에 당한 바위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뒤쪽의 실드에 부딪혀 튕겨졌다.
그와 같은 일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들이 전투를 구경할 새도 없이 고생하고 있는 사이, 자신의 주위를 호신강기(護身剛氣)와 바람의 중급 정령인 노드로 보호하고는 바하잔과 메르시오의 격돌을 바라보며 몸에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이드의 눈에 비치는 바하잔이 크진 않지만 뒤로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메르시오의 동작은 여전히 여유가 있어 보였다.
“제길… 트리플 라이트닝,”
바하잔의 기합과 함께 그의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실버 쿠스피드를 쳐낸 그의 백금빛의 마나의 검이 이름 그대로 번개와 같이 메르시오의 머리와 양쪽 가슴을 향해 쏘아졌다.
웬만한 검사들은 거의가 사용 가능한 기술이지만 그레이트 실버급의 바하잔에게 펼쳐지는 그 기술은 가히 전광석화였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를 봐가며 써야 하는 것…….
카가가가가각…….
상대의 실버 쿠스피드가 그의 기술과 똑같이 펼쳐져 검의 세진로를 막아버렸다.
거기에 더해 남아 있는 손이 놀진 않는 듯이 바하잔의 허리를 쓸어 들어왔다.
그 모습에 바하잔은 찔러 들어가던 검을 수직으로 베어 내리며 검에 맺혀 있던 마나를 풀어 자신의 앞으로 마나의 파도를 형성시켜 메르시오를 밀어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리고 그때 메르시오의 장난스런 한마디가 들려왔다.
“이건 형태를 같춘 무기가 아니야…”
그의 말과 함께 바하잔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던 실버 쿠스피드가 그 길이를 바하잔이 뒤로 물러서는 만큼에 맞춰 늘여오기 시작했다.
“헉… 제길… 크합!!”
그 모습에 바하잔은 거의 발악하는 듯한 기합을 발하며 몸을 회전시키며 전력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가 피하는 것이 조금 늦은 듯 은빛의 마나는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제길….. 하! 하!”
바하잔은 뒤로 물러서 자신의 옆구리가 쓰려오는 것을 느끼며 무리한 움직임으로 가파진 숨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번 나기 시작한 피가 멈추는 것은 아닌 듯 바하잔의 발 아래로 빛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그 모습을 내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메르시오가 가해오던 공격을 정지하고 바하잔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상당한 실력이야….. 그런데 상당히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뒤에 있는 소년에게 넘기시지?”
“….뭐?”
바하잔은 메르시오의 말에 자존심이 상함과 함께 뒤의 소년이란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소녀라 생각한 소년인 이드가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
바하잔이 갑자기 나타난 이드를 보고 의문을 표하려 한 때, 이드가 그의 옆으로 다가오며 그의 옆구리 상처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이미 피가 옷으로 흘러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는 크지는 않으나 꽤 깊어 보였다.
“음… 이런 상태로는 출혈로 오래 못 버텨요…. 우선 지혈을…”
바하잔의 상처를 살핀 이드는 급히 손을 놀려 지혈에 필요한 기문(期門) 혈과 황문(황문 앞의 황자는 찾지 못하였음…. 죄송^^;;;) 혈을 막아 피의 출혈을 막아버렸다.
‘기문과 황문은 내공 운행에 큰 영향을 주는 혈이 아닌데다가 바하잔의 내공술이 혈도에 따른 것이 아니기에 그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이드는 바하잔의 옆구리에서 흐르던 피가 서서히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돌려 메르시오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여유만만인 듯 이드가 하는 일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때 다시 바하잔의 말이 들려왔다.
“허~ 신기하구만…. 몇 군데를 친 것 같은데 피가 멈추다니….. 이제 됐으니 뒤로 물러서 있어라…..”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검을 들어 올리는 바하잔을 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혼자서는 힘들 텐데요…”
그러자 이드의 말에 여전히 메르시오에게 시선을 둔 채 바하잔이 대답했다.
“그럼 자네가 싸우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 벨레포 백작이 자넬 강하다고 하긴 했지만 ……. 저자는 보통이 아니야…”
“저도 봐서 압니다.”
“하! 그럼 말할 필요도 없잖아…”
그때 한쪽에서 이쪽을 지켜보던 메르시오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온다. 고집 부리지 말고 뒤로 가 있어….”
“어차피 혼자는 못하시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가망이 없는 것도 아니니 뒤에 가서 상처나 완전히 봉합하고 오세요.”
후우우우웅….
“뭐….?….”
바하잔이 이드의 말에 고개를 돌렸을 때 볼 수 있는 것은 이드가 있던 자리를 맴도는 모래 바람뿐이었다.
이어 모래 바람이 향하는 곳으로 향한 바하잔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빛의 미나가 맴도는 손을 메르시오를 향해 찔러가는 이드의 모습이었다.
“철황권(鐵荒拳)!! 철사출격(鐵蛇出擊)!”
이드는 철황기(鐵荒氣)가 유입된 자신의 팔을 부드럽게 마치 뱀과 같이 움직여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던 메르시오의 다리를 노렸다.
이드가 펼친 철황권의 철사출격은 철황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이 강함이 가지는 딱딱함에 뱀의 유연함을 가미한 것으로 중원의 무공 중에서도 상승의 무공이었다.
“어딜…. 엇?”
메르시오가 자신의 다리를 향해 찔러 오는 이드의 손을 향해 같이 찔러 들어가던 메르시오는 이드의 팔이 마치 가랑잎이 날리듯 자연스럽게 옆으로 스르르 비켜 버린 것이다.
“특이하군….찻”
메르시오는 그 말과 함께 자신에게 날아오는 이드의 장을 무시하며 몸을 쭉 펴며 공중에 뛰운 후 강하게 회전하며 이드의 옆으로 내려서 몸의 회전을 유지한 채 이드의 목을 노리고 파고 들었다.
그 공격이 이드 역시 자신의 손으로 메르시오의 공격이 들어오는 팔을 마치 뱀이 감아 버리듯 감아 들어 메르시오의 어깨를 공격해 들어갔다.
이에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자신의 팔을 에워싸고 있던 은빛의 마나를 해제해 한순간 조임이 약해진 순간을 이용해 급히 뒤로 몸을 빼버린 후 이드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렇게 거리를 유지한 메르시오는 방금 이드에게 잡혔던 팔을 바라보았다.
그의 팔에는 별다른 상처는 없었으나 그의 팔을 감싸고 있던 옷이 마치 일부러 감아 놓은 듯 한쪽 방향으로 감겨져 있었다.
“꽤 재밌는 재주… 뭐냐…!”
콰광………
메르시오의 외침과 함께 자리를 뜨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르시오가 서 있던 저리로 검기의 다발이 쏟아졌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그 검기의 폭풍을 뚫고 나와 이드의 옆으로 서는 백금빛으로 빛나는 검을 든 인형이 있었다.
“놈, 잔재주를 피우는구나….”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한 메르시오가 이드의 옆에 서 검을 바로 잡는 바하잔을 바라보며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그러나 정작 바하잔은 그의 말에 별로 대답해주고 싶지 않은 듯 옆에 있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치료 다 하신 거예요?”
“큭, 꼬맹아 지금 한가하게 치료나 받을 때냐? 치료야 전투가 끝난 후에 느긋하게 받아야 몸에도 좋은 거란다….”
“그래도… 기껏 막아 놓은 상처가 터질 텐데….”
“이까짓거 별거 아니야, 그리고 이드라고 했던가? 너도 그래이트 실버급인 것 같은데…… 그래도 혼자서 저 녀석을 막긴 힘들어. 2대1이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하지만 그게… 뛰어!!”
다시 튀어 나온 이드의 반말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이드와 바하잔은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몸을 빼 뒤로 뛰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는 가느다란 은빛의 선과 같은 것이 수없이 펼쳐져 그들을 애오고 있었다.
“칫, 우리들이 수다 떠는 게 지겨웠던 모양이지…”
“그런 모양이예요, 저건 제가 맞죠.”
그런 말과 함께 뒤로 빠지던 이드의 속도가 조금 줄면서 이드가 조금 앞으로 나선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 물러선 잎장이 된 바하잔은 뒤쪽에서 이드를 바라보았다.
처음의 메르시오와 이드의 접전으로 이드의 실력이 꽤 뛰어난 건 알았지만 그것으로 한 사람을 평가할 순 없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바하잔의 눈에 이드의 팔에서 황금빛이 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서 이드의 입에서 내어지는 기술의 이름은 항상 이드가 발하던 한자어가 아니었다.
“가라… 윈드 오브 플래임(wind of flame)!!”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이드의 팔을 중심으로 피어오르던 황금빛의 빛의 입자가 이드의 앞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갔고, 이어서 순간적으로 빛을 발한 황금빛은 붉은 빛으로 주위를 물들이며 대기를 격렬히 흔들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대기 중으로 마치 수천 마리의 소 떼가 모여오는 듯한 울림이 울려 주위를 흔들었다.
“…엄청나군… 마법인가?”
바하잔이 서 있는 곳까지 물러난 이드의 귀로 바하잔의 물음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요, 이건 그래이드론이란 분의 검술입니다. 뭐… 굳이 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에 손으로 펼친 거죠… 그런데 확실히 대단하네요…”
이드는 그래이드론이 드래곤 로드로 재직(?) 시 인간 세상을 유희 중일 때 사용했던 검술을 그렇게 설명하며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이드론이라… 들어본 적이… 제길 저 자식은 무슨 쇠덩인가?”
바하잔은 아직 폭발이 완전히 멎지도 않은 곳을 뚫고 뛰쳐 나오는 메르시오의 모습에 신경질까지 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중에 바하잔과 이드의 눈에 메르시오의 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메르시오가 두르고 있는 빛이었다. 원래의 빛은 은백색의 달빛이지만, 지금은 마치 피빛을 머금은 피의 만월과 같은 빛이 메르시오의 몸을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빛 역시 아까와 같은 여유로움이 사라진 후였다.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는데요…”
“….. 갑자기 왜…?”
그리고 이어서 마치 둘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한 메르시오의 외침이 들려왔다.
“칵, 이쯤에서 놀이는 끝내고 돌아가 봐야겠다….. 사라져라… 스칼렛 플래쉬(scarlet flash: 진홍의 섬광)!!”
마치 재미있게 놀다가 일이 있어서 돌아가겠다는 듯한 말투와 함께 외쳐진 그의 말과 함께 메르시오를 중심으로 진홍의 섬광이 이드와 바하잔을 향해 회오리 쳐 갔다.
진홍의 빛은 마치 모든 것을 자신의 영역으로 집어삼키듯 주위를 뒤덮으로 거의 순식간에 이드와 바하잔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역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붉은 빛이 결코 얕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마나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목을 조여 들었다.
그에 반해 두 사람의 얼굴도 점점 굳어 갔다. 이어 서로를 바라본 두 사람은 주위로 덮쳐오는 진홍의 섬광에 등을 마주한 채 이를 악물었다.
“니 맘대로 안 되, 나는 더 놀아봐야겠다, 이 자식아…. 그랜드 타이달 웨이브(grand tidal wave: 대 해일)!!”
바하잔의 외침과 함께 백금색의 검이 그대로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검과 바하잔, 이드를 중심으로 강한 백금빛의 마나가 마치 해일이 일 듯이 주위를 덮쳐 나가 다가오는 진홍빛의 섬광과 마주했다.
그리고 두 빛은 조용히 서로의 빛을 섞어나갔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할 폭발음과 마나의 쇼크웨이브는 뒤따르지 않았다.
단지 조용히 두 빛이 서로 밀고 당기고를 행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과 함께 대조적인 두 존재가 있었다.
바로 두 빛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두… 한 사람과 한 존재 얼굴에 의외라는 무언가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띤(늑대면 어때…… ) 메르시오와 악문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핏줄기를 내비치는 바하잔의 모습이었다.
“꽤 버텨내는 구나….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큭… 크… 그러는 네 놈이야 말로 여유로우시군…. 이걸 아셔야지…. 여기엔 나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바하잔의 말이 끝나자 말치 기다렸다는 듯이 낭랑한 이드의 기합 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