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1권 : 황제 사냥꾼 [제4장] – 묻은 것과 믿은 것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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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 1권 : 황제 사냥꾼 [제4장] – 묻은 것과 믿은 것 7


틸러 달비는 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폭정에 시달리는 불쌍한 이들의 구원자였지만 열렬한 환 영으로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아스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가까운 집으로 도망쳤거나 도망치는 중이었고 넓 은 광장에 서 있는 아스캄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정우 규리 하는 수백 명이나 되는 레콘들의 출현이 사람들을 두렵게 한 것 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레콘 병사들 또한 익숙한 반응이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군대와 무관한 자들에게 엉겅퀴 여단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해 본 틸러 달비는 아스캄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을 잊기로 했다.

물론 노련한 군인의 감각에도 엉겅퀴 여단은 껄끄러운 대상이 다. 전원이 레콘으로 구성된 엉겅퀴 여단에서는 최하위 계급이 수전사다. 이곳에 하루에 보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숫자 이상의 교위나 수교위가 득시글거린다는 것을 떠올린 틸러 달비 부위는 속이 거북해지는 것을 느꼈다. 틸러는 수전사든 장군이든 모든 레콘은 어차피 오만하다는 것을 되새긴 후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파노 긴시테와 햄 긴시테는 주위에 무엇이 있건 아랑 곳하지 않았다. 부자는 서로를 끌어안고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우는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탄 하장군님?”

팡탄 하장군은 유성추 자루로 어떤 인간의 등을 쿡 찔러 앞으 로 나서게 했다. 그 사람은 히다 켄이었고 그 곁에는 지노피 말 티가 히다를 부축하고 있었다. 팡탄이 말했다.

“이 녀석이 아스캄 수비대원이야, 규리하 공.”

“한 명뿐이에요? 다른 병사들은 어디로 갔지요?”

“아까 물었는데 대답 안 했잖아. 그래서 놔뒀어.”

“그 ‘이것들’ 이라는 것이 병사들이었군요.”

“맞아. 잡아 올까?”

정우는 어쩔까 생각하면서 히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노피가 갑자기 땅에 엎드렸다.

“나라님 만세! 만세! 이놈은 아닙니다. 이 친구는 히다 켄이고 제 친구입니다. 아, 그리고 저는 지노피 말티라고 합니다. 우리는 햄 긴시테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이 친구야, 무릎 꿇어!”

지노피는 히다의 허리춤을 확 잡아챘고 히다는 하마터면 땅에 코를 부딪힐 뻔했다. 정우는 오른쪽 뺨을 손으로 받친 채 팡탄을 올려다보았다. 팡탄 하장군은 부리를 슬쩍 부딪쳤다.

“맞아. 구하려고 했어. 교수대에 박치기를 해서 무너뜨리려고 하더군.”

정우는 고개를 갸웃했고 지노피는 못마땅한 소리를 내었다. 몇 마디 설명이 더 오간 후에야 정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 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지노피와 히다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노피와 히다의 손을 하나씩 붙잡은 채 정우는 호의 가득한 표 정으로 말했다.

“와, 정말 용감해요! 레콘도 아닌데.”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지노피와 히다는 앞에 있는 소녀 가 정말 나라님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어쨌든 그들은 존귀한 나라님이 자신들을 이렇게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다고 여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명령을 따르는 것 같은 수백 명이나 되 는 레콘들은? 상식이 온갖 방향으로 공격당하는 것을 느끼며 지 노피와 히다는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말수를 줄이기로 했다. 정우는 두 사람이 갑자기 과묵해진 것이 아직 충격에서 헤 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기고 팡탄 하장군에게 말했다.

“그럼 골케 남작한테 가죠. 병사들도 거기 있겠지요?”

“뭐 그렇겠지. 이봐, 수비대원, 안내해.”

히다는 골케 남작의 성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켰다. 히다는 그 것으로 안내를 마치고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레콘들이 곧 움직였기에 물러가고 싶다고 말할 기회를 놓쳤다. 어쩔 수 없이 히다는 그들과 함께 걸었다. 그에게 좀 위안이 된 것은 지노피 또한 물러가지 않고 함께 걸어 준다는 사실이었다. 지노피는 일 부러 찾아와서라도 구경할 모습이니 물러가라는 말을 듣기 전에 는 떠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파노 노인과 햄 또한 남작에 게 억류되어 있는 새댁을 되찾기 위해 동행했다.

자연스럽게 레콘이 아닌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인간인 틸러 달비를 발견한 지노피는 그에게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었다. 그는 틸러에게 도대체 왜 나라님의 언동이 저렇게 이상한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곁에 정우가 걷고 있기에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그때 히다가 갑작스럽게 외쳤다.

“즈믄누리에 계신 공녀님!”

지노피는 기겁하여 히다를 돌아보았다. 히다는 열정적인 얼굴 로 정우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떠올리다니, 세상에! 즈믄누리에 계신다는 공녀님이 맞 지요? 규리하로 돌아오셨군요!”

정우는 방글방글 웃다가 결국 틸러를 돌아보았다.

“제가 공녀예요?”

“그렇긴 합니다. 규리하 공 아가씨. 하지만 거기에는 규리하 공의 영애라는 뜻밖에 없습니다. 아가씨께서는 규리하 공의 호칭 을 사용할 수 있는 장녀이시니 적절하지는 않군요.”

“하지만 제가 아버지의 딸인 것은 맞잖아요. 그래서 속상하기 도 하지만 어쨌든 그건 사실이에요. 공녀가 훨씬 짧은데요. 당신도 ‘규리하 공 아가씨’ 같은 긴 호칭 대신 그걸 쓰는 것이 어때요?”

“말씀드렸듯이 공녀님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군요.”

“그럼 각하는?”

여유 있게 대답하던 틸러의 입이 갑자기 다물어졌다. 히다와 지노피, 파노와 햄은 갑작스러운 침묵에 주눅 들어 두 사람을 훔 쳐보았다. 틸러가 조용하게 말했다.

“규리하 공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뇨. 하지만 왜 짧은 말을 놔두고 긴 말을 쓰는지 궁금했어요.”

정우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의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틸러는 사실대로 말해야 함을 직감했다.

“죄송합니다. 각하의 지위가 제겐 명실상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틸러의 예상대로 정우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그녀 는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밝게 말했다.

“그래요. 제가 그 공녀예요. 태어나자마자 규리하를 떠났는데 제 이야기를 아실 줄은 몰랐군요.”

낯선 이와 억지로 어울려야 하는 사람이 상대방과 공통점을 발 견하면 흔히 그러듯이 히다는 매우 기뻐하며 정우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몹시 궁금해하는 지노피와 햄, 파 노 등을 위해 히다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그것이 애석한 오해 임이 밝혀졌다. 정우는 자신의 탄생이 규리하 변경백의 멸망을 의미한다는 예언을 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히다의 이야기, 즉 변경백이 차마 딸을 죽일 수 없어 대신 아무 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인 즈믄누리로 보냈다는 이야기는 정우 를 그만 매료시켰다. 다른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정우는 즈믄누리 를 미궁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인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따라서 그것은 꽤 앞뒤가 맞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정우는 어이없는 허구인데도 히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결국 예 언이 이루어져 변경백은 멸망했으니 그것이 바로 풍문으로 전해 듣던 이번 전쟁이라는 히다의 설명은 정우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을 감탄하게 했다. 히다는 억울하게 갇혀 있던 공녀가 마침내 규 리하로 돌아와 선정을 펼치게 되었으며, 우리의 못된 남작을 처벌하는 것은 약속된 선정의 첫걸음이라는 해석으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 정우는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이야기를 실컷 즐긴 다음 에 그것이 헛소문이라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히다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애쓰며 조심스럽게 이야 기의 잘못된 부분들을 수정하는 정우를 보며 틸러 달비는 상념에 잠겼다.

틸러 달비에게 정우는 자신이 감당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 동생의 칼에 목숨을 잃을 뻔한 무력한 여인으로 나타났다. 도깨 비들 사이에서 자라난 정우에게 틸러는 인간 귀족들에게서 기대 할 수 있는 교활함이나 사람을 압도하는 오만을 기대할 수 없었 다. 정우의 처지가 유쾌하진 못했기에 틸러는 정우에게 상냥하려 고 애썼으며 실제로 그러했지만, 상냥함의 이면에는 간혹 거론키 어려운 오만한 감정이 숨어 있는 법이다. ‘상냥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모든 사람이 서로를 깔보는 마을이라고 말했던 것이 가이 너 카쉬냅이었던가, 라수 규리하였던가? 틸러는 얕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친절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그 경구가 좀 극 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정우를 존경했다고 말할 수는 없 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각하는” 이라고 물 었다.

틸러 달비는 진짜 상냥함을 발휘한 사람이 누구인지 의심스러 웠다.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대신 규리하 공 아가씨 같은 이 상한 호칭을 쓰는 방식으로 당신이 전쟁 포로인지 변경백령의 정 통 계승자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는 사람을 가만히 참 아 준 사람은 누구인가. 도깨비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는 오만함 없는 상냥함을 참을성 있게 보인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을 진작 각하라 불렀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때 아스캄 사람들과 수다를 떨던 정우가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아, 참. 틸러? 긴말 써요.”

틸러는 눈을 조금 크게 뜬 채 정우를 바라보았다. 정우가 말했다.

“당신이 괜찮다면 앞으로도 규리하 공 아가씨라고 불러요. 어 쩐지 특별한 느낌이 나니까 좋아요. 물론 여러분이 공녀라고 부 르는 것도 좋아요.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딱딱하게 서로 를 부르는지 아세요? 정우라고 불린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제가 정 우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어요. 정우라고 불러 달라고 부탁하 니까 바로 들어주신 분은 대장군님뿐인데, 아, 미안해요. 정우는 즈믄누리의 도깨비들이 붙여 준 이름이에요. 정우 규리하. 도깨 비들이 고향 이름을 쓴다는 것은 아시죠? 예, 맞아요. 바우 머리 돌은 머리돌에서 태어난 바우, 비형 스라블은 스라블에서 태어난 비형이라는 식이죠. 그렇죠! 지노피, 저는 고향 이름과 실제 성 이 같았던 거예요. 도깨비 식으로는 규리하에서 태어난 정우니까 정우 규리하. 킴 식으로는 규리하 가문에서 태어난 정우니까 역 시 정우 규리하. 기막히죠?”

잠깐 틸러에게 향했던 정우의 주의가 다시 아스캄 사람들에게 옮겨 갔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틸러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남작의 성이 가까워졌다.

언덕 위쪽에 있는 성을 대충 훑어본 틸러는 어렵잖게 성이 전 투 준비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 고 성루 위에는 창검의 빛이 번득였다. 골케 남작은 아스캄에 어떤 자들이 나타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해 들은 모양이 다. 하지만 그 반응은 무모했다. 틸러는 자신이 참가했던 전투에 서 오뢰사수의 다섯 레콘의 공격 앞에 규리하 성이 어떤 꼴을 당 했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또한 아스캄으로 오면서 엉겅퀴 여단의 공격 앞에 케나린 요새가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해서도 들을 기 회가 있었다. 남작의 성은, 물론 성이라는 이름에 못 미치는 건 물은 아니었지만, 규리하 성이나 케나린 요새에 비하면 좀 튼튼 한 집에 지나지 않았다. 성의 분위기를 보던 정우가 콧잔등을 긁 적거렸다.

“틸러, 골케 남작이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틸러는 잠깐 고민한 다음 말했다. “규리 하공 아가씨.”

정우는 방긋 웃으며 신뢰감 담긴 눈으로 틸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골케 남작의 성을 쳐다보았다.

“남작도 정말 용감하군요. 아스캄 사람들은 다 용감한가요? 진 짜이 많은 레콘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틸러는 팡탄 하장군을 흘끔 쳐다보고 말했다.

“제 생각엔 엉겅퀴 세 송이면 골케 남작의 착오를 바로잡아 줄 수 있습니다.”

“세 송이? 세 명이오?”

“예. 싸울 사람 한 명, 그 사람이 너무 흥분했을 경우 말릴 사 람 두 명입니다.”

정우와 아스캄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틸러를 바라보았지만 팡탄 하장군은 퉁명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자 팡탄은 설명했다.

“맞아. 300명이나 끌고 왔는데 저런 새둥지라니. 대장군이 호 들갑 떠는 성격은 아닌데, 그렇다면 우리를 출동시킨 건 여기 있 는 녀석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규리하 공 너를 잘 보호하라는 뜻 이었나 보군. 너, 중요한가 보지?”

정우는 자신이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다가 얼핏 틸 러를 돌아보았다. 틸러는 이렇게 말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팡탄 하장군은 같잖은 적 때문에 화가 나 있습니다. 자기가 중요한 사람 때문에 움직였다고 믿게 하세요.’

“글쎄요. 부담스럽게도 대장군님은 그렇게 여기시나 봐요. 저 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할 거야.”

팡탄은 만족했고 틸러도 만족했다. 그리고 조금 후 틸러는 자 신의 눈짓이 좀 과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정우가 꺼 낸 충격적인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삼백 분이 오신 것은 잘됐어요. 여러분 모두가 필요할 것 같으니까.”

불과 얼마 전 정우를 무시한 자신에 대해 질책을 보냈던 것을 잊고,틸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정우를 노려보았다. 그는 정우에게 레콘 300명이 일으키는 파괴력이 어떤 건지 짐작한다고 믿는다면 큰 오산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단지 그들에게 헛수고했 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 싫어서 그런 파괴력을 해방하는 것은 더없이 무책임한 일이라고도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틸러는 그러 지 못했다. 거대한 레콘이 파괴 본능에 눈을 빛내며 상체를 확 숙이는 것은 침묵의 충분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다 필요하다고 했나?”

정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천진한 미소를 본 틸 러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도깨비 는 상냥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다른 선민 종족들과 공유하기 힘 든 견해를 가지고 있다. 어쨌든 그들은 가족이 죽었을 경우 그 죽음에 대해 다른 사람도 아닌 사망자 자신과 담소할 수 있는 자 들이다. 물론 피에 대한 비가역적인 거부감 때문에 도깨비들 사이에서 무차별 살인광이 나타날 수는 없다. 하지만 틸러는 정우 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잊을 수 없었다.

‘저는 괜찮아요. 매달 보니까.’

이미 알고 있었지만 조합할 생각은 해 보지 않았던 정보들을 서로 맞춰 본 틸러는 눈앞에 있는 여인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피를 두려 워하지 않는 자. 자신에게 그렇게 대하는 사람은 용감하다고 일 컬어진다. 하지만 타인에게 그렇게 대하는 사람은 괴물이라고 불 린다. 틸러는 정우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정우가 싱긋 웃 었을 때 틸러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 후 16시간 동안 아스캄의 지배자 골케 남작은 페시론 섬에 떨어진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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