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76화
와카루 박사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회장을 바라보았다. 회장은 경악에 가득 찬 눈으로 와카루 박사를 돌아보았다. 넥스도 마찬가지였다. 박사가 입을 열었다.
“‥저 정도의 괴물이지요. 나찰과 수라가 너무 약한 게 아니고 저 리오·스나이퍼란 작자가 너무 강한 것입니다. 어쨌든, 제 작품들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습니까?”
회장은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아주 멋졌소. 무기들을 장비하면 확실히 전차나 헬기들보다 훨씬 나을 것 같소. 그리고 마법 사용자들을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 했소? 그렇다면 당장 카라크 박사를 부르겠소. 당연하지만 자원은 걱정하지 마시오.”
와카루 박사는 허리를 굽혀가며 회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 사이 라기아는 팔짱을 낀 채 속으로 리오에 대해 생각을 하였다.
‘이상하군‥나찰과 수라가 한 방에 완전 전투 불능으로 터지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설마‥그렇게 강한 녀석이 더 강해지지는‥!?’
그때, 와카루가 라기아의 무릎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며 말했다.
“자자, 이제 가 보십시오 라기아님. 절 데려다주시는 일은 끝이 난 듯한데요? 서방 대륙 쪽을 마무리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라기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고도 할 겸, 모든 일이 다 처리된 서방 대륙의 일도 마무리 지을 겸 이제 가 봐야 했다. 라기아가 회장과 넥스에게 인사를 한 뒤 차원문을 열고 가려 하자, 와카루 박사가 라기아를 힐끔 보며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나찰과 수라를 보내드리지요. 필요하실 테니까.”
그러자 라기아는 피식 웃으며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라기아가 떠나가자, 와카루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회장에게 물었다.
“흠‥연구실로 가고 싶습니다. 어서 빨리 나찰과 수라를 강화하고 싶거든요.”
와카루의 악의 없는 웃음을 본 넥스는 속으로 전율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 수천 명을 먹어 치우던 그 괴물 병기를 제작한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선량한 웃음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인물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측을 할 수 없어. 후에 방해가 될지도‥.’
와카루는 넥스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를 열심히 처리하기 시작했다.
몇 군데를 더 돌고 늦은 일곱 시경에 돌아온 리오는 소파에 누워 한숨을 길게 쉬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큰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더 죽어야 이 일이 끝나는 것일까‥내가 부족해서일까. 일 하나 제대로 끝낸 것이 없잖아‥빌어먹을‥!’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리오의 손등에 누군가의 손끝이 닿았다. 리오는 눈을 뜨며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사람을 확인해 보았다.
“‥넬이니?”
넬은 자신의 스포츠 머리를 긁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지크를 생각나게 하는 활기 넘치는 미소였다. 리오는 힘없이 웃으며 눈을 감고 말했다.
“그래, 오늘은 별일 없었던 모양이구나. 티베 양은 방에 있니?”
그러나 잠시 동안 넬은 대답이 없었다. 리오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눈을 떠 보려 했으나, 순간 자신의 복부 위에 범위가 넓은 충격이 가해지자 깜짝 놀라며 손을 치우고 눈을 떴다. 넬이 자신의 복부를 깔고 앉은 채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여자애 치고는 엉덩이에 살이 없구나‥.”
그러자 넬은 주먹으로 리오의 두꺼운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뭐예요, 이런 반응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활짝활짝 웃고 다녀서 정말 보기 좋았는데 오늘은 완전히 건전지 나간 카세트잖아요!! 형이 그런다고 해서 그 괴물들에게 죽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뻐할 것 같아요? 안 그렇다고요!!”
생각보다 넬이 상당히 조숙한 말을 하자 리오는 가만히 넬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팔을 뻗어 넬을 살짝 들어 올린 후 자신은 바로 앉고 다시 넬을 옆에 앉혔다. 그런 후 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만약 지크 녀석이 옆에 있었더라도 너랑 똑같은 말을 했을 거야. 후훗‥.”
넬은 다시 빙긋 웃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히힛, 용서를 비는 거예요?”
리오는 그 질문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음‥그럴지도?”
그러자 넬은 자신의 왼쪽 볼을 검지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용서하는 대가로 볼에 키스 한번!”
“뭐?”
리오는 순간 당황했으나 사실 미국에서 그런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니 나쁠 것은 없다 생각한 리오는 그냥 빨리하고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넬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 순간, 티베가 방에서 나오며 소파에 앉은 리오를 보고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아, 리오 씨 오셨‥어멋!?”
리오와 넬이 얼굴을 가까이하고 있는 모습을 본 티베는 그만 이상한 상상을 하며 뒤로 주춤거렸고 티베의 목소리를 들은 리오는 넬에게 키스를 해 주려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티베의 얼굴은 경악이란 글자가 써져 있었다. 리오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티베에게 말하려 했으나, 때마침 바이칼이 부엌에서 나오며 중얼거리는 바람에 사태는 약간 심각해지고 말았다.
“‥본색을 드러내는군‥변태.”
“벼, 변태? 리오 씨가 설마‥로리타 콤플렉스!?”
화장실로 향하는 바이칼을 리오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말했다.
“친구 사이라며.”
할 말이 없어진 리오는 해명을 하기 위해 티베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리오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고, 대가를 받지 못한 넬은 약간 불만이 어린 표정으로 리오에게 물었다.
“저기‥로리타 콤플렉스가 뭐예요?”
그 질문에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TV를 켜며 대답해 주었다.
“애들은 몰라도 괜찮아요.”
그러자 넬은 고개를 픽 돌리며 중얼거렸다.
“흥! 나빴어.”
저녁 식사 시간에 리오는 그 상황을 티베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티베의 대답은 이러했다.
“괜찮아요,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너무 부정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러자 리오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짧게 중얼거렸다.
“‥이봐요.”
결국 리오는 조기 해결을 포기하며 간만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슬쩍 그 얘기를 듣던 힐린은 넬에게 귓속말로 물었고, 넬 역시 귓속말로 대답해 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본색이 드러났다고 바이칼 형이 그러던데요?”
그러자 힐린 역시 깜짝 놀라며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다 탈나면 어쩌지‥?’
밤 10시, 리오는 수면도 취하기 위해 얇은 모포를 덮고 소파에 누웠다. 간이침대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해 침대 생활을 하고 있는 바이칼이 솔직히 부러워졌다.
피식 웃으며 눈을 감은 리오는 티베 방의 문이 열리자 움찔하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티베가 또다시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문가에 서 있었다.
“아니, 뭐예요. 벌써 불을 끄다니, 섭섭한데요?”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섭섭할 것까지야‥.’
미등을 켠 티베는 리오의 건너편 소파에 누우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그냥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을 뿐이었다. 티베는 피식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후훗, 농담 한번 길게 한 것 가지고 왜 그러세요? 넬보다 더 순진하신 것 같네.”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음‥저에게 순진하다고 말한 사람은 티베 양이 처음이군요. 뭐, 이 나이에 그런 말은 칭찬 중에 칭찬이죠. 고마워요.”
티베는 미소를 지은 채 농담 어조로 리오에게 말했다.
“뭐, 괜찮아요. 대가로 키스 한번!”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이마에 손을 대며 쿡쿡 웃기 시작했고, 티베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동안 웃은 티베는 지쳐 잠이 들어 버렸고,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다시 잠을 청하였다.
내일은 제발 큰일이 없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