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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08화


외장 <용제·바이칼>

“‥언제 이 일을 해결할 거지.”

바이칼의 차가운 그 말투에,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흠‥그걸 제일 알고 싶은 게 바로 나야. 근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집에 가고 싶어서?”

“‥맘대로 생각하시지.”

바이칼은 눈을 감으며 리오의 앞자리에 다리를 꼬고 조용히 앉았다.

용제라는 생물 최고의 자리를 가진 바이칼은 태어난 지 이제 막 800년 가까이 되어가는 젊은 드래곤이었다. 최고의 생물이라는 영예답게,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바이칼의 모습은 정말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성 이상으로 흰 피부, 잘 다듬어진 조각 이상으로 균형이 잡힌 8등신의 몸, 그리고 약간 차가운 면이 보이긴 하지만 깨끗한 얼굴, 윤기가 흐르는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 미학적으로 본다면 완벽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리오라는 가즈 나이트는 근육질의 몸에 타오르는 불과도 같은 붉은 장발을 가지고 있어 앞에 앉은 바이칼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둘은 생각보다 자주 만났고, 또 자주 같이 전투를 했다. 바이칼은 거의 생각지도 못한 일에 말려드는 것이었지만, 잘못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 심심하면 티베양에게 방송국에서 쓰는 방송용 디스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해 볼게. 네가 부탁을 할 만한 위인도 안 되니 내가 하는 게 좋겠지.”

“흥,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바이칼의 말투는 사실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리오는 그런 말투를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그 대답 속에 숨겨진 뜻을 잘 알고 있었다.

“후훗‥고마워할 것까지는 없어. 자자, 난 피곤하니 일찍 잘 거야. 티베양이 얼마 있으면 무섭다고 나올 게 뻔하니까 넌 시간 봐서 들어가.”

“‥여자하고 같이 잘 생각을 하다니‥역시 넌 아직 인간이군.”

그러자,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더 이상한 녀석이겠지. 근데, 넌 왜 남자면서 나하고 같이 소파에서 안 자는 거야? 예전에 노숙할 때는 춥다며 잘도 붙어서 잤잖아.”

그러자, 바이칼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며 조용히 말했다.

“춥지 않으니까. ‥너 설마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훗, 네 말 그대로 ‘설마’다. 어서 들어가서 주무시지 용제님.”

리오는 TV를 끈 후 소파에 누웠고, 바이칼은 거실의 등을 미등으로 바꿔준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리오는 잠에 약간 취한 흐릿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한 녀석‥. 말투만 고치면 천사라니까, 후훗‥.”

다음 다음날, 리오와 티베, 그리고 힐린이 밖으로 나간 후 거실에 아무도 없자 바이칼은 티베가 가져다준 TV 방송용 레이저 디스크를 LD플레이어에 집어넣고 플레이 스위치를 눌렀다. 그가 리오 몰래 흘끔흘끔 보는 TV용 만화영화가 1회부터 나오기 시작하자, 바이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흥, 이 녀석 감히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러나 바이칼은 LD를 끄지 않고 집중한 채 볼 뿐이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티베와 같이 나가지 못한 넬은 눈을 비비며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 넬의 눈에 맨 처음 비친 것은 만화를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보고 있는 바이칼의 모습이었다. 보통 때와 달리, 바이칼이 자신이 나온 것도 모르고 TV를 보고 있자 장난기가 발동한 넬은 살금살금 바이칼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이칼에게 가까이 다가간 넬은 씨익 웃으며 소파 사이로 바이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평상시엔 그렇게 차갑게 보이던 바이칼의 얼굴에 놀랍게도 미소가 깃들여져 있자 넬은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고, 잠시 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번 바이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미소가 섞인 바이칼의 얼굴은 여자인 넬이 보아도 예쁘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원래 잘생긴 얼굴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세, 세상에‥! 여자보다 더 예뻐‥!!! 자존심 상해!!!!’

띵동–

순간,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이칼의 안색은 보통 때와 같이 날카로워졌고 급히 LD를 끄고 투덜대며 현관으로 갔다.

“쳇, 열쇠를 안 가져갔나 보군‥. 멍청이들.”

그렇게 바이칼이 소파에서 떠나자 넬은 빠르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곧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스크는 잘 구경했어? 그게 더 궁금한데 그래?”

“흥, 그 따위 것을 내가 왜 봐야 하지?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군.”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LD플레이어가 있는 쪽으로 갔고 뚜껑을 손으로 몇 번 만져본 후 말했다.

“훗‥이 세계의 기계들은 한 번 돌리면 열을 방출하게 되어있지 네가 있던 곳에서 사용하는 기계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되지. 아, 괜찮아. 그것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으니까. 맘에 두지 마.”

“크읏‥!”

바이칼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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