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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70화


……이후 사태는 빠르게 진정되었다.

아니, 사실 진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도마뱀이 내 이전 행동에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노루 씨, 간밤의 질문들은 저를 귀신으로 오인해 귀신과 긴 대화를 나누려는 의도였습니까?

이땐 진짜 등골이 오싹했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다만 손등 박수를 보고 당황해서 두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존경하는 상급자를 향해 관념적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부로 넘겼다는 뜻이다.

-제가 귀신이라고 오해해서 조장님과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놓칠 순 없었으니까요.

-그렇군요.

-긴 시간 동안 친절히 상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휴우.

참고로 태평하게 하루 푹 잤던 C조 사람들은 나와 이자헌 조장이 떠나기 전에 눈을 떴다.

그리고 허허 웃었다.

“아~ 하필 두 분이 딱 걸리셨네. 그것참.”

“와우. 저희 상당히 무서웠네여.”

“그러게요, 오싹했지~”

거짓말!

자신들을 흉내 낸 귀신이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껄껄 웃는 모습을 보니, 이 회사 엘리트라는 사람들의 간 크기를 다시 실감했다.

아, 그 전에.

‘기회가 됐으니 연어 마켓 추천인을 알아낼 수 있겠는데?’

“저, 혹시 두 분 성함을 들을 수 있습니까?”

“아 물론입죠!”

돌고래 주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이성해 주임, 저쪽은 강도준 대리님이세요.”

“…….”

어?

잠깐만.

연어 마켓을 소개해 준 대리는…… 아!

“혹시 C조 조장님 성함이 이강헌이십니까?”

“엥? 아뇨.”

“…….”

‘당했다.’

어쩐지 너무 순순히 신상을 알려준다 싶더만, 다 거짓말이었던 모양이다.

‘A, B, C조는 정예팀이라 일반팀에선 사내 연락망으로 바로 이름이나 연락처를 못 알아내는 걸 노렸던 건가.’

뭐, 큰 상관은 없었다. 단지 한번 아이디를 우회해서 만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뿐.

그렇게 대충 ‘내가 오해했다’ 같은 소리를 하며 대화를 마무리하려던 순간이었다.

“저기, 노루 주임님.”

표범 대리가 이자헌 과장과 대화하는 사이.

갑자기 돌고래 주임이 슬쩍 고개를 돌려서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돈 벌게 해준다고 카톡 받으셨어요?”

“……!!”

“하와이 바닷가 배경인 프로필 사진하고 있는 사람한테요.”

“유명한 사람입니까?”

“아는 사람들한테 알음알음?”

돌고래 주임이 동료 직원을 힐끗거리며, 이쪽에 시선이 안 쏠리는 걸 확인하자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저기, 저도 입사 수석이었거든요.”

아.

“저한테도 연락이 왔어요. 그, 곰이 많이 먹는 생선… 에이씨, 연어 마켓이요. 연어 마켓.”

이쪽도 피싱을 당했구만….

“전도유망하다고 소문난 사람 중에 몇 명은 받았더라구요!”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그때마다 신원이 달랐는데 딱 하나 동일한 게 그거였다고 한다.

[K.LEE: 오 안녕하세요 사원님ㅋㅋㅋ]

프로필 사진과 ‘K.LEE’라는 이름 말이다.

돌고래 주임이 수군거렸다.

“제 추리 좀 들려드려도 될까여?”

“물론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이트 관리자가 보낸 것 같단 말이죠. 자기 중고 사이트 홍보해서 진짜 어둠 출신 물건 팔아줄 사람 구하려고!”

오.

“회사 직원이 그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최소한 관계자인 것 같아요! 현장탐사팀에 대해서 너무 잘 알더라고요.”

과연.

나는 턱을 문질렀다.

‘그런 짓을 하는 직원이 정말 있다면….’

네임드일 것 같은데?

나는 위키에 작성된 직원 중에 이런 짓을 할만한 몇 명을 머릿속으로 추려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의문점이 좀 가셨네요.”

“뭘여.”

돌고래 주임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사내에 연어 마켓을 이용하시는 직원분들이 그렇게 많습니까?”

“꽤 있죠? 회사에서는 우리가 꿈결 수집기랑 가면만 안 팔면 별로 관심 없걸랑요. 무슨 전쟁 중에 병사들 사기를 위해서 약탈을 방임하는 것처럼? 우웩.”

돌고래 주임이 투덜댔다.

“암튼 진짜 짜증 나는 회사예여.”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인명 피해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아 뭐 그거야… 인간이 죽는 게 친환경은 맞으니까 뭐 상관없는데요.”

“…….”

“중요한 건 넘 무작위로 죽이는 것 같아여. 저 같으면 무조건 인성 순으로 잘라서 보냈을 건데. 어휴.”

나…… C조가 무섭다.

“암튼, 그렇다고요.”

“감사합니다.”

“뭘요.”

돌고래 주임이 긴 머리를 하나로 묶으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노루 주임님 저 귀신일 때도 넘 정중하시더라고요. 전 착한 사람은 오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지를 척 든 돌고래 주임은 씩 웃었다.

음. 감사합니다.

어쨌든 C조와는 그렇게 제법 훈훈하게 헤어졌다.

“다음에는 포인트 많이 주는 어둠에서 봬요! 그때는 우리의 멋짐을 보여 드리겠습니닷!”

“기왕이면 포인트 챙기게 한 분만 오시면 더 좋고! 하하하!”

음.

‘어둠에서 정예팀의 멋짐을 볼 일을 겪고 싶지 않다…!’

어쨌든 A조보다는 마찰 없이 부드럽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물론 C조도 선민의식이 다소 있어 보이긴 했지만 그거야 정예팀 특유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넘어갈 만했다.

…내 머릿속에서 끝없이 오늘 본 충격적인 귀신 버전 C조가 재생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지.

‘으으윽.’

집에 가자.

가서 대낮에 자는 사치를 누리자….

나는 오늘이 비번이라는 것에 사소한 감사를 느끼며 이자헌 과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조장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둠에서 경황없이 이것저것 여쭙는 데도 친절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혹시 저한테도 물어보시고 싶은 게 생긴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 주십시오, 조장님!”

“예. 지금 묻겠습니다.”

“…….”

벌써요?

이자헌 과장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김솔음 씨. ‘여우 상담실’을 이용해 보았습니까?”

“…!”

거긴 주임이 되며 새롭게 이용 권한이 부여된 세 장소 중 하나였다.

1. 보안팀 대여창고

2. 별관 (연 2회 장비 제작 무료)

3. 여우 상담실

유일하게 내가 아직 안 써본 곳이기도 한데….

“아니요.”

당연하지만 그럴 경황도 타이밍도 없었으니까.

“이용할 계획이 있습니까?”

“…….”

음.

“…조장님, 여우 상담실이 오염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회복을 돕는 곳이라 권유해 주신 거지요?”

“예. 이용 계획을 빨리 잡는 걸 권장합니다.”

타당한 말씀이었다.

하나 문제가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거기 부작용 있는데.’

사실 ‘여우 상담실’에는 직원 매뉴얼에 안 적힌 아주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물론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일반 직원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나는 낮은 확률이라도 굳이 그 부작용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확률이라면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아직 버틸 만한 것 같은데.’

이상한 내면의 속삭임이 들리거나 교육서를 읽고 싶은 마음따위는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는 이상 들지 않거든.

잠들기까지 야밤이 조금 힘들긴 한데, 그것도 대화 상대가 있으니까 좀 낫더라.

브라운 말이다.

-이런! 영광입니다, 친구.

그래.

나도 설마 괴담 속 괴물이 이렇게 구명줄 같을 줄은 몰랐지….

‘역시 인간은 적응의 생물인가.’

아무튼 오늘은 비번이라 낮에 잘 수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부족한 잠을 채워나가면 문제없을 것 같다.

물론 겉으로는 싹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시간 되는 대로 일정을 잡겠습니다.”

물론 그 시간은 한동안, 어쩌면 몇 달은 안 올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니까.

“…예.”

도마뱀 과장은 잠깐 나를 빤히 봤으나 수긍하고 떠났고.

그렇게 나는 무사 귀가했다…….

“후.”

달칵.

문을 열고 내 방에 들어왔다.

다들 일할 시간이라 그런지 사택 건물 자체가 조용했다. 백사헌도 없었고 말이다.

‘자볼까.’

나는 씻고 침대에 누워서 마지막으로 내가 알고 있는 각종 정보와 사이트 체크를….

“…!”

하려다가 잠이 다 달아났다.

‘열렸다!’

외계인 상점이 리뉴얼을 끝마치고 새로운 홈페이지를 띄우고 있었다.

클릭한 화면의 화려한 색깔이 눈을 찔렀다.

<우주 쇼핑몰>

>>나는 물건을 본다

★재단장 기념 할인 행사!★

놀랍다 가격!

와 정말… 놀랍다.

디자인이.

‘어떻게 더 구려질 수가 있지.’

그 와중에 폭죽처럼 도트가 터졌다. 컬러와 효과가 늘어날수록 더 끔찍했다.

이 외계인들이 혹시 외주를 쓰고 있는 거라면 뜯어말리고 싶을 정도다.

-노루 씨, 이 사회자를 불쌍히 여겨서 저 끔찍한 전단지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주십시오.

기꺼이 브라운을 책상의 수건 위에 올려주었다.

이 디자인 테러는 나 혼자 감당하겠다.

‘어쨌든 재단장 기념 할인 행사 중이라는 거지.’

그건 좋은 기회였다. 어쩌면 제품 가짓수가 늘어났을 수도 있고.

나는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버튼을 눌렀다.

물건 목록

해피 메이커 – ₩27,999,999 ★

노스텔지어 캔디 – ₩12,999,999 ★

포장지 12B357나 – ₩9,999,999

네크로노미콘 – ₩49,999,999

우리가 도움! – ₩66,666,666

정말 1억 이상 사면 20% 할인!

우주 쇼핑몰 VIP 된다!

“…….”

잠깐만.

“떴다!”

-노루 씨?

나는 흥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뻔하다가 간신히 진정했다.

“방어구가 드디어 떴어!”

-아, 찾던 물건을 발견했습니까? 축하할 일이로군요!

정말로 그렇다.

포장지 12B357나 – ₩9,999,999

‘이거 무조건 사야 해.’

심지어 가격도 제일 싸다. 무슨 이런 개이득이 다 있단 말인가.

나는 장바구니에 담고 나서야 그게 천만 원이라는 걸 깨닫고 잠깐 현타를 맞았지만, 구매를 취소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흥분을 진정시키며 다른 물건들도 쭉 내려가며 구경하는데.

“…….”

친구? 문제가 생겼나요?

“아니.”

오히려 반대였다.

나는 약간 당황한 채로 목록을 다시 살폈으나, 현실이었다.

‘아니… 내가 다 아는 아이템들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어둠탐사기록>에 따로 항목이 없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언급은 있어서 내가 합리적인 추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꺼림칙함이 거의 괴담에 가까운 물건도 보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활자에 불과해서 그런지 유용성과 사용법부터 머릿속에 생각났다.

‘대박이다.’

그리고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특이한 마크도 있었다.

해피 메이커 – ₩27,999,999 ★

이 별은 대체 뭐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설명이 뜬다.

★ 이전에 샀던 물건 비슷한!

‘아.’

이 외계인들… 리뉴얼을 왜 했나 했더니만.

무려 알고리즘을 도입해 놓았던 거다. 내가 지난번에 구매했던 것과 연관된 상품이 상단에 별을 달고 뜨도록!

‘근데 이거 정반대로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옷이면 모를까, 비슷한 아이템을 굳이 살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재고가 동난 소비재 아이템이라면 효과가 있지만 말이다.

가령 이런 거!

노스텔지어 캔디 – ₩12,999,999 ★

‘노스텔지어 시리즈다.’

내가 교육서와 함께 보안팀 격리실에 있던 그때 내 손목에 감겨 있던 털실 모양 제어구와 같은 곳에서 만든 아이템이었다.

‘과거의 좋았던 한때’로 자신의 정체성을 돌려준다는 컨셉의 시리즈.

캔디형이라면 아마 먹는 방식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게 아닐까.

내가 그간 먹는 형태의 제품을 몇 번 샀더니 뜬 모양이다. 백설산 사과와 유사한 점도 있고.

‘무조건 구매지.’

안 그래도 미니사과가 즙이든 알이든 거의 떨어진 상태다.

나는 당장 해당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넣은 채로 나머지 목록들도 천천히 보았다….

‘진통제, 회복제, 방어구, 협박용, 위기 탈출용….’

그리고 깨달았다.

‘이거 다 괜찮잖아.’

전부 쓸만한 아이템들이었다. 내가 쓰임새를 알고 있다 보니까 분별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말이다.

정말 1억 이상 사면 20% 할인!

“…….”

할인이라.

‘흔히 겪을 수 있을 판은 아니지.’

그리고 월급과 지금까지 얻은 부수익, 성과급 등을 합치고 생활비를 제외해서 내가 쓸 수 있는 총알로는….

‘1억 4천까지, 아니… 5천까지도 어쩌면?’

“…….”

친구, 그 지독한 시각적 고문을 이겨내고 쇼핑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까?

“아니.”

-으음?

“방금 끝났어.”

나는 장바구니를 보았다.

해피 메이커 – ₩27,999,999

노스텔지어 캔디 – ₩12,999,999

포장지 12B357나 – ₩9,999,999

네크로노미콘 – ₩49,999,999

우리가 도움! – ₩66,666,666

= ₩167,666,662

※할인했다!※ : 134,13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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