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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06화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근무 팁 쪽지를 확인했다.

11. 이틀 연속으로 이걸 하고 있냐?

야간 청소 다음 날은 비번 처리해 주기도 하는데 야간 연속이라니 너도 참 불쌍하다… 어쨌든 팁은 계속됨. 오늘 새벽엔

아니, 아니다!

‘그만 읽자.’

막판에 분명 이상하게 오염된 것 같은 수칙이 나왔었다. 첫 번째는 몰라도, 두 번째 쪽지부터는 그 자체가 함정일 지도 모른다.

나는 세차게 쪽지를 도로 접어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격리복도 B의 문들을 보다가 한 곳을 보았다.

[격리실 B14]

“…….”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침착하자.’

정리해야 한다.

분명 난 첫째 날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3시 경이었나. 청소를 마무리할 때쯤, 갑자기 격리실 문이 열리면서 은하제 대리의 모습을 한 누군가…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리고 박민성 주임에게 정체를 들키는 순간….

‘바로 눈치채고 뭔가… 끔찍한 짓을 했는데.’

그때부터 기억이 없다.

그런데 왜 하루가 통째로 사라지고 둘째 날이 됐으며, ‘우리는 무사히 청소를 마쳤다’로 이야기가 끝난 거지.

그런데 마치 구조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느껴지게…….

잠깐만.

나는 손목의 전자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3시 직전.

…….

“주임님. 당장 이쪽으로!”

“어, 어어어?”

나는 박민성 주임을 부르고 달렸다.

그리고 복도 끝의, 아직 멀쩡히 초록색 비상등이 빛나고 있는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무슨….”

쿵.

박민성 주임이 따라 나오는 순간 문을 닫았다. 주임의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노루야 뭐 하는 거야? 아직 청소 마무리도 안 됐는데, 대체 왜….”

[삐이이이익!!]

[격리실 무단 개방 확인. 복도를 봉쇄합니다.]

약속된 듯이 붉은 등이 들어오며 오든 문에 방호 셔터가 내려온다.

우리가 방금 나온 복도의 문에도.

“…!”

박민성 주임이 표정을 굳혔다.

“…잠깐만. 노루야. 너 이거 알고….”

“잠시만요.”

나는 즉각 무전기를 꺼내서 켰다. 그리고 곧바로 소리를 키우고 버튼을 눌렀다.

은하제 대리 모습을 한 뭔가가 무전기를 믿지 말라고 말했으니, 역으로 이쪽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이 씨. 격리실에서 뭔가가 나왔습니다.”

삐리릭.

순식간에 응답이 돌아왔다.

[복도예요?]

“아닙니다. 저희는 직전에 격리실 복도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나는 힐끗 대여창고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보았다.

거기도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대여창고 프론트 앞에 갇혀 있습니다. …여길 나가는 문에도 방호 셔터가 내려와서요.”

[음 그럼… 1차 격리는 됐으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있으면 돼요……. 지금 갈 테니까.]

[그런데… 문이 열린 건 12번? 6번?]

후.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아마도… 14번입니다.”

침묵.

[…B14?]

“예.”

심상치 않은 정적이 한 번 더 무전기 너머로 흘렀다.

등이 축축해졌다.

삐리릭.

[아무랑도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조용히, 숨어 있어요. 복도 B에서 떨어져서.]

나는 침을 삼켰다.

“예.”

[근데 격리실 봉쇄에는… 홀드 타임이 있는데. 바로 해제해도 시스템에서 잡고 있거든요… 10분.]

10분.

[내 진입까지 10분만 버텨요. …말하지 마요. 이제부터.]

뚝.

무전이 종료되었다.

붉은 비상등이 비추는 어두컴컴한 대여창고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옆을 보자, 무전을 다 들은 박민성 주임이 퍼렇게 질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격리구역 B 복도로 통하는 문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쿵!!

문이 울린다.

쿵쿵쿵!!

방호 셔터가 흔들릴 만큼, 격리복도 안에서 뭔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세차게.

그리고 가늘게 들리는 소리.

…야! 대체……!

“…….”

우리가 빠져나온 격리 복도에서 누군가가 외친다. 어쩐지 점점 친숙하게 들리는 그건….

“노루야, 듣지 마…!”

“…!”

박민성 주임이 내 귀를 막더니 급히 대여창고 프론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충분히 격리복도 문과 거리가 벌어지고 나서야 내게 다급히 속삭였다.

“방호 셔터가 내려왔는데, 그 뒤에서 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리가 없잖아…! 저건 진짜가 아니야. 저건…….”

꿀꺽.

주임이 침을 삼킨다.

“…정말로, 뭐가 나온 것 같아. 네 말대로.”

“…….”

“아까… 보안팀 분이 10분 뒤에 온다고 했지. 그때까지 누가 와서 말 걸어도 믿지 말고 가만히 있자. 절대 먼저 말 걸지 말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저기, 그런데 노루는 어떻게 안 거야? 격리실 문이 열리는 거….”

“좀 복잡한데, 먼저 제가 알아야 하는 게 있습니다.”

“어떤 거?”

“저희, 첫날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박민성 주임의 얼굴에 의아함이 번진다.

“어어? 첫날에?”

“예.”

“그냥 평범하게 청소 잘하고… 아, 물론 근무 팁에 있던 일 몇 개 일어나긴 했지만, 잘 대처한 후에 퇴근했잖아?”

그리고 이어서 든 예시들은 전부 우리가 경험했던 일이 맞았다. …격리실에서 난리가 나기 전에 말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새벽에 두 번째 근무 팁 종이를 주셨던 건 기억나십니까?”

“…노루야.”

박민성 주임이 표정을 굳혔다.

“두 번째 종이 같은 건 없었는데.”

“…….”

“너 아무래도 좀… 혹시 격리실 문이 열려서 영향받았나? 잠깐만, 오늘자 근무 팁을 좀….”

뭐?

나는 박민성 주임이 쪽지를 내 주머니에서 꺼내려는 걸 저지했다.

“잠깐만요. 애초에 그 근무 팁 쪽지는 어떻게 받은 겁니까?”

“어? 경비팀에서 도는 근무 팁이라고 받았지.”

“네. 정확히 누구였습니까?”

“…….”

“준 게 누군지 묘사하실 수 있나요?”

“당연…… 히,”

박민성 주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말하려고 몇 번 시도하는 듯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결국 실토한다.

“…모르겠어.”

“…!”

“아니, 분명… 어? 그러니까, 그, 침실에 놓여 있었던가? 아니, 보안팀 동료가 줬던… 나한테 동료가 있었나? 어? 어? 어어어?

젠장.

“괜찮습니다! 생각 안 하셔도 됩니다. 일단, 그냥 가만히 있죠.”

“……응.”

박민성 주임이 조용히 몸을 구기고 고개를 숙였다.

“…나가는 것만 생각하자. 저기 문이 열리면 바로 나가는 거야. 뒤도 안 돌아보고.”

“예.”

후…….

‘와 진짜. 미치겠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서로 진술이 다르니, 대체 내가 기억하는 게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모르겠다.

뭐가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뭘 믿어야 할지도 모호한데 공포만 가득한 이 상황.

‘지금 내가… 내가 뭔가에 홀린 건가?’

하지만 난 분명 은반지를 끼고 있다. 환상, 환각, 세뇌에 강력한 저항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자.’

나는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1. 내 정신은 멀쩡하다.

2.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건 현실이다.

3. 이건 내 정신과 관련 없는 이상 현상이다.

그리고 이 현상을 객관적으로 봐줄 3자는….

‘브라운.’

역시 내 주머니에 있는 봉제 인형이겠지.

‘브라운! 뭘 좀 물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

정적이 흐른다.

설마.

‘…브라운!’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다시 한번 불러도 응답이 돌아오지 않았….

-아! 여기 있습니다. 내 친구!

휴우.

나는 주머니의 복슬복슬한 봉제 인형을 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내 응대가 좀 늦었군요! 부끄럽습니다. 따라잡는 것에 시간이 좀 걸려서 말이지요.

“…….”

‘따라잡는다’라고?

‘…왜 날 따라잡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아, 노루 씨가 바로 30일로 넘어오지 않았습니까!

쾌활한 목소리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징계를 빨리 끝내는 것도 괜찮겠지요. 쓸모없는 일에 공을 쏟지 않고 빠르게 새해를 맞는다라! 더 즐거운 사건을 앞당기는….

‘잠깐, 잠깐만.’

나는 황급히 말렸다.

‘말 끊어서 미안해, 브라운. 그런데… 확인할 게 있어서.’

-아, 게스트의 투정도 받는데 친구의 것을 못 받을까! 편하게 말씀하시죠, 노루 씨!

그래, 알겠으니까….

‘내가 29일에서 30일로 바로 넘어왔다는 거잖아. 대체 무슨 수로?’

-음. 그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흔쾌히 넘겨주었잖습니까?

‘…!’

잠깐, 잠깐만.

‘다른 이?’

-그렇습니다. 오! 마침 지금 노루 씨의 옆에 있군요.

“…….”

-참 감쪽같이 외양이 변했지요. 하하! 분장의 대가가 맞았습니다, 친구.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목을 겨우 움직이며, 브라운이 언급한 대상을 보았다.

내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자.

“저… 노루야? 말이 없는데, 조금 무서워서 그런데 우리 대화 좀 해도 될까.”

…아까.

내가 격리실 복도에서 뛰어나올 때, 박민성 주임을 불러서 따라 나오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직접 붙잡고 뛰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그 소리를 듣고 박민성 주임이 아닌 게 따라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방금 복도 안에서 밖으로 문을 두드리던 건….

“…….”

“노루야, 괜찮아? 대답 좀 해봐.”

그리고 무전기에서 경비반장 J3가 해줬던 조언.

-아무랑도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그건….

같이 청소하러 들어온 사람도 포함해서였구나.

“노루야? 노루…… 또 들켰네.”

뚝.

눈앞에서 박민성 주임의 얼굴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럼 이름님에 대해 들어줘어어어어어

녹아내리는 몸에서 입 구멍이 움직이며 가까이 온다.

내 얼굴에, 가까이….

[삐이이이익!]

비상등 붉은 불빛이 다시 점멸한다.

그리고 사방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셔터가 올라가는 소리.

[봉쇄가 해제됩니다. 셔터가 개방됩니다]

아.

고마워! 열렸네!

얼굴 없는 자가 더 가까워진다.

환희 어린 목소리로 외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고막 바로 옆에서 터지는 기괴한 웃음소리에 뇌가 진탕 흔들린다. 혼미해진다. 아득해진다.

현실에서의…

암전.

* * *

“……후으읍!”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대여창고.

봉쇄되어 붉은 비상등이 들어오는 밀폐공간. 굳게 내려온 방호 셔터들.

청소도구를 팽개치고 막 격리구역 B 복도에서 도망친 것 같은 모습인 나.

아까 봤던 것에서 시간을 조금 앞당긴 것 같은 풍경들이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 들어 있는… 근무 수칙 쪽지.

출근 3일차용.

나는 당장 그것을 구겨서 옆으로 던졌다.

삐리리릭.

[저기요…. 괜찮아요?]

무전기가 울고 있었으나 무시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확실히 기억했기 때문이다.

‘…이름님이라고 했지.’

나는 식은땀이 배어나는 손을 후들후들 떨며 머리를 넘겼다.

‘알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사라진 내 이야기.

지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

부르짖는 이름님.

그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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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세력

[무명찬란교]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세 가지 거대 세력 중 하나.

이름님이라는 초월적 신격을 섬기며, 그 교리는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종말의 때에 살아남는 것.

이 과정에서 비사회적이며 초자연적인 광신, 의식, 율법을 따른다.

6갈래 교파로 나뉘어 그 특성에 따라 다른 신성법을 맹신하고 기묘한 괴현상을 발생시킨다.

그 진실은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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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찬란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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