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78화
나는 침을 삼키며 옆을 보았다.
늑대 조장은 여상스러운 태도로 내 손에 들린 낡은 종이봉투의 뒷면, 타오른 글자를 함께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요원님.”
…도깨비불이 기꺼이 숨겨진 문장을 제공해 준 나의 신분을 눈치챈 모양이다.
“어떻게 공무원이 사기업에 취직하는 이치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진 걸까? 그것도 비밀 기관 요원이.”
“……퇴직했습니다.”
“그래?”
등골이 서늘해진다.
지난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내가 재난관리국 요원이었다는 걸 눈치챈 백일몽의 정예팀 조장이 보일 반응은….
나는 늑대 가면의 뚫린 눈 부위를 살펴보았다.
적대적이거나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대신,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이 지나간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연이 깊은 모양이구나.”
“…!”
“그럴 수 있지.”
늑대 조장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수상쩍지 않습니까?”
“뭐? 하하하….”
늑대 가면 너머에서 작은 웃음이 소리 없이 지나간다.
“너무 수상쩍어서 이상하지. 그래서 괜찮은 거야. 홀리려 드는 괴담이면 아무렴 그런 얼토당토않은 뒷이야기를 만들진 않았을 테구.”
“…!”
“그리고 도깨비불이 알아봤다는 것은 정말로 요원이었다는 증거로 손색이 없잖아.”
나는 깨달았다.
상대가 그간 부드러운 말투에 숨겨 찍어 누르듯 내보이던 압박감이 어투에서부터 조금 가셨다.
“…요원에게 반감은 없으십니까?”
“반감? 왜 반감이 있겠어. 나랏일 하는 좋은 분들인데.”
“…….”
“자, 호기심 많은 용 사원. 내 반응을 걱정하는 건 그만두고 이만 움직이자. 환경이 변했으니,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겠어?”
“…예.”
후우.
‘살 떨린다. 정말로.’
그쪽이야말로 괴담이 만든 기이한 무언가라는 말을 삼키며, 나는 종이봉투로 시선을 내렸다.
뒷면에 남은 도깨비불의 흔적.
그리고 이 종이봉투의 정체가 수십 년 전 사람에 의해 밝혀졌다.
“도서 대출표가 들어 있던 봉투 같은데, 재활용한 모양이구나.”
음.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대여한 기록을 적는 표가 이런 봉투에 들어 있었지.’
하지만 대출표는 그 안에 없다.
봉투 겉면에 도깨비불의 탄 자국만 남았을 뿐.
“이렇게 대출표를 훼손해도 괜찮았던 걸까?”
“…아니요.”
그럴 리가 없다.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훼손하면 안 되지.’
게다가 ‘절을 올려야 하는’ 기이한 존재가 도서관의 주인으로 있는 마당인데 당연히 금기사항일 것이다.
요원들도 알았는데 그렇게 했다는 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방식으로 도서관 주인을 속이거나….
‘탄 것 자체가 도깨비 속임수거나.’
나는 봉투 뒷면의 태운 자국을 손으로 닦아내듯 움직였다.
그러자, 태운 자국에서 다시 도깨비불이 일렁이며 살아났다.
“…!”
자아가 있는 도깨비불은 아니다. 그저 그 불꽃이 남긴 흔적 같은 것.
‘…요원이 남긴 거다.’
도깨비장난.
도깨비가 깃든 무구를 지닌 요원이, 시련을 통과하면 사용하는 능력.
일렁인 도깨비 불꽃이 허공에 떠오르자 봉투 뒷면의 자국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불꽃은 바닥에 눌어붙으며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도깨비불의 흔적.
흘린 흔적처럼 바닥에 드문드문 빛나는 푸른 야광 스티커 같은 그것은 마치 길 안내를 하는 것처럼, 혈흔처럼 이어져 있다….
세광공업고등학교의 교정 안으로.
교내로.
“…….”
“학교로구나. 천천히 가보자.”
우리는 세광공업고등학교 부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오, 그러니까 이곳이 바로 이 브라운이 친구와 함께 하지 못했던 그 토마토 졸업식 사태의 본거지로군요!]
떠올린다.
교복을 입고 학생들에게 쫓기던 꿈속 세광공업고등학교를.
‘검은 그늘 속에서’ 괴담에 진입할 때, 탐사자는 교실 안에서 자신의 옛날 교복을 입은 채 수업 종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렇기에 이 바깥에서 저 학교 건물을 보는 시야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
어둡다.
‘여기는… 역사 바깥의 세광특별시인 건가?’
하지만 고등학교의 교정 바깥은 마치 어떤 광원도 없는 것처럼 어두컴컴하여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오로지 담장 안 운동장과 학교뿐.
우리는 소리 없이 조용히 학교 본관의 정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깨비불의 푸른 흔적은 잠긴 본관의 정문을 통하진 않았다.
본관 옆 작은 창문.
도깨비불의 흔적이 남은 그것은 놀랍게도 잠겨 있지 않았다.
-여기로 진입할 수 있겠는걸. 일단 재난관리국의 흔적을 따라서 이동할게.
“…….”
처음이다.
‘1층에 진입하는 건.’
‘검은 그늘 속에서’ 괴담을 탐사하며 단 한 번도 여기 내려온 적이 없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5층 강당에 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동일한 장소가 맞다면, 지금 처음으로 1층에 진입해 보는 것이다.
‘후우.’
나는 늑대 조장이 먼저 창문을 소리 없이 개방하더니 조심스럽게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무섭도록 낭비 없이 움직인 그 사람은 가만히 복도를 보더니, 내게 손짓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한다.
‘놀라지 말 것.’
나는 그 말뜻을 창문을 넘는 순간 깨달았다.
“…!!”
학교 복도 바닥에.
인체가 빼곡히 뉘어 있다.
미동 없는 세광공고의 학생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다섯 구씩 끝없이 복도에 놓여 있었다.
시체처럼 움직임 없이.
아니, 마치 재난 상황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은 나머지 수습되지 못한 채 숫자만 센 채 방치된 시체들 같다.
그러나 눈을 뜨고 있다.
교복 치마와 바지를 입은 각각의 학생은, 진열된 것처럼 ‘정리되어’ 바닥에 주르륵 놓여 있는 것이다….
‘하.’
나는 간신히 비명을 참았다.
공포 영화의 시퀀스. 그것도 유혈이 난무하는 종류가 아니라 귀신과 섬뜩함으로 무장한 부류의 치명적인 공포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전율이 흘렀다.
하지만.
[오, 빈틈이 있군요. 노루 씨.]
…어두운 바닥을 잘 보면, 학생의 인체가 놓여 있지 않은 빈 부분들이 보인다…….
마치, 그 학생은 제거된 것처럼.
“…….”
공포 대신 착잡함이 자리를 잡아 마음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긴장감은 그대로다.
‘후우.’
나는 발을 옮겼다.
도깨비불의 푸른 흔적을 쫓아서.
실수로라도 학생을 밟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바닥의 빈 곳으로 몸을 날려 뛴다.
도깨비불의 흔적이 발산하는 희미한 푸른 불빛 덕분에 그나마 윤곽을 식별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후우.’
푸른 흔적은 규칙성 없이 벽과 천장에 마구잡이로 남다가 이윽고 위로 향한다.
바로 3층.
“…….”
이곳도 복도의 바닥마다 학생들이 시체처럼 놓여 있었으나, 하나 차이가 있다.
내가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학생들을 발견했다는 것.
[김소라]
이전에 죽었던 학생이다.
‘검은 그늘 속에서’ 괴담에서, 관리국 요원에게 죽었던 학생의 명찰을 보며 나는 침음을 참았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같은 장소가 맞다.
‘그럼 그믐이 아닐 때는 이런 상태인 건가.’
…왜, 이 세광특별시의 학교는 이런 모습이 되었는가.
세광특별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알 수 없는 오싹함과 찝찝함을 넘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도깨비불의 흔적이 한곳으로 통하고 있었다.
3층의 끝.
[양호실]
…….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그리고 이전에 한번 보았던 정경이 다시 펼쳐진다.
운동 중 다친 학생은 침대에 누워서 양호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대기!
내가 써먹었던 그 문구도 여전했다.
다만, 지금은 세 칸의 침대가 모두 비어 있는 듯했다.
“…….”
“누가 누워 있었구나. 최근까지 말이야.”
그리고 도깨비불의 흔적은 저 너머에서 반짝인다.
양호실의 창문.
그 아래.
[화단]
…학교의 뒤뜰로 향한 채로.
가지만 남은 철쭉 덤불이 어둠 속에 무성한 뒤뜰을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여기가 뒤뜰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다.’
만일 학교 건물의 모든 문이 잠겨 있다면, 뒤뜰로 정상적으로는 갈 수 없다. 막혀 있기 때문이다.
1층이나 2층은 맨 끝에 창이 없이 마감되어 있기에 뒤뜰로 향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이 3층 양호실의 창문만이 뒤뜰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도깨비불의 흔적이 끊겼다는 건.
“…….”
나는 창문을 넘어 뒤뜰로 조용히 뛰어내렸다.
“용 사원?”
벽을 타고 소음과 충격을 최소화한 채 흙에 발을 디뎌 안전히 착지한다.
그리고 철쭉 덤불 중 하나에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아래, 흙더미가 이상하게도 ‘주변보다 덜 고른’ 모양새를 하고 있는 곳.
그곳의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오.]
푹.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무언가가 닿았다. 나는 침을 삼키며 그것을 철쭉 밑둥 아래에서 빼내었다. 반짝이는 그것은….
깨진 유리 조각.
“…!!”
군데군데 부서진 유리 공예품이 흙 묻은 채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의 모습은 내가 아주 잘 아는 무언가였다….
도깨비불 초롱이다.
“…….”
“재난관리국 물건이구나.”
어느새 소리도 없이 따라온 늑대 조장의 말대로.
이것은 그곳의 유리 초롱이다. 하지만 형편없이 박살 나 있으며, 그 안에 있어야 할 도깨비불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잠시만.”
“…!”
나는 반사적으로 부서진 초롱을 당겼다.
간발의 차로 늑대 가면을 쓴 자의 손이 허공을 가른다.
“…….”
“…….”
“돌발행동을 하더니, 비협조적이기까지 한 거야?”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아는 장소인가 본데, 나를 일행으로 생각한다면 최소한 움직이기 전에 이야기는 해야 도리에 맞지. 알았니?”
난감한 기색이 묻어났지만 비난이 아닌 타이름에 초점을 맞춘 말투였다.
‘후우.’
그래. 나는 이 사람이 진짜 과거에서 온 게 아니라 괴담의 부산물이라는 걸 알지만, 너무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
…겨우 우호적으로 변한 상대에게 그러기도 마음에 걸리고.
“……예.”
“그래. 그럼 나도 한 번만 해볼까.”
뭐?
다음 순간.
어느새 늑대 조장의 손에 유리 초롱이 들려 있었다.
“…!”
“요즘은 어둠을 이용해서 기이한 물건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너희 때는 보편화되어 있을 것 같은걸. 꼭 이런 물건을 하나 만들어두도록 해. 유리하니까.”
그리고 다른 손에 들린, 앞 포켓의 펜.
“위치를 바꾸는 장비.”
달칵.
펜 포인터가 사라졌다.
부서진 유리 전등을 손에 든 늑대 조장은 그것을 살짝 흔들고, 소리를 듣는 듯 살피더니….
툭.
바닥부를 분리했다.
“자, 밑바닥에 이게 끼어 있었구나.”
그 손에서 낡아빠진 종이 한 장이 들어 올려진다.
반으로 찢어진 채 절반만 남아 삭은 것.
그리고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도서 대출표.”
빈 봉투만 있던 도서 대출표의 내용물, 대출해 간 시민들의 명단이 적힌 종이다.
앞면은 분명 그랬다.
하지만 뒤로 돌리는 순간….
“…!”
노랗게 변색된 종이 위로 붉은 붓글씨가 거친 필체로 새겨져 있었다.
그 모양은….
“부적이구나.”
“…….”
“혹시 낯이 익니? 재난관리국에서 요원들이 적는 것 같은 모양새인데….”
그리고 나는 이 학교에서 부적들을 본 적이 있다.
이 학교의 5층.
강당이 있는 그 층에 빼곡히 덮여 있던 부적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학교뒷뜰에서파낸부적을찢어서죄송합니다저는■■학교학생졸업식준비를하고 있었어요죄송합……아니아니야!졸업식은의식이아니야산제물아니야아니야!!살려주세요살려주
“…….”
잠깐.
잠깐만!
그때… 5층에서 들리던 이상한 환청들의 정체가 이거라고?
‘재난관리국 요원들이 이 학교 뒤뜰에 부적을 묻었다니.’
그리고 그 부적이 찢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
의문이 머릿속에 소용돌이친다.
그리고 정답을 깨닫는다.
이걸 그쪽이 읽고 있다는 건 도깨비불이 알아볼 수 있는 요원이라는 뜻이고, 결국 세광특별시의 구조가 재개되었다는 뜻이겠지.
부디 학생들이라도 구조될 수 있길.
우리는 찾지 마.
실패했어.
‘학교에 부적으로 뭔가를 조치해놨던 거구나…!’
이곳의 학생들이라도 구조되길 바라면서, 세광특별시의 ‘재난’으로부터 비교적 버틸 수 있는 어떤 조치를 한 게 분명했다.
‘그런데 찢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 건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말은 되는데….
문제는 말이다.
출동구조반 청룡팀
왜 청룡팀이라는 명칭을 쓰는 거지?
현무팀이 아니라?
‘출동구조반은 현무팀인데.’
내가 소속되었던 곳 말이다.
이건 <어둠탐사기록>에서도 확실한 기록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청룡팀이라는 뜬금없고 낯선 명칭이 언급되었단 말인가.
‘특수팀인가? 세광특별시를 위한?’
그리고 그때, 여상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출동구조반 요원들이 어둠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려다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지.”
“…….”
잠깐만.
“혹시 출동구조반에 대해서 친숙하게 아십니까?”
“그렇지. 현장이 겹치니 그 정도는 알지.”
순간, 무언가 깨달았다.
이 늑대 가면의 사람이 정말로 경비반장의 과거의 모습 그대로라면….
‘세광특별시 봉인 전 사람이다.’
인지 소거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
그런데 ‘출동구조반 청룡팀’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뭐지?
‘침착하자.’
나는 간신히 동요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팀도 만나보셨습니까? 청룡팀은 만나보신 것 같아서요.”
“그래.”
청룡팀을 만나봤다고?
하지만 늑대 조장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둠을 없애려고만 출동하는 팀과는 조금 알력 다툼이 있기도 했지…. 괴담을 봉인하거나 아예 저 밖으로 쫓아내려는 팀 말이야.”
“…….”
“타협할 마음이 없으니, 아무래도 원료를 수집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썩 달가운 정부 관계자들은 아니지 않았겠어. 연구원 중에는 울고불고하는 애도 있지.”
하지만 초자연 재난관리국에.
재난의 종결만을 부서 목표로 하는 팀은 없다.
‘하지만 그것도 이상해.’
왜냐하면, 사실 당연하지 않은가. 초자연 재난관리국은 재난의 종결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왜 그걸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팀이 없었지?
설마.
설마….
“그 팀이 현무팀, 입니까?”
“그렇지.”
“…….”
“혹시 현무팀이었니?”
* * *
같은 시각.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강원도 지부.
지하 33층의 비밀 서고.
“…….”
찾던 기록을 빠르게 다 읽은 최 요원의 동공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요원님.”
류재관이 다급히 재촉했다.
망을 보던 그의 옆에서 찬란하고 거대한 도깨비불이 일렁인다.
웅-
최 요원이 퍼뜩 고개를 들더니 익살맞게 웃으며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크, 비밀은 지켜주셔야 합니다, 도깨비님. 메밀묵 걸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겁니다~”
도깨비불이 발랄하게 한바퀴 돌았다.
비밀 서고의 지하 33층 담당 도깨비는 이보다 무서운 존재였으나, 일 년에 한 번, 동짓날 한 주 전이면 신나게 장마당에 놀러 나가는 터라 대타가 자리를 선 것이다.
그는 자신과 친해서 살살 꼬드길 수 있는 도깨비불의 순번을 노려 이곳을 찾아왔다.
멸형급 초자연 재난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세광특별시’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찾기 위해.
“빨리 나가야 합니다.”
“응. 볼 건 다 봤어.”
탁.
덮은 기록을 도로 본래 있던 자리에 꽂아 간단한 봉인 술식을 작동한 최 요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청동아.”
“…….”
“아무래도 우리가 대단한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