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81화
이게 무슨 상황이지?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옆에 B조 조장이 있고, 내가 여기 있는데….
경비반장과 마스코트인 내가 저쪽 통로에 있다.
‘…뭐라고?’
도서관 괴담의 환각인가.
하지만 따지자면 오염되지 않은 몇십 년 전 과거, B조 조장 쪽이 환각인 게 더 자연스러운… 그렇지만 이렇게 실체를 가지고 학생까지 제압한 사람이 환각일 수는, 아니….
…….
나는 침을 삼켰다.
‘…브라운.’
-내 친구가 나를 부르는군요.
그리고 초점을 바꿨다.
‘저기 있는 골든 마스코트.’
나뭇가지 같은 뿔을 달고 있는, 노란색 고양이 같은 마스코트로.
‘…네 친구야?’
나로 판정받는가.
-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 나는 노루 씨와 함께 있군요!
애매한 답변이었다.
‘하.’
그리고 그 와중에 이미 두 개체의 상태를 찬찬히 살펴본 B조 조장이 내게 천천히 필담으로 고지한다.
-아무래도 사람은 아닌 듯한걸.
-이 도서관 괴담에 속한 개체 같으니, 조금 더 관찰하자.
“…….”
저들을 사람이 아닌 무언가들이라고 판정했구나.
그 판단은 옳긴 했다.
둘 다 실체가 있다고 해도, 오염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볼 순 없었으니까.
“저기…… 털실, 내가 들까….”
고 마 워
“응….”
그리고 털실을 잡아드는 경비반장의 동공이 노랗게 번질거린다.
‘이렇게 보니 진짜 심상치 않아 보이네….’
모퉁이 너머에서 대화를 나누는 저 두 존재는 외관과 대화법만으로도 아주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일회용 덴탈마스크를 낀, 경비반장을 보다가 휙 늑대 조장을 돌아보지 않기 위해 기를 썼다.
…만약에 말이다.
저 B조 조장이.
자기가 괴담이라고 판정한 존재가, 저 경비반장이 미래의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
느낌이 안 좋다.
‘마주치지 않게 하는 편이 낫겠어.’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펜을 들어서 답을 적었다.
-예. 이 도서관에서 길을 잃은 무언가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정설이네.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
눈치챌 테니까.
“음… 털실을 찾았으니까…… 실을 따라서 끝을 찾아볼 거야……?”
잡 고
이 동 해
다 른 일 행
찾 자
“그럴까….”
저쪽도 대화가 끝났는지 다시 이동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골든 마스코트가 한 말이 너무 이 상황에 내가 할 법한 말 같아서 잠시 오싹해졌으나, 일단 중점은 마주치지 않는데 두자.
-털실은 일단 포기하겠습니다. 저희도 일단 빠져서 다른 곳부터 수색
거기까지 적는 순간.
“냄새…….”
……!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쇄도해 온 경비반장의 길고 흉악한 검은 앞발이, 내 재킷의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늑대 조장이 그 재킷만 남기고 내 몸을 절묘한 타이밍에 빼낸 순간.
“…….”
“…….”
“…저기.”
들켰다.
경비반장이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이윽고 나와 골든 마스코트를 번갈아 본다.
“이거…….”
괜 찮 아
골든 마스코트가 달려오더니 내 앞에 선다.
그리고 까만 조약돌 같은 눈으로 나를 본다.
우 리
해 봤 어
무슨….
아.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이미지가 있다.
‘우주 쇼핑몰 VIP 쇼핑.’
거기서 나의 오염들이 전부 구현된 채 앉아 있던 상황을.
“…….”
그 렇 지 ?
그럼, 지금 이건… 오염체와 오염되지 않은 사람의 인격이 분리된 현상이라고?
골든 마스코트는 그렇게 본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도 이상해.’
내 오염은 한두 종류가 아니었다.
만일 그중에 내 자아를 가장 많이 잡아먹은 오염이 튀어나온다고 한다면 헝그리 행맨의 유치원 선생님부터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형상이 튀어나온다고 하더라도….
‘…130666이 나와야지.’
내 현실에서의 모습이 말이다.
[오, 기준점이 궁금해지는군요.]
다른 일행은 어떻게 됐을지 점점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급한 건….
“서로 아는 사이로 보이는데.”
경비반장과 B조 조장이 마주쳤다는 것이다.
“…….”
“…….”
훤칠한 체격에 깔끔한 정장, 그 위에 잘 매만져진 머리, 얼굴을 가리는 늑대 가면.
바짝 마르고 나른히 굽은 몸, 허름한 경비 직원복, 눌러쓴 모자,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 구겨진 덴탈마스크.
“무슨 일일까? 용 사원.”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채 둘의 대치를 보았다.
‘눈치챘나?’
적어도 경비반장은, 확실히.
그러나 제이 씨는….
마치 동작이 중지된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내 모자를 눌러 쓰며 고개를 숙인다.
…….
후우.
그렇다면.
“조장님. 이쪽은… 보안팀 직원분이십니다.”
나는 일어나서 침을 삼키며 경비반장을 정중히 가리켜 소개했다.
“제 일행이고요.”
늑대 조장이 가만히 시선을 둔다.
“하지만 모른 척했구나.”
후우.
“제가 알기로는, 보안팀은… 회사 초기엔 없었지만 차후에 신설된 부서라, 모르실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음.”
“그래서 수상하게 여기실까 봐….”
나는 한숨을 토해내듯이 시인했다.
“예. 속이려고 했습니다. 어디까지 믿어주실지 모르겠고, 조장님의 반응이 좀 무섭기도 해서요.”
“내가?”
“예.”
이건 진짜 진심이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수상쩍은 상황도 맞지 않습니까.”
“하하.”
늑대 조장의 가면 너머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웃는 건지 가늠하는 건지 알 수 없게.
나는 침을 삼켰다.
“그래서, 일단 저쪽도 털실을 발견한 것 같으니… 출구를 확보한 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음.”
늑대 가면 속 눈이 두 개체를 훑는다.
…여전히 경비반장은 모자를 눌러쓴 채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보다 화려한 마스코트 쪽에 좀 더 시선이 머무는 순간.
“알았어.”
“…….”
“일단 동행할까. 용 사원의 털실을 써봐야지.”
“예.”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다.
걷 자
우리는 털실을 잡고 걸었다.
내가 세광공업고등학교로 이동하면서 떨어트렸던 털실 뭉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라면, 이 털실의 끝은 한빛도서관의 바깥에 걸어 놓았으니 그쪽으로 우리를 안내해야 했다.
“…….”
그 과정에서도 늑대 과장은 계속 여상스러운 어조로 말을 건다.
이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골든 마스코트에게.
“너도 보안팀 직원이니?”
나
멋 진 리 조 트
주 인 이 야
“리조트.”
“…백일몽 어둠 중에… 사람에게 우호적인 괴담 개체가 경영하는 리조트가 있습니다.”
난 틀린 말은 안 했다.
“제법 근사한 곳은 맞습니다.”
맞 아
마치 잘했다는 듯이 마스코트가 내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보송보송한 앞발의 촉감에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짜일 확률은?’
골든 마스코트쪽이 괴담의 영향을 받은 진짜고. 내가, 이 괴담이 만들어낸 부속물일… 확률은?
‘…아냐.’
나는 지금 사람 모습이다.
사람의 인격이다.
정신이… 정신이 끊긴 부분도 없다.
그리고 브라운도 나와 함께 있지 않은가. 괴담 부속물은 저쪽일 확률이 높다. 아니, 확률 같은 소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마.’
그럴수록 쉽게 포기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그러나 말할 수 없이 기이한 기분 속에서, 나는 계속 발을 옮겼다….
“…….”
“…….”
그리고 놀랍게도 털실의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