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00화
지크는 이불 위로 마키의 머리를 살짝 치며 중얼거렸다.
“임마‥아픈건 남자고 여자고 없는거야. 게다가 너처럼 빈약한 녀석인데 내가 가면 어쩌냐? 그렇다고 루이체랑 단 둘이 놔둘 수도 없고‥하아, 고민이다.”
지크는 곧바로 방을 나섰고 그가 나간 것을 마키는 이불을 슬쩍 들치며 중얼거렸다.
“‥말할 수도 없고‥어쩌지?”
방 밖에선 지크 나름대로 벽을 후려치며 이를 갈고 있었다.
“으으윽‥저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내 속이 후련해질까! 어디까지 속아 줘야 되는거야!!!”
그때, 옆 방에 있던 사람이 인상을 찡그린 채 나와 지크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려 했으나 지크가 먼저 자신을 쏘아보자 표정을 풀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좋은 방법이 있다.”
결국 지크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마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이, 대답하지 말고 들어. 아무래도 미네아님이 직접 올 것 같으니까, 내가 그냥 갈께. 네 간호는 루이체에게 맡겨 둘테니 너 혹시라도 내 동생에게 딴 맘 먹지 말아, 알았지? 그 녀석도 의외로 무서우니 건드리려 했다간 뼈도 못 추릴지 몰라. 그럼 몸조리 잘 해라.”
이불을 툭툭 건드린 지크는 곧바로 문을 나섰고 마키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누워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음음‥이제 뭘 하지?”
케톤의 힘으로 성문을 무사히 통과한 리오는 아이들을 먼저 돌려보낸 후에 팔짱을 끼고 케톤에게 묻듯 말했고 케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요, 전 왕궁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으니 먼저 여관이나 잡아 두세요. 수도의 여관들은 제가 거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못 찾을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그럼, 전 왕궁으로 가 보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리오씨.”
리오는 빙긋 웃으며 케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레이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주었다.
“자아‥저 녀석도 갔으니 이제 뭘 할까요?”
리오의 말을 들은 레이는 흠칫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 현재 자신과 리오 둘 뿐이지 않은가.
“예? 저‥그, 그건‥.”
리오는 피식 웃으며 레이에게 말했다.
“그냥 가면 공주님이 진짜 수배령을 내릴지 모르니 아무래도 좀 쉬어가야 할 것 같네요. 여관이나 알아보러 가죠?”
레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레이와 함께 여관가로 향하였다.
여관가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여관 안으로 들어간 리오와 레이는 방을 잡기 위해 주인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주인장은 여관의 명부를 보여주었고 명부엔 부부용 방 하나가 남은 것 빼고는 모두 꽉 차 있었다.
“방이라‥두 분이 부부라면 모를까, 따로 쓸 만한 방은 지금 다 찬 상태인데요‥왕국 검술제가 가까워져서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예‥알겠습니다.”
리오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여관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다가 문득 리오에게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주인에게 다시 말하였다.
“주인장, 여관의 명부 좀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명부를 리오에게 보여 주었고 리오는 명부를 천천히 내려 읽다가 한 이름에서 눈을 멈추었다. 리오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주인에게 명부를 주며 말했다.
“아는 사람이 여기 묵고 있군요. 312호 손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보기 드물게 마음이 좋은 주인장이라 생각하며 3층을 향해 올라갔다. 레이는 아무 말 없이 리오를 따를 뿐이었다.
리오는 312호 방 앞에 서서 호흡을 진정시킨 후에 문을 두드려 보았다.
“루이체, 여기 있니?”
그러나 방 안에선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리오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문을 두드렸다.
“루이체, 리오 오빠가 왔다, 있니?”
그러나 역시 대답이 없었다. 리오는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흠‥아무래도 나간 듯 하네요. 그럼 다른 여관을‥.”
“아아아악–!!”
그때, 리오의 뒤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리오는 디바이너에 손을 가져간 채 뒤를 돌아보았으나 곧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런‥다 큰 처녀가 비명이 그게 뭐니?”
비명을 지른 여자, 루이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빈 후 다시 리오를 바라보았고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내던지며 리오에게 달려들었다.
“오빠! 리오 오빠!!!”
루이체가 자신에게 안겨들자 리오는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반가워 했다.
“그래 그래, 잘 있었지?”
루이체는 울먹이며 고개를 들어 리오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근데, 오른쪽 눈에 뭐야? 웬 붕대를‥설마 오빠‥!?”
리오는 자신의 오른쪽 눈 위에 감긴 붕대에 손을 가져가며 피식 웃어 보였다.
“음, 잘못해서 눈 좀 버렸어. 실명됐으니 어쩔 수 없지.”
그러자 루이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리오의 눈을 덮은 붕대에 손을 가져갔다.
“아아앙〜! 어떻게 이럴 수가!! 오빠가 다치면 난 어떻게 하라고!!”
그 말을 들은 레이는 깜짝 놀랐고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리오는 미소를 지은 채 루이체를 다독거려 주었다.
“녀석, 오빠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아무리 의형제라도 형제는 형제야 임마. 근데, 너 왜 네 방에서 안 나오고 저 방에서 나왔니?”
루이체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으응‥너구리랑 같이 왔거든. 너구리 친구가 아파서 내가 간호해 주고 나오는 거야.”
레이는 순간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리오에게 물었다.
“너, 너구리요?”
리오는 피식 웃으며 레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 일명 <바람난 너구리>라고요, 제 남자 형제 별명이에요.”
리오의 품에 안겨 있던 루이체는 리오의 뒤에 서 있는 레이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오, 오빠‥저 여잔 누구야?”
리오는 레이에게 돌아서며 서로를 소개시켜 주기 시작했다.
“이쪽은 레이·첸씨. 나와 한 달 반 동안 여행을 같이 다닌 일행이시지. 물론 다른 일행도 같이 있었으니 오해는 하지 마. 그리고 여긴 루이체·스나이퍼, 제 하나뿐인 여동생입니다.”
레이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루이체 역시 허리를 굽혀 레이에게 인사를 하였으나 루이체의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레이씨.”
리오는 잘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이체의 어깨를 두드린 후 말했다.
“루이체, 레이씨랑 며칠간 같은 방을 좀 써 줄래? 여관들이 다 방이 없다고 난리라서 말이야.”
루이체는 곧바로 대답했다.
“싫어!”
리오는 제발 부탁한다는 어투로 루이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허, 그러지 말고 제발 부탁이야. 레이씨가 남자도 아닌데 왜 그러니?”
루이체는 다시금 싫다는 말을 하려 했으나 리오가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자신에게 부탁하는 바람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지만 며칠간이야.”
리오는 루이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빙긋 웃어 주었다.
“오냐 오냐, 고맙다 루이체. 근데 지크 녀석은 어디로 도망갔니?”
“응, 저녁 만찬인가 때문에 왕성에 가봐야 한대. 그래서 앓아누운 짐덩이를 나에게 맡기고 성으로 갔어.”
리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을 하였다.
“그래? 그 녀석 출세했네. 어쩌다가 그런 꼴이 되었니?”
루이체는 양손을 모아 머리 뒤로 넘기며 대답했다.
“응‥도중에 왕족 여자 한 명하고 애꾸눈 검사 한 명을 만났거든? 그래서 리오 오빠도 찾을 겸 수도까지 데려다줬는데 그만 하룻밤의 실수로 발목이 붙잡혀 버리고 말았어.”
그 말을 들은 레이는 얼굴을 붉혔고 리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루이체에게 되물었다.
“뭐? 아무리 그 녀석 성격이 이상하다고는 하지만 밤에 실수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녀석은 아닌데? 진짜야?”
루이체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해 주었다.
“그게 아니고! 오빠도 이상해졌네, 밤 얘기만 나오면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니‥리오 오빠도 역시 남자구나? 사실은 그 왕족 언니 만나러 성에 몰래 침투를 했는데 잘못해서 여왕의 방에 들어가고 만 거야. 그래서 그 대가로 보디가드가 되어 있지. 내 말 알아듣겠어?”
리오는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채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난 지크 녀석 방에 들어가 쉴테니 레이씨 좀 부탁한다. 아, 아픈 사람이 있다고 했지? 내가 대신 간호할 테니 넌 들어가서 쉬어라.”
루이체는 속으로 흠칫 놀랐으나 리오가 설마 이불을 들추어 보겠냐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오빠. 그럼 조금 있다가 식당으로 와, 점심 안 먹었지?”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난 아침에 먹었으니 됐어. 레이씨나 부탁한다. 그럼 있다가 보자.”
리오는 천천히 지크의 방으로 향했고 루이체는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레이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방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들어가세요, 그리고 얘기 좀 하자구요‥!”
레이는 무슨 소리인가 하며 루이체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