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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0화


달칵, 달칵.

클릭이 끝났다.

외계인 상점이 장바구니에 담은 품목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구매할 건….

앨리스 피크닉세트 – ₩11,999,999

※할인!※ 은화 뱀 – ₩4,999,999

= ₩16,999,998

그렇다.

나는 효과 뻥튀기 물약과 할인 품목을 구매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머지를 못 씁니다….’

흡혈 무기? 듣기야 멋있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귀신에게 칼 들고 달려들어야 한단 거지…….

‘쫄보가 그런 멍청한 짓 하면 죽어….’

그러다 손 덜덜 떨면서 엑스트라 1로 사망하는 게 괜히 공포영화 클리셰가 아니었다.

게다가 공격 상대에게 피가 있어야 소용이 있을 테니 범용성이 없다.

‘차라리 방어구면 모를까, 이 상태론 무기는 논외지?’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건 수명 단축의 지름길이다. 이하생략.

다음으로 더 넓은 무전기.

이건…….

‘……상사한테 장난감 무전기 가지고 다니라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누구 밑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대단한 아이템인 걸 알려줘도 문제였다.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이건 정말 믿을 만한 동료가 있을 때나 쓸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기각.’

결국 남는 아이템이 ‘앨리스 피크닉세트’와 ‘은화 뱀’ 두 가지인데, 예산안에서 다 살 수 있으니 살 거다.

둘 다 유용해 보였거든.

일단 앨리스 피크닉 세트의 효과 두 배, 효과 절반은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하지 않은가.

‘여차하면 방어용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직원들 눈에 띄지 않고 쓰기도 좋았다. 그러니까 구매.

마지막으로 은화 뱀이라는 이름의 할인 품목.

‘정가가 이천만 원?’

일단 거기서 느낌이 팍 왔다.

이건 투자용이다.

‘은화라고 굳이 붙여놓은 걸 봐서는, 화폐일 것 같단 말이지.’

<어둠탐사기록> 세계관에는 다양한 괴담 속 화폐가 있었고, 특정 단체를 통해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하기도 했거든.

‘정가 이천만 원짜리를 오백에 사두는 건 분명 이득이야.’

외계인 상점이 대폭 할인을 해주는 건 보통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리스크를 감수할 만했다.

…절대 코인에 투자하는 심리가 아니다! 정말로! 이성적 판단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천칠백만 원을 결제해야 했다.

“후.”

결제 방식은 오로지 무통장입금뿐.

통장개설이 간단한 전자 계좌의 번호가 ‘우주인’이라는 명의로 홈페이지에 떠 있다.

‘세액 공제는 바랄 수 없겠지….’

이런 큰 금액을 일시불로 이체하는 건 자취방 구할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는 한도를 상향해 놓은 은행 어플을 통해 손을 떨며 ‘₩16,999,998’을 이체했다.

그 순간.

성공 구매!

물건이 로켓을 탔다!

도착까지00:00:08

어.

00:00:07

00:00:06

잠깐만.

00:00:03

00:00:02

00:00:01

땡.

경쾌한 소리가 나고.

도착!

펑.

“헉!”

허공에서 공기가 ‘열리더니’, 연기와 함께 물건이 쏟아져나왔다.

우체국 택배 박스였다.

“와.”

말 그대로 로켓 배송이었다.

‘이 미친 세계관아, 너도 안 무섭고 신기할 수 있었구나!’

감동까지 느껴진다.

잠깐 감탄한 후 정신 차리고 택배를 개봉했다.

일단 <앨리스 피크닉세트>는 동화풍 그림이 그려진 녹슨 틴케이스였다.

케이스를 열자 납작한 캔에 든 음료수와 종이 포장된 쿠키가 보였다. 각각 ‘Drink me’와 ‘Eat me’가 적혀 있다.

“좋네.”

이것도 ‘스마일 스티커’처럼 한두 개만 챙겨서 다니면 되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틴케이스를 택배박스에서 꺼내니 밑에 깔려 있던 동그란 은색 물건이 보였다.

잡아 올렸다.

반질거리는 은색 동전.

‘화폐가 맞았어.’

약간 짜릿했다.

스스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그림이 새겨진, 500원짜리 크기의 은화를 들어서 살짝 튕겼다. 금속답게 묵직했다.

이 화폐를 어디서 쓸 수 있을지 몇 가지 후보군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어디든 알차게 써보자.’

비록 천칠백만 원이 눈 녹듯이 사라졌지만.

어차피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면 없어질 돈, 물욕을 자제하자… 자제.

음. 진정됐다.

‘그럼… 어쨌든 나도 꽤 준비가 된 건가.’

현재 내가 가진 물건들을 정리해 보았다.

-메모리얼 그립톡

-스마일 스티커 🙂

-앨리스 피크닉 세트

-은화 뱀

앞으로 이것들을 사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더 높은 등급의 어둠들을 클리어해 나가야 했다.

‘적극적으로 써보자.’

무섭다고 피하다가 더 무서운 꼴을 보는 수가 있다. 잊지 말자, 쫄보야.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잊지 말고 최대한 써보기로 마음먹으며, 나는 잠을 청했다.

양 대신 편의점 귀신이 머릿속에 뛰어놀며 내 삶의 질을 박살 내주었다.

하하.

* * *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우리가 정기 관리하는 괴담이 몇 개 있는데, 오늘은 거기 한번 들어가 볼 거야.”

“…예.”

딱 세 시간 자고 나왔다. 이러다가 진짜 죽을 것 같다.

그러나 내 표정을 걱정으로 해석했는지 대리가 어깨를 두드렸다.

“너무 걱정은 마라. D등급이니까.”

“맞아! 노루 네가 입사 오리엔테이션에서 겪은 일, 그 정도야, 그 정도!”

데스 서바이벌 PTSD가 있을 신입사원에게 그런 말을…?

그러나 이미 일반인의 감수성이 박살난 현장탐사팀 직원들은 허허 웃으며 내게 덕담하듯 말하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도 한번 클리어했는데, 매뉴얼도 있는 지금 못할 리가 있나.”

“그냥 돌발행동만 안 하면 별문제 없어, 알겠지?”

“…예.”

일단 뭐… 알겠습니다.

뭐든 나 혼자 편의점 귀신과 술래잡기하는 것보다는 괜찮겠지.

‘제발 밤에 잠 좀 자자.’

이번엔 부디 위화감과 정보값 부족으로 섬뜩한 것이지 실제로는 그다지 끔찍하지 않은, 예술영화 스타일의 괴담이 와다오!

나는 간절히 바랐다.

“자, 여기 자료.”

주임이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내가 오늘 진입할 괴담은…….

[화요 퀴즈쇼 / 어스름(D) 등급]

“…….”

어?

“봤지, 노루야? 퀴즈 게임에 참가자로 들어가는 거야.”

“예.”

“퀴즈 못 맞히면 벌칙 받고, 근데 벌칙 종류가 끔찍하고… 뭐, 그런 류의 괴담이지.”

“근데 이미 다 정답지가 있어서 우린 괜찮다? 너무 긴장 말라고!”

주임이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래, 좋다.

‘귀신 직접 보는 것보다 훨씬 공포도가 낮을 것 같다는 예감이 온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모르는 이름이잖아.’

화요 퀴즈쇼?

그런 D등급 괴담 페이지는 <어둠탐사기록>에 없다.

당장은 상사들 때문에 메모리얼 그립톡을 사용해 내 기억을 뒤져볼 순 없었지만… 안 봐도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읽은 괴담 중엔 없다.

하기야 내가 <어둠탐사기록>의 모든 괴담을 다 읽었다고 하더라도, 그 외에 다른 괴담들도 이 세계관에 존재할 수 있긴 했지.

애초에 실시간으로 괴담이 추가 작성되는 인터넷 놀이터였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모르는 게 훨씬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내가 모르는 괴담에 들어가게 될 줄이야.

‘…내 생각보다 회사가 가진 ‘어둠’ 목록이 훨씬 방대한 건가?’

목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상사들은 태평했다.

“우리 관할에 유독 방송 쪽 어둠이 많이 배당된단 말이야.”

“아, 조마다 그런 거 있죠.”

그리고 대리가 내게 화요 퀴즈쇼의 정답지라며 PDF 파일 하나를 보내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정답지랑… 적당히 현장탐사 매뉴얼이나 다시 읽고 있어라. 오후에 조장님 오시면 가자.”

“예.”

나는 우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임이 친절히 말을 덧붙였다.

“아, 혹시 모르니까 매뉴얼 종이로 된 것도 하나 챙겨줄까? 필기도 해야 하잖아.”

“아, 괜찮습니다. 다 외웠습니다.”

메모리얼 그립톡이 있는 나에겐 짐 추가일 뿐이다.

“다… 외웠다고?”

“예.”

“…그래서 필기를!”

“예?”

“아, 아니.”

주임은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조장님이 너 엄청 편해 할 것 같다.”

“…??”

아무튼 좋은 뜻인 것 같으니 넘어가자.

참고로 D조의 조장은 아직도 외근 중이었으나, 오늘 오후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곧 보겠어.’

그런데 한 시간 후.

“잠시만. 저희 조장, 그러니까 과장님 아직 외근 중이신… 예? 아니, 그건 어렵죠.”

통화하던 대리가 인상을 팍 쓰며 전화를 끊었다.

“이 사람들이 정신이 나갔나. 신입 있으니까 3인 1조 되지 않냐는 미친 소리를….”

“예? 진짜요?”

“어. 아무래도….”

대리가 나를 힐끗 보았다.

아.

‘편의점 귀신 때문인가.’

내가 F급 어둠을 이상한 방법으로 너무 빨리 혼자 클리어한 것 때문에, 위에서 ‘그래? 그럼 1인분 하겠네’ 같은 발언을 할 빌미를 준 것이다.

이천만 원을 혼자 먹어버린 부작용이 여기서 터지다니.

물론 내가 돈 먹은 게 아니꼬워서가 이유는 아니었다.

“월말이잖아.”

“아아.”

수군대는 두 상사를 보며 대충 파악했다.

‘부서에 실적 이슈가 생긴 건가.’

모르긴 몰라도 점심시간 전까지 ‘할당량’을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된 모양이다.

근데 신입이 1인분을 해줄 것 같은 상황이라 이거지.

대리는 짧은 고민 끝에 결정했다.

“노루야, 너 그거 다 외웠냐?”

아, 퀴즈쇼 정답지… 잠깐.

‘이거 내가 다 외웠다고 하면 들어가는 건가?’

그렇다면 전략적 엄살을 좀 부려볼…….

“에이, 이미 외웠을걸요? 탐사업무 매뉴얼도 다 외웠대요, 그 두꺼운 걸!”

“오.”

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은 우리끼리 들어간다.”

“…….”

‘한 사람이라도 머릿수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덜 무섭게!’라는 내 사소하고 절박한 희망은 그렇게 사라졌다….

‘3인 1조가 원칙이지만 원래도 가끔 연차 쓰면 둘이서 들어갈 때도 있다. 지원 근무를 받긴 하는데 그게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고 어쩌고저쩌고’하는 식의 설명이 이어졌다.

예. 이 회사가 참 회사답다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어쨌든, 각오는 됐어.’

아이템 무장도 완료했고, 그렇게 무서운 형태의 괴담이 아닌 것도 확인했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오후에 가는 것보다 지금 가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상상력이 공포를 창조할 것이다. 지금 끌어모은 용기가 내 최고치인 것이다.

더 줄어들기 전에 입장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입장하자.”

끝없는 정신 승리 중, 찾아온 타 부서 직원에게 뭔가를 인계받은 대리가 다가왔다.

‘괴담에 진입할 매개체…겠지?’

그건 엽서였다.

그러나 낡은 우편이 붙은 엽서의 ‘받는 이’ 란에는 괴상한 글자가 이미 덕지덕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상단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신청서’가 반복되어 적혀 있다.

저주문처럼 말이다.

-어느 날, 나는 낡은 잡지에서 이상한 엽서 하나 발견한다.

어떤 퀴즈쇼에서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홍보물이 동봉되어 있었는데, 검색해 보니 그런 방송은 없었다. 아마도 그냥 빈티지 엽서의 테마로 쓴 거겠지.

흥미를 느낀 나는 재미 삼아서, ‘보내는 이’에 내 이름을 적어보는데…….

정말 이상한 퀴즈쇼에 끌려왔다.

그런 괴담인 건가.

언뜻 보면 잘 모르지만 자세히 보는 순간 기괴하다는 점에서 제대로 소름을 유발하긴 했으나….

“여기에 서명만 하면 된다.”

“…….”

“찝찝하면 본명 말고 대충 동물 가면 이름 적어.”

“…예.”

포인트 모아야지.

나는 두 사람이 각각 ‘오소리’와 ‘송골매’를 적는 것을 보며, 나도 ‘보내는 이’란에 적었다.

-노루

펜을 떼는 순간.

내 정신은 뽑혀 나가듯 우편의 엽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아, 드디어 왔군요. 우리의 참가 신청자들!]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셨다.

뿌연 시야에서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정장을 입은 손이 악수를 청한다.

[환영해요, 환영해… 자. 이제 곧 카메라가 돌아갑니다. 웃는 얼굴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고요!]

나는 반사적으로 악수를 하며 고개를 들었다.

사람 머리가 있을 자리에 그 대신 구형 TV가 보였다.

……이모티콘이, 떠 있다.

[]

그 TV 인간은 내 손을 놓더니, 유쾌하게 몸을 돌려 양팔을 벌린다.

[관객분들!]

와아아아!

환성이 들렸으나 촬영 불빛에 번지며 관객석의 인영들은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곧, 나는 내가 웬 알록달록한 단상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퀴즈쇼 참가자의 자리인가.’

졸도할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아니, 솔직히 그냥 TV탈 쓴 사회자가 진행하는 퀴즈쇼에 참가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눈 뽑는 지하철이나 편의점 귀신을 겪고 나니 선녀 같다.’

음. 좋아. 침착하게 머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가면을 한번 매만진 후, 상황을 체크했다.

[토크쇼 관객이 처음이신가요? 오오, 그럼 환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의 환호가 쇼의 모든 것이니까요!]

TV 인간은 관객석을 부추기고 분위기를 띄우는 중인 것 같았다.

아마 토크쇼의 진행자인 듯했다.

‘그러니까, 이 화요 퀴즈쇼라는 건 어떤 토크쇼의 코너 같은 건가.’

세트장의 분위기, 백사운드를 만드는 밴드나 관객석의 구성, 사회자가 홀로 끌어가는 분위기 같은 것을 보았을 땐… 전통적인 미국 토크쇼 같았다.

‘좀 옛스럽기도 한걸.’

…….

뭐라고?

‘다시.’

옛날 미국 토크쇼.

퀴즈 코너.

참가자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상황.

이건….

…….

…….

나는, 이 키워드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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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 주의!※

유의 : 이 문서를 읽음으로써 발생하는 공포, 환청, ■■, ■■■■ 등의 문제에 대하여 (주)백일몽은 일체의 배상책임이 없습니다.

서명 이후 진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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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D등급이 아니었다.

이, 괴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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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산제물의 합창가]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A-104.

암흑(A) 등급 어둠.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등급 재조정 사태의 시발점.

현재 공식적인 생존자 기록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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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 1…. 이제 쇼가 시작됩니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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