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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96화


괴담 택시가 우리를 부른다.

대문 너머에서.

빵빵.

저걸 타서 매뉴얼만 제대로 지키면, 확실히 ‘서울역’까지 갈 수 있다….

문제는, 저 택시에 올라타는 방법이다.

‘이 가게 대문 밖에 서 있어.’

애초에 대문이 있는 가게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사망단길 골목길은 너무 좁아서 택시가 설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택시를 호출해서 타려면, 대문 밖으로 나서야 하지….’

하지만 대문 밖에 나가서 대체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 나와 이자헌 과장이 무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쪽도 대비책을 강구해뒀다.

바로 이 가게의 상품으로.

‘안 그래도 들리려고 했는데, 마침 또 이 가게에 대문도 있어서 한 번에 끝냈다.’

나는 침을 삼켰다.

“조장님, 계획대로 부탁드립니다.”

“예.”

이자헌 과장이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 손을 넣어서 순식간에 포장을 뜯어버렸다.

그러자 포근한 양말과 함께 덤으로 들어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털실 뭉치.

핸드메이드 가게답게 직접 양말에 새로운 수를 덧대어 보라고 준 것 같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쓸 것이다.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가게 주인의 눈을 피해, 빨간 털실의 한쪽 끝을 풀어내서 가게에 진열장 다리에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털실 뭉치를 이자헌 과장과 반씩 나눠서 쥐었다.

행동에 제약이 좀 생기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둘 다 직접 털실을 잡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갑시다.”

“예.”

나는 털실을 천천히 풀면서, 불투명한 유리문을 등지고 선 채 뒤로 걸었다….

그리고 유리문에 등이 닿는 순간, 손을 아래로 더듬어서 손잡이를 잡았다.

달칵.

손잡이를 밀며 바깥으로부터 훅 바람이 들어온다.

그리고 날것의 클락션 소리도.

빵빵.

돌아보면 안 돼.

나는 이자헌 과장과 발을 맞춰가며 천천히 뒤로 걸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눈이 되어 줄 ‘착한 친구’가 있다.

-계속 그 방향으로 뒷걸음질하면 됩니다, 친구! 밤이라 보행자가 별로 없군요.

…보행자? 아니, 궁금해하지 말자.

나는 내 시선을 가게 안으로 고정한 채, 어두운 주변을 보지 않고 계속 뒤로 걸었다.

가게 안에 매달린 털실이, 나와 ‘사망단길’을 이어주고 있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끈이다.

‘이걸 붙잡고 있는 동안에는, 실종이 아니니까!’

천천히, 천천히, 조급하지 말고 물러난다….

툭.

몸이 닿았다.

빵빵.

…택시다.

재차 울린 클락션 소리에 차체를 타고 몸이 진동한다.

신중하게 뒤로 팔을 뻗어서, 매끄러운 자동차의 몸체를 더듬었다….

-한 뼘만 왼쪽입니다.

손을 고쳤다. 매끈한 홈이 느껴졌다.

‘손잡이.’

나는 자동차 손잡이를 잡고, 당겼다.

그리고 그대로 택시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구겨 넣었다.

현대적이고 깨끗한 차 안에 대한 감상을 떠올릴 겨를도 없었다. 나는 시트 밑을 보며 옆자리로 이동했고, 그 빈자리로 이자헌 과장이 바로 들어온다.

그리고 손에 남아 있던 털실 뭉치를 던져 버리는 동시에 문을 닫았다.

어마어마한 힘 덕에 모든 동작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쾅.

“…….”

나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앞자리 운전석, 기묘할 정도로 깨끗하게 각 잡힌 정장을 입고 정모를 쓴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서울역까지, 부탁드립니다.”

…….

[도착 예정 시간은 43분 후입니다.]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후우.’

나는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해냈다!

‘괴담 갈아타기… 성공.’

물론 이 택시 자체도 괴담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나는 해당 위키를 빠르게 떠올렸다.

‘지옥할증 택시’라는, 말만 들어도 결제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문제의 괴담을.

택시의 외관은 주로 독일제의 검정색 고급 세단으로 묘사됨.

차종은 호출 시마다 변경되나, 주홍색 택시 표지등과 운전석 앞 거울의 역십자 황금 장식으로 식별 가능.

나는 운전석을 보았다.

…앞 거울에 불길해 보이는 황금색 역십자가가 매달려서 흔들거린다.

확정.

‘후.’

계획대로인데도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오른다.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인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도망칠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 속에 들어왔다는 압박감과 더불어….

째깍째깍.

미터기가 오른다.

[10000]

[10100]

[10200]

빠르다.

“기사님.”

얼른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기사가 승객에게 흥미를 잃을수록 차량의 속도가 빨라지며, 미터기가 빠르게 오른다.

그리고 미터기가 올라가면….

택시 탑승자는 내릴 때 미터기 금액에 해당하는 저주를 받는다.

그래.

이 택시의 요금은 돈을 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할당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저주라기보단 ‘초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나쁜 것’에 가깝기에 더 으스스했다.

다만 기사가 꾸준히 승객에게 흥미를 유지하며 천천히 달린다면 미터기가 천천히 오르고, 이 ‘저주’는 탑승자가 감당할 만한 정도에서 끝난다.

반대의 경우에는….

‘미친 듯이 달리는 택시 속에서 내리는 순간 감당하지 못할 저주를 받는 거지.’

게다가 택시의 속도가 빠르다고 도착지에 일찍 도착하지도 않는다.

모든 택시는 정시에 도착하며, 택시의 속도와 예정 도착 시간은 무관하다.

내게 선고된 시간은 43분.

이 시간 동안 꾸준히 상대의 흥미를 끌어야 했다.

‘차량 속도가 빨라지면 유리창이 깨지는 등 차내에 이상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이미 기록을 읽었으니까 상대가 무슨 대화에 흥미를 느낄지 알고 있지 않냐고?

그건 맞다.

문제가 있다면, 그 ‘상대’ 후보가 4명이나 된다는 점이지!

택시의 기사는 총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서로를 번호로 호칭한다.

이들은 외양이 완전히 동일하나 손님 응대에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각자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 주제에 차별성을 보인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당신이 몇 번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가는 불쾌함을 드러내며 택시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쫓겨난 사람은 행방불명이지….’

고로 누군지 알아내려면 대화를 나누는 수 밖에는 없다.

탐사기록에서 각 기사가 흥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

번호 1 / 올림픽, 선거, 반려동물, 게임, SNS.

번호 2 / 전쟁, 마피아, 액션 영화, 흡혈귀 전설, 총기.

번호 3 / 좋은 식당, 농사, 경제불황, 빈민가 여행, 명품.

번호 4 / 내세, 종교적 체험, 팬데믹, 대량 학살, ■■■.

그리하여 본래의 공략법은 첫 대화를 통해 대체 이 중 몇 번에 해당하는 기사인지 최대한 빨리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다.

머릿속에 탐사기록이 이 정도까지 쌓여 있다면, 다른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가장 온전한 몰골로 이 택시에서 내릴 대화법을.

[손님.]

“…….”

벌써 첫 번째 질문이 시작되었다.

앞자리에서 묘하게 비웃는 듯한 오만한 음성이, 차량을 운전 중인 기사에게서 흘러나온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습니까?]

“그냥 일했죠.”

[아하.]

기사는 승객이 떠드는 이야기에 대한 선호를 직접 토로하지 않으며, 오로지 질문만을 던진다.

하지만 미터기가 답변한다.

[10500]

[10700]

[10900]

[11200]

폭주다.

-맙소사, 저 기사는 스몰토크의 개념을 모른답니까? 친구, 원한다면 나처럼 유능한 방송인이 한마디 거들어볼 수 있습니다만….

‘괜찮아.’

예상했던 결과다. 나는 빠르고 무심하게 다음 말을 툭 이었다.

“근데 일하다가 죽을 뻔했는데요.”

우뚝.

“정육점에서 고기 사려다가 제가 고기가 될 뻔해서요.”

미터기가 멈췄다.

[11300]

“다행히 가게 주인분이 채식주의자시더라고요. 물물교환으로 농산물을 넘기고 빠져나왔죠. 흥정도 이겨서 돈도 받았고.”

[…….]

핸들을 두드리는 기사의 손가락이 느려진다.

…차량이, 느려진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죠?]

휴우.

“뒷골목으로 향했죠.”

‘통했다.’

내가 하는 짓이 뭐냐고?

‘최대한 많은 정답 키워드를 대답에 엮는 거지.’

저기 앉아 있는 게 어떤 기사이든지 관심 가지도록 말이다.

일명, ‘이 중에 네가 관심 있는 게 하나라도 있겠지’ 전략이었다.

그리고 마침, 지금 내 상황이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온갖 자극적인 소재를 다 꺼낼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지난 반년 간 보통 우여곡절을 겪었어야 말이지.’

[내일은 무슨 일을 하실 겁니까?]

이야깃거리가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일단 쉬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좀 정리해 보려고요. 파란만장했거든요.”

나는 택시 기사가 무슨 질문을 던지든, 자극적이고 떠들 것 많은 경험과 화제로 계속 말을 돌렸다.

그리고 계속 엮었다.

악몽, 식량, 피, 폭력, 적자생존, 마스코트, 요리, 점술, 귀신….

모두 일상적인 대화에 녹아들었다.

결국 차량은 마치 자전거 같은 속도로, 천천히 전진했다.

나는 계속 끝없이 떠들었다. 브라운이 몇 번 감탄했을 정도의 오디오 채우기였다.

그리고 목이 거의 쉬었을 때즈음.

[…다 왔습니다.]

택시가 정차했다.

[손님의 목적지, ‘서울역’입니다.]

…달칵.

택시 뒷문의 잠금이 풀린다. 그리고 썬팅된 유리창이 내려가며 익숙한 풍경이 드러났다….

서울역의 야경이었다.

‘하…!’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지만, 먼저 정산부터 해야 했다.

나는 미터기를 보았다.

[29700]

[29800]

딸깍.

기사가 미터기를 종료한다.

[29800]

‘해냈다…!’

2만 원 대로 끝나는 건 보통 10분 내 거리일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아무런 영구적 손상이 없을 것이다.

[요금 정산입니다.]

택시 기사가 등 뒤로 손을 내민다.

그 손에는 수표가 들려 있다.

-29,900 / 코드 1

나는 뱀 형태의 밀랍 봉인이 찍힌, 고전적인 양식의 그 종이 수표를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뒷면에 설명이 적혀 있다.

탑승자가 받을 저주를 뜻하는 코드가.

요금 코드 1 : 질병.

– 사흘 간의 고열, 두통, 각혈, 오한.

좋아.

‘아주 괜찮아.’

금전운이 미친 듯이 나빠지거나 주변 사람이 죽는 것보다야 훨씬 좋았다.

“감사합니다.”

나는 수표를 챙겨 든 채, 운전석에 고개를 깊게 숙여 보이고 택시 밖으로 드디어 탈출했다.

‘하.’

겨울 공기가 이토록 좋을 수가….

똑똑.

“…!”

택시 운전석의 유리창이 반쯤 내려간다.

[손님.]

기절할 뻔했다.

“예.”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제 동료들도 손님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어둠 속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흰 장갑을 낀 손이 톡톡, 손가락을 두드린다….

[우리가 퇴직한 후에 한 번 뵙죠. 그때는 술이라도 한잔 사겠습니다.]

나는 침을 삼켰다.

…혹시 눈치챘는가?

사실 이 택시의 기사에게는 아주 확실하고 유명한 모티브가 있다.

묵시록의 4기사.

정복, 전쟁, 기근, 죽음의 기사들이 말 그대로 말세의 택시 기사로서 근무한다는, 언어유희를 이용한 괴담.

이것에 기초하여 현 상황을 파악하자면… 방금 건 식은땀이 줄줄 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여도 된다.

“예.”

묵시록의 기사는 세상에 종말이 올 때까지 퇴직하지 못할 테니까!

그전에 나는 돌아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좋겠지요. 그럼 근무 화이팅입니다.”

[하하하… 예. 지겨워라.]

택시의 유리창이 다시 올라간다.

검은 차량은 순식간에 서울역에서 유령처럼 빠져나갔다.

주홍빛 택시 사인만을 남기고.

“…….”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마이너스 수표를 보았다.

그 순간.

수표가 불타오르며 각혈이 시작됐다.

“큽.”

고열과 두통이 머리를 불태웠지만 견딜 만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도마뱀이 쳐다보고 있었다.

똑같이 주둥이 사이로 피를 줄줄 흘리면서 말이다.

‘으아악.’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니었겠지만, 뭐 별수 없이 피 섞인 침을 삼키며 말했다.

“저, 이건 사흘이 지나면 바로 나을 겁니다. 그런… 규칙인 것 같았거든요.”

“예.”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캐묻지 않으시고, 택시에서도 절 믿고 맡겨주셔서 말입니다. 쿨럭,”

도마뱀이 피 섞인 기침을 하는 나를 쳐다보았다.

“김솔음 씨.”

“예?”

“병가를 내십시오.”

“예….”

잠시 후.

우리는 각혈이 좀 멈출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택시를 호출해서 사택으로 돌아갔다.

또 택시라는 게 참 찝찝했지만 다른 이변은 없었고, 나와 과장은 열이 펄펄 끓는 것만 제외하면 무사히 귀가에 성공했다.

‘이자헌 조장도 사택 건물에서 살고 있었을 줄이야.’

어쨌든 건물 앞에서 헤어졌다.

“병가를 내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회사에서 하는 걸로 하자.

‘후.’

그렇게….

나는 무사히 돌아왔다.

‘사택이라도 집이 좋긴 하구만.’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난방된 실내 특유의 훈기가 돈다. 거의 쾌감까지 들었다.

아프기까지 하니 그냥 바로 뜨거운 물 샤워나 갈기고 푹 자고 싶지만….

음,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서 말이다.

‘허.’

나는 현관에 있는 내 것이 아닌 신발을 확인했다.

백사헌의 구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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