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2권 : 제국의 대장군 [6장] – 바람 속의 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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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 2권 : 제국의 대장군 [6장] – 바람 속의 돌 6


문 사이에 나타난 은실이 빛의 기둥으로 부풀다가, 이윽고 밖 으로 통하는 입구로 바뀌었다.

미풍이 살짝 불어왔다. 이마에 손을 붙인 채 가늘게 뜬 눈으로 밖을 본 부냐는 햇빛이 찬란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 은 잿빛이었다. 그리고 포석이 깔린 바닥은 검었다. 그 검은 바 닥 위에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실비가 오고 있었다. 부냐가 느낀 바람은 문틈을 통해 갑자기 안으로 밀려든 습기였다. 이마를 가린 손 아래 늘어진 소맷자락 을 통해 싸늘하면서도 청량한 느낌이 파고들었다. 부냐는 소름이 돋는 상쾌함을 느꼈다. 간지러운 빗소리.

경비병들은 이제 창을 세워 들고 있었다. 두이만은 왼팔을 들어 올렸다. 그는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그것으로 문밖을 가리켜 보였다.

열었습니다. 각하. 이용하시지요.

기묘한 일이었다. 부냐는 믿기 어렵다는 눈으로 두이만 길토를 바라보았다. 엘시는 대장군이지만 지금 그가 데리고 있는 전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부냐를 제외하면 자신뿐이다. 반면 두이만 은 간단히 백작을 억류할 만한 병력을 데리고 있다. 혹 백작을 보내 주면 만병을 데려와서 백화각을 박살 낼 테니 막아 봐야 무 의미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하지만 두이만은 엘시가 그럴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되어야 두이만은 죄수들 의 관리 책임을 소홀히했다는 지적을 면피할 수 있다. 지금 문을 열어 주는 것은 탈옥 방조가 된다. 부냐는 엘시를 이해할 수 없 는 것만큼 두이만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엘시가 안고 있던 부냐를 놓으며 말했다. 

“갑시다, 부냐.”

부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대로 밖을 향해 달려 가고 싶었지만 뒷걸음질하고 싶다는 충동 또한 느꼈다. 그녀가 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본 엘시는 그녀의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 한 방울의 물이 잔을 넘치게 하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부냐는 그 가벼운 손길에 스르르 끌려왔다. 엘시는 검을 으로 늘어뜨린 채 앞장서서 걸었다. 빗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 고 문은 다섯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부냐는 커다랗게 다가오는 문의 모습에 질려 옆을 쳐다보았다. 경비병들은 미간을 찡그리거나 옆사람에게 소곤거렸지만 날카로 운 창끝은 여전히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앞으로 네 걸음.

또 한 걸음. 부냐는 엘시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엘시의 눈은 앞만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걸음을 더 걸었을 때 부냐는 두이만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두이만은 팔짱을 낀 채 약간 높은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죄수를 놓아주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나 그 행동 때문에 받을 처벌에 대 한 걱정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입가에 무엇인가가 꿈틀대고 있 었다.

엘시는 실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왼손에서 부냐의 손이 미끄러져 나갔다.

엘시는 몸을 반쯤 돌려 부냐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엘시가 쥐 고 있던 손을 아직도 내민 채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부냐는 두이만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염사장의 입가에 꿈틀거 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때 두이만은 부냐를 향해 얼 굴을 돌려 자신의 입가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주었 다. 그것은 쓸쓸한 비웃음이었다.

부냐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발은 젖은 바닥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눈길을 옮겨 젖은 바닥을 따라 가니 그곳에 서 있는 두 발이 보였다. 부냐는 고개를 들어 엘시 를 보았다.

거미줄처럼 가는 빗속에서 엘시는 손을 벌린 채 내밀고 있었 다. 그 손에 들어가 있어야 할 자신의 손을 찾던 부냐는 그것이 엘시의 손에서 두 뼘 정도 떨어진 위치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빗방울이 부냐의 손등을 쳤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을 끌어당겼다. 엘시의 얼굴에 의문이 스치는 것을 보며 부냐는 자신의 손을 목 아래로 가져왔다. 그녀는 두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엘시를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엘시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엘시의 앞머리에서, 굳은 턱에서 놓쳐 버린 부냐의 손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있는 왼손에서, 그리고 비스듬하게 뻗어 있는 칼끝에서 영근 물방울이 떨어졌다. 엘시가 말했다.

“부냐?”

부냐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엘시는 칼을 옆으로 뿌렸다. 칼날에서 튕겨 나간 물방울의 원 호가 빗줄기를 잘랐다. 엘시는 칼을 칼집에 꽂아 넣고는 몸을 돌 려 부냐를 똑바로 향했다. 그의 이마와 볼을 타고 물줄기들이 흘 러내렸다.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부냐.”

부냐는 또 한 걸음,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물러났다. 반사적으 로 부냐를 따르려던 엘시는 발을 들어 올렸다가 그대로 내렸다. 엘시의 손이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두 손을 떨어뜨린 채 옆으로 약간 기울인 얼굴로 부냐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두이만 길토가 굵게 말했다.

“감기 들겠다. 문 닫아라.”

약간의 지체가 있었지만 곧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부냐는 주 먹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호흡이 가빴다. 문틈으로 보이는 엘시 의 얼굴에 어떤 희망이 떠올랐다.

그것을 본 순간 부냐는 눈을 감았다.

묵직한 소리에 부냐는 움찔했다. 다시 부냐가 눈을 떴을 때 문은 빈틈없이 닫혀 있었다. 부냐는 그 문을 처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무거운 눈길로 문을 바라보던 두이만은 정적이 계속되자 코를 한 번 울리고는 부냐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녀의 뒤편에 서서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부냐의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헨로, 돌아가야지.”

부냐는 멍한 얼굴로 두이만을 돌아보았다. 재촉하려던 두이만 은 부냐가 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경비병들이 슬금 슬금 다가오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외 쳤다. 경비병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었지만 주어진 명령은 어김없이 수행했다. 떠나는 경비병들을 보던 두이만은 부냐를 부 축하며 말했다.

“가자.”

두이만의 부축을 받은 부냐는 걸음을 떼었다. 바깥을 보고 있 던 부냐의 눈에 백화각 안쪽은 몹시 어두워 보였다. 앞길을 잘 볼 수 없었던 그녀는 두이만에게 완전히 의지했다.

그렇게 얼마를 걸어가던 두이만이 갑자기 속삭였다.

“할 말이 있습니다, 헨로.”

부냐는 두이만을 돌아보았다. 그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늘이 가기도 전에 바보짓을 했다고 후회하겠지요. 그러니 미리 말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귀족답게 행동했습니다.”

부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를 사랑스러운 딸이나 귀여운 동생, 착한 숙녀로 여겨 준 사람들은 있지만 그녀에게 귀족답다 고 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냐는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했던 적이 없고, 더군다나 수인의 신분이 되어 그런 말을 들으리 라고 상상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부냐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어서 슬펐다.

부냐는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럭저럭 밝기에 익숙 해지니 자신이 수인 구역에 가까이 왔음을 알았다. 창살문이 열 리고 수인 구역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두이만의 부축에서 벗어 났다.

“이젠 혼자 가겠습니다. 염사장님.”

두이만은 고개를 한 번 꾸벅였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 았지만 결국 그것을 포기했다. 그의 성격상 적당한 말을 만들어 내기도 귀찮았을 것이다. 두이만은 주저 없이 몸을 돌렸다.

두이만이 떠나자 부냐는 잠시 벽에 기대었다.

문득 손목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부냐는 소매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곧 그녀의 손이 쪽지 하나를 꺼내었다. 그녀의 땀과 체온 때문에 부드러워진 서신을 펼친 부냐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 았다. 보는 눈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그녀는 서신에 있는 글자를 하나하나 파낼 듯이 읽었다.

‘비셀스 규리하가 앉아야 할 자리에서 비키십시오.’

서류철 속에 있던 그 서신을 처음 보았을 때 부냐는 당황 속에 서 비셀스 규리하가 죄수가 되고 싶어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제 부냐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신을 보낸 자는 그녀에게 엘시 에더리의 약혼녀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부냐는 한 번 더 서신을 읽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 니라 찢기 위해서 부냐는 서신을 세로로 죽 찢었다. 종이를 가 늘게 찢은 부냐는 그중 몇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입 안이 말할 수 없이 텁텁했다. 부냐는 서신을 먹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참을성 있게 씹었다. 종이는 충분히 부드러워졌지만 그것을 삼킬 때는 숨이 막힐 것 같았 다. 가까스로 종이를 삼킨 부냐는 다른 조각들을 입에 넣었다.

목이 또 메었다. 눈을 질끈 감자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 왔다. 부냐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지만 눈물은 쉼 없이 흘러나 왔다. 부냐는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두이만에 대해 생각했다.

두이만은 엘시를 저지할 수 없는 것만큼이나 부냐를 저지할 수 없었다. 엘시가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은 아니다. 엘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두이만의 저지를 물리치기 위 해 만병장인 엘시가 해야 할 일은 부냐를 자신의 병사라고 선언 하는 것뿐이다. 그 순간 부냐는 엘시에게 귀속되며 황제의 법으 로 부냐를 억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엘시가 말한 ‘무시하게 해 주기를 바라나’ 라는 말은 협박이 아니라 그런 사실의 지적이었 다. 엘시의 지적을 이해했기에 두이만은 그들을 저지하길 포기한 것이다.

떠나는 부냐에게 보낸 두이만의 비웃음은 동등한 약혼녀나 아 내이길 포기하고 엘시의 귀속물이 되려는 그녀에 대한 조소였다. 걸음을 멈추고 엘시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뺀 부냐를 보았을 때 두이만은 꽤 놀랐을 것이다. 두이만이 보기에 그것은 자신의 운 명을 엘시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당신은 귀족답게 행동했습니다.’

부냐는 그런 관점에 동의할 수 없어서 슬펐다.

부냐는 종이를 씹으며 오랫동안 소리 없이 흐느꼈다.

이레 달비는 전설적인 몸종이라는 평가에 언제나 시큰둥한 반 응을 보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레는 하루라도 좋으니 자신과 자리를 바꿔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에 젖은 채 집 안으로 들어서는 엘시를 본 이레는 자신이 전설 적인 몸종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희희낙락하며 들어서는 주 인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전설적인 몸종의 평정심이 필요할 것 같았다.

들어서자마자 이레를 힘있게 껴안아 줌으로써 이레의 정신 세 계 절반을 황폐화시켜 놓은 엘시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옷부 터 갈아입으시라는 이레의 애처로운 요청을 거부한 채 명령의 폭 포를 쏟아내었다. 이레는 정신 세계의 나머지 반으로 퍼져 가는 재난을 수습하려 애쓰며 동시에 그 명령들을 기억하려 애썼다. 

“론솔피, 그을린발, 준람, 왕벼슬, 주테카, 야리키라고 하셨습 니까?”

“내가 그랬나?”

엄청난 극기심을 발휘한 끝에 이레는 가까스로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다.

“제 기억으로는 그런 것 같습니다. 가주님. 그을린발과 왕벼슬 이 사람 이름이 맞다면, 가주님께서는 여섯 개의 사람 이름을 말 씀하셨습니다.”

“주인님이다. 그을린발은 엉겅퀴 여단 2대대 1중대장이었다.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 나는군. 한번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어 서. 언젠가 발이 물에 젖은 적이 있는데 그대로 모닥불 속에 집 어넣었다. 살 타는 냄새를 맡은 병사들이 죽을힘을 다해 끌어당 긴 후에야 겨우 그의 발을 빼낼 수 있었지. 그래서 그을린발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켄테롭에서 코끼리를 잡고 있을 거다.”

“레콘인가 보군요. 그런데 그분이 왜 코끼리를 잡고 있는지여 쭤 봐도 되겠습니까?”

“코끼리를 가축화하는 것이 숙원이거든.”

“예? 코끼리는 이미 가축화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제국 남쪽 에는 코끼리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건 잡아서 기르는 거지 가축이 아냐. 어떤 사람은 호랑이나 사자를 잡아서 기르기도 하지만 그걸 가축이라고 부르지는 않지. 가축이라고 부르려면 소나 말, 돼지처럼 사람의 보호 아래에서도 자유로이 번식해야 하니까. 그을린발의 숙원은 코끼리를 소나 말 처럼 만드는 것이다.”

“아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레콘이 도전할 만한 일이군요.” 

“왕벼슬의 이름은 기억나는군. 쵸지. 그래, 쵸지였다. 신부 탐색자였지만 보는 눈이 굉장히 까다로웠지.”

이레는 주인에게 수건을 건네며 질문했다.

“가주…… 주인님, 혹 거론하신 여섯 분이 전부 레콘입니까?”

“그래, 전부 레콘이야.”

이레는 한 가지 가능성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어딘가에 퇴치해야 할 용이 나타났습니까?”

“음? 아니다. 나는 지멘을 잡으러 갈 생각이야.”

“예? 그 수배자 말씀입니까?”

엘시는 수건을 머리에 덮어쓴 채 그것을 세차게 문질렀다. 엉 망이 된 머리를 내버려둔 채 그는 목 주위를 닦으며 말했다.

“비스그라쥬 백이 나에게 지멘을 잡을 만한 레콘들을 수배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직접 그들을 지휘할 생각이야. 서신도 내가 직접 쓰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군. 그러니 네가 서신을 써야겠다. 누구라고 했지?”

“론솔피, 그을린발, 준람, 왕벼슬, 주테카, 야리키입니다.”

“론솔피에게는 지멘이 즈라더를 죽였다고 전하면 된다. 무슨 말인지 알 거야. 주테카에겐………… 지멘에게 걸린 현상금을 주겠다 고 써라. 현상금 사냥꾼이니까.”

현상금 사냥꾼? 숙원 사업을 위한 자금 모으기인가? 이레의 얼 굴에 떠오른 의문을 본 엘시는 그 의문을 풀어 주었다.

“주테카의 숙원은 정의 구현이다. 그래서 범죄자를 소탕하는 거지.”

이레는 폭소해야 할지 감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감탄 하기로 했지만 그것은 주테카가 아닌 그의 주인에 대한 감탄이었 다. 일반적인 레콘보다 더 레콘에 대한 교제 범위가 넓은 그의 주인은 이레의 감탄을 받을 만했다. 엘시가 계속 말했다.

“그을린발에게는 내가 직접 정신 억압자를 주선해 주겠다고 약 속한다고 전해라. 야리키에겐 쥐딤의 빚을 갚을 때가 왔다고 전 해라. 아, 내 이름을 말해 봐야 못 알아들을 테니 취검하던 그 교위라고 써야 한다. 그리고 준람에겐 그의 둘째 아내… 아니….그냥 내가 지멘을 잡을 생각이라고만 전하면 된다. 알아들을 거 다. 왕벼슬에게도 준람과 마찬가지로 전해라. 집합 장소와 시간 은 보름 뒤, 나나본의 태수관이다.”

이레는 입을 쩍 벌렸다.

“보름 뒤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보름 뒤, 나나본의 태수관.”

“가…… 주인님,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분들의 이름을 방금 들었습니다. 이 넓은 제국 땅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을 보름 뒤까지 나나본에 모이게 하는 것은 제 능력으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그중 한 분은 신부 탐색자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렇다면 떠돌아다니고 있을 텐데요.”

“이레, 나는 네게 간혹 어려운 일을 시키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명령하지는 않는다.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덕시 수교위에게 물어봐라. 그가 어떻게 그들을 찾아야 하는지 알려 줄 거다.”

이레는 의혹을 완전히 잊기로 했다. 엘시의 말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틀림없이 엘시의 소환에 응할 사람들일 것이며, 이레가 찾아낼 수 있는 곳에 있을 것이며, 아마도 보름 안에 나나본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이레가 짐작하지 못하는 수많은 기준을 통과한 자들일 것이며, 그들이 모이면 지 멘을 때려잡을 수 있을 거라는 점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엘시가 그 목록을 작성했으니까. 하지만 이레에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주인님, 외람되지만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지?”

“주인님께서는 황제의 대장군이십니다. 일개 수배자를 잡으러 다닐 분이 아닙니다. 왜 그런 격에 맞지 않는 일을 하시려는 겁 “니까?”

엘시는 대답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앉아서 서신을 쓸 시 간도 없는 판국이다. 당장이라도 규리하 점령군의 업무 인계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을 바꿨다. 똑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 에게 듣게 될 거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시는 그의 몸종 을 연습 상대 삼아 대답해 보기로 했다.

엘시의 예측은 옳았다.

그날 자정 무렵, 대장군의 느닷없는 방문 때문에 잠자리에서 나와야 했던 데라시는 자신이 비몽사몽간이라는 사실을 표현하려 애썼다. 잠자리에서 끌려 나온 데다가 하늘누리에 쏟아진 비 때 문에 기온이 몹시 떨어져 있었으니 나가가 추위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엘시의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어 그런 항의를 포기했다. 주의 깊게 엘시의 말을 들은 데라시는 이레가 한 것과 같은 질문을 했다.

“저는 레콘들을 수배해 달라고 했지 당신에게 그들을 지휘해 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황제의 대장군이 일개 수배자를 뒤쫓 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쏟아진 비에 몸이 상당히 젖었고 업무 인계 계획을 수립하느라 저녁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엘시는 허기를 느꼈다. 하지만 데라 시에게 뭐 먹을 것이 없겠냐고 물어보는 바보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데라시가 내놓는 먹을거리는 살아 있는 양이나 새끼 돼지 같은 것일 테니까. 나가인 데라시는 산 것만 먹는다. 그리고 큰 동물을 먹으면 오랫동안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엘시는 퍽부 러운 특징이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내가 수배한 레콘들은 내 말만 들을 겁니다. 비스그라쥬 백. 론솔피나 주테카 같은 경우는 안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나머지는 내가 부르지 않으면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레콘이 처음 보 는 인간의 지휘를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그들 중 누군가를 지휘자로 삼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서로 싸우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그들은 모두 나이 많은 레콘입니다.”

데라시는 엘시가 노쇠한 레콘을 모아들인다고 착각하지는 않 았다. 무기를 놓지 않은 이상 레콘의 나이는 그만큼의 전투 경험 으로 파악해도 무방하다. 엘시가 거론한 레콘들은 모두 강한 사 람들일 것이고 서로에게 쉽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 강력한 레콘들이 당신의 지휘는 들을 거라는 말입니까? 어째서죠?”

엘시는 간단히 대답했다.

“내 지휘를 받아들일 만한 사람만 골랐기 때문입니다.”

데라시는 그날 낮에 이레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 다. 엘시가 말한 대로일 것이다. 데라시는 레콘들의 통솔에 대한 의문은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신은 정우의 결혼을 주관하기로 했잖습니까?”

“비스그라쥬 백, 나는 정우와 결혼하지 않습니다.”

데라시의 몸에서 비늘이 일어났다. 데라시는 조금 전에 피운 난롯불이 잘 타는지 궁금하다는 눈으로 벽난로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엘시를 외면한 채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비스그라쥬 백, 나를 보십시오.”

데라시는 어쩔 수 없이 엘시를 돌아보았다. 물론 그의 얼굴을 보기 전에 데라시는 엘시가 칼을 차고 왔는지부터 확인했다. 난처하게도 그는 칼을 차고 있었다. 엘시가 말했다.

“전에도 말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안 다고. 당신을 싫어하지만 그 점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화를 내지 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정우 규리하와 결혼하지 않습니다. 내 약혼자는 부냐 헨로이고, 나는 그녀와 파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녀가 나를 이해해 준 지금은 더욱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녀가 당신을 이해했다고요?”

“당신은 아마 오후에 백화각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받았겠지요.”

“아니요. 보고받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엘시는 두이만이 그 일을 덮어 두려 했음을 알았다. 두이만이 보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 그는 모호하게 말했다.

“나는 만병장의 권한으로 부냐를 그곳에서 꺼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데라시는 깜짝 놀랐다. 엘시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은 확 실하다. 하지만 엘시가 그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신이 그랬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됐지요?”

“부냐는 그것을 거절했습니다.”

“거절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부냐는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내가 옳다고 믿는 방법으로 그녀를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입니다.”

데라시는 한숨을 쉴 뻔했다.

“당신이 옳다고 믿는 방법이 무엇인지 말해 볼까요. 폐하께 뭔 가를 요구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드리는 것이겠지요.”

“그것이 내 방식입니다.”

“그래서 무향 다음에 황제 사냥꾼을 잡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 다음엔?”

엘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데라시를 바라보았다. 데라시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열기를 더 빨리 받아들이기 위해 벽난로 앞으 로 걸어가 그곳에 서서 말했다.

“당신이 황제 사냥꾼을 붙잡아 폐하께 진상한 후에도 폐하께서 부냐의 석방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어쩔 생각입니까. 그 다음엔 누구를 잡으러 갈 생각입니까? 누구를 거꾸러뜨릴 생각입니까?” 

“내 방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군요. 하지만 당신을 납 득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비스그라쥬 백. 내 약혼자가 나 를 이해해 주었고, 내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우와 당신의 결혼이 폐하의 의지라면 어쩔 생각입니까?” 

엘시가 가장 두려워하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비했기에 당 황하지는 않았다.

“나는 폐하께 그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설령 폐하께서 그렇 말씀하신다 하더라도 나는 폐하께 대답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것이 폐하의 의지라고 말한다면 나는 폐하께 찾아가서 직접 여쭙겠습니다.”

미봉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하지만 엘시는 그보다 나은 대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데라시 또한 엘시의 그런 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그것이 폐하의 뜻이니 궁금하면 가서 여쭤 보라고 말한다면 저열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데라시는 황제와 대장군이 직접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무 모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고민 끝에 데라시는 생각에 잠긴 척하며 조심스럽게 닐러 보았다.

곧 대답이 있었다. 데라시는 조금 전 엘시와 나누었던 대화의 기억을 황궁 저편의 황제에게 보냈다. 지나치게 지체했다가는 자 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엘시가 눈치 챌지도 모르지만 데라시는 황제의 대답이 순식간에 올 거라고 믿었다.

그의 예상대로였다. 데라시의 기억을 전부 전해 받자마자 황제는 짤막한 니름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 니름은 데라시에겐 놀라 운 것이었다. 데라시는 충격을 감추기 위해 벽난로 쪽으로 돌아 섰다. 나가에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데라시가 몸 다른 곳에도 열 기를 받으려 한다고 판단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데라시는 잠 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정우의 결혼은 누구에게 맡길 생각입니까?”

엘시의 음성이 갑자기 높아졌다.

“시허릭 마지오 상장군에게 맡길 겁니다. 그는 연만하고 그런 일에 대해서는 나보다 경험도 충분합니다. 두 자녀를 결혼시켰으 니까요. 빈틈이 없는 성격이니 잘 처리할 겁니다.”

갑자기 높아진 엘시의 음성을 들은 데라시는 엘시가 무슨 생각 을 하는지 깨달았다. 엘시는 정우와 결혼하는 것이 황제의 뜻이 아니라 데라시의 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데라시는 다시 엘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엘시, 당신은 대장군입니다. 당신이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자 신에게 장기 휴가를 주고 그 휴가를 황제 사냥꾼 체포에 쓴다 하 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이 제게 그 사실을 보고하러 온 이유는 당신의 계획에 대해 제가 어떤 분과 의논하 기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일 대답해도 되겠습니까?”

“기다리겠습니다. 야심한 시간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엘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라시는 그가 통제하지 못한 기쁨 때문에 어깨라도 움찔거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엘시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그의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것을 본 데라시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비스그라쥬 백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가슴속이 휑하게 느껴졌다. 심장을 적출한 빈 자리를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황제의 니름이 들려왔다.

<엘시에게 대답을 전했나?>

데라시는 황제의 방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전하지 않았습니다.>

<왜지?>

<제가 납득할 수 없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없었기 때문 입니다.>

<네가 말하는 일은 네 특기인 것 같은데.>

<폐하!>

<왜 전하지 않았지?>

데라시는 황제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이곳이 한계선 이남의 땅 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추운 땅에서 데라시는 시종들을 깨워 보온복을 준비시키지 않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자신이 갇혀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며 데라시는 비늘을 부딪쳤다.

<폐하. 폐하께서는 제게 엘시와 정우를 결혼시키라고 하셨습니 다. 엘시에게 약혼자가 있어도, 암살공이 그 결혼을 반대해도 그 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정우에 게 중요한 일이 결혼임을 엘시에게 가르쳐 주었고, 모든 사람들 이 엘시와 정우의 결혼을 받아들이게끔 했고, 부냐에게는 엘시와 파혼하라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부냐가 왜 엘시의 구조를 거절했 는지는 분명합니다. 가엾은 대장군의 슬픈 오해를 폐하께서도 들으셨지요?>

데라시는 약혼자가 자신을 이해해 줬다고 믿는 엘시가 정말 가 엾다고 생각했다. 부냐는 알고 있었다. 엘시와 함께 백화각을 나 오는 순간 부냐는 자신의 유언장에 서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녀의 손에 들어갈 서류철에 서신을 끼워 두는 행위에서 부냐는 강력한 권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부냐는 엘시의 옆에서 물 러나지 않는다면 그 강대한 권력이 그녀를 죽여서 파혼을 이끌어 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르 헨로에게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습니다. 조만간 헨로 가문에서 파혼 요청이 있을 겁니다. 저는 부냐의 문 제를 깨끗하게 처리했고, 이제 까다로운 암살공을 처리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엘시가 부냐의 방면을 위해 애쓰도록 내버려둬야 합니까? 그것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천제는 무정하리만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어떤 침묵의 시간도 없이 황제의 니름이 들려왔다.

<무익하지는 않다. 금편 380만 닢이라는 무서운 폭발력을 품은 채 방황하고 있는 불씨들을 계속 내버려두는 것은 자해 행위에 가까우니까. 엘시가 그것들을 잡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 는 것이 당연하다.>

<엘시는 그것이 부냐의 석방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 다. 상황을 알게 되면 그는 배신감을 느낄 겁니다, 폐하. 부디 제 니름을 들어주십시오. 제국 만병장에게 그런 배신감을 주는 것이야말로 자해 행위입니다.>

<배신감? 배신감은 믿음의 대가를 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엘시는 대가를 바라고 짐을 믿는 것이 아니다.>

놀라운 충격에 데라시는 정신을 닫았다. 황제는 갑자기 닫힌 그의 정신을 느끼겠지만 데라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벽난로 방에 있는 나가들이 황제의 니름을 세상에 전 달하는 전문가일 뿐 황제와 어떤 친밀함을 나누는 상대가 아니라 는 점을 놓고 본다면 하늘누리 위에서 치천제의 동포는 오직 한 사람, 데라시뿐이다. 다른 이들보다 황제에게 더 가깝다고 생각 하려는 유혹을 애써 물리치는 데라시지만 그가 동포의 눈과 동포 의 생각으로 황제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황제는 그 객관성과 무관했 다. 데라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황제와 대장군의 관계는 그 를 절망에 빠트렸다.

배신으로 보답받아도 변함없는 믿음?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것을 태연하게 기대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치천제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 람에게 그런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엘시 에더리뿐이다. 데라시 는 자신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황제는 오래 전부터 대가 없는 충성을 바랐다. 자신이 바로 그런 황제의 바람 을 세상에 적용시켰던 사람이다. 하지만 데라시 자신이 그것을 황제에게 주었던가? 황제가 바라는 그것을 묵묵히 황제에게 주었 던 사람은 바로 엘시 에더리다. 황제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은 그 대상이 엘시이기에 합리적이다. 갑자기 데라시는 황제와 대장군 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해의 방식이 무엇이건 그것은 오직 그 두 사람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데라시는 궁금해졌다. 그것이 위험한 의문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데라시는 엘시가 그런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황제를 믿고 황제에게 충성할지 궁금했다.

황제가 닐렀다.

<데라시, 엘시에게 짐의 대답을 전해라.>

<그의 계획을 진행해도 좋다고 니름이십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폐하.>

어떤 일그러진 감정 상태에서 데라시는 엘시의 대답을 흉내 내었다.

<야심한 시간에 결례가 많았습니다.〉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데라시는 갑자기 나가도 술을 마실 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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